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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우울, 혹은 중년 남성의 징징거림 | 책을 읽다 2021-02-1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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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로토닌

미셸 우엘벡 저/장소미 역
문학동네 | 2020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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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불편했다. 주인공의 과도한 성()에 대한 집착이나 묘사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의 불편함을 자극한 것은 오히려 그의 나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40대 중반. 미셸 우엘벡은 그 나이를 그렇게 지나왔나 싶다.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해야 할 나이의 한 사내를 주인공을 내세워 현대인의 우울을 묘사하는 게 마뜩치 않다기보다 당혹스러웠다(하지만 어느 나이대를 택할 것인가?).

 

주인공 플로랑클로드 라브루스트는 40대 중반의 프랑스 백인 남성이다. 농업대학을 나와서(미셸 우엘벡이 바로 그렇다. 그래서 더욱 이 주인공은 작가를 연상케 한다) 농업 전문가로 정부에 컨설팅하는 위촉직(그래서 공무원보다는 연봉이 쎄다)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농업은 위기에 처해있고, 자신이 그 현실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는 또한 비틀린 여자 관계에 시달린다. 스무 살 어린 일본인 여성과 동거하지만, 그녀에게서 어떤 애정도 느끼지 못하고, 말도 없이 사라져버리기로 마음 먹는다. 그 비틀린 애정 관계는 20년 전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자신의 실수로 헤어진 한 여인 때문일 것이다. 그녀를 아직도 못 잊고 있으며, 근처까지 가지만 앞에 나서지도 못한다.

 

또 한 가지. 그는 캅토릭스라는 반으로 쪼개지는 작고 하얀 타원형 알약을 복용 중이다. 바로 우울증 약. 대표적인 우울증 약은 프로작인데, 프로작이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아서 그 양을 유지시켜주는 약이라면, 캅토릭스는 장에 존재하는 세로토닌(그렇다. 세로토닌은 장에 많이 존재한다!)의 분비를 촉진시켜 그 양을 늘려주는 약이다(소설에는 2017년에 개발된 약이라고 나오지만, 실제로 그런 약은 없다. 상관없다. 소설이니까. 그런데 장에서 세로토닌이 분비되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이 캅토릭스의 부작용은 리비도 상실과 성기능 장애다(프로작의 경우는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수 보고되고 있다). 플로랑클로드는 바로 이 캅토릭스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일본인 동거녀로부터 떠나고 세상으로부터 사라지기를 결심하고 난 후의 여정은 과거로의 여정이지만, 그 과거는 현실이 되지 못한다. 궁핍을 넘어 추래해져버린 옛 여친, 몰락한 프랑스 농업을 상징하는 귀족 출신의 대학시절 친구, 그리고 늘 돌아가고 싶었던 애인.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던 그에게 남아 있던 아름다운 과거는 현실에 존재하고 있지 않고, 현실을 더 괴롭게 만드는 존재일 뿐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는 흘러가고 그가 장기 투숙하는 호텔이 금연 정책으로 바뀌는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의 자살을 암시하며 소설은 끝난다. 겨우 호텔의 금연 정책 때문에? 그렇게 보지 않는 이들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 마지막 방아쇠가 그 금연 정책임은 분명하다. 캅토릭스로 애써 분비시켜온 세로토닌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과거로부터 이어져오고 현실에서 증폭된 우울로부터 그를 살려내지 못한 것이다. 그게 현대인의 우울이다.

 

다시 돌아가서 불편했던 점을 돌이켜보면, 현대인이 우울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과연 다들 그렇게 살아가느냐 의문이 든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의심스럽다. 그래서 오히려 이 소설을 중년 남성(40대를 중년이라고 하기에도 그렇다)의 징징거림으로 이해하는 것을 어떨까 싶다.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사실 대부분이 그렇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의식하면 우울하고 의식하지 못하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다) 한 남성이 옛 애인을 못 잊어하며 정착하지 못하는 투덜거림. 다만 그 징징거림, 투덜거림이 폭력적으로 끝나기 때문에 문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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