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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신념과 선택, 최상의 선택은 있는가? | 책을 읽다 2022-05-1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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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떤 선택의 재검토

말콤 글래드웰 저/이영래 역
김영사 | 2022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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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 글래드웰이 이번에 선택한 이야기는 폭격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책들이 소재보다 주제가 더 선명했다면 이번의 이야기는 소재가 더 선명하다.

 


 

 

전쟁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 전체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전쟁의 한 부분, 바로 폭격에 관한 이야기다. 폭격은 인류의 전쟁사에서 아주 최근에 등장한 방법이다. 비행기가 발명되고 나서야 이뤄질 수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라이트 형제에 의해 비행기가 발명된 후, 사람들은 이 굉장한 기구가 전쟁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1차 세계대전 때부터 전쟁의 도구가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비행기가 막강한 전쟁 도구가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일이다(에릭 라슨의 폭격기의 달이 뜨면).

 

말콤 글래드웰은 이 폭격과 관련하여 두 개의 선택을 비교하고 있다. 에릭 라슨의 폭격기의 달이 뜨면은 독일의 영국 폭격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말콤 글래드웰은 전세가 연합국 쪽으로 조금씩 기울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공군(그 당시는 독립되어 있진 않았지만)의 선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선택의 양쪽에는 헤이우드 핸셀과 커티스 르메이라는 두 걸출한 공군 장군이 있다. 핸셀은 정밀 폭격을 주장했고, 르메이는 무차별 폭격을 주장했다. 핸셀은 당시 미국 공군의 한 집단, 이른바 폭격기 마피아(The Bomber Mafia)(이게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하다)의 일원이었다. 마피아라고 했지만, 거기에는 거기에 담겨 있을 법한 음습한 기운은 없다. 그들은 공군이 전쟁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초기에 연구한 집단이었다. 진보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던 그들은 적을 무찌르기 위해 민간인까지 희생시키는 것을 원치 않았다. 군사력을 붕괴시킬 표적을 정밀타격한다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그것을 실행하려 했다. 그런 그들에게는 칼 노든이라는 천재가 있었다. 그는 폭격 조준기를 발명했고, 핸셀을 위시한 폭격기 마피아는 그것을 통해서 그들의 전쟁에 대한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반대편의 르메이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졌다. 그는 전쟁에 관하여 실용주의자이자 현실주의자였다. 전쟁에 관한 어떤 고매한 이상 같은 것은 없었다. 불굴의 의지와 침착함으로 전쟁에 승리할 수 있는 방법만을 고민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런 그에게 정밀 폭격 같은 개념이 들어설 여지는 없었다. 한 도시에 무차별 폭격을 가함으로써 적의 전쟁 의지를 없애버리는 것이 전쟁에 승리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런 그의 뒤에는 처칠의 절친이자 역시 천재인 프레더릭 린더만이 있었다. 그는 처칠을 설득하여 도살자 해리스를 영국 폭격 사령부를 지휘하게 했고, 드레스덴 폭격이 있었다(이 폭격의 참상은 커트 보니것의 5도살장이란 소설에 잘 묘사되었다).

 

핸셀은 독일 폭격에도 실패했고, 이어 벌어진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 본토 폭격도 실패했다. 전쟁에 대한 이상은 날씨가, 지구의 기류가, 그리고 기계의 정밀도가 도와주지 못했다. 그 대신 임명된 르메이는 성공했다. 그의 성공을 도운 또 하나의 발명품은 네이팜이었다(베트남 전쟁 때 무지막지한 참상을 야기했던 바로 그 폭탄이다. 르메이는 베트남을 석기 시대로라는 말을 하여-그 진위에 대해선 말콤 글래드웰이 의심스러워하지만- 온 세계를 아연하게 만들고 분노하게 만들었다). 괌에서 이륙한 B-29는 저고도로 비행하여 일본 곳곳의 도시로 진격하여 목조로 지어진 일본 민간 주택을 완전히 불살라 버렸다. 수만, 수십 만 명의 민간인이 죽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옹호했다. 전쟁을 더 빨리 끝내버리기 위해선 이 방법이 필요하고, 그게 더 인도적이라고(실제로 그렇게 말한 일본 학자도 있었고, 르메이는 일본에서 훈장도 받았다. 물론 수많은 민간인을 죽여줘서, 라는 공로는 아니었지만). 원자폭탄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릴 대의 논리와 같은 것이었다. 르메이는 원자폭탄이 아니었더라도 자신의 부대가 떨어뜨린 소이탄(네이팜)으로 일본은 곧 항복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르메이는 성공했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 선택을 재검토하고 있다. 우리는 핸셀이 생각했던 것 이상의 고고도 정밀폭격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르메이와 같은 선택을 하는 이들이 있다(지금도 보고 있다). 말콤 글래드웰은 어느 선택이 더 나은가에 대해 분명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커티스 르메이는 전투에서 이겼다. 헤이우드 핸셀은 전쟁에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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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9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