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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화가들, 경성 서촌에 살다 | 책을 읽다 2022-06-30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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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경성의 화가들, 근대를 거닐다 : 서촌편

황정수 저
푸른역사 |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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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북촌과 서촌이 어디메 쯤인지 대충만 가늠할 뿐 지도에서 정확히 짚지도 못하고, 그곳의 분위기도 정확히 모른다(북촌이 좀 낫긴 하다). 다만 서울의 오래된 동네이고, 또 가면 그런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정도만, 그것도 겉핥기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곳에 근대의 우리 화가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조선 총독부를 비롯한 권력 기관이 가까이 있었고, 또 전시회를 열 수 있는 미술관이 있었고, 그들이 일자리로 최고였던 중등학교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어떤 계기로 몇몇이 가까이 살게 되면 사람들은 모이는 법이다. 화가들이 다른 곳이 아닌 그곳에 모여 그렇게 교류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어울려 살아갔다.

 


 

 

황정수는 일제 강점기를 중심으로 근대 조선의 화가들에 대한 얘기를 바로 이곳 서촌과 북촌을 중심으로 펼쳐내고 있다. 관계가 얽히고 설히고, 작품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그러면서도 개인적 고독을 씹으면서도 자신의 예술 세계를 확립하고자 고심했던 화가들의 이야기다. 단순한 문헌 조사가 아니라, 그들과 그들 주변의 육성을 바로 옆에서 전해주는 것처럼 전달하고 있고, 그들의 그림을 소개하는 것도 너무 걍팍하지도 않고, 너무 온정적이지도 않다.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화가를 이해하는 데는 (적어도 나한테만큼은) 충분하다.

 

<서촌 편>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서구 미술을 배운 고희동에서 시작하여 실질적인 최초의 서양화가인 나혜석, 동양화로서 일가를 이루고, 경쟁 관계에 있던 김은호와 이상범 등을 이야기한다. 형제이면서 형은 동양화로, 동생은 서양화로 명성을 높은 이여성과 이쾌대 이야기도 흥미롭다(사실 이 두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둘이 형제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 내가 이 수준이다). 글씨를 잘 썼다는 이완용의 이야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고, 여러 친일 행적을 보인 화가들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그들의 그림만을 가지고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실수로 봐야 하는 것인지, 도저히 용서하지 못할 행적으로 냉정히 바라봐야 하는 것인지.. 황정우의 시각은 안타까움이다. 월북한 화가들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그들의 작품이 많이 남아 있지 못한 상황에서 연구가 진전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더욱 그런 안타까움이 많다.

 

<서촌 편>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이상과 구본웅에 관한 장이다. 둘은 걸어 5분도 되지 않는 거리에 살았고,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 친분을 다졌다. 한 사람은 훤칠한 미남이었지만, 한 사람은 척추 장애로 작은 키에 잘 나지 못한 사람이었만 그들은 늘 어울려 다녔고,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상은 천재 시인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그림도 잘 그렸다.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할 정도였으니 스스로 화가로도 생각했음직하다. 책에 실린 구본웅이 이상을 그린 그림 <우인상>을 보면 이상의 불행과 시대의 어둠을 함게 보는 것 같다. 구본웅은 이상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중섭, 천경자, 정현웅과 같은 낯이 익은 화가들은 반갑고, 이한복이라든가, 노수현, 박승무, 이승만, 정종여, 이봉상, 이종우, 김중현과 같은 이들에 대해서는 새로 배운다. 그림 구경도 재미있고, 사람에 대한 애기는 더욱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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