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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을 설명하는 복잡하지 않은 과학 | 책을 읽다 2022-09-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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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김범준의 과학 상자

김범준 저
바다출판사 | 2022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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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과학, 혹은 네트워크과학을 통해 자연 현상뿐만 아니라 사회의 현상까지도 영감 있게, 또 재미있게 설명하는 게 김범준 교수의 책이다. 비슷한 내용을 다룬 책들이 많지만, 세상 물정의 물리학이나 관계의 과학은 우리나라의 상황을 많이 다루고 있기도 하지만, 친근한 언어로 독자들에게 다가갔다.

 

전문 과학자로서 그렇게 독자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수식 몇 개를 쓰면 다 이해될 일을 비유를 찾고, 쉬운 단어를 찾고, 문장을 다듬고 또 다듬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과연 이거였나 싶어진다. 그래서 다시 쓰고. 그런 과정을 거친 책들이 김범준 교수의 이전 책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책들이었다.

 


 

 

그런데 아마 그게 좀 아쉬웠나 보다. 과학자로서 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 같다. 조금만 깊게 들어가면 사회와 자연에 대해 더 자세하고도 풍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너무 독자의 수준을 낮춰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을지 모르고, 혹은 그동안 자신이 독자의 수준을 높여 놓았으니 이 정도는 따라와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책에서 쓰고 있는 대로) 수식을 따라올 정도의 각오는 되어 있는 독자 정도가 되어야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또 이 책을 집어들었을 거라는 추측도 하였으리라.

 

이렇게 장황하게 김범준 교수가 이 책을 쓸 때의 마음을 추리해보는 이유는... 이전 것들에 비해 좀 어렵기 때문이다. 그냥 이차, 3차 방정식 정도가 아니라, 미분과 적분을 해야 하고, 사인 함수가 나오고, 행렬도 등장한다. 물론 그 식이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것들을 아득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정말 난공불락처럼 여겨질 부분이다. 그런 식들을 깡그리 무시하더라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지도 않다. 식을 통해서 주된 논지를 펼치는 장이 적지 않다. 많은 독자들이 이 부분들에서 적지 않게 좌절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런 방식에 환호하는 독자도 없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얼마나 깔끔한 논리 전개냐며.)

 

그런 아득한 수식들을 반쯤은 이해하고, 또 반쯤은 건너 뛰면서 읽은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사회물리학의 여러 면모를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복잡한데, 그것을 이해하는 (과학) 도구는 사실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학의 분야마다 다양한 도구를 쓰겠지만, 김범준이라는 과학자가 쓰는 도구는 관계를 점과 선으로 표시하여 연결하고, 그 연결망의 의미를 이해하고, 패턴을 발견하여 몇 가지 규칙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응용하여 전염병 등의 확산을 예측하고, 개인으로 이루어진 사회를 이해하는 데 쓰고, 신경세포에서 창발성이 나타나는 현상을 이해한다. 그리고 젼허 연관성이 없거나 서로 다른 것들이 구조를 이루고, 스스로 질서를 찾아가는 시스템을 이해한다.

 

이 내용들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 두 가지를 꼽고 싶다. 첫 번째는 성적 접촉을 통해 급격히 전파되는 질병에 대한 백신을 배포하는 방법이고(광장에서 하나씩 무작위로 나눠주기보다는, 백신을 나눠주며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쓰도록 하라는 것이 낫다), 두 번째는 사회적 원자의 관점으로 설명하는 시설물의 위치에 관한 연구다. 두 번째 것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면, 인구 밀도에 따라서 어떤 시설물이 얼마나 존재하느냐에 대한 연구인데, 김범준 교수는 외국의 연구를 받아서 우리나라에서 각 지역마다 커피숍과 학교 등의 시설물 밀도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영리를 추구하는 기관과 공적인 기관이 서로 다른 분포를 가진다는 것을 나타났다.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지만, 이를 통하여 각 시설물이 어떻게 분포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과연 그렇게 분포되고 있는가 평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가 된다. 물론 이런 연구는 여러 한계가 있지만(관계의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측면이 무시되는 등),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사회적 가치가 있는 연구가 아닌가 싶다.

 

다시 얘기하지만, 김범준 교수가 이전 책들보다 좀 수준을 높인 책을 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회물리학이 그만큼 단단한 배경과 수단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하고, 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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