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의사가 지닌 전문가로서의 오만함과 정신과 전문의가 지닌 남다른 완고함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정신과 전문의는 자신이 치료할 수 없는 환자도 있음을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한편 암 전문의나 폐 전문의는 수술이 실패했거나 화학 요법을 더 받아도 소용이 없으리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현실에 승복한다. 하지만 정신과 전문의는 여전히 자기가 모두를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다. 언제나 새로운 약물, 약물 조합, 치료 기법을 고안해냈고 명백한 완치의 개념이 없었다.” (314쪽)
케이티 엥겔하트의 『죽음의 격』에서 이 대목을 읽으며 언제부턴가 TV의 여러 프로그램은 물론 광고까지 나오는 한 정신과 의사가 떠올랐다. 그분을 폄훼하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문득 들었던 의문 하나가 바로 “왜 저 의사는 실패하지 않지?”였기 때문이다. 그런 것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정신과 의사 자체가 실패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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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격
케이티 엥겔하트 저/소슬기 역
은행나무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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