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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에도로 떠난 여인 | 책을 읽다 2023-01-1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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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에도로 가는 길

에이미 스탠리 저/유강은 역
생각의힘 | 2022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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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에서 서쪽으로 여러 날을 걸어야 갈 수 있는 에치고라는 지역의 이시가미라는 마을 한 절이 있었다. 절집 주지 에몬과 그 집안은 자신에게 날아든 온갖 세금고지서와 마을의 문서들과 함께 그가, 그리고 그 집안의 사람들이 나눈 편지들을 정성스럽게 문서함에 보관했다. 세월이 흘러 그 문서함이 세상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게 어떤 중요한 의미를 띨 것인지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에몬 가문의 문서함은 니가타현의 문서관에 보관되었고, 문서관리자들은 그 문서에서 한 여인의 이야기를 웹사이트에 올렸다. 그것을 미국의 한 역사학자가 읽게 된다. 에이미 스탠리는 쓰네노라는 여인의 삶에 빠져 10년간 조사했고, 거의 온전하게 그녀의 삶을 복원해냈다.

 

1800년대 초반부터 중반에 이르는 쓰네노의 삶은, 말하자면 신산했다. 고작 열두 살에 고향에서 떨어진 곳으로 시집을 갔다. 역시 절집이었다(일본의 정토진종은 가족을 이룰 수 있었고, 또 마을에서 가장 부유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슨 연유에선지 15년 후 이혼을 당하고 만다. 아이도 없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재혼을 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이혼당하고, 또 결혼했지만 또 몇 달 만에 다시 이혼사유서를 받아들고 만다(과거 일본에서 이혼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는 것은 얼핏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쉽게, 즉 남편의 종이 한 장으로 이뤄지고, 또 재혼도 흔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그렇게 서른 가까이 나이가 든 쓰네노는 새로운 결심을 한다. 에도로 가자! 당시 에도는 인구 100만에 이르는 거대 도시를 이루고 있었다. 임진왜란 이후 도쿠가와 막부가 자리를 잡은 에도는 확장에 확장을 거듭했다. 수백 년 동안 큰 전란 없이 평화로운 시기가 이어졌던 일본이었다. 쓰네노는 넓은 세상에 나아가고 싶었다. 좁은 시골 마을에서 오빠가 정해주는 사람과 원치 않는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 즈음에는 아버지가 죽가 오빠 절집 주지 자리를 이어받고 있었다). 허락도 받지 않고 에도로 향했다.

 

에도에서는 그야말로 악전고투였다. 갈아입을 옷도 없었고, 변변한 일자리도 없었다. 겨우 몸 누일 넓이의 셋방에서 주변의 온갖 악다구니 소리를 들으면 가끔 고향에 편지를 보냈다. 그러다 자신이 선택한 남자와 결혼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 결혼도 결국 (일단) 실패로 끝나고 만다. 하는 수 없이 고향으로 내려왔던 쓰네노는 에도의 (이미 이혼을 했던) 남편이 번듯한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에 다시 에도로 건너간다. 집안과는 절연하겠다는 보증을 남기고. 그렇게 쓰네노의 도시 생활이 시작된다. 도시의 공기를 맡은 이가 그 공기의 냄새를 못 잊었던 것이다. 아무리 고된 삶이라도 도시의 공기를 자유의 냄새였던 것이다.

 

쓰네노는 1853년 마흔 여덟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그해 페리 제독은 미시시피호, 즉 흑선을 끌고와 위협을 하고 돌아갔고, 1년 후 돌아와 협정을 맺는다. 말하자면 쓰네노가 살다간 시대는 일본에도 엄청난 변화를 앞둔 마지막 몸부림의 시기였다.

 

쓰네노의 삶이 어떤 교훈을 주지는 않는다. 단순하게 말하면 고집 센 한 여인이 도시의 삶을 경외하며 살다 결국 도시에서 온갖 고생을 하다 죽은 이야기다. 하지만 저자는 왜 이야기에 주목하게 되었을까? 그건 한 사람의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수성과 보편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쓰네노의 삶 자체가 당대 여인들의 삶과는 달랐다. 많은 여인들이 자신이 태어난 고장에서, 혹은 조금 떨어진 고장에서 한 남자의 아내로, 엄마로 가족들의 수발을 들며 살다 떠나갔다. 이혼이 쉬웠지만, 그만큼 재혼도 가능했기에 어쨌든 그렇게 살다 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쓰네노도 그런 삶을 강요받았다. 하지만 쓰네노는 그런 삶을 못견뎌했다. 결국 에도로 갔고, 온갖 힘든 조건에서도 견뎌냈고, 한 사람의 이름 없는 여인으로 살다 갔지만, 결국 에도 사람으로 죽었다.

 


 

 

그러나 이 삶은 또한 보편성이 있다. 저자는 에도에서 살다간 수많은 여인들을 떠올렸다. 에도는 쇼군과 사무라이들만 있는 도시가 아니었다. “그들의 옷을 빨고, 이웃들에게 선물과 질문을 받고, 아이들의 수업과 부모님을 챙긴여인들이 있었다. “그릇을 치우고, 차를 따르고, 이불과 요를 개고, 물을 떠오고, 등롱에 불을 켜고, 아이를 안고, 하인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밤에도 잠 못 이루며 외투와 설피와 땔감, 코감기와 혼례식가 점쟁이, 글 쓰는 종이와 엽전 걱정을 했던여인들이 있었다. 모두 나름의 동기를 지니고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에도에 눌러사는 이유가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있었기에 에도가 번성했고, 그리고 나중에 도쿄라는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쓰네노의 삶은 보편적이기도 했던 것이다.

 

모든 삶이 그렇다. 나의 삶의 나의 것이기에 특수한 것이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보편성을 띠고 있다. 이 두 가지 성격이 모두 소중하다. 나의 특수한 삶은 나의 고유성을 지키기 위한 조건이며, 보편적 삶은 남과 함께 살아가는 삶으로서 이유가 있다. 나의 삶 자체가 시대의 삶이기도 한 것이다.

 

에이미 스탠리는 편지의 기록을 토대로 쓰네노의 삶을 밟아가며, 당시 일본의 풍경과 세계의 풍경을 겹쳐놓고 있다. 평화로웠던 에치고의 풍경과 부산스러움을 넘어서 소란스러웠던 에도의 풍경을 대비시키고 있고, 평화로우면서도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일본의 상황과 이미 격변하고 있던 세계 열강의 움직임도 대비시키고 있다. 쓰네노는 세계 정세와 관련한 일본의 운명에 전혀 관심이 없었겠지만, 결국은 그 운명에 결부되어 있었다. 그녀가 기록으로 남아 미국 역사학자에게 발견된 것도 결국은 그 영향이다. 나는 이 시기의 조선을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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