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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스부르크, 천년의 역사 | 책을 읽다 2023-01-19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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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합스부르크, 세계를 지배하다

마틴 래디 저/박수철 역
까치(까치글방) | 2022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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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합스부르크 가()(제국이 아닌)에 대한 인상부터 정리해보자. 유럽의 많은 영토를 지배하던 가문이라는 지식은 참 애매한 것이었고, 엇비슷한 이름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들의 가계는 그걸 외우거나 이해하는 것을 포기하게 했다. 더군다나 같은 사람이 이쪽에서는 “XX 5인데, 저쪽에서는 “OOO 2라는 것은 왜 그런 줄은 알았지만 이 가문을 이해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데 보탬을 주지 않았다. 그것보다 오래 이어진 근친혼으로 인한 많은 선천적 기형이 더 와닿을 수밖에 없었다. 고상하게 말해서는 부정교합이라고 하지만, 흔히 합죽이라 불리는 외형(합스부르크 턱(Habsburg jaw or lip)이라고도 한다)은 그들의 고상한 출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고, 그것 말고도 드물지 않게 나오는 정신 이상과 다른 신체 이상이 이 가문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합스부르크는 그런 피상적인 인상만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중요한 가문이었다. 그건 유럽에서는 물론이고 아메리카 대륙, 아시아 대륙도 마찬가지다. 간단히 지적하자면 브라질의 역사에 합스부르크가 깊게 관여하고 있으며, 필리핀이라는 나라 이름 자체가 합스부르크 가의 일원이었던 왕의 이름에서 연유한 것이다. 언제부터라고 딱! 특정지을 수는 없지만 12, 3세기 언저리에 등장해 1918년 몰락하기까지 약 700년 간 역사의 상수로 존재했던 가문을 우리는 무시할 수 없다.

 


 

 

합스부르크의 궁전이었던 호프부르크 궁전의 자리에 들어선 제국 도서관의 천장 프레스코화에는 여신이 깃발을 들고 있다고 한다. 그 깃발에는 AEIOU라고 적혀 있는데, 이 글귀는 무엇인가의 약자인데, 300개의 서로 다른 해답과 조합이 제시된다. 그 가운데 일부를 이 책에서도 중간중간 제시하고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해답은 오스트리아가 전 세계를 지배한다(Austria Est Imperatre Orbi Universae).”라고 한다(이 글귀는 1437년 경 프리드리히 3세가 직접 생각해낸 것이라고 한다). 합스부르크의 야심과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거의 그럴 수 있었다.

 

합스부르크에 관한 또 하나 인상적인 글귀는 다른 이들이 싸울 때, 합스부르크는 결혼한다라는 말이다. 이는 합스부르크 가문이 어떻게 그들의 권력을 가져오고 유지할 수 있었는지에 관한 일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도 정말 복잡한 혼맥을 보여주는데, 정말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합스부르크는 바로 이웃, 혹은 멀리 떨어진 유력 가문과의 결혼을 통해서 권력의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주역으로 나설 수 있었다. 그와 같은 결혼 정책은 다른 가문이 상속자 없이 죽었을 때, 그 가문의 영지를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 되면서 어마어마한 영토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권력과 영토를 차지한 이후에는 근친혼으로 권력을 유지했는데, 앞서도 얘기했듯이 근친혼의 폐해는 가문의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많은 인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스위스의 시골 영주였던 칸첼린에서 시작하여 조금씩 영지를 넓혀가고, 왕의 칭호를 차지하고, 결국은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의 자리에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사실 이 인물들의 계보는 관심 있는 사람들은 신기하게 쫓아가겠지만 나는 어지럽기만 하다. 그렇지만 몇몇 인물의 행보는 역사에서도 중요하기 인상 깊다. 세계의 통치자로 등장한 카를 5세는 스페인의 왕이기도 했고,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이기도 했다. 특히 보름 의회에서 마르틴 루터를 심판했으면서 죽이지 않음으로써 종교개혁이 일찍 도래할 기회를 준 인물이기도 하다. 돈 후안은 로저 크롤리의 바다의 제국들에서 가톨릭 제국을 수호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도 인정받지 못했던 황제의 이복동생으로 인상이 깊다. 마리아 테레지아도 있다. 그녀는 많은 저자에 의해 프랑스, 혹은 프랑스 혁명 역사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어머니로서 더 많은 언급되지만 합스부르크 제국에서 강력한 힘을 과시했던 여제였다. 그리고 프란츠 요제프. 거의 70년 간 황제로 재위했던 인물로, 비록 합스부르크 제국은 그의 다음 황제 카를 1세에서 종말을 맞고 말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제국의 끝을 장식한 황제다. 자식이었던 루돌프 황세자는 애인을 총으로 쏘고, 자신도 자살했고, 인기 많았던 황비는 암살범에 의해 살해당했고, 새로 황세자가 된 조카 프란츠 페르디난트는 잘 알 듯이 세르비아의 사라예보에서 살해당하면서 1차 세계대전의 방아쇠가 당겨지게 된다. 여러모로 비극적인 인물이기도 하고, 그가 그 상황에서 조금 다른 행보를 걸었다면 합스부르크 가문은 아직도, 적어도 어떤 국가의 왕으로 행세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하게 만든다. 역시 인물 얘기가 흥미롭다(모든 인물이 그렇단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인물들 얘기보다는 그들이 존재했던 시기의 사회에 대한 얘기가 더 의미 있다. 이를테면 종교개혁에 대한 합스부르크가 대처했던 방식들(그들은 거의가 가톨릭의 절대적인 옹호자였다), 프리메이슨의 일원이거나 동조했던 이들의 이야기, 합스부르크의 일원이 아니었지만, 그들과 한 몸이었던 재상 메테르니히, 1948년 혁명에 대한 이야기 등이 그렇다. 다만 이 이야기들이 합스부르크의 관점에서 서술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책들을 통해서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긴 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이 시기들에 대해서 또 다른 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흥망성쇠를 통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는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 다만 과거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 제국의 한쪽이었던 지역들이 사회주의에 이어 민족주의에 휩싸여 혼란을 겪고, 거기에 더해 부패와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을 이야기하며 합스부르크 가문 통치자였다면 더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이 책을 마무리하는 저자의 생각에는 별로 동의하지 못하겠다. 물론 현대의 통치자들이 형편없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합스부르크의 통치가 이성적이었거나, 평화로웠거나 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영지를 주고받으면서 그 영지에 사는 사람들 역시 하나의 재산처럼 여겼던 이들이다. 그게 지금의 사회보다 더 나았다고 하는 것은 지독한 회고주의에 다름 아니다. 다만 퇴행적 회고주의가 발을 붙일 수 없게 잘 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인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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