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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읽은 옛 이야기 속 질병들 | 책을 읽다 2023-01-2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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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상한 나라의 모자장수는 왜 미쳤을까

유수연 저
에이도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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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기시감에 대해서부터. 제목에서부터 어떤 책들을 떠올렸다. 박신영 작가의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가 그것인데, 동화나 소설을 모티브로 역사를 다루는 책들이다. 아니나 다를까? 1<19세기의 그림자>는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동화나 소설에서 소재를 가져와 질병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고, 이런 식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흥미를 많이 끄는구나, 하는 깨달음 같은 것이다(참고로 나는 박신영 작가의 책을 무척 좋아한다). 의사이니 질병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무리가 없을 터이지만, 그 이야기 모두를 동화와 소설 같은 옛이야기에서 끌어오는 것은 모든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 같은 방식에서 저자는 의사로서 자신의 전문성을 잘 녹여내고 있는데, 이런 식이다.

 

신경과 의사답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매트 해터(이 양반이 제목에 등장하는 이상한 나라의 모자장수)가 수은중독으로 인한 신경계 이상이 있을 것이라 추론하고,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서는 여러 가지 가설을 떠올리는데, 신경증적 증상, 예를 들면 조현병을 그 중심에 둔다.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에서는 카렌의 무도병이 역사적인 사건(아마 박신영의 책에서도 다루지 않나 싶다)과 관련이 있으면서, 역시 신경과 의사답게 헌팅턴 무도병이나 시든햄 무도증을 추정한다. 에드거 앨런 포의 <어셔가의 몰락>에서도 (합스부르크 가와 마찬가지로) 근친혼으로 인한 부작용인 조현병이 어셔가의 몰락의 원인으로 진단한다. 원래의 작가들은 정확히 몰랐겠지만, 의사의 눈으로 본다면 이런 것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는 얘기다.

 

좀 일반적인 이야기도 있다. 성냥팔이 소녀가 죽게 되는 이유가 저체온증이라든가, 백린 중독이라는 것이나, 서양의 뱀파이어가 태양을 피하는 이유가 포르피린증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그렇다.

 

감염에 관한 얘기는 개인적인 이유로 더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가 결핵으로 죽는다는 설정이나, 셜록 홈즈의 든든한 동료이자 조수인 왓슨이 장티푸스에 걸렸었다는 것, 작은 아씨들에서 셋째가 성홍열(scarlet fever)에 걸려서 죽는다는 것 등이 그렇다. 몇 가지 아이디어를 얻어가기도 한다.

 

1부가 이렇게 의사로서 19세기의 동화, 소설, 오페라에서 소재를 얻고 있다면, 2<오래된 현재>는 좀 더 먼 과거로 간다. 즉 신화의 세계가 주 무대다. 그래서인지 톤도 달라지는데, 의사로서의 직업 감각보다는 신화 애호가로서의 저자의 모습이 더 두드러진다(물론 의사의 모습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여기의 이야기들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늑대가 남긴 상처>라는 제목의 글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빨간 두건(또는 빨간 모자)라는 동화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2부에 있을까? 의아하기도 하지만, 동화 자체에서 어떤 질병을 가져온다기보다는 몇 단계를 건너야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동화의 늑대에서 서양 중세의 늑대 공포를 읽고, 거기서 늑대에게 물린 상처와 다른 질병, 즉 전신 홍반성 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로 건너간다. 사실 루푸스를 자가면역질환으로만 알고, 얘기했었는데, 그 어원이 늑대에서 온 것인지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생각하지 못한 게 지적 게으름을 의미하기도 할 만한게, lupus가 바로 라틴어로 늑대란 뜻이니(그리고 학명도) 말이다. 심지어 이걸 한자로 낭창(狼瘡)이라고 하는 걸 알고 있었는데, ’()‘이 바로 늑대를 의미하는 것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봤으면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지적 게으름을 만회해주는 게 이런 책읽기이기도 하다.)

 

이 흥미로운 책을 읽으면서 직업병 생각을 했다. 의사들은 직업병처럼 책을 읽으면 항상 질병을 생각할까? 많은 의사가 많은 책을 읽을 만큼 여유는 있지 않겠지만, 남들보다는 글에서 질병을 더 많이 생각하겠지? 그것 자체가 지적인 연결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는데, 그것을 남들에게 잘 알려주는 것은 또 다른 의미로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적 네트워크를 남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고맙다는 생각도 했다. 다만 나도 역시 직업병 같은 것으로 책에서 작은 오류 하나를 지적해본다. 맨드레이크 얘기를 하면서 맨드레이크 속에 친절히 괄호를 넣고 (species)라고 하고 있는데... ’’genus’. 다른 건 못 찾고 이런 사소한 걸 트집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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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9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