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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양귀자] 금지된 땅으로 핸들을 꺾다 | 기본 카테고리 2021-09-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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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저
쓰다 | 2019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가독성 높은 편집, 구성에 정말 만족하며 읽었습니다. 작가님의 세월의 영향을 받지 않는 통찰력을 엿볼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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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금지된 것을 소망하는 심장이라고 해서 다른 이들의 심장보다 더 크거나 복잡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인류가 살아온 영겁과 같은 나날, 심장을 물려준 수많은 사람들이 물려준 세상을, 바꾸려고, 뒤집어보려고, 용기 낸 심장이라고 해서 더 건강하고 튼튼하지 않다.

세상을 바꿔 온 이들은 평범한 심장을 가진 보통의 사람들이다.

여성에게도 참정권을 보장하라.

대한 독립 만세.

독재정권은 물러가라.

작고 여린 입술로 금지된 것을 소망하고 외쳤던 보통 사람들.

그들의 평범한 심장이 금지된 것을 소망하면서 세차게 뛰고, 얇은 피부 아래로 핏줄이 파랗게 서고.

나는 괜찮다. 나는 위대하다. 나는 기억될 것이다.

허공에 흩어져 가루로 날릴 것을 알면서도 조용한 응원을 스스로에게 읊조린 그 순간 덕분에

우리는 누군가에게는 금지 되었던 어떤 나날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보통의 심장들이 어느 날, 또 다시 금지된 소망을 품고.

다음 보통의 심장이 살 금지된 세상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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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 선생님 특유의 감각적인 어휘선택, 파격적인 소재,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전개 덕분에

읽는 내내 자각하지 못하게 되지만,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1992년 발표되어

30년의 세월을 견딘 작품이다.

30년 전과 지금의 서울의 모습이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에 씁쓸해지기도 하고

작가님 특유의 시대를 꿰뚫어보는 시선, 그리고 그 시선을 통해 축적한 '인류'에 대한 통찰력이 30년의 세월을 넘어도 변함 없이 유효하다는 점이나 작품 자체가 이제 막 쓰였다고 해도 손색 없을 만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경외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는 혼란스러움 속에서 한장한장을 견디기도, 즐거워하기도 했다.

작년부터 국내 근현대 문학을 많이 읽고 있는데 작년과 올해 상반기에는 정세랑, 정유정 작가의 기세에 놀라고 압도당하였다면 하반기에는 양귀자, 김승옥 선생님의 작품을 읽으면서 담담하고 쓸쓸한 글귀들에 금방 슬퍼지거나 뙤약볕을 걷다가도 그 그늘 아래 서면 서늘해지는 커다란 나무 아래 서는 느낌을 느끼고 있다.

특히 요즘 이런 작품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책을 읽으면서 아! 응! 음! 아이고. 같은 신음이나 감탄사, 혹은 작품 자체에 어떤 응답의 소리를 내는 스스로를 자주 발견한다.

조용한 몰입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소리내고야 말게 되는. 대답하고야 말게 되는. 

그래서 어둡고 정적이 가득한 사위의 무거운 공기 덩어리 틈을 벌리는 소리나는 몰입도 있는 모양이다. 

 

작품은 발표되자마자 지대한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90년대 페미니즘 열풍을 주도하기도 하였고, 정유정 작가님의 욕망 3부작 시리즈처럼 욕망으로 인해 분열된 자아와 괴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인물에 대한 분석의 관점, 그러니까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분석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강민주는 물론 페미니스트이긴 하지만 여성우월주의자가 아니며, 이 이야기는 여성 뿐만 아니라 부조리에 억압 당하는 모든 존재에 대한 이야기고, 강민주가 목표 달성을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를 소시오패스로 이해하는 것은 작품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 너머, 사건 때문에 벌어지는 변화에 대한 관심도가 부족하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범죄자와 인질 간의 상호작용, 스톡홀름 증후군 등 범죄학적 관점으로 감상해서도 안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파국으로 치닫는 비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장 밖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옮긴 메타포이지 이런 사건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벌어질 혼돈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거나 방법의 적합성을 따지기 위한 실험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가님 또한 이 이야기를 여성이나 우리사회의 특정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는 취지의 코멘트를 남기기도 하였다. 

 

모순은 언어학적으로 우리를 둘러싼 현상의 충돌과 인간이 타고난 운명을 표현하는 말일 뿐 우리 존재 자체는 모순적이지 않다. 모순적이게도 인간은 모순적인 운명을 타고 났지만, 결코 모순 그 자체는 아니다. 

스스로가 신적인 존재라고 믿는 강민주도, 스스로를 신적인 존재라고 믿을만큼 지능이 높고 어떤 선택 앞에서도 확신에 가득한 그 강민주를 바꿔놓은 백승하도, 강민주를 사랑하는 마음에 어찌할 바 모르던 덩치 큰 로맨티스트 황남기도, 실패를 모르고 도전하는 남자 김인수도, 결코 완벽한 존재일 수 없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또한 결코 같은 존재일 수 없다.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인간은 각각 완벽하지 않고 서로 다를 수 밖에 없기에 고독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에게 기대고 때로는 의지하며 서로 대립하지 않고 서로를 보살피며 살면서,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다른 점을 이해하며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

인간은 완벽히 고독할 수도. 외로울 수도. 완벽히 외롭지 않을 수도. 고독하지 않을 수도. 없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모순적인 운명을 타고 났으나 모순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은 인간에 대한, 매우 복잡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대한 은유다.

피가 낭자하게 번지는 순백의 투피스를 입고 쓰러진 불공정과 불합리와 폭력에 맞서던 한 투사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복잡한 운명을 타고 난, 나와는 '다른 존재'를 사랑하여야하는, 복잡하고 날 선 운명 위에 선 모든 사람들의 러브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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