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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 존 윌리엄스] 나는 무엇을 원했나. 원하는가. | 기본 카테고리 2022-05-1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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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스토너

존 윌리엄스 저/김승욱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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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생의 밖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원근과 관계 없이, 그 인생이 비극인지 희극인지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그저 다짐한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원하나. 스스로 묻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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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 존 윌리엄스] 나는 무엇을 원했나. 원하는가.


 

비가 부스스 쏟아지던 날이었다. 외할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버스를 타고 급히 서울을 떠나며, 내가 아는 당신의 인생을 반추했다. 가까이 살아도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이후에는 할아버지댁에 자주 가지 못해서 추억이 거의 없는데도, 꽤 많은 기억이 쏟아져나왔다. 엄마는 당신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자주 했다. 할아버지가 40년 가까이 공무원으로 재직하시며 오토바이로 출퇴근 하셨던 것, 까맣고 멋있는 오토바이 뒤에 수박, 참외, 참조기, 같은 것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집으로 오셨던 것, 그러다 수박이 톡 도로에 떨어져 쪼개어져 버리면 그것을 노끈으로 동여매 아무렇지 않은척 부엌에 가져다 두셨던 것, 매일 새까만 머리에 포마드를 얹어 한쪽으로 가지런히 빗고 정리하셨던 것. 나는 직접 보지도 못했던 것들이 생생히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수다쟁이 엄마를 생각하며, 하마터면 웃을 뻔 했다. 할아버지는 RCY라던가, 청소년들이 관공서에서 받는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다가 아빠를 처음 봤다. 그리고 10여년 후에, 다른 집단 교육을 받으러 갔다가 낯익은 얼굴의 청년을 보았다. 자네, 공무원이 됐는가. 네, 맞습니다. 결혼은 했는가? 아직입니다. 할아버지는 후배에게 '참한 규수'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방에 당신의 딸을 데리고 나오셨다. 몇 년 후 엄마와 어린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민들레를 캐고 있었다. 민들레 달인 약이 그렇게 암에 좋다고 했다. 평생 담배를 입에 물고 살던 당신은 폐암을 진단 받으셨다. 폐를 반 넘게 절제하고도 20년 가까이 건강하게 생활하셔서 병원에서는 희귀 케이스로 할아버지의 폐를 연구하기도 했다. 그 이면에는 나와 엄마의 민들레, 할머니의 눈물, 이모들과 외삼촌의 극진한 보살핌과 기도가 있었다.

할아버지의 삶은 성공적이었다. 아이들의 존경을 받았고, 당신의 커리어도 좋았다. <스토너>의 윌리엄 스토너에서 외할아버지의 삶을 느꼈다. 스토너는 교수였다. 교수라는 직업의 이미지는 예나 지금이나 좋았다. 작품이 배경으로 하는 1900년대 중초반에도 당연히 교수는 안정적이고 존경 받는 직업이었다. 그러나 그 삶은 들여다볼수록 비극이다. 스토너를 학업의 길로 이끌었던 아처 슬론은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아내 이디스는 스스로 뿐만 아니라 스토너, 딸 그레이스를 학대하는 인물이었다. 직장에서는 평생 그가 정교수가 되지 못하고, 제대로 학생들을 가르치지 못하도록 훼방 놓는 로맥스와, 로맥스의 화를 돋우는데 성공적으로 기여했던 학생 찰스 워커가 있었다. 느즈막한 나이가 되어서야 캐서린을 만나 필생의 사랑을 하게 되지만, 이 사랑마저 로맥스의 방해로 짧고 비극적으로 막을 내린다. 평생을 함께한 친구, 고든 핀치가 있었지만, 그 또한 늘 전적으로 스토너의 편만을 들어줄 수는 없었다. 사랑하는 딸 그레이스는 이디스의 학대로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철저히 망가지는 삶 속으로 침잠한다.

죽음을 향해 한 발씩 내딛었던 외할아버지와 속절 없이 무위를 향해 나아갔던 스토너가 마지막 순간에서야, 나는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했나?를 반복하며 자문하는 모습이 어쩐지 내내 안타까웠다. 그간의 삶에서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삶의 무게가 깃털처럼 가벼이, 무상함으로 남게 됨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이 묵묵히 오늘을 살고 앞으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내 안타까움과 아쉬움은 성급한 것이기도 하다. 스토너가 흐릿해지는 사위에 갇혀서도, 나는 무엇을 원했던가? 나는 누구인가? 를 자문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의 삶 내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존을 이룩하고, 또 잃음을 반복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스토너는, 외할아버지는 패배자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영웅도 아니었다. 위대한 의미를 지향하지 않았지만, 작은 선택 하나도 신중히 행하고, 그런 선택들이 모여 결국 자신의 삶을 자신의 뜻대로 일구게 되었으며, 삶의 항로를 타인의 시선과 상관 없이 이끌어 나갔다는 점에서, 그들은 자신의 삶에서 승리자고, 자아와 합일에 이르는 데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무(無)로 돌아갈 것을 알면서도 루틴을 밟고, 주변의 훼방에도 아랑곳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침착함과 무심한 노력들, 그것들이 모여 귀결시킨, 인생은 자아와의 합일을 위한 거대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성공적인 결말이 아름다웠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 아니, 어떤 인생의 밖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그 원근과 관계 없이, 그 인생이 비극인지 희극인지 판단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홀로 서있을 스토너의 묘비와 볕을 받으며 고요에 잔디가 청청한 할아버지의 무덤가를 생각하며, 어떤 삶도 함부로 비극이라 부르지 않고, 슬퍼하지 않고, 안타까워하지 않겠다고, 그저 다를뿐이라고 받아들이겠다고. 무의미한 것으로 평가될 나날들 속에서도 묵묵하게 전진하는 몸짓들을 응원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들의 마지막처럼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나. 스스로에게 묻겠다고도.

외할아버지는 평생을 재직한 기관에서 사무관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퇴직을 맞으셨다. 엄격하고, 보수적이고, 철저히 남아를 선호하는 사상 탓에, 딸들은 성실히 병수발을 들면서도 종종 냉담했다. 평생 삶과 청렴해야하는 통장에 쫓겨 살았다. 할머니가 밭으로, 경로당으로 나간다고 자리를 비우시면, 당신은 홀로 방에 앉아 계셨다. 그러던 어느날부터인가, 인생의 끝자락에서야 백두산으로, 영국으로, 중국으로, 동남아시아로 여행을 떠나셨다. 첫째 딸이 셋째 딸을 낳자, 수고했다고 등을 두드리셨다. 외손녀들에게 이런 저런 말을 걸기 시작하셨다. 마지막까지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하셨다. 하루라도, 더 살기를 원하셨다. 남은 가족들에게는 그것이 마음 아픈 일들이었지만, 마지막 순간들 앞에서, 당신이 스스로에게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하고 묻고, 그 원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셨던 것에 대하여 나는 안도한다. 당신의 자식들과 그들의 배우자들, 손주들은, 당신의 죽음을 가여워했고 당신이 이루길 원했으나 이루지 못한 것들, 뼈아픈 패배들에 대해서 안타까워하고 또 슬퍼했다. 그러나 이제서야 그는 삶이라는 긴 투쟁에서 승리한 사람이고, 나는 무엇을 원했고, 원했던 것이 어떤 점이 잘못되었으며, 잘못을 되돌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고, 그래서 마지막 순간 또 무엇을 원하는가, 에 대답하는 데에 성공한 사람임을 깨닫는다. 성묘를 갈 때마다 아이러니하게도, 잔디가 무성한 당신의 봉분 앞에 타다만 담배 한개비를 발견한다. 외삼촌이 금연이라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깨고, 아버지를 찾을 때마다 한 개비를 아버지와 나눠 피운 흔적일 것이다. 가끔은 나도 할아버지와 담배 한 개비를 나누어 피고 싶다. 당신의 승리를 축하하고 싶다. 가이내가 무슨 술이고 담배냐고 호통 치시겠으나, 아마 할아버지가 원하는 것은 아직도. 그 성공 끝에 베어 무는 한 개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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