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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네 집 웃픈 성장기 『풀하우스』 | 책 2022 2022-09-3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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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풀하우스

메이브 빈치 저/이은선 역
문학동네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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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은, 자식들 다 커서 나가면 혼자서 지내고 싶다는 거였다. 육 남매 키우느라, 가장으로 살면서 허리 휘게 애써왔던 걸 생각하면 엄마는 진즉에 쉬셔야 했다. 엄마에게도 어느 정도 인생 계획이 있었을 테다. 근데, 사람 일이 어떻게 마음처럼만 되겠는가. 엄마는 가장의 자리에서 물러나 있어도 존재가 가장이었다. 이제 좀 쉬어도 되겠다 싶었을 때는 몸이 아프기 시작했고, 치료받고 그냥저냥 나이든 몸을 감당하면서 쉬시다가, 요즘에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서 다니신다. 집에 혼자 있으니 우울하고 지루하시다면서. 그러니까 지금 엄마의 일은 치열한 생계를 위한 일이라기보다는, 본인의 생활을 감당하고 싶은 마음의 안정을 얻고 싶은 목적이 크지 않을까.

 

그래야 하는데, 보통의 부모라면 아이를 키우고 그 아이가 성인으로 살면서 독립하기를 바랄 테다. 아니면 제 앞가림하는 성인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거겠지. 디와 리엄 부부도 같은 마음일 거다. 이미 성인이 된 삼 남매와 함께 사는 부모인 디와 리엄. 첫째 로지는 결혼생활이 힘들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둘째 헬렌은 직업이 교사인데 독립은 안 한다. 셋째 앤서니는 음악을 한다며 세월만 보낸다. , 그럴 수도 있지. 각자의 이유로 부모님 집에서 같이 살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집에 살면서, 성인으로 돈을 벌면서 이 집의 모든 경제적인 문제를 부모가 감당해야 한다는 건, 이건 좀 아니지.

 

새벽부터 청소 일을 하는 디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면서 음식을 만들어 놓고 나온다. 누군가는 일어나서 아침을 먹겠지. 집에 돌아와서도 끊이지 않는 집안일에 지치고 또 지친다. 어느 집의 육아가 이럴지도 모르겠다. 그날도 똑같았다. 디는 일을 마치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남편과 아이들 모두 집에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고개를 들지 않고 얘기하는 막내 앤서니, 혼자만의 얘기에 빠져 있느라 흥분하는 헬렌, 거울만 보면서 남의 얘기 흘려듣는 리지. 그 가운데 남편 리엄이 있다. 주방 식탁 위에는 디가 아침에 만들어 놓고 나간 음식이 빈 냄비로 있고, 마시려고 냉장고에 넣어둔 우유는 비어 있다. 세탁실의 빨래는 여전히 산처럼 쌓여 있고, 청소는 엄두도 못 낸다. 이렇게 사는 게 모두를 위한 걸까 의심이 든 그때, 남편의 회사가 부도가 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 이제 이 가정은 어떻게 될 것인가. 디는 결심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읽으면서 그림이 그려진다. 무슨 막장 드라마 보는 기분이기도 하다. 분명 사랑하는 가족인데, 이 사랑이 유지하기 어려운 순간이 바로 이 소설 속에 있다. 사랑하지만 같이 살기는 괴로운 사람들이 여기 있다. 아빠가 실직했다고 하는데도 별 감각이 없는 이 아이들은 어쩌면 좋으냐. 디는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강한 대책이 필요했다. 로지는 일 때문에 영국에 가게 됐다고 하고, 헬렌은 친구 부부 집에 며칠 있겠다고 한다. 이때다 싶어 디는 자매가 같이 쓰던 방을 치우고 세를 놓는다. 앤서니는 친구들 집으로 가서 지내겠다고 하니 그 방도 세입자를 들인다. 삼 남매는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놀란다. 엄마가 요구하는, 이 집에서 같이 살려면 방세를 내라고 하니 득달같이 달려들어 화를 내던 아이들이다. 부모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둥, 여기는 우리 집이기도 하다는 둥. 맞다. ‘우리 집이니까 생활비를 같이 부담해야지. 학생 신분이거나 미성년일 때는 괜찮지만, 다 커서 자기 앞가림하면서 돈도 버는데, 왜 이 집의 경제적인 문제는 부모만 감당해야 하는지 아이들은 이해를 못 한다. 그러면서 디의 결정에 화만 낼 뿐이다.

 

소설은 이 가족의 갱생 프로젝트를 신나게 풀어놓는다. 내 자식들 얼마나 예쁘고 곱게 키웠을까마는, 온전한 한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려면 때로는 단호해야 한다. 그녀는 바란다. 그녀의 고객이 요구하는 대로 청소하는 것처럼, 그녀의 인생이, 이 가족의 미래가 반짝거리기를. 그러려면 각자의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해야 한다. 그 중심에 엄마가 있다. 이 갱생 과정이 조금 불편할지 몰라도 한번은 거쳐야만 하는 일이다. 우리가 진짜 가족으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려면, 피할 수 없는 시간이다. 혹자는 삼 남매가 했던 말처럼, 어떻게 부모가 그럴 수 있느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저 내 아이들 감싸주고 조금 더 돌봐주면 어떻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면서 나무랄지도. 하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라면, 이 아이들을 영원히 아이로 머물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잘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가게 해줘야 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 아니던가. 그러니 디의 이런 시도가 아이들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라는 걸 알아주기를. 이 집의 삼 남매는 부모에게 쫓겨난 게 아니라, ‘때가 되면 낙엽이 떨어지듯 아이들이 집을 떠난 것뿐이다.

 

짧은 분량에 금방 읽을 수 있고, 몰입감도 좋다. 단막극 한 편 본 기분이기도 하고, 눈앞에서 지켜본 어느 가족의 이야기 같아서 더 생생하다. 어떤 장면들은 우리 집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다.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하여 퀵 리드(Quick Reads) 시리즈로 제작되었다고 하니 의미도 있어 보인다. 금방 읽을 수 있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에 즐거웠다.

 

#풀하우스 #메이브빈치 #문학동네 #퀵리드시리즈 ##책추천 #소설 #문학

#그여름의일주일 #가족 #해피엔딩 #책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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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less’ 말고 ‘childfree’ 『아이 없는 완전한 삶』 | 책 2022 2022-09-2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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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이 없는 완전한 삶

엘런 L. 워커 저/공보경 역
푸른숲 | 201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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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으로 들리면서도 당당하게 아이 없는 삶을 받아들이게 하는 게 책이다. 저자는 아이 없는 삶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선택을 위한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아이 없이 살기로 한 이들에게서 나오는 확신을 들려준다. 중립자의 시각에서 아이 없는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거다. 저자가 상담했던 사람들은 거의 세 가지로 나뉜다. 인생이 다르게 흘러갔으면 아이를 낳았을 수도 있는 사람들(어쩌다 보니 아이 없이 살게 된 사람들), 행복하게 아이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아이를 낳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 아이를 낳지 못해 슬퍼하는 사람들(사정상 어쩔 수 없이 아이 없는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들이 원하는 삶을 선택했지만, 그 기저에는 위의 세 가지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감정의 문제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본인의 선택에 잘 책임지며 살아가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치 비정상의 삶이라는 듯 바라보는 시선은 좀 거둬주시기를.

 

저자는 우리 사회의 세 가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자녀를 가질지 말지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자녀 없는 삶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일부 부모는 자녀를 낳은 일을 후회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는 거다. 피임약의 등장은 아이를 낳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결혼했으니(결혼하지 않았어도) 아이를 낳는 게 당연한 일처럼 여겼던 시대는 지나갔다.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하게 되는 일도 생긴다. 누가 탓하거나 혀를 찰 일이 아니라는 것. 부모가 아이를 낳은 것에 책임을 지듯,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사람은 본인의 선택에 책임을 지면 되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있는 가정과 아이가 없는 부부가 겪는 경제적이고 감정적인 문제를 놓치지 않고 언급한다. 우리 사회도 다르지 않기에 이 부분에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다. 노키즈존을 선호하는 사람과 비선호 하는 사람 사이에 어떤 시선의 차이가 있는지, 아이가 있는 집에는 세금이나 기타 여러 가지 혜택을 주면서 아이가 없는 집에는 필요해도 받지 못하는 혜택이 있다. (사실 이 부분에서 더 많고 다양한 생각들이 언급되는데, 싸움판 벌어질까 봐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 어떤 정책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결혼이 선택이든 아이를 낳는 것도 선택의 문제일 텐데, 개인의 선택 문제에 누군가는 부당하다고 여길 문제가 있다면, 이는 깊게 고려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이 주제의 이야기가 아이 없는 삶 자체를 찬양하는 게 아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아이 없는 삶을 선택했고, 그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일이 고단함에도 받아들이고 즐겁게 살아갈 방법을 찾는다. 아이 없이 살아가는 일의 긍정적인 면만 말하지도 않는다. 아이 없이 살아갈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더 이 삶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아이 없이 살아간다는 불안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고민에 저자는 말한다. 아이 있는 삶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라고, 어떤 불안이 더 큰지 비교할 것 없이 비슷하다고, 이런 고민 자체가 헛된 일이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아이 없는 삶에 대해 누군가 판단하거나 함부로 말하려고 든다면 참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다. 사생활을 말하고 싶지 않으면 하고 싶지 않다고, 이 삶을 선택한 이유를 말하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말하면 된다고,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분명한 이유를 인지할수록 불안감은 덜하다고 말이다. 어떤 선택도 완벽하지 않다.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하는 게 인생이 아니었던가.

 

옳은 길도 틀린 길도 없다. 그저 여러 갈래의 다른 길이 있을 뿐이다. 아이가 없다면 택할 수도 있는 몇 가지 길을 부모가 됐다면 포기해야 한다. 아이를 간절히 원했지만 주변 상황 때문에 혹은 생물학적인 조건으로 부모가 될 수 없다면, 인생의 다른 목적을 찾아 즐겁게 살면 된다. 우리의 사명은 각자 내린 결정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풍요롭고 알차게 살아가는 것이다. (270~271페이지, 아이 없는 완전한 삶)

 

아이 없는 삶을 먼저 살아본 이들의 이야기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표현하는 ‘childfree’가 더 어울리긴 한다. ‘childless’가 부정적으로 들리는 반면 ‘childfree’는 아이 문제를 우리가 선택했다는 어감을 담고 있어서 저자가 말하려는 의도와 더 맞는 듯하다.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이유는 제각각이더라도, 아이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건 똑같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묻고 답을 찾아가게 하는 글이다. 지금 내가 늦은 저녁 시간에 남편과 둘이 각자의 책을 읽으며 뒹굴뒹굴하는 것 같은 취미가 필요하다. 나이 들어가면서 부부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노년의 만족이 다를 것 같다. 남편과 나는 성격도 아주 다른데, 다행히 비슷한 거 하나는 책을 보는 일상이라는 거다. 나는 출간된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남편은 지금 연재 중인 작품들을 찾아서 본다. 서로 시간 보내는 일이 아주 다르지 않게 조율하면서 살아가는 것. 아이 없는 부부를 바라보는 편견에 무심해지는 것. 아이가 있어도 불행할 수 있듯이, 아이가 없는 이대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아가는 것. 지금 바라는 소박한 세 가지다.

   

*) 이 책에는 더 많은 사례와 그들의 선택에 대한 근거, 아이 없는 부부에게 사회가 부여하는 불평등한 정책들이 언급된다. 여기에 다 옮길 수도 없지만, 각자의 선택과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다를 것이기에 한마디로 말할 수도 없다. 많은 사람과 다른 삶을 선택했다고 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더군다나 국가의 정책과 세금 문제에 관해서는 더더욱.

 

#아이없는완전한삶 #엘런L.워커 #푸른숲 ##책추천 #책리뷰 #child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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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 책 2022 2022-09-2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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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저/최필원 역
비채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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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날이었다. 벡과 엘리자베스는 그들의 추억이 깃든 장소로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러 간다. 그날은 곧 엘리자베스가 사망한 날이 된다.

 

8년을 시체처럼 살았다. 눈앞에서 아내를 잃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의사인 그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빈민가에서 환자를 돌본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도착한 메일 한 통. 그 메일에 담긴 아내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죽은 아내가 살아있는 건지, 누가 장난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누가 메일을 보낸 걸까? 아주 조심스럽게 보내온 메일은 한 번 더 이어지고, 벡에게 경고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갑자기 무슨 일이지? 게다가 아내가 살해당한 호숫가 근처에서 백골 사체 두 구와 혈흔이 묻은 야구방망이가 함께 발견된다. 점점 8년 전 사건이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살해당한 아내의 사건이 진실이 아니었을 거라는 의심이 계속된다.

 

나라면? 아내가 보낸 것이 분명해 보이는 메일을 받고 의심만 하고 있을까? 아니다. 호기심은 늘 위험을 감수하게 한다. 아내를 그리워한 시간도 이 위험을 선택하는데 한몫한다. 무엇보다 아내와 나만이 아는 신호 같은 이야기가 암호처럼 이어질 때 확신할 수밖에 없다.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그리워하던 사람의 흔적이라는 걸. 죽었다고 생각하고 8년을 지내왔지만, 메일 한 통에 그 믿음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메일을 받은 후 취한 벡의 모든 행동은 누구라도 비슷할 거다. 그 호기심을 따라가야만 한다는 것을. 위험할 걸 알면서도 아내가 보내는 신호를 따라가서 찾아야만 했다. 8년 전 아내의 죽음이 거짓이었다면,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이유를 밝혀야 했다. 그 어떤 진실을 마주하며 충격을 받더라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던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함부로 속단할 수 없게, 한번 시작된 사건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달려간다. 주변에 말하고 도움을 구하고 싶을 때마다 귓가에 아내의 경고가 울린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특히 FBI에 쫓기는 벡은 누구도 믿을 수 없다.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모든 증거를 그에게 향하게 만드는 FBI의 의도가 무엇인지 몰라서 답답하기까지 하다. 어디 이들뿐인가. 누군가 벡의 모든 생활 주거지를 도청하고 있다. 모든 전화, 이메일,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누군가의 감시하에 8년을 지내왔다는 게 믿을 수 없다. 도대체 이 사건의 배후는 누구인가. 모든 진실을 파묻은 채로 세월이 흐르게 놔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벡은 누명을 벗고 죽은 아내의 진실까지 마주할 수 있을까?

 

크고 작은 단서들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위기에 처한 벡이 순간을 모면하면서 진실의 중심에 다가설 때마다 긴장하면서 읽게 된다. 모든 사람이 의심스럽다. 아내의 시신을 확인했다는 장인, 벡의 누나와 함께 사는 쇼나가 정말 벡에게 아군일까, 아들을 구해줬다고 벡에게 호의를 표하는 티라이스가 정말 벡을 돕고 있는 걸까 싶고, 누군가 어둠 속에서 지시하는 건 이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궁금했다. 심지어 벡이 정말 아내를 죽인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진실에 다가서다가 매번 뒷걸음질 치는 기분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앞으로, 앞으로. 언젠가 끝은 있고, 그 끝에서 마주하는 건 진실뿐이겠지. 그때 벡은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더한 진실을 마주하며 경악하고 있을까. 한 번의 위기를 벗어날 때마다 반전이 펼쳐질 걸 기대하게 하는 이 묘한 이야기는 뭔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란 바로 이런 건가 싶을 정도였다.

 

할런 코벤의 다른 작품들처럼 이 작품 역시 진실을 알 것처럼 안심하게 하다가,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서야 완벽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이 사람이 범인이군 싶다가도, 조금 아쉬운 증거에 그 확신을 무너뜨린다. 우리 사는 곳곳에서 마주하는 많은 일과 인간의 감정을 이야기 곳곳에 담아내면서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이 이야기 역시 작은 일 하나에서 시작한다. 정의를 찾는다고, 옳다고 믿은 일을 수행하고자 했을 뿐인데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 그걸 바로잡고자 했더니 또 사건은 벌어진다. 작가는 그렇게 크기를 다르게 해서 반복하는 듯한 흐름에, 인간이 따라가려고 하는 호기심까지 심어놓는다. 밝히지 않고서는 궁금해서 잠을 못 잘 갈증을 뿌려놓는다.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일을 서로 엮어놓고, 그렇게 엮인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을 독자가 끝까지 확인해야만 잠들 수 있게 한다.

 

살면서 인간은 누구나 실수한다. 그 실수가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몰라도, 해결해야만 하는 게 실수를 저지른 사람의 몫이다. 이야기의 끝에는 결말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 과정에서 하나씩 밝혀지는 사실에 우리는 인생의 찰나에 조금 더 집중하고 진지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순간의 선택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슬퍼하며 고통에 빠져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아무에게도말하지마 #할런코벤 #비채 #소설 #소설추천 #외국소설

##책추천 #책리뷰 #북리뷰 #스릴러소설 #추리소설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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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우아한 사랑은...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 책 2022 2022-09-2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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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저
사계절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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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들을 읽다 보면 느껴지는 게 있다. 앞서 읽은 영원한 유산은 할머니와 함께 찍은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되었을 정도로, 할머니에 대한 감정이 깊게 묻어난다. 도대체 할머니와 어떤 사이였기에 거의 모든 작품에 할머니의 흔적이 남아있을까 싶을 정도로 궁금했다. 이 작품,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를 읽는 일은 그 할머니에 대한 궁금증을 풀 기회이기도 했다. 다 읽고 보니 작가는 이 글을 쓸 수밖에 없던 게 아닐까 싶었다. 작가의 할머니는 작가가 죽을 때까지 닮고 싶은 인물이며, 할머니를 우리에게 소개하고 싶을 정도로 존경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기억 속 할머니의 태도는 지금 작가와 딸 관계의 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정도로 현명한 어른의 모습이었다.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된 작가. 아기에게 꿀짱아라는 애칭을 붙이고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엄마였다. 하지만 엄마가 되는 길은 고됐다. 잘한다고 하지만 완벽하지 않았고, 마음처럼 아이와 잘 지내지도 못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지쳐 쓰러질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했고, 머리만으로 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깨우쳤다. 아등바등 급하게 갈 필요가 없다는 것, 실없는 농담으로 두루뭉술 넘어갈 수도 있는 것, 티격태격하다가도 어이없게 웃고 마는 게 우리가 경험하고 배운 육아법일 테다.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웃음도 나고, 한숨이 푹 쉬어지기도 한다. 누구나 비슷하게 건너온 육아의 강이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다. 나 역시 아이가 없어도 직접 간접으로 경험한 육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웠는데, 작가처럼 일상의 모든 면에서 현명하게 살아오신 할머니가 계셨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부모로서, 작가로서 살아가는 일이 막막할 때마다, 특히 아이를 키우고 살면서 어려울 때마다 할머니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떠올렸다. 오래전 할머니가 해왔던 걸 기억하면, 양육의 방식을 새롭게 보게 했다. 할머니와 함께한 유년 시절은 현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할머니의 방법을 배우면서, 아이 앞에서 힘들 때마다 적용한다. 할머니가 보여준 관용의 태도는 양육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면에서 존경스럽다. 특히 미니멀한 언어의 사용은 지혜로운 사람의 그것이었다. ‘말 없는 사람으로 존재했던 할머니는, 모든 일상을 다섯 단어로 채워 넣었다. ‘그래, 안 돼, 됐어, 몰라, 어떡해할머니의 다섯 단어는 단순하고 익숙했다. 저 다섯 단어로 어떻게 일상의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듣다 보면 깊은 속내가 보인다. 공감과 이해가 가득한 말이었다.

 

할머니의 다섯 단어는 어떻게 사용되었을까. 작가는 일상에서 겪는 많은 순간에 할머니의 단어를 대입한다. 아이와 갈등이 생길 때마다 언어의 과용이 얼마나 독이 되는지 깨닫는다. 내가 하는 많은 말보다 조용히 들어주는 일이 더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걸 아는 순간이다. 할머니가 보여준 언어의 미니멀리즘이 왜 와닿는지 알겠다. 할머니가 보여준 건 사랑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었을까. 아이를 양육하는 좋은 환경을 몸소 보여주었다는 걸 작가는 깨닫는다. 그 깨달음을 자기가 경험한 육아의 현장에 적용하며 들려준다. 할머니의 유산은 다섯 단어로 채워진 사랑이었다. 누구보다 공감하고 이해한다는 믿음을 표현하는 태도는 육아의 장을 넘어서 인생의 모든 순간에 담아낼 자세였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을 테다. 저마다 옳다고 믿는 육아 방식에 최선을 다하기도 하겠지. 하지만 그 최선이 아이에게도 최선은 아닐 수 있다. 작가의 엄마가 채찍질하면서 좋은 교육과 사랑으로 잘 자랄 수 있었지만, 그게 인생의 모든 순간을 완벽하게 하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삶을 유지하던 작가는 사십 대의 어느 날 무너진다. 이유 모를 무기력함, 작가 생활에 위험이 될 난독증까지 겪는다. 그때 작가가 할 수 있는 건 객관적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였다. 자책하지 않고 지금 나를 웃게 해줄 소박함을 찾는다. 이런 경험 때문일까. 이 시기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지만, 마치 우리가 겪은 사춘기와 비슷한 상황이라 여긴다. 지금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 딸을 온전히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이때 작가의 삶의 태도 역시 바뀐다. ‘최선열심이란 건, 지금 내가 해낼 수 있는 만큼으로 인정하는 것. 작가는 이런 마음을 가질 때마다 어김없이 할머니가 생각난다. 할머니가 이런 작가를 보며 무슨 말을 하실지 안다. “장혀.” 이 한마디는 할머니가 건네는 위로이자 격려이고, 사랑이었다.

 

환한 웃음과 시무룩한 한숨 사이 정도에 불과한 할머니의 작은 감정 표현은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내 마음을 안정시켰다. 아마도 모종의 동화(同化) 과정이었을 것이다. (188페이지)

 

읽으면서 놀라움 반, 부러움 반이었다. 말이 주는 상처를 생각하니 작가의 할머니가 말하는 다섯 단어는 지혜이고 배려였고 믿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른이란 이런 분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싶었다. 나에게는 이런 할머니가 없다는 게 부럽기도 했다. 내가 이십 대 중반에 돌아가신 할머니는, 가까운 거리에 살고 계셨지만 자주 보지 못했다. 명절에도 찾아가지 않았다. 서로 말을 하는 순간 상처가 되는 말들이 오갔기에 굳이 보고 살지 않아도 되는 관계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나의 이런 기억에 남은 할머니만 생각하다가 작가가 들려주는 할머니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지금 작가의 모습 기저에 할머니가 존재한다는 걸 알겠다. 고요하게 보내는 사랑의 말이었고, 할머니가 없는 시대에 배우고 살아가는 사랑법이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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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독서평설 No.191 (2021년 10월호) | 간단평 2022-09-25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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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초등 독서평설 No.191 (2021년 10월호)

편집부 저
지학사(학습)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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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들어가는 조카가 그동안 정기구독 했던 초등 독서 평설을 낱권으로 필요하다고 해서 구매해줬다. 그 다음 중학 독서 평설을 정기구독 해야 하는데, 연말에 11월 12월 두번만 따로 필요했다.

 

언제나 그렇듯 시사적인 이슈와 여러 가지 주제로 다양한 독서 논술 수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독서 평설 시리즈가 마음에 드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담아놓는다는 것. 관심 없으면 안 보는 게 뉴스인데, 이 책 한권이면 그 시사적인 시선까지 한꺼번에 배울 수 있다. 어른들도 무시하고 넘겨버리기 쉬운 주제들은 다채롭게, 그리고 제법 쉬운 설명으로 이해하게 해준다.

 

아마도 중학 독서 평설은 한층 업그레이드한 수준으로 펼쳐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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