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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보이] 기적을 기다리며...... | 책 2012 2012-04-0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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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원더보이

김연수 저
문학동네 | 2012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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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삶의 모든 순간을 ‘기쁨’만을 가지고 살아갈 수는 없다. 이미 자랐고, 지금도 앞으로도 더 자라야할 ‘어른’이 되고 보니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그 감정들을 어느 정도는 알 수도 있겠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간은 온다는 것을……. 지독한 좌절 앞에서 눈물조차 나오지 않아 한숨만 쉬다가 답답한 마음에 모든 것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시간이 있기도 했고, 나약한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스스로 인지하는 순간을 만날 때면 지독한 어둠에 빠져 허우적대는 자신의 손을 보는 것조차 버거울 때도 있었다. 가라앉지 않고 빠져나오려 애쓰면서 손짓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싶어 그 손끝조차 보기 싫어질 때도 있었다. 세상은 어두웠고, 지독하게 춥고 고독했고, 존재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의미가 없었던 것처럼 느껴지던 그 때를, 나의 기억은 ‘슬픔’이라 저장했다.

 

별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빛’이 정지된 그 순간, 슬픔.

소원을 말하는 것과 소원을 이루는 것이 큰 관심사였던, 1984년에 열다섯의 삶을 살아가는 소년 정훈에게도 어김없이 올 수 있는 슬픔이었다. 교통사고로 죽은 아버지는 웃기게도 애국애족의 명예를 갖게 되고, 정훈은 사고 이후 사람들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년, 원더보이가 된다. 그때부터 정훈에게는 별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빛이 정지된 시간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일이 결코 빛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고 그 능력을 닫아버린 시간이기도 한 그때, 정훈을 감싸 안은 것은 어둠이었다. 그리고 그 어둠의 시간 속에서 만난 이들에게도 같이 느끼고 같이 견뎌내는 슬픔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 강토 형으로 살아가는 희선 누나, 늘 까이면서 새로운 출판사를 들이미는 재진아저씨, 세상에서 화염병을 제일 잘 던진다는 선재 형, 그들 모두는 저마다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가진 상처로 슬픔은 배가 되어 더 깊은 어둠을 만들어내는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1984년의 그때를, 나는 소매 끝에다가 흐르는 콧물을 닦아내면서 흙장난이 더 즐거웠던 시간을 즐기던 나이라 잘 알지 못한다. 다 자라나 눈과 귀로 지나간 그 시간에 대해 들어온 것이 전부다. 하지만 아주 모를 것은 또 무엇이랴. 진심을 담은 표현을 하던 누군가는 잡혀가고, 누군가는 거의 1년 만에 땅을 밟는 순간을 만들어내고, 옳은 말을 하는 누군가는 감시를 당하는 지금이 그때와 무엇이 다르다고. 그 모든 슬픔과 어둠의 깊이는 같을 것을, 정훈의 슬픔과 어둠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이들의 것과 같을 것을…….

 

이상하게도, 슬픔과 슬픔이 더해져 ‘위로’라고 말하는 온기.

그들의 모든 슬픔들이 더해져 더 깊고 어두운 슬픔으로 보일 것만 같았는데, 『원더보이』를 통해 작가가 보여주었던 것은 그 슬픔과 슬픔이 만나는 순간이 온기가 느껴지는 위로였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능력을 정훈 스스로가 닫아버리고 그 나이에 맞는 소년으로 살아가는 것,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바라면서 여전히 출간을 위해 뛰어다닐 재진아저씨의 땀도, 라이터를 켜고 분신이 아닌 벽화를 보여주었던 강토 형의 모습도, 더 캄캄하게 만드는 어둠이 아닌 별이 만들어낼 빛을 보여주려는 전조였던 것이었다. 읽다보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다음 장면으로 이어질 것만 같은 어둠을 작가는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정훈이 성장하는 내면을 보여주면서, 나의 예상과는 달랐던 그 반대의 모습으로 위로를 건네주었다. 여전히 슬프고 어둠과 함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들이었는데, 그렇게 서로가 내민 손을 잡아주던 그 온기가 보여주었던 것은 슬픔과 슬픔이 더해져 위로가 된다는 공식이었다. 작가가 만들어낸, 온기를 담은 희망의 공식. 빛이 다시 비추기를 기다릴 수 있는 희망을 만들어주는 손 마주잡음이었다.

베드로와 요한은 새벽빛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나처럼 숨이 찼을 것이다. 금빛 햇살을 받은 두 사람의 얼굴이 환했다. 나도 두 사람처럼 얼굴이 환했을 것이다. 우리의 얼굴은 그런 식으로 닮았으리라.

 

별들이 다시 움직여 ‘빛’을 발하는 그 순간, 기적.

“우리의 밤이 어두운 까닭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루 중에서 가장 어두울 때가 동이 트기 전이라고, 해가 뜨기 바로 직전의 그 순간이 가장 어둡고 캄캄한 때라고. 처음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정말 그런가?’ 하고 한 번의 의문을 갖거나 아니면 어떤 현상에 대한 하나의 지식을 알게 된 것으로 생각을 끝냈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자라면서 점점 그 말을 듣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 그 말이 주저앉은 누군가에게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면서 건네는 위로로 하는 말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한참 뒤, 내가 숫자상으로 구분되는 어른이 된 후에 그 의미를 제대로 알았다. 내가 누군가에게 건네고 누군가로부터 들을 수 있는 위로가 된 그때……. 세상이 아침이라는 이름으로 빛을 보여주려 하는 그 순간, 기적은 일어날 수도 있다. ‘빛’이라는 이름으로…….

‘혼자라는 이유만으로 지구의 밤이 어두울 수는 없다’는 책 속의 구절처럼 내가 지금 기다리는 밤도 마찬가지다. 1천65억 명의 호모사피엔스 중에서 선택받은 아주 특별한 한명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이 어둡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만난 『원더보이』는 빛을 만들어내면서 다가온 것이라고 저절로 느껴진다. 빛을 보았고, 빛을 잃어 어둠을 경험했고, 다시 빛을 만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것이라고. 환하게 세상이 밝아오는 그 순간이 빛이 나고 있음을, 정확하게 그들과 나에게 들려주고 있음을…….

 

지금 나는, 다시 빛을 만났을 거라고 확신하고 싶은 원더보이 정훈과, 슬픔과 슬픔이 위로라고 작가가 말해주는 이 한권의 책으로 진심으로 위로 받고 있다.

 

 

 

작가가 보여준 푸른색의 기적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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