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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러진 달이 둥글게 차오를 때를 기다린다. | 독자의 소리 2011-06-25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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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2011 제2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김애란 저
문학동네 | 2011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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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장마에다 무더위까지 기승을 부려서인지 10대들 특유의 생기발랄함과는 다소 비껴나 음울한 표정이 역력하다. 처진 어깨에 파리한 얼굴로 불쾌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곳곳에 자리하여 음울한 기류는 금세 교실 전체를 압도하며 흐른다. 지금 앞에 놓인 입시에 대한 부담이 과적될수록 수험생은 지금의 상황을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살아간다. 각기 다른 과제를 해결하며 살아갈 운명 속에 배태된 현대인들의 정신적 무게는 더욱 커 보인다. 얽히고설킨 삶의 조직 속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타인과 부대끼며 고군분투하느라 정체성을 찾을 염도 내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말 때가 있다. 일곱 명의 젊은 작가들이 씨실과 날실로 엮어 만든 픽션은 뜨악한 충격에 휩싸이게 한다. 젊은 작가상에 걸맞은 신예작가들은 미처 경험하지 못한 일들과 예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을 소설적 모티브로 삼아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지속된 가뭄과 폭염을 해결해 줄 단비가 내렸을 때 마을 주민들은 환호하였지만 그 기쁨도 찰나에 머물렀고, 주민들은 긴 장마로 이어지자 또 다른 재난을 대비해야 했다. 크레인에 올라 체불임금을 지불해달라는 시위를 벌이던 아버지가 사망한데다 상중(喪中)이라 소년과 어머니는 남들처럼 살던 공간을 쉽게 떠날 수가 없었다. 어떤 회의나 반성 없이 자연은 인류에 재앙을 줄 때가 있다. 비는 연일 퍼부어 거주하고 있는 강산 아파트까지 집어 삼킬 기세로 덤볐다. 맹렬한 기세로 덤비는 수마(水磨)의 횡포를 피해 소년은 뭍으로 가는 길을 찾아 나서야 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어떤 요행도 바랄 수 없는 상황에 생존을 위한 탈출에 나섰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어머니마저 수마(水磨)로 잃고 혼자 남은 소년은 자신을 구조하기 위해 누군가 올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점점 명렬하게 쏟아 붓는 장맛비는 또 다른 재난을 몰고 올 기세로 덤비지만 소년은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골리앗이 큰 힘을 발휘하다 어떤 힘에 잠식당한 것처럼 수해도 언젠가는 그칠 것이라는 기대를 함께 묶어 <<물속 골리앗>>은 새로운 삶의 변주곡을 연주했다.

 



   열기구를 타고 공중을 날아 본 사람들은 허공에 떠서 이리저리 떠다니던 짜릿한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무와 집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재난을 당한다면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일 듯하다. 그 와중에 소년은 피아노 선율에 이끌려 소녀와 만나 허공에 뜬 집에서 함께 지내며 대형마트에서 가져 온 생필품으로 연명해 갔다. 소녀는 점점 본색을 잃어가다 급기야는 헤어나기 힘든 구멍 속으로 사라져 소멸하고 말았다. 하지만 소년은 재난과 더불어 계속 성장해 소멸해 간 소녀와는 다른 기괴한 모습으로 떠올라 흔적도 없이 소멸해 가버린 소녀의 모습과는 대별된다. 비어진 퍼즐 한 조각이 완성품과 거리를 멀게 한 것처럼 소년만 살아남아 정교한 작품을 완성하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둥근 달이 이지러져 그믐달로 엷은 빛을 투사하는 것처럼 소녀는 다 맞추지 못한 작은 조각의 하나였음을 소멸 속에 뒤늦게 알아차리고는 소년은 소녀의 빈 자리를 느끼며  언젠가는 자신도 사라질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허공의 아이들>>은 철이 들어가는 과정에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반복하는 것처럼 흩어져 빠진 조각을 찾아 길을 나서는 길목에 서 있는 10대의 정신적 방황을 돌아보게 한다.

 



   작년 오월 교정의 울타리에는 찔레가 만발하여 화사함 속에 진한 향기에 끌려 나가다 정신을 잃고 바닥에 드러누워 버둥대는 소녀를 봤다. 약을 복용하지 않는 날이면 발작적 증상을 보이는 횟수가 늘어 여러 사람들에게 근심을 안겨주던 여학생이 떠오른다. <<떠떠떠, 떠>> 소설을 읽는 내내 그 당시 존재감 없이 학교만 오가며 급식소에서 따뜻한 밥을 먹는 게 즐거움 자체였던 소녀는 이런저런 상처를 떠안고 지내야 했다. 동물원에서 사자와 판다 탈을 쓰고 돈벌이에 나선 이들은 정신적 결함과 육체적 결함으로 쉽사리 사회에 동화하지 못한 채 겉도는 삶을 살았다. 남자는 간질 증상을 보이는 여자의 어깨에 박힌 굳은살에 그녀의 아픔을 아로새기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해 가는 과정 속에 생명력을 잃었던 언어는 조금씩 활기를 찾았다. 어눌하지만 더듬거리며 그녀에게 여러 단어를 조합한 것처럼 보이나 한 만디로 '사랑해'로 집약할 수가 있다. 남자가 여자를 배려하며 타인을 동정하는 일은 또 다른 자기 사랑의 확장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사위가 고즈넉하여 모내기를 마친 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들의 노래는 불편함 심기를 돋운다. 잠 못 이루는 밤 어둠은 필요 이상의 야릇함과 무게감으로 불길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할 때가 있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괴이한 사건의 발단은 분노에 있다. 온갖 불길한 정적으로부터 자기방어를 하느라 지칠 대로 지쳐 버린 청년에게 분노는 극한의 정점을 넘어 무고한 시민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돌발적인 상황을 벌이고 말았다. 가슴 속 끓어오르는 노기(怒氣)를 잘 다스리는 일은 타인에 대한 배려의 시작이다. 타인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상대를 수용하는 가운데 비로소 거리를 두고 감정을 객관화할 수 있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오늘은 참으로 신기한 날이다 >>라는 소설의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과는 달리 우발적인 사고로 존엄한 생명을 앗은 주인공의 패륜은 납득하기 힘들어진다. 알 수 없는 노여움이 극단으로 치달아 쉽게 씻을 수 없는 화를 일으켜 서로를 갉아 먹는 악성 종양 같이 사회에 퍼져 불안감을 조장하여 점점 세대 간의 불신을 초래한다. 어쩌면 극단으로 치달아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화합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야기하는 우울한 시대의 자화상을 보는 듯해 마음이 무겁다.

 



   질적인 향상을 목표로 삼고 긍정적인 변화를 꿈꾸며 부단히 노력하며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하는 이들을 만날 때면 나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이 흘러나온다. 타인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으며 자연적인 삶의 조건을 수용하며 신념대로 살아가는 모습과는 대별되는 <<너의 변신>>은 외모를 바꿔서라도 말초적인 본능 속에 원초적 삶을 살아가고 싶은 욕망이 자리해 보인다. 외모에 남다른 콤플렉스가 있었던 ‘너’는 ‘나’와 서로 사랑했고 동거까지 하며 다소 위험한 동성 간의 관계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의 일방적인 신체 개조로 껍데기를 안고 살아가느니 차라리 이별하는 게 낫다고 여긴 ‘나’의 복합적인 심리가 곳곳에 흐른다. 한때는 동성애자로 내밀한 마음까지 터놓고 소통하는 깊은 관계였으나 일방적인 신체 개조는 상대를 외로움에 젖게 했다. 스스로 주어진 신체 조건을 개조함으로써 인간의 기본적인 삶까지 고양되는 것은 아닐진대 많은 이들이 물질을 앞세워 성형 수술 전(前)과 후(後)를 비교하며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부추겨 또 다른 갈망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게 한다.



   주인이 머물다 떠난 방은 어딘지 모를 주인의 흔적이 잔상처럼 남아 지금 머무르고 있는 이의 상념을 지배할 때가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바실리 섬에 자리한 19세기식 공동주택에 살던 작가가 홀연 자취를 감추고 말자 그를 둘러싼 일화는 공포소설 속에 나올 법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공포소설을 썼던 한 대목을 떠올리며 잠을 잘 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꿈속으로 들어가 함께 하던 소녀가 사랑하는 남자의 꿈속으로 들어가 그를 죽이자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고 마는 기괴한 구성은 섬뜩함을 더한다.  이국적인 배경에 추상적으로 흐르는 생각은 환각과 환청에 이끌려 미혹함에 빠져 지낼 수 있음을 경고한다. 더 나가 이 소설은 미망에 젖어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명징한 일상을 살게 하는 각성제 기능을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 붉게 익어가는 서양 버찌인 체리는 살이 탱탱하게 올라 한 입에 쏙 넣어 새콤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즈음 체리는 하강하고 그 자리에는 또 다른 씨앗이 움을 틔울 준비에 들어간다. <<여름>>은 익숙지 않은 영어 대문자 한 글자를 따서 명명하여 낯섦을 더한다. 우리가 몸담고 살아내느라 힘겹게 정쟁하며 지내는 세계를 벌레 이미지에 담아 예민한 촉수를 앞세워 일반인들에게 공포를 주기도 하지만 또 다른 포용력을 함께 수반한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는 것처럼 무너져가는 집을 수리하여 새 집으로 만들어 내려는 사내의 집념과 그 속에 깃든 삶의 파편들을 들추어 녹취록에 담아내는 여자의 인터뷰는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는 열정을 가늠케 한다.

 



   많은 이들이 나이 들어감을 달게 받기보다는 청춘 시절을 유예해서라도 젊은 시절을 오랫동안 향유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젊은 작가상 수상집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은 음울한 삶의 이지러진 모습을 관념적 세계에 담아 우울한 시대의 자화상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각기 다른 개성적 인물들이 직조하는 삶의 현상에 어떤 재난 속에서도 살아 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살기에 우리들은 희망을 노래한다. 진한 어둠을 몰아내고 여명이 몰고 오는 밝은 빛은 어둠 저 편에 유보된 삶의 돌파구를 찾는다. 더 이상 헤어나기 힘든 나락으로 떨어져 바닥을 딛고서 새롭게 비상하는 청춘 시절의 고뇌가 가득한 생활의 변주곡이 화합과 상생의 길로 나가는 화음으로 울려 퍼질 날을 그리며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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