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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디어 에번 핸슨

밸 에미치,스티븐 레번슨,벤지 파섹,저스틴 폴 공저/이은선 역
현대문학 | 2019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한 소년의 편지와 다른 소년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야기. 고독, 치유 그리고 극복의 과정을 담은 따뜻한 성장 소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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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101




원래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을 소설로 옮겼다고 해서 읽어보고 싶었던 작품인데 드디어 손에 잡게 되었어요. 



모든 일은 이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되었어요.  


에번 핸슨에게 


알고 보니 전혀 근사한 날이 아니었어.

근사한 한 주나 근사한 한 해가 될 일은 없을 거야.

왜냐하면 그럴 이유가 없잖아?


아, 알겠다, 조이가 있으니까?

내 모든 희망이 조이에게 달려 있지.

잘 알지도 못하고 나를 알지도 못하는 그 아이에게.

하지만 그 애를 안다 한들, 그 애에게 말을 한다 한들,

정말로 말을 한다 한들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을지 몰라. 


모든 게 달라졌으면 좋겠다. 

나도 마음을 붙일 데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하는 얘기에 무게가 실렸으면 좋겠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내가 내일 사라진다 한들 알아챌 사람이 있을까?


너의 가장 가깝고 가장 소중한 친구인

내가


 

우울증에 사회불안장애를 앓고 있고, 자의식이 강하고 자신의 이름에 콤플렉스를 가진 고등학생 에번 헨슨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소설입니다. 심리 치료 담당 셔먼 선생님에게 권유를 받아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에번.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어요. 꾸미지 말고 친구들에게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자고 편지로 다독입니다. 과연 새 학기 첫날부터 시작이 나쁘지만은 않은 듯한데...?



컴퓨터실에서 자신에게 편지를 쓰고 프린터로 출력하는 에번. 학교의 문제아 코너 머피에게 편지 내용을 들켜버리고 맙니다. 재즈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에번이 몰래 동경하게 된 한 학년 아래의 소녀 조이 머피에 대한 내용이 편지에 적혀있었는데 코너가 조이의 오빠였어요. 코너는 에번이 이 편지를 자신에게 보여주고 괴롭히기 위해 썼다고 오해를 해버립니다. 사실은 심리치료 숙제라서 쓴 건데... 그대로 편지를 빼앗아서 사라지는 코너... 그 후에 이틀 동안 코너와 조이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초조해지는 에번. 그리고 삼일 째에 교장실에 불려간 에번은 그곳에서 코너의 부모님을 만나게 되고 어리둥절해 하는 에번은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됩니다. 코너가 이틀 전에 자살을 했고, 그의 주머니에는 에번의 편지가 들어있었어요. 코너의 부모님은 그 편지를 코너가 남긴 유서라고 오해를 해버리고... 아, 이제 에번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편 스스로 목숨을 끊은 코너의 영혼은 자신이 누워있는 병원에서 깨어나게 되는데... 코너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걸까요? 코너도 에번처럼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고, 부모님에게서 받은 상처가 있다는 것이 그의 시점에서 조금씩 밝혀집니다. 가볍고 귀여운 성장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코너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갑자기 전환되네요. 



우리 어머니는 남한테 맡기는 걸 좋아했다. 나를 인테리어 프로젝트처럼 대했다. 도와줄 사람을 고용했다. 전문가를 불렀다. 업계 최고로. 이 아이를 고쳐봅시다. 필요한 조치는 뭐든 취하세요. 하룻밤 데려가도 좋고 아니면 몇 주씩 데려가도 좋아요. 약을 있는 대로 먹이세요. 일대일 상담. 그룹 상담. 돈은 있으니까 신경 쓰지 마시고. 비용은 얼마가 들든 상관없어요. 우리 문제만 해결해주시면 돼요. 그리고 서둘러주세요. 남편이 점점 조바심을 내고 있거든요. 믿음을 잃어가고 있다고요. 왜 엉뚱한 데 돈을 쓰냐고 해요. 지금까지 몇 년 동안 그래 봐야 소용이 없지 않았느냐고. 이제 프로젝트를 폐기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작업을 중단하자고. 당분간만이라도. 그냥 기다려보자고. 어떻게 되는지.


그랬더니 이렇게 됐네요. 

83~84쪽, 코너의 독백



예의상 코너의 장례식에 참석한 에번. 그곳엔 스무 명 정도 밖에 안 되는 어른들이 있었고 같은 학교 또래는 에번밖에 없었어요. 에번을 코너의 유일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코너의 부모님은 그를 반기며 저녁을 같이 하자고 식사에 초대해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장구만 치라'는 친구 재러드의 조언과 달리 에번은 코너와 자신의 추억을 지어내게 됩니다. 



방학 동안 공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나무에서 떨어졌고 그 바람에 팔이 부러진 에번. 그때 자신을 구해주러 누군가가 와줄 거라 생각하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에번이 지어낸 기억 속에선 코너가 등장해서 에번을 구해줍니다. 에번은 코너의 가족들을 어떻게든 위로해주기 위해 거짓 기억을 지어냈지만 그건 자신을 위로하는 거짓말이기도 했어요. 이 장면이 정말 슬프고 감동적이었어요. 에번의 머릿속에 그려진 영상이 제게도 보였어요. 아무도 없는 공원 잔디밭에 팔을 움켜쥐고 누워있는 에번을 향해 다가오는 코너의 모습... 



"가지가 부러졌죠."

나는 떨어졌다.

"저는 땅바닥으로 떨어졌어요. 팔에 아무 느낌이 없더라고요. 누운 채로 기다렸죠."

금세 올 거야. 금세 올 거야.

"그러고 나서 고개를 돌려 보니 누가 오는 게 보이는데……."

보이는데……

"……코너였어요. 걔가 저를 구하러 온 거죠."

133쪽.



에번은 이야기를 지어내는 재주가 탁월한 것 같아요. 자신은 별거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예전에 전국에서 글쓰기로 3등을 했던 걸 보면 에번이 그쪽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이 선의의 거짓말 때문에 점점 궁지에 몰리는 에번...



내가 그녀와 그녀의 부모님에게 그들이 모르던 사실을 알려주었을 때. 빠진 구멍을 채워주었을 때. 나에게 그들의 고통이 지닌 무게를 잊게 만드는 능력이 주어진 것 같았다. 그들에게 일말의 위로를 선물한 것 같았다.

145~146쪽.



에번은 왜 나무 위에 올라갔을까?


에번은 왜 위험하게 나무 위에 올라갔던 걸까요? 그는 솔직한 마음을 뒤늦게야 밝힙니다. 코너는 가장 소중한 친구에게 끝내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어요. 이야기하지 않으면 서로의 아픔을 알 수가 없어요. 우리 앞을 가로막는 게 많아서 우린 쉽게 솔직해지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쌓인 외로움은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다는 강한 끌림으로 돌아옵니다. 학교의 문제아, 친구 한 명 없을 것 같던 코너의 죽음이 많은 이들을 끌어당긴 것 처럼요.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관심받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 그것이 설사 거짓일지라도 외로운 사람들은 열병에 걸린 듯 서로를 향해 달려갑니다. 소설 <디어 에번 핸슨>은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누군가가 당신을 찾아 줄 거예요.'라는 따뜻한 메시지로 끝났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위로도 받았지만 제가 몰랐던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 같아요. 소재는 무거울지 모르나 소설의 밝고 긍정적인 해석과 대비된 제 마음이 이미 오래전에 닫혀버린 철문 같았던 적도 있어요. 마지막에 에번이 잘 극복해서, 코너에게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아 다행이다….


이제 이 책과 작별을 해요. 



나는 먼 길을 돌아서 그곳에 도달한 셈이다. 

414쪽.



성장 소설을 읽을 때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후벼파는 듯한 통증을 느낄 때가 있어요. 특히나 이 책은 주인공들이 저처럼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하고심리치료를 받았던 친구들이라 더욱 가슴이 아프네요. 그래도 성장 소설을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으면서 미화되지 않고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주인공의 아픔 때문에 가슴도 두근거리고 충격을 받았어요. 하지만 성장 소설은 다른 소설이 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고 생각해요. 책을 읽으면서 산산조각이 났다가 끝 문장에서 어느 정도 수리된 거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자꾸만 읽게 되나봐요. 어린 나이에도 완전한 모습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서, 지금도 완전하다곤 볼 수 없어서 끌리나봐요.  



"누구나 세상을 떠나면 그렇게 되지 않나? 죽은 사람과의 나빴던 추억을 떠올릴 필요가 없잖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영원히 보존할 수 있는데. 완벽한 모습으로 말이야." 

225쪽. 



뮤지컬 <디어 에번 헨슨>에서 에번 역을 벤 플랫(Ben Platt)이 맡았더라고요. ost를 듣는데 어쩐지 목소리가 낯익다 했어요. 정말 영혼을 치유해주는 목소리...♡ 이 책이 제가 올해 읽은 101번째 책이네요. 내일부터는 <사일런트 페이션트>를 읽을 거예요. 주인공이 정신과 의사예요. 남편을 죽인 혐의를 받고 정신병원에 들어간 화가 이야기래요. 읽어 보고 재밌으면 리뷰를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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