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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저 | 문학 2019-12-0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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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저/안정효 역
소담출판사 | 2015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멋진 신세계... 가끔 네가 정말로 멋져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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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멋진 신세계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있다. 인간이 대량생산된다는 사실, 다섯 개의 계급 사회가 있다는 사실, 태어나기 전부터 어떤 계급인지 정해지고 분수에 맞게 살아가도록 설계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가끔은 멋진 신세계가 정말로 멋져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세계가 정말 존재할 수 있다는 타당성을 나 자신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멋진 신세계의 존재 의의는 행복과 안정이다. 역사 수업, 예술작품, 종교가 존재하지 않고, 가족의 개념이 사라지고 개방 연애가 이루어지는 이곳의 법칙을 따르고 싶어 하지 않는 인물들이 하나둘씩 등장한다. 이들은 '대체 나는 왜 이럴까? '라는 의문을 가지는데 이런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것이 소마soma라는 알약이다. 항우울제와 환각 작용 등이 섞여있는 이 마약은 매일 일정량 사회 구성원들에게 배포된다. 불쾌한 감정이 들 때는 소마를 삼키면 된다. 멋진 신세계의 구성원들은 나이가 들어도 유아인 채로 살아간다. 그들이 도저히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들은 소마가 전부 차단해 준다. 소마가 있었기에 규칙을 잘 지키는 유아들로만 구성된 이런 사회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다른 방법으로 행복해지는 자유를 누리고 싶지 않나요, 레니나? 예를 들면, 모든 사람의 방법이 아니라 당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말이에요." 152쪽.



"그중에서도 왜 이런 끔찍한 생각들을 하면서도 당신이 소마를 먹지 않는지가 가장 납득이 안 가요. 당신은 그런 생각을 모두 잊어버리게 될 텐데요. 그리고 비참한 기분을 느끼는 대신에 즐거워질 거예요. 나무나 즐거워질 텐데." 153쪽.



버나드와 헬름홀츠는 최고 계급 알파로 태어났음에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사회 구조의 불합리함을 비판한다. 버나드의 비판의식은 열등감에서 비롯되었고, 헬름홀츠의 비판의식은 우수함에서 비롯되었다. 모두에 의해 당연시되어 온 것들에 반기를 드는 일은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집단 속에서 자신의 개성을 발견하는 일도 결코 행복한 일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배경에 녹아들지 못하는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배경이 아니라 주체가 되고자 하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사람들은 소마를 삼킨다. 소설에는 지성인들이 대거 등장하는 데 이들은 소마를 삼키지 않고 사회 질서에 저항한다. 이들이 각자 어떤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지 지켜보는 게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갔던 인물은 버나드 마르크스였다. 주인공처럼 등장했지만 열등감이라는 치명적 결함을 지녔기에 소설 내내 비겁하고 굴욕적인 짓도 많이 저지르는 인물이다. 그가 갈등관계에 있던 부화 국장을 몰아내기 위해서 부화 국장의 아들 야만인 존(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을 멋진 신세계로 데리고 온다. 버나드는 야만인 존 덕분에 한순간에 인기스타가 된다. 그와 동시에 그가 기존에 품고 있던 사회에 대한 불만은 눈 녹듯 사라진다. 그는 말로만 비판하고 행동은 하지 않으며 자신을 받아주는 멋진 신세계의 섭리에 순응한다. 그가 누린 잠깐 동안의 영광은 야만인 존이 멋진 신세계의 중요 인물들과의 교류 자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하자 와르르 무너진다. 그는 주인공이 되지 못한 결함이 많은 인물이었지만 내겐 그 누구보다도 인간적이었다.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성공은 버나드의 머리를 핑핑 돌게 만들었고, 성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모든 좋은 마취제가 그렇듯이) 그때까지는 꽤나 못마땅하다고 느꼈던 세계와 완전히 타협하기에 이르렀다. 그를 중요하다고 인정해주는 한 세상의 모든 질서는 한없이 좋기만 했다. 하지만 성공으로 인해 타협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기존 질서를 비판하는 특권을 포기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비판한다는 행위 자체가 자신이 중요한 인물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게 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그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한 대상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진심으로 믿었다. (그와 동시에 성공의 기쁨을 누리고 마음 내키는 대로 모든 여자를 갖게 되었다는 상태 역시 진심으로 기뻤다.)


(중략)


"저 젊은 친구, 저러다가 끝판에는 입장이 곤란해질 텐데." 그들은 적당한 때가 오기만 하면 그의 종말이 좋게 끝나지 않도록 각별히 손을 쓰겠다는 경고를 더욱 은근하게 내비치며 말했다. "두 번째 곤경에 빠졌을 때는 더 이상 구제해줄 야만인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테니까."

244쪽.



서부 유럽 주재 세계 통제관 무스타파 몬드와 야만인 존의 대화에서 명장면 명대사가 속출한다. 존은 행복과 안정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한 멋진 신세계에서 불행해질 권리(늙어 추해지고 성 불능이 될 권리,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살아갈 권리, 질병과 온갖 종류의 고통으로 괴로워할 권리)를 주장했고, 통제관은 마음대로 하라고 한다. 존의 말을 읽고 있으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래,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그런 것이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러나 존의 마지막은 어땠나? 



"포악한 운명의 돌팔매질과 화살들에 시달릴 것이냐, 아니면 바다처럼 밀려오는 고난을 맞아 무기를 들고 싸워 그 뿌리를 뽑을 것이냐……., 어느 쪽이 우리들의 이성을 위해서 좋으냐. 하지만 당신은 어느 쪽도 행하지 않습니다. 맞서 싸우지도 않고 인고하지도 않으니까요. 당신은 그냥 돌팔매질과 화살들을 없애버릴 따름이죠. 그건 지극히 간단한 일이니까요." 

360쪽.



소설의 마지막은 현대 지성인들(=존)의 고독과 두려움이 잘 드러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존은 자신의 은신처를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도대체 내게 원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 관광객들 앞에서 그가 휘두르는 참회의 채찍질은 그저 오락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중요하다고 믿는 신념은 애증의 대상인 레니나를 보자마자 미친 듯이 흔들린다. 행복과 안정의 추구로 만들어진 수백 명의 복제인간들 앞에서 존은 그저 한 사람의 야만인일 뿐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편리해지는 이 세상의 급류에 휩쓸려가지 않을 수 있는가? 인간으로 태어나 언젠가 한 번쯤은 맞닥뜨려야 하는 질병, 고통, 노화, 불쾌한 감정들로부터 소마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가?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나는 잘 이해하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대로 살고 있을 뿐인가? 지성인 존, 버나드, 헬름홀츠 그리고 무스타파 몬드의 선택과 최후를 지켜보면서 이런저런 질문들이 떠올랐던 작품이었다. 



모여든 구경꾼들 가운데 가장 공격을 받기 쉬운 가장자리의 사람들이 잠시 위협을 느껴 술렁이다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는 단호하게 버텼다. 압도적인 숫자를 믿고 관광객들이 용기를 낸 것이다. 이것은 야만인으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태였다. 그는 주춤하면서 멈춰 선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왜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거죠?" 그의 분노한 목소리에는 거의 애원에 가까운 그늘이 드리웠다.


"마그네슘 소금에 절인 복숭아를 먹어봐요!" 만일 야만인이 돌진한다면 가장 먼저 공격을 받게 될 위치까지 다가온 남자가 말했다. 그는 꾸러미를 내밀었다. "정말 좋은 거예요." 비위를 맞추려는 듯 상당히 불안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덧붙여 말했다. "마그네슘 소금은 당신이 늙지 않도록 도와줄 테니까요."야만인은 그의 제안을 못 들은 체했다. "나를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히죽거리는 얼굴들을 하나씩 둘러보면서 그가 물었다. "나를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채찍질을 해봐요." 100명의 목소리가 중구난방으로 외쳤다. "채찍질 묘기를 부려봐요. 채찍 묘기를 보여줘요."

3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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