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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프랑켄슈타인》 200주년 기념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ㅣ 메리 셸리 저 | 문학 2020-09-2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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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프랑켄슈타인 : 200주년 기념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메리 셸리 저/강수정 역/데이비드 플런커트 그림
아르볼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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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고뇌가

현실에선 누릴 수 없는 사치가 되어버리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을까.







원작 소설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영화도 본 적이 없지만,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누군지는 안다. 그만큼 프랑켄슈타인은 유명하다. 1818년 처음 발표된 이후 200년간 영화, 드라마, 뮤지컬로 재탄생되었다. 감독과 작가는 매번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괴물과 박사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괴물이 보여준 인간성을 파고들고, 메리 셸리의 삶을 따라가기도 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실험을 하는 미친 과학자는 하나의 캐릭터로 정형화되었다.



거대한 괴물에게 쫓기는 공포, 창조자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하는 피조물의 비극, 맹목적인 지식의 추구가 저주가 될 수 있다는 교훈….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질문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책 표지를 손으로 쓸어보면 가죽을 얼기설기 꿰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데이비드 플런커트의 삽화도 작품의 음울하고 괴이스러운 분위기를 증폭시킨다. 200주년 기념판이라 더욱 신경을 쓴 티가 난다.







소설은 주인공의 몰락에서부터 시작한다. 북극으로 가는 개척선의 선장 로버트 월튼은 우연히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남자를 구해주게 된다.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창조한 괴물에게 쫓기고 있는 신세였다.



프랑켄슈타인은 과거의 자신을 "무방비인 데다 열정적"이었고, "피할 수 없는 불행과 파멸의 구렁텅이(53쪽)"로 끌려들어 갔다고 말하면서 로버트 선장에게 지식의 맹목적 추구가 얼마나 위험한지 자신의 이야기를 교훈 삼아 달라고 한다.



내가 주는 교훈이 내키지 않는다면 나를 본보기 삼아서라도 지식을 습득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고향을 세상의 전부로 알고 사는 사람이 타고난 재능 이상의 위대함을 꿈꾸는 사람보다 얼마나 더 행복한지 깨닫기 바랍니다.

본문 53쪽.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한때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서 연금술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지식을 토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우물 안 개구리였다. 청년이 된 그는 독일의 대학에서 최신 과학 수업을 들으며 지식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삶을 창조하고 싶다는 단순한 호기심에 시작한 연구가 성공해버리고, 그의 꿈은 현실이 되어 버린다.



박사는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졌을지는 모르지만, "피조물에 대한 창조자의 의무감(131쪽)"은 없는 과학자였다. 공동묘지와 도살장을 헤집고 다니며 폐인처럼 괴물의 창조에 몰두하면서, 단 한 번도 이 실험이 가져올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2년간의 실험 끝에 살아 움직이는 괴물을 보고 무책임하게 도망쳐버린다. 그리고 그 대가로 그는 죽기 전까지 끊임없는 죄책감과 고뇌에 시달린다.



프랑켄슈타인이 아직 아무것도 몰랐을 때, "인간의 몸에서 질병을 내쫓고 살인과 사고가 아니고서는 그 무엇도 인간을 파괴할 수 없게 만드는" 불로장생의 묘약을 찾는 연구에 매진한다. 그는 그 묘약의 발명이 더없이 "영광스러운 업적(36쪽)"이라는 섬뜩한 말을 한다. 질병과 죽음이 사라진 세상에선 사람들이 서로를 파괴하기 위해 살인과 사고를 더 적극적으로 일으킬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은 걸까? 프랑켄슈타인의 안이함을 보여주는 대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창백한 피부, 네모 각진 머리통, 여기저기 꿰맨 자국이 있는 이마, 게슴츠레한 두 눈, 지능이 낮고 난폭한 괴물. 영화에서 주로 묘사되는 이름 없는 괴물의 특징이다. 그러나 원작 소설의 이름 없는 괴물은 박사보다도 연민과 호기심으로 가득한 캐릭터다.



박사의 작업실에서 쫓겨나온 괴물은 오두막에 사는 가족들을 몰래 관찰한다. 괴물은 그 가족들을 '보호자'라고 부른다. 괴물은 언어를 깨우치고, 음악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문학작품을 읽으며 자기 성찰까지 하는 놀라운 지성과 섬세한 감성의 결정체다.



주변에 찾아봐도 나 같은 사람은 보지 못했고,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괴물, 인간들이라면 마땅히 도망치고 멀리해야 하는 지상의 오점인 걸까?


(중략)


아, 차라리 처음의 그 숲을 떠나지 말 것을, 그저 허기와 갈증과 더위 말고는 아무것도 더 알거나 느끼지 말 것을!


지식이란 얼마나 희한한 것인지! 일단 얻게 되면 바위에 붙은 이끼처럼 정신에 들러붙으니. 가끔은 모든 생각과 감정을 털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고통이라는 감정을 극복할 방법은 하나뿐이고, 그게 죽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본문 159쪽.



증오가 있기 전에 애정이 있었다. 자신의 창조주이자 아버지인 박사의 사랑을 거부당하고 끔찍한 겉모습 때문에 사회로부터 공격당하고 나서야 괴물은 희망과 사랑을 버리고 진짜 괴물이 되었다. 그 짧은 삶이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괴물이 처음부터 괴물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인간들의 주변을 영원히 떠나 사람들을 해치지 않고 살아갈지, 아니면 그들에게 불행을 안겨 주고 당신의 급격한 파멸을 불러올지는 당신 손에 달렸다.


본문 130쪽.



이름 없는 괴물을 진짜 괴물로 만든 건, 자신의 피조물을 괴물로 밖에 보지 못했던 창조자, 빅터 프랑켄슈타인 자신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맹목적 지식의 탐구로 인류를 구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를 초래한 비극적인 인물. 창작물엔 이처럼 프랑켄슈타인을 닮은 과학자들이 나와 고뇌한다.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자신을 괴롭힌다.



그러나 현실은 소설과는 다르다. 현실에선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고, 공급이 있으면 수요가 생긴다. 철학 · 윤리적 고민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고뇌는 현실에선 누릴 수 없는 사치다. 그래서 이 소설은 내게 괴기한 고딕 소설이며, 낭만 문학이기도 하다.







작가 메리 셸리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부제를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라고 붙였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명을 어기고 인간에게 불을 선물했다. 그는 사슬로 바위에 묶여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벌을 받는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주고 나서 후회했을까? 돌과 사슬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고, 간은 그리스인에게 감정의 원천이다. 그리고 그의 간을 쪼아 먹는 독수리는 제우스의 상징이다.



인류에게 과학 기술이란 실험대에 누워있는 또 다른 괴물이 아닐까.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면서 도살장과 해부실을 드나들었지, 실패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완벽한 부위만을 이어붙여 2.4미터짜리 거한을 만들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지만, 정작 그게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는 공포에 사로잡혀 도망가지 않았던가. 우리는 과연 어떨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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