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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금지가 아니라 통제되어야 한다’ - 《금지된 지식》을 읽고 | 기본 카테고리 2021-02-1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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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금지된 지식

에른스트 페터 피셔 저/이승희 역
다산초당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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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지식

: 역사의 이정표가 된 진실의 개척자들

에른스트 페터 피셔(Ernst Peter Fischer) 지음 | 이승희 옮김 | [다산초당]

 

 

지식은 금지가 아니라 통제되어야 한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 괴테의 파우스트,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 구약 성서 창세기의 아담과 이브. 이 모든 캐릭터의 공통점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이들이 앎 또는 지식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가졌다는 점이라고 답하겠다. 물론 이 관점은 과학저술가 에른스트 페터 피셔가 금지된 지식에서 제시한 것을 기반으로 종합해본 것이다. 저자는 오디세우스가 지식에 중독된 자이며,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 싶어 하여, 항해를 통해 모든 경계를 넘어서고 싶어 하는 인물이라 말한다. 파우스트는 이 세상의 온갖 지식을 섭렵했지만 만족하지 못했다. 결국 악마와 계약을 맺고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넘기면서까지 감각적 삶에 대한 호기심을 추구하려 한다. 또 저자는 신화 속의 오이디푸스를 지식과 진실을 향한 인간의 욕망’(302)을 드러내는 인물로 해석한다. 신탁이 예언한 금지된 지식을 얻자, 어머니이자 아내는 자살하고, 오이디푸스 자신은 핀으로 눈을 찌른다. 구약 성서에서 아담과 이브는 뱀의 유혹과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금단의 열매를 먹는다. 그 결과 분별을 얻는 대신 에덴에서 영원히 추방당한다.

 

이처럼 문화사에서 묘사되는 인간의 공통적인 특징은 지식에 목말라 한다는 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식 추구가 모든 인간의 본성이다’(9)라고 언급했는데, 고대인들도 이미 알고자하는 충동, 호기심을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으로 간주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본능이 얼마나 강렬한지는 문학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야기 문학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천일야화를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화자인 셰에라자드 공주는 인간의 강한 호기심을 이용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제한하고 스스로의 목숨까지도 지켜낸다. 이 이야기를 지어낸 이들은 분명히 호기심이라는 인간의 본능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 속의 이야기와 작품의 구성에 어떻게 반영했는지를 명백히 보여주었다.

 

이 책에서 저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는 바로 이 인간의 본능적인 호기심, 앎에 대한 욕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인간이 만들어낸 지식이 인간 사회에서 어떻게 금지되어 왔는지를 폭넓은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저자는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지식의 위상에 대해 먼저 검토를 한다. 저자는 지식이 무엇인지 묻는데, 그에 따르면 지식이란 인간에게 어떤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대상’(21)이다. 나아가 지식정보’, ‘데이터를 좀 더 구체적으로 구분한다. 정보는 이해될 수 있는 어떤 것이다. 1차적으로 우리에게 접수된 것으로, 신체에 감지된 감각 정보를 떠올릴 수 있겠다. 이에 반해, 데이터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게 데이터, 정보, 지식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위계구조를 갖는데, 지식을 의미 있게 사용하면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지혜는 단지 인지 작용이 대상에 개입된 것을 넘어 어떤 가치를 내포하게 된다. 한편 지식에는 인간의 인지작용이 개입하기 때문에 각각의 인식 주체에 따라 지식 도출과정과 그 내용에 조금씩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인간이 타인과 겪게 되는 충돌과 불화는 어떤 면에서는 앎에 대한 강한 호기심뿐만 아니라 앎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앎에 대한 태도가 다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저자에 따르면,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은 지식과 성의 긴밀한 유착관계다. 뱀의 유혹을 통해 이브가 획득한 금지된 지식은 금지된 사랑성적 결합을 의미한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성의 역사에서 사회 권력이 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규정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57)한다. 그는 인류사에서 지식과 성에 권력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통찰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권력이 지식과 성에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은 우리의 문화를 바라보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서양 사회에서 이러한 특징을 예비했던 인물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아닐까한다. 그는 어느 시기에 계시를 받고 회개한 후,고백록을 쓴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방탕했던 젊은 시절을 반성하는데, 중요한 것은 그가 원죄개념을 생각하고 종교 철학에 도입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 개념은 곧바로 지식에 대한 금지로 이어지게 되었다. 피셔는 아우구스티누스를 인간의 본능적인 호기심을 억누르고 금지했던 인물로 평가한다. 그의 원죄 개념이 종교라는 권위와 결합하여 도출한 금지된 지식은 인류사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무엇보다 유럽 지식인의 관점에서 지식 금지의 역사를 방대하게 다룬다.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국내에 큰 영향력을 지니는 미국문화 중심 사례가 아니라 유럽 중심의 사례들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인 독자로서 비교적 신선하게 다가왔다. 또한 저자는 구체적이고 수많은 지식 금지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동시에 금지된 지식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전 세계가 팬데믹에 영향을 받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왜곡되고 비밀스럽게 유지된 정보가 얼마나 위태로운가를 경험했다. 발병 초기에 (COVID-19의 시작이 정말로 중국이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중국 정부 당국이 환자들에 대한 정보를 숨기기만 급급했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또 국내 모 종교집단의 방역지침 무시와 비협조, 정보의 은폐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도 분명히 보았다. 저자는 정보지식 사회에서 지식의 은폐가 권력에 의해 이루어질 때 사생활의 권리가 어려움에 처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저자는 정보 권력에 의해 개발된 알고리즘으로 인간이 감시받게 될 때를 제시한다. 손글씨나 얼굴 분석만으로도 해당 사람의 성별이나 성적 지향을 알아내는 사례는 독자를 왠지 오싹하게 만든다. 이제 우리는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식은 보다 더 공개되고 투명해질수록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은폐된 지식이 공개되어 왜곡되어온 진실을 바로잡고, 삶을 보다 주체적으로 살아갈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지식의 투명성이 모든 경우, 좋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최종적인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할 때 제안된 근거 기록에 대한 열람 금지 기간이 지나 공개되었을 때, 저자는 실망스러운 감정을 감추지 않는다. 수상자를 결정한 이들의 어처구니없는 무지와 오판을 알게 된 저자는 오히려 투명성이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한다. 마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든 마술에 대해 비밀스러운 진실을 아는 것보다는 차라리 마술사의 침묵을 바란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저자가 지식에 대해 갖는 양가적인 태도다. 다시 말해, 저자는 지식을 금지하기 전에 지식을 책임감 있게 대하는 일”(244)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고객을 착취하고 이들의 정보를 대가 없이 빼앗는정보 권력 페이스북의 사례와 인간유전자 정보와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다. 결국 저자가 지식에 대해 갖는 태도는 (지식이) 금지되어서는 안 되지만 통제되어야 한다’(364)는 입장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결국 저자도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사항은, 인간의 지식을 향한 충동은 기본적인 본능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인간의 호기심을 인정하고, 이를 강제로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런 본능은 유전자 조작이나 권력으로도 금지시킬 수 없는 근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의 관점은 인간이 지혜를 모아 이런 지식에 대해 제한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에 더 가깝다. 금지되지 않은 것은 인간을 급속히 지루하게 만든다. 하지만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한 시인의 말처럼 인간은 진실을 향한 열망과 환상에서 느끼는 기쁨으로 충분하다’(311)고 느끼는 역설적인 존재인지 모른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금지된 지식과 관련한 과거 사례를 검토하여, 점점 강력해지는 정보 권력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나아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삶의 조건을 우리가 다시 인식하길 요구하고, 우리의 호기심, 그리고 지식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갖추길 바란다. 그래야 비로소 지식 그 자체가 또다시 만들어내는 비밀에 인간은 계속해서 호기심과 감탄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리뷰의 마무리는 이 책에서 줄곧 언급 된 파우스트의 한 구절로 마무리해본다.

 

그걸 인식한 얼마 안 되는 사람들,

어리석어서, 충만한 마음을 혼자 간직하지 못하고

몽매한 무리에게 자신이 느낀 것, 본 것을 발설했던 사람들,

그런 이들은 자고로 십자가에 매달리고 불태워졌지.

자아, 이보게, 밤이 깊었네,

이제는 그만해야겠네."

(파우스트 I, 정영애 역, 123)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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