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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가 만든 세상을 읽는 방법 -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기본 카테고리 2021-05-17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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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 셸드레이크 저/김은영 역/홍승범 감수
아날로그(글담)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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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멀린 셸드레이크(Merlin Sheldrake) | 김은영 옮김 | [아날로그]

 

 

곰팡이가 만든 세상을 읽는 방법 -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이번에 만난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는 아마 상반기에 읽은 과학서적 중에 가장 흥미로운 책이 아닐까 싶다. 책의 저자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다. 그는 10대 시절에 이미 자신의 방에서 버섯을 길렀던 인물이다. 그리고 지칠 때까지 부모님에게 질문을 하기도 하고, 가을과 낙엽 냄새를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흐드러지게 핀 꽃송이에 얼굴을 파묻기도 했던 추억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세상을 향해 곤두박질치듯 달려들라’(375)고 격려하던 아버지의 관심과 보살핌을 격려 삼아 흐드러지게 핀 꽃송이에 얼굴을 파묻기도 했던 추억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경험이 기반이 되어, 그는 한 줌의 흙 속에서 우주를 발견하고, 이 세상의 비밀을 밝혀내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 멀린 셸드레이크는 균류를 연구하는 생물학자이자 생태학자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탐구하게 되었을까. 책 속에서 띄엄띄엄 보이는 저자에 관한 정보들은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 우리의 교육 시스템에서 이런 사람이 탄생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책은 곰팡이와 같은 균류가 만드는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식물을 비롯한 생태계의 놀라운 네트워크를 통해 바라보는 과정이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지식을 다시 검토하게 하는 것이다. 저자의 전문적인 지식과 소양, 문학적 상상력, 그리고 튼튼한 필력은 생명을 이루는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를 보다 생생하게 이끌어주고 있다.

 

미생물이 인간 사회 전체에 그토록 큰 영향력을 발휘해왔다는 점은 이미 우리가 경험하는 바다. 인간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간주해왔지만, 사실 우리는 수많은 생명의 가지 중에서 우연히 성공하여 살아남은 곁가지 하나에 불과하다. 이 책에는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놀라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만, 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공생, 균사체 네트워크, 그리고 수평적 유전자 전이와 같은 것들이 아닐까 싶다. 나는 식물이 단지 줄기와 잎, 뿌리로 명확하게 구분된다고만 알고 있었지만, 저자는 식물의 정의, 혹은 식물이라는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할 수 없다고 알려준다. 그 주된 이유는 미생물이 생명활동에 단순히 개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매우 중요한 역할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식물의 뿌리 중심에 균류가 자리 잡고 있고, 균사체 네트워크가 뿌리 사이뿐만 아니라 식물과 식물 사이를 이어주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은 나에게 놀라운 사건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세계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해석하는 곰팡이라니!

 

여기에서 나는 지인이 몇 년 전에 경험하고 내게 말해준 한 가지 사건을 떠올려 보았다. 그는 언젠가 출장을 가게 되어 세면도구를 챙기다가 몇 달 동안 아내와 칫솔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이후 이 충격적인(?) 사건이 잊혀 지는가 싶었는데, 그의 체질에 조금의 변화가 생겨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과거에 그는 매운 음식이나 피자를 먹으면 배탈이 나지 않았는데, 이제 그가 이런 체질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이 체질이 그의 아내가 결혼 전에 지니고 있던 특징이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그 전에는 부부가 같이 있으면 모기가 지인의 아내에게만 몰려들어 지인은 모기에 물리는 적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가 아내보다 모기에 더 잘 물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분명히 몇 년 사이에 지인과 부인의 체질이 변해있었는데, 상대방이 갖고 있던 체질을 어느 정도 서로 공유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처음에 나는 이 변화가 단순히 노화(?)로 인한 개인적인 신체상의 변화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아니면 같은 공간에서 부부가 함께 지내며 서로가 닮아가는 것일까 하고 막연히 생각하기만 했었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지인의 체질 변화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동물의 장 속에 사는 박테리아가 동물의 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화학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186)고 한다. 이 분야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분야인 신경미생물학에 속한 영역으로, 장내 미생물이 뇌와 상호작용을 하고, 나아가 심리적 상태, 인지 및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415, 주석10)이었다. 그러므로 지인 부부가 인지하지 못한 채 몇 달간 칫솔을 공유했던 경험을 통해 각자 지니고 있던 미생물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나아가 저자는 주석에서 서로 다른 기질의 쥐에 대한 언급을 한다. 여기에는 이 쥐들 사이에서 미소생물상을 교환하는 사례가 나온다. ‘정상적인기질을 가진 쥐에게 소심한쥐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하자 과도한 경계심을 보이고 우유부단해졌다는 대목이다(415). 이 현상이 부부가 칫솔 공유를 했던 지인의 경험 및 이후의 체질 변화와 무관하지 않음을 짐작하게 한다. 저자는 진화의 새로운 공동저자로 공생과 수평적 유전자 전이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 두 개념으로 지인의 체질 변화에 대한 설명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국인들은 가족이 식사할 때 반찬과 찌개 등을 공유하곤 하므로, 가족들이 비슷한 체질을 갖게 되는 실마리를 이 대목에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울러 흥미로운 점은 지인의 아내가 과거에 찬 음식과 매운 음식, 그리고 피자와 같은 음식을 먹고 배탈이 잘 났지만, 이제는 이 현상이 상당히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나는 이 변화가 부부의 몸 속 미생물이 상대방의 몸, 특히 장 내부에 침투했고, ‘수평 유전자 전이를 통해 빠르게 상대방의 체질적인 특성을 공유하여, 장 내부에서 새로운 공생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증거로 이해하게 되었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주제를 연구할 수 있는 분야가 신경미생물학인데, ‘장 내부의 세계를 통제하거나 조종하는 것’(416, 주석10)이 상당히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장 내부에는 변수가 너무나 많기에 이 미생물의 활동과 특정 행동 사이의 인과 관계를 밝힌 연구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우리의 몸과 가족 사이의 관계 등에 대한 이해를 넓혀줄 수 있는 실마리를 이 작은 존재들이 쥐고 있었다.

 

그밖에 균사체 네트워크가 식물에 필요한 물질의 수송 네트워크 역할을 하는 이야기,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빛을 내는 발광 곰팡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지의류에 대한 이야기 역시 무척 흥미로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모든 현상들은 식물과 곰팡이가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공생을 통해 가능했다. 여기에는 배경으로서의 지구 환경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나아가 이런 현상의 이면에 그토록 많은 우연과 필연의 요소를 포함한 채 지금에 이르렀다는 점을 생각하면 생명과 지구의 역사가 경이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렇게 형성된 식물과 균류 혹은 곰팡이 연합은 다시금 지구 대기의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미칠 수 있었다는 인식이 새로웠다. 이것은 균근 관계가 생명의 진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한 줌의 흙은 그 속에 생명이 가득 차 있는 우주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단순히 생산성만을 높이기 위해 사용해온 화학비료가 땅 속의 균사체 네트워크를 얼마나 파괴할 수 있는지 안다면, 우리의 삶과 미래를 위해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일이 보다 수월해질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생소한 개념들, 낯선 개념들이 많이 남지만, 나는 누구든지 이 책을 읽음으로써 생태계 전체를 조망하는 새로운 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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