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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야매 득도 에세이 | 2018-05-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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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저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초중고대 졸업 이후 임고 합격해 바로 발령나 학교 굴러가는 사이클에 나를 넣어두고 쉼없이 달려오는 동안, '열심히 살아야 하나'라는 근본적인 궁금증이 생겼다. 그에 대한 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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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은 서평단 신청글을 올려 예스이십사 리뷰어클럽에서 신간을 받아보았다.

"요즘 대안적인 삶(일상 누리기, 최소화한 의식주, 생존력 키우기)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유행하고 있어요. 자발적으로 자기 착취하게 만드는 신자유주의 구조 속에서 불안해하며 피로하게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는 생활을 하면서, 근 몇 년 간 ‘열심히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올해 36세, 교직 경력 13년차를 맞아 남들처럼 과감한 퇴사까지는 어렵더라도 잠시 여유를 두고 지금 여기에서 ‘자기 배려’하는 삶에 대해 스스로 공부 및 실천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거든요. 2년 무급휴직을 쓴 후 실제로 물리적으로 자유로운 2, 3월을 지내보니 자유가 주어졌을 때 외부로부터 주어진 일들을 분주하게 처리하지 않으면서도 무의미함을 견디며 불안을 해소하고 스스로 전적으로 삶의 내용을 채워나가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남들이 분주하게 살 때 여유를 누리며 죄책감 갖지 않기가 참 힘들더라고요.
비혼, 무주택자, 경차 모는 무급 연수휴직 중인 (한시적) 학생으로서 책 소개에 있는 만화 속 질문을 마치 제게 콕 짚어 하시는 줄 깜짝 놀랐어요!!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해 힘 쫙 빼고 유쾌하게 힌트를 줄 듯한 책이라 신청합니다.
오,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나온 책이네요. 책 예쁘게 잘 만드는 출판사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더욱 기대가 됩니다. 최근에 퇴사, 대안적인 삶에 관한 책들 찾아 읽으면서 "라곰: http://blog.yes24.com/document/10331662 읽었습니다. ^^"

 

"나는 지금 충전 중이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증상이 있다. 충분한 휴식 없이 너무 일에 몰두하다 보니 정신적 에너지를 다 소진해버려 무기력과 우울, 자기 혐오 등에 빠지는 증상이다.

번아웃 상태까진 아닐지라도 우리 대부분은 에너지가 간당간당하다. 가끔 휴식을 위한 시간이 주어지지만 터무니없이 짧다. 당연히 귀한 휴식이니 함부로 쓸 수가 있나. 제대로 된 계획으로 제대로 된 휴식을 보내기 위해 우리는 또 애쓴다. 쉬는 동안에도 온전히 쉬지 못하는 것이다." 102쪽.

 

연수휴직 들어가면 적어도 첫학기는 좀 여유롭게 보내야겠다고 결심했는데, 어느 새 요일마다 하는 고정적인 일들이 생겨나 일주일이 가득차 있는 기분이다. 한동안 출근을 안해서 시공간 운용이 자유로웠는데 이제 '몇 시까지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나야 하는' 일정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나머지 시간은 불안, 초조하니 계속 읽고 쓰고 작업한다. 집중력 그분이 오시면 3시간이고 4시간이고 앉아서 중간에 잘 일어나지도 않고 뭘 챙겨먹지도 않고 뭔가를 하니, 쉬는 기간 동안 몸을 배려하는 연습을 하자는 결심은 온데 간데 없다. 그렇게 살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나 같은 사람은 어쩔 수 없나보다. '열심히 살지 말아보자.'고 결심하고도 어느 새 다시 열심히 사는 쳇바퀴에 나를 넣어두고 있다.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어서일까,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진 걸까.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해!"

 

공부 빼고는 다 쓸데없는 짓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을까? 자신의 꿈이 뭔지 찾을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공부에만 매달리는 학생들. 오로지 공부라는 한 가지 길만 제시하는 어른들. 공부는 좋은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이 오직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교육을 한다는 데 있다.

좋은 대학을 왜 가야 하냐고? 그래야 좋은 직장에 갈 수 있다고 하니까. 물론 요즘엔 좋은 대학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성적 외의 이런저런 스펙을 쌓아야 한다. 공부만 하다가 인생 끝날 판이다. 초중고 12년과 대학 4년, 플러스알파까지. 20년간의 공부와 스펙은 오로지 입사를 위한 것이다. 회사 밖에선 별로 쓸모가 없다. 우리는 철저하게 '회사 인간'으로 교육받는다. 그러니 어떻게든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취업할 곳이 없단다. 간신히 일자리를 구한 이들도 고용 불안과 과도한 업무로 고통을 호소한다. 정말 이러려고 공부했나 싶다. 부모님이 말한 행복이 이런 거였을까?" 174쪽.

 

최근 흥미롭게 읽은 책 "노는 게 아니라 기획하는 겁니다: 청년 기획자의 지방 생존기": http://blog.yes24.com/document/10370709 에서도 저자가 꾸준히 가져가고 있는 문제의식인데, 요즘 청소년, 청년들은 자기가 누구인지 돌아볼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해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지 못하고 '남들처럼 살아지는' 진로에 떠밀리고 있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현실 속에서 그나마 학벌이라도 만들어놔야 취업과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지금 여기 한국에서 특히 부모 세대에게 너무나도 확고하게 뿌리 내려 있다. 학교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바, 많이 잡아도 공부에 소질과 진짜 흥미를 가지고 있는 학생은 한 반에 4분의 1정도 될까 생각한다. 그런데 모두에게 공부를 잘하기를 요구한다. 좋은교사운동이 참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 '쉼이 있는 교육 프로젝트'에 따른 학원휴일휴무제 법제화가 쉽사리 해결 나지 않는 이유는 '내 자식만 피해 볼까봐', '지금까지 들인 노력이 얼만데'와 같은 불안감과 피해 의식 때문이다. 월화수목금금금 과중한 학습 노동에 빠질 수밖에 없는 서열화하는 상대평가 경쟁 구도 속에서 진정한 배움은 일어나지 않고 심한 선행학습으로 인해 공부를 좋아했을 학생들 조차 지레 질린다. 자유학년제 덕분?에 꿈과 진로를 무리하게 연결지어 강요?하는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에 교육주체는 '꿈'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압박을 느끼기도 한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라면서 동시에 국영수 등수를 높이라고 강요하는 분위기 속에서 청소년들은 '꿈과 끼가...' 어쩌구 하는 구호를 기만으로 느낄 만하다. 이렇게 '꿈'이라는 단어가 이상적이고 식상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고민하고 찾아야 할 테다. 최근 대입 제도를 둘러싼 논쟁, 특히 '공정'을 빙자한 능력주의에 대한 요구와 sns에서 펼쳐지고 있는 강남 학생들의 '너희도 우리처럼 공부 열심히 하면서 그런 소리 하는 거야?'라는 '금수저론'에 대한 항변을 보며, 언제까지 교육을 이대로 두어 모두가 피해자론에 빠져 지내야 할지 궁금해진다. 가까운 미래에 걸맞는 배움, 청소년이 현재와 미래를 행복하게 살도록 돕는 배움을 위한 구조를 만들어내는 일은 한국에서는 정말 불가능한가??

 

"남들과 꼭 속도를 맞춰 살아야 하는 걸까? 사람들은 남들과 똑같이 살기 싫다고 말하면서도 왜 똑같이 맞추려고 애를 쓰고, 뒤처지면 불안해하는 걸까? 그리고 설령 뒤처지고, 느리다고 한들 그게 큰일일까? 사람은 각자의 속도가 있다. 자신의 속도를 잃어버리고 남들과 맞추려다 보면 괴로워진다. 남들과 다르게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남들과 전혀 다른 삶이 된다. 개성이다. 오우, 유니크!

내 삶이 완전히 불안하지 않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나도 종종 불안하다. 하지만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불안은 크게 없다. 어차피 나는 느리니까. 그리고 천천히 가다 보니 남들은 저만치 앞서 뛰어가 버려서 어느 쪽으로 따라가야 하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어디로 갔든 상관없이 그냥 내 길을 걸어갈 뿐이다.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으니 앞서가네, 뒤처지네 하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게 되어버렸다.

혹시 지금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면 아마도 뒤처진 게 맞을 거다. 하지만 뒤쫓을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속도와 길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느린 건 창피한 게 아니다. 인정하자. 우린 뒤처졌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런 뻔뻔함이 너무 좋다.

이왕 늦은 거 천천히 가면 어떨까? 인생도 더 길어졌는데 빨리 가서 뭐 하려고 그러나. 나 혼자 느릿느릿 가려니 외로워서 그런다. 같이 천천히 가자. 만약 모두가 합심해서 뛰지 않는다면 이 지긋지긋한 경쟁 사회도 달라질지 모른다. 정말이라니까." 223쪽.

이 부분을 읽으면서 노래 베란다프로젝트, "괜찮아"나 장기하와 얼굴들, "느리게 걷자"가 생각났다. 이런 여유로운 마음이 필요하지 않나. 마음이 초조하지 않도록, 몸이 피로하지 않도록. 아마 덜 불안하고 싶어서 다 똑같이 살려다보니(=평가 기준이 동일하다보니) '한 줄 세워지기'가 되면서 무한 경쟁 체제에 빠지고 거의 모든 사람이 불행해지는 악순환이 펼쳐지는 듯하다. 이런 상태라면 지혜롭고 발빠르게 남들이 덜 사는 대안적인 삶을 선택하는 편이 행복에 다가갈 확률이 더 높아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저자나 나처럼 현란한 생존 조건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자들이라면 그쪽을 포기하고 마음 편함을 택하면 된다. 하기 싫은 일을 감내하며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 다 같이 천천히 가기로 사회적으로 약속하자는 저자의 주장에 핵공감을 표해본다!! 사토리 세대가 추구하는 방향성의 좋은 점을 취하고 싶다.

 

tvN 자발적고립다큐멘터리 "숲속의 작은집"에서 소지섭이 항상 궂은 날씨 속에서 지내다가 반짝 햇볕이 났을 때 날씨를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궂은 날들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날씨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 테다. 이 그림을 보며 '선글라스를 쓸 수 있는 날씨라니!! 이불을 말릴 수 있는 날씨라니!!' 감격해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멍 때리던 소지섭 표정이 떠올랐다.

 

여담인데 캐릭터에게 속옷만 입혀놔서 들고 다니며 읽기 좀 민망했다. 어디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그렸는지는 잘 알겠다. 어차피 책 대부분을 뒹굴거리면서 편안한 자세로 읽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무리가 되는 지점은 아니었지만. 글마다 그림이 들어 있는데 그림만 보아도 핵공감할 만하다. 저자와 내가 비슷한 세대인 청년이라 공유하는 경험치에 따른 사고방식, 가치관, 생활양식이 많았기 때문에 다른 독자에 비해 내가 이 책을 좀 더 공감하며 즐겁게 읽었으리라 자부할 수 있다. 일견 가벼워보이는 문체 속에도 원인 분석이나 처방에 깊이가 느껴지는 이유는 그 자신이 오랜 기간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거나, 거기서 허무함을 느끼고 의지를 내어 완전히 쉬면서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확보해왔기 때문인 듯하다. 열심히 살아야 하냐는 의문을 가진 청년들,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대안적인 삶의 방식과 새로운 삶의 가치관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읽어도 좋을 책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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