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 랜덤블로그를 타다가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남겨진 리뷰를 보고 느낌이 좋아서 바로 리스트에 담았다. 그때로부터 시간이 꽤 지나기는 했지만 꽤 두꺼운 이 책을 오랜만에 오롯이 책 읽는 자체를 즐기며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 박준은 법대를 나와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지금은 여행작가로 살고 있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마흔이 넘어 청춘의 여행을 부러워하며, 하지만 지금의 연륜으로만 누릴 수 있는 여행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
요즘은 여행책이 쏟아져나오는데 그 틈바구니 속에서 이렇게 참신한 기획을 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책은 '책여행'과 '여행책'으로 구성되어있다. 어쩌면 책으로 하는 여행은 시공간 제약 없이 그 어떤 불편함도 피해갈 수 있는 완벽한 여행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여행책'은 순간 사라질 여행의 인상과 기억을 영속적인 기록으로 남길 수 있게 한다. 여권에 200개의 스탬프를 찍을 정도로 많은 여행을 다녔던 그의 책여행과 여행책은 실재와 실재가 만난 가상의 여행이 된다. 실제로 여행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허공에서 상상하기만 하는 여행도 아니기에 손으로 만져질듯한 무게감이 있다. 여행책을 쓴 작가를 상상의 여행에서 직접 만난다는 것이 멋져보였다.
요즘 나오는 그 많은 여행책 중 어떤 것은 너무 축축하고 감상적이거나 돈 바른 허세 여행 같은 느낌이 들어서 불편할 때가 있는데 이 여행책은 코드가 맞는다. 문장은 짧고 간결하며 할 말만 하고, 종종 빵 터지는 부분도 있다. 작가가 공감시키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진솔한데 그 모습이 공감이 된다. 책 전체에서 삶을 '자기 창조'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낭만주의자나 니체의 그림자가 엿보이기도 한다. 에피소드마다 들어있는 일러스트도 예쁘다. 책을 덮으면서 새삼 '일상도 여행처럼 즐겁고 특별하게...'라는 교훈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