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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 실내악의 세계: 러시아의 백야 | 각종리뷰 2017-08-12 16:36
http://blog.yes24.com/document/9801012 복사 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방학이 야금야금 줄고 있어 초조하던 차에 음악회 소식이나 리뷰를 많이 올려주시는 트친이 소개글을 올리셔서 바로 예매했다. 학기 중 평일 저녁에 강북 꿈의숲까지 다녀오기는 정말 무리인데 방학이니까. 올 여름은 왜 이렇게 비가 자주 오는지 이날도 날이 궂다. 안산에서 미아삼거리까지 갔으니 4호선 끝에서 끝을 훑었다. 이 정도면 전철 타는 일만으로도 피곤. 어제 달렸기에 전철 안에서 미친듯이 졸았다. 원래 미리 출발해서 종로 책방산책을 할 계획이었으나 공연 시간에 늦지 않기도 빠듯하게 출발했다.

 

미아사거리역에서 내려 땀을 뻘뻘 흘리며 한참을 걸어 꿈의숲아트센터에서 표를 끊고 나니 시간이 정말 약간 남았다. 트친 말씀대로 꿈의숲을 잠시 산책해본다. 다시 말하지만 전날 달렸기에 몽롱해서 공원을 걷는 일 자체가 꿈 꾸는 듯... 호수공원 마냥 여름 저녁에 산책 나온 가족들이 정말 많았다. 그저 여유로워 보였다는. 저렴한 렌즈를 부랴부랴 사는 바람에 다소 어둡게 찍히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날 자체가 흐리기도 했다.

 

 

소박한 규모 연못 월영지

 

여유로운 물적 토대에서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나온다는 선입견은 방학숙제를 하러 왔는지 음악 공부를 하는 아이들인지 합리적인 가격의 지역 공연장을 찾은 중고등학생들 모습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몇 번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학생들의 박수 크리, 졸기, 떠들기를 경험하고도 가까운데서 저렴하게 볼 수 있으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했는데. 여기 강북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음악회 관람이 익숙한 것일까, 분명 여느 학생들처럼 캐주얼 복장인데(물론 옷이나 교복을 줄이지도, 화장을 짙게 하지도 않았더라. 이런 걸 수준이 좋다고 하나 싶어졌다) 공연 관람 자세나 말투나 태도가 완전 차분했다. 착실해보이는 이미지에 그저 감탄을!!

 

음악회 이야기로 돌아와서 제목은 "실내악의 세계: 러시아의 백야". 라디오에서 성함만 많이 들었던 예수감독 이경선님이 이끄는 서울비르투오지챔버오케스트라가 꿈의숲아트센터 상주단체로 지정 받으면서 올 가을 연주회를 4번 열기로 계획하고 있다. '챔버오케스트라'라는 이름처럼 4중주단처럼 아주 작은 규모는 아니고, 이날은 십 수 명 정도 단원이 함께 했다(콘트라베이스 한 분 빼고 다 여성 단원이셨다 ㅎㄷㄷ... 초록 파랑색 톤으로 깔맞춤하신 드레스가 인상 깊었다). 이경선 예술감독님이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하시니 선생님으로서 가르쳤던 분들인가 살짝 궁금해졌다. 아무튼 규모나 연주 성향을 보았을 때 이무지치 마냥 바로크와 잘 어울릴듯 하여 10월에 있을 비발디 "사계"가 기대 되었다.

 

<프로그램>

 

 

(꿈의숲아트센터에 올라온 세부 프로그램을 인쇄해 갔는데 연주 들으면서 보다가 차이콥스키 플로렌스의 추억 3악장이 안 써 있어서 당황했다. ㅎ 쇼스타코비치 곡도 피협 1번 뒤 작품번호 쓸 때 한 칸 떼 주지, 처음엔 '엥? 쇼스타코비치가 10곡이나 썼음?? 대단한 다작이군'이라고 생각했다는...)

'러시아의 백야'라는 부제처럼 이날 레퍼토리는 러시아 작곡가가 쓴 곡으로만 구성했다. 하차투리안은 라디오에서 자주 나오는 곡 하나 밖에 알지 못해서 그냥 들었다. 이경선 예술감독님 해설처럼(해설하실 때 엄청 긴장되어 보이셨다 ㅎㄷㄷ) 낮은 음역이 없어서 음악이 무중력 상태처럼 몽롱하게 붕붕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다시 말하지만 숙취 때문인지도 모른다).

 

쇼스타코비치는 최근에 소설 "시대의 소음"을 읽으면서 그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에 곡도 열심히 듣게 되었다. 연주 시작 전에 피아니스트 박종화 님이 쇼스타코비치와 곡에 대한 해설을 해주셨다. 쇼스타코비치는 굉장히 완벽주의적인 사람이었다. 편지가 잘 가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본인이 본인에게 편지를 보내는 일이 있었을 정도였다(그런데 이 에피소드는 "시대의 소음"에 따르면 워낙 스탈린 하 공안 정국이었기 때문에 불안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 피아노 콘체르토는 처음 쓰기 시작할 때에는 '트럼펫'을 중심에 두고 쓰려고 했는데 쇼스타코비치가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다보니 점점 피아노 비중이 트럼펫을 잠식해 들어갔다. 이 부분 해설 하실 때 트럼펫 연주하시는 성재창 님께 죄송해했는데 관객들도 안절부절을 못했다. 추임새만 넣고 가시기에는 너무 아쉬운, 우리나라에서 손 꼽히는 트럼페터 아니신가 말이다. 미리 공부 안하고 들었기 때문에 흘러가는 대로 들었다. 앵콜로는 박종화 피아니스트가 물을 소재로한 리스트 곡을 연주해주셨다. 리스트 곡 특유 현란한 기교를 바탕으로 물의 잔잔한 출렁임을 표현하는 듯했다.   

 

인터미션 후 이 날의 압권은 차이콥스키 '플로렌스의 추억'이었다. 히든카드는 후반부에 배치하기 마련인데 아마도 이분들이 이 곡에 힘을 빡 주고 준비하신 모양이다. 연주 시작하시기 전에 배경 설명을 잠깐 해주셨다 차이콥스키 말년에 요양 차 들렀던 이탈리아 피렌체에 대한 감상을 모티프로 만든 음악이라는 유명한 설명을 들려주셨다. 언젠가 들르게 되면 거기에서 함께 했던 좋은 사람들을 떠올리면 좋겠다는 맥락의 낭만적인 부탁을 덧붙이셨다. 예술감독 본인이 2악장을 너무 좋아한다고 한다. 연주 때 좋아하는 마음이 오롯이 전해졌다. 차이콥스키 치고는 열정보다는 평온하고 예쁘게, 초조하게 달리지 않고 정직하게 연주해주셨다고 생각한다. 조만간 받을 노부스 콰르텟 2집에 같은 곡이 들어 있을 터이기 때문에 좀 더 유심히 듣게 되었다(이제는 받아서 들으면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데 왠일로 노부스 콰르텟도 이번 6중주는 꽤나 차분하다). 아무튼 이경선 감독님과 서울비르투오지의 '플로렌스의 추억'은 낭만적이기를 작정한 듯 좋았다. 감독님이 곡 전체를 온 힘을 다해 연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커튼콜 때 눈물을 찍어내시는 뒷모습이 보였다. 단원들도 뿌듯하고 감회가 새로워보였다.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잘 보였다. 관객으로서 대 만족이었다. 당장 피렌체로 달려가고 싶어졌다!!!!

 

앵콜곡으로는 역시 그냥 보내드릴 수 없는 트럼페터 성재창님을 불러서 "You Raise Me Up"을 들려주셨다. 감독님과 단원들의 벅찬 모습을 본 후라 이 곡이 심상치 않게 들렸다. 남은 세 공연은 도저히 머니먼 북서울까지는 갈 수 없는 요일, 시간대라 아쉽지만 패스... 2017년에 이 곡들을 연구하고 나면 서울비르투오지오케스트라도 음악적으로 더 큰 성장이 있을 듯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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