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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환, 『진화한 마음』 | 과학사상 2019-02-1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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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진화한 마음

전중환 저
휴머니스트 | 2019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인간의 진화는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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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변하면 인간의 마음 또한 변한다

- 전중환, 『진화한 마음』

 

 

몸이 무겁다. 밖에 나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운동을 하면 몸이 가벼워질 것 같은데, 우리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겨울이라면 이런 추운 날 나가면 감기에 걸릴 것이라는 변명을 댈 것이고, 봄이라면 미세먼지를, 여름이라면 무더위를 변명거리로 삼을 것이다. 지은이는 인간의 유전자는 수렵 시대에 맞춰져 있다고 이야기한다. 불과 1만 년 전에 인간은 농업을 시작했다. “500만 년이라는 인류의 진화 기간을 1년으로 압축한다면 농업은 언제 시작했을까? 1231일 오전 6시에 시작했다. 산업혁명은 이날 밤 1140분에 시작했다. 1년 중 364일 동안 인류는 수렵-채집 생활을 한 것이다.”(47) 수렵 시대를 산 인류는 현대인보다 매일 두 배 더 돌아다니고 고작 2,200칼로리 정도만 얻었다. 인간이 진화해온 거의 전 기간 동안, 가능한 한 신체 활동을 줄이고 게으름을 피워 에너지를 비축하는 성향이 번식에 더 유리했다는 말이다.

 

운동을 하면 건강에 좋다는 걸 알면서도 현대인은 집안에 처박혀 성인병을 일으키는 음식을 먹는다. 요컨대 지금 우리는 수렵-채집 생활에 맞추어 진화된 마음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마음을 인류의 조상들이 직면했던 적응적 문제들을 해결하게끔 설계된 심리적 적응들의 묶음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는 뱀을 보면 몸을 움츠린다. 지은이는 이것을 번식 가능성을 높여주는 적응적 행동이라고 판단한다. 번식 가능성이란 건강하게 살아남을 가능성이다. 독이 있는 뱀에게 물리면 죽기 십상이다. 죽는다는 건 번식할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인류의 조상들은 그러니까 살아남기 위해 마음속에 두려움을 새겨 넣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마음의 이러한 적응적 설계를 밝히고자 한다. 진화심리학은 각각의 심리적 적응이 어떤 진화적 기능을 수행하게끔 잘 조직화하였는지 물음으로써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학문인 셈이다.

 

진화심리학자 러셀 잭슨Russel Jackson은 수직-수평 착시는 높은 곳에서 함부로 활동하는 것을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진화된 적응에서 유래한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먼 과거의 진화적 환경에서, 우리 조상들은 높은 곳에서 실수로 떨어지면 크게 다치거나 죽기 십상이었다. 따라서 같은 길이의 선분이라도 수직으로 놓인 선분을 수평으로 놓인 선분보다 더 길게 여기는 지각 체계가 선분의 길이를 언제나 정확하게 판단하는 지각 체계보다 조상들의 번식에 더 유리했으리라는 것이다.

 

자연선택은 번식에 유리한 쪽으로 이루어진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진화심리학은 결정론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 인간이 행하는 일을 번식으로 환원하면 인간의 삶이란 게 동물과 전혀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지은이는 이러한 환원론을 거부한다. 그렇다고 진화론의 밑바탕에 번식에 대한 욕망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 또한 부정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몸속에 새겨진 좋은 유전자가 후손에게 가기를 원한다. 남자는 아름다운 여성을 원하고, 여자는 잘 생긴 남자를 원한다. 물론 얼굴만 보는 것은 아니다. 몸이 좋으려면 잘 먹어야 한다. 가난한 사람이 어떻게 잘 먹을 수 있을까? 인간은 그래서 가난한 이보다 부자를 선호한다. 그래야 번식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인간은 번식을 위해 상대를 만난다는 의미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 번식은 생명으로 태어난 인간의 궁극적인 본능일 뿐, 인간의 모든 행동이 그것 하나만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길이인데도 인간은 수평선보다 수직선을 더 길게 본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공포감이 무의식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공포감은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한다. 공포감에 휩싸이면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공포감은 말 그대로 생명의 적이다. 삶에 대한 열망이 강할수록 공포는 더욱 더 커지기 마련이다. 인간이 왜 죽음을 저 멀리 내치려고 하겠는가. 인간은 하루하루 살면서 죽음에 가까이 간다. 인간의 삶 자체가 죽음과 맞물려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인간은 늘 곁에 있는 죽음을 모른 체 한다. 죽음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은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 ‘먹을거리에 대한 금기가 많은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인간의 심리는 더 잘 사는 쪽을 자연스레 선택한다. 더 잘 살아야 더 잘 번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번식에 대한 욕망은 그러니까 인간을 더 잘 살게 만드는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진화생물학은 어떻게 자연선택이 성격상의 유전적 변이를 제거하지 않고 계속 유지시키는지 잘 설명해준다. 가장 대표적인 설명은 이렇다. 환경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지면 최적의 형질값도 달라진다. 그런데 단일한 유전형이 각각의 환경에 맞는 최적의 형질값을 유연하게 만들어내는 능력에 한계가 있다면, 서로 다른 최적의 형질값을 만드는 유전적 변이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347~348)

 

위 인용문은 성격상의 변이가 유지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시간이 가도 다양한 영역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행동의 개인차가 조상들의 번식 성공도를 높이는 데에 중요하게 작용했다면, 오늘날 사람들의 성격은 판에 박은 듯이 똑같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듯 사람들의 성격은 저마다 다르다. 외향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향적인 사람도 있다. 일반적으로 외향적인 사람들이 인기가 많다. 그만큼 살아남을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는 왜 외향성과 내향성을 두루 갖춘 사람들과 살고 있을까? 지은이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환경이 최적의 형질값도 달라지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열대어인 거피 개체군을 예로 든다면, 포식자에게 먹힐 위험이 장소마다 달랐으므로 그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의 최적값도 장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포식자가 없는 상류에서는 대담한 성향이 최적값이고, 포식자가 많은 하류에서는 소심한 성향이 최적값이다. 만일 단일한 유전형이 각각의 환경에 맞는 최적의 형질값을 유연하게 만들어낼 수 없으면 서로 다른 형질값을 만드는 유전적 변이가 계속 유지된다. 대담한 거피는 소심한 거피보다 먹이가 있는 장소를 더 잘 찾아냈다. 소심한 거피는 포식자를 피하는 데 너무 신경을 쓰는 통에 먹이를 찾거나 짝짓기를 하는 일은 여유 있게 잘 해내지 못한다.”(348)라는 진술에 나타나는 대로, 대담한 거피는 목숨을 건 대가로 먹이가 있는 장소를 잘 찾아내고 짝짓기도 여유 있게 해낸다. 목숨을 걸고 포식자 곁으로 가는 걸 감수하는 만큼 번식할 때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살아남았을 때의 이야기이다. 소심한 거피는 대담한 거피보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둘 중 어느 것이 삶에 유리할까? 진화심리학은 동물이면서 동물이기를 거부하는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데 참으로 유용한 이론인 듯싶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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