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olpheus님의 블로그
http://blog.yes24.com/olpheus
리스트 |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오르페우스
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파워 문화 블로그

PowerCultureBlog with YES24 Since 2010

15·16·17기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11월 스타지수 : 별0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이벤트
생각들
디카시 읽기
오쇼 라즈니쉬
연인들 사랑을 묻다
나의 리뷰
시집 읽기
소설 읽기
그림책+동화
만화+웹툰
청소년문학
인문사상
사회사상
과학사상
한줄평
나의 메모
나의 메모
태그
초예측 미래예측서 2019최고의책 민주사회 여성 우리몸연대기 대니얼리버먼 인간진화생물학과 진화생물학 루이스캐럴과이상한나라의앨리스의비밀
2020 / 1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월별보기
나의 친구
나의 친구들
최근 댓글
우수리뷰 축하드려요~.. 
우수 리뷰에 선정되신.. 
오르페우스님, 이번 .. 
우수리뷰 선정 축하합.. 
노자 사상을 정리한 .. 
새로운 글

연인들 사랑을 묻다
가부장제의 남성 판타지 | 연인들 사랑을 묻다 2020-09-25 23:33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3079259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연인들, 사랑을 묻다

오홍진 저
피서산장 | 2020년 08월

 

 

김만중은 양소유라는 인물에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제목은 구운몽이지만 작가는 팔선녀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여자는 그저 성격 좋고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 그 그늘에서 아들 딸 낳고 잘 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는 팔선녀를 그립니다. 물론 시대 상황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여자들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그 능력을 펼치기 힘든 사회였으니까요.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젊을 때는 남편을 따르며, 늙어서는 아들을 따르는 게 이 시대 여자의 삶이었습니다. 권력이 있는 집안에 태어난다고 뾰족이 다른 삶을 살지는 않았다는 말입니다. 뛰어난 시인인 허난설헌의 경우처럼, 능력이 뛰어난 여인은 제 명대로 살기도 힘들었습니다. 기생과 같은 천한 일을 제외한다면, 여자들이 제도 밖에서 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가부장제를 사는 남자들이 꿈꾸는 판타지가 무엇인지 새삼 알게 됩니다. 김만중의 남성 판타지에는 여성이 없습니다. 팔선녀는 양소유라는 남성 영웅을 보조하는 인물들일 뿐 여성으로서 역할을 부여받지 못합니다. 물론 양소유를 만나는 과정에서 팔선녀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자기 마음을 표현합니다. 그를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해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이야기는 양소유라는 남성이 가부장제에서 누리고 싶은 판타지를 그리는 데만 한정됩니다. 영웅과 어울릴 수 있는 여인이 되려면 영웅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재치가 필수적입니다. 이 재치는 그러나 남자와 대등하게 맞서려는 욕망이 아니라 남자의 욕망을 어떻게든 충족시키려는 마음으로 드러납니다. 여자들의 모든 행동은 오로지 양소유라는 영웅의 마음을 얻기 위한 과정으로서만 의미를 부여받게 되는 것입니다.

 

현실로 돌아온 성진은 육관대사 앞에서 현실과 꿈은 다르다고 이야기합니다. 황제가 아닌 사람이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그는 꿈속에서 이루었습니다. 최고 벼슬에 올랐고, 저마다 개성이 있는 팔선녀를 만나 그윽한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수많은 자식들까지 두었으니, 당대 사대부들이 가장 소망하는 삶을 산 것이지요. 그렇게 화려한 삶을 살았으면서도 그는 현실과 꿈은 다른 거라고 거침없이 말합니다. 아무리 화려한 삶을 살아도 늙음이니, 죽음이니 하는 것들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인간은 시간의 포로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시간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 부딪친 양소유는 바로 그 지점에서 깨달음을 추구하는 성진으로 돌아옵니다. 깨달음을 얻으려면 시간 밖으로 뛰쳐나가야 합니다. 시간 밖에서 온전한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하는 것이지요.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3        
에로스를 외치는 시인들 | 연인들 사랑을 묻다 2020-09-18 09:24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3044345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연인들, 사랑을 묻다

오홍진 저
피서산장 | 2020년 08월

 

 

에로스를 외치는 시인들은 사랑을 나누는 스케일도 엄청 큽니다. 그들은 남산에 잠자리를 보아 옥산을 베고 눕는 상상을 합니다. 금수산 이불 안에 사향 각시를 안고 누워 가슴을 맞추는 것으로 상사병을 고치자는 이들의 노랫소리를 그 누가 외면할 수 있을까요? 상사병이란 사랑을 이루지 못해 생긴 병입니다. 사랑으로 생긴 병이니 사랑으로 풀어야 합니다. 가슴을 맞추며 평생 동안 해로하기를 소망하는 이 노래를 민중들은 곳곳에서 거침없이 불렀습니다. 조선 선비들이 어두운 곳에서 비밀스레 즐긴 의식을 민중들은 밝은 세상에서 소리 높여 즐겼습니다. 성리학과 같은 이념으로 어떻게 본능인 에로스를 막아낼 수 있을까요? 조선 민중들 또한 고려 민중들처럼 온몸으로 사랑을 즐기며 남녀상열지사를 불렀습니다.

 

누군가가 온몸으로 부른 노래를 누군가는 음탕한 노래라 하여 비도덕적인 노래로 낙인찍었습니다. 그들은 「가시리」에 나오는 소극적인 여성을 연인의 전형으로 설정하여, 남자가 지배하는 가부장제 사회를 마음껏 즐겼습니다. 에로스는 사회를 무너뜨리는 저속한 풍속으로 단죄되었습니다. 밝은 세상에서 에로스를 쫓아낸 권력층은 어두운 세상에서 질탕한 에로스를 즐겼습니다. 굳이 과거를 들여다볼 것도 없습니다. 시시때때로 터지는 권력층의 성 접대 비리 사건은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서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성을 판단하는 사람일수록 성에 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보이는 곳에서는 군자인 양 행동하다가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온갖 변태 짓을 서슴없이 행합니다. 고려가요에 등장하는 연인들에게는 이런 모습이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들은 거침없이 사랑을 표현했고, 거침없이 에로스를 나누었습니다. 지금 해야 할 사랑을 까마득한 미래로 미루지 않았습니다. 그 시대의 노래를 지금 우리가 여전히 부르는 까닭은 무엇보다 이 점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2)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5        
기형도의 '빈집'을 읽다 | 연인들 사랑을 묻다 2020-09-12 22:45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3013160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연인들, 사랑을 묻다

오홍진 저
피서산장 | 2020년 08월

 

 

<보론> 기형도의 「빈집」을 읽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나,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기형도, 「빈집」

 

사랑을 잃은 사람이 글을 씁니다. 어떤 글일까요? 사랑을 잃었으니 연애편지가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자신을 떠난 사람을 원망하는 글을 그는 쓰고 있을까요? 이미 떠난 사람을 원망한들 무엇이 달라질까요? 그럼,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자신을 자책하는 글일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잘해주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럴 듯도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마음을 글로 표현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가 쓰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은 읽지 못할 테니까요. 그가 쓰는 글은 독자가 없는 글이라는 얘기입니다.

 

읽는 사람이 없는 글을 그는 왜 쓰려고 하는 것일까요? 사랑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잃은 사람이 글을 씁니다. 사랑을 잃은 눈으로 그는 사물을 봅니다. 사랑을 잃은 눈으로 보는 사물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던 시간을 그는 지금 혼자 보냅니다. 가슴이 저립니다. 혼자서 남아도는 이 시간을 보낸다는 게 참으로 끔찍합니다.

 

시인은 짧았던 밤들에 작별인사를 고합니다.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에도 작별 인사를 고합니다. 그에게 밤은 왜 그리 짧았을까요? 그녀와 밤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밤만 되면 그를 찾아오는 삶의 고뇌 때문이었을까요? 시간에 작별을 고하는 걸 보면 그는 아무도 모르는 어딘가로 떠날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을 잃고 글을 쓰는 사람은 어디로 떠나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곳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이 없는 곳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시인은 익숙한 것들과 작별을 고함으로써 익숙하지 않은 세상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글을 씁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을 안타깝게 부르며 글을 씁니다. 글을 쓰는 건 자기를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생각 없이 글을 쓸 수는 없으므로 글쓰기는 곧 자기 생각을 외부로 표현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습니다. 어딘가로 떠나려는 사람이 글쓰기로 자기가 산 흔적을 남기는 건 모순이 아닌가요? 시인은 자기를 숨기려는 욕망과 자기를 표현하려는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습니다.

 

숨기려는 욕망과 표현하려는 욕망이 만나는 자리에 글쓰기가 있습니다.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에 암시된 대로, 시인은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는 지독한 욕망에 휩싸여 있습니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시인은 왜 굳이 표현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가뜩이나 시인은 사랑을 잃은 상황이 아닌가요. 사랑을 잃은 슬픔을 안은 채 시인은 흰 종이가 내뿜는 공포와 마주합니다. 공포는 감각을 마비시킵니다. 움직이려 해도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몸만 그런 게 아니고 정신 또한 그렇습니다. 정신이 마비되었는데 글을 쓴다고요? 시인은 스스로는 어찌할 수 없는 욕망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에게 글쓰기는 운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글을 쓰기 위해 사랑을 잃었다고 말하면 어떨까요? 흰 종이에서 피어오르는 공포와 마주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했다고 말해도 좋습니다. 이리 보면 글쓰기는 단순한 유희가 아닙니다. 글쓰기는 목숨을 내놓고 자기와 맞서는 일입니다.

 

시인이 들여다보려고 하는 자기는 과연 무엇일까요? 글쓰기의 공포에 빠진 주체일까요? 사랑을 잃고 글을 쓰는 주체일까요? 그도 아니면 시간을 향해 미리 작별을 고하는 주체일까요?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을 시인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무엇을 망설인 것일까요? 자기를 표현하려는 욕망일까요? 표현할 수 없는 것은 표현하지 말아야 한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을 따라서 그는 다만 눈물로 제 마음을 표현할 것일까요?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에도 작별을 고하는 걸 보면 시인이 글쓰기를 통해 나아가려는 지점이 어디인지 어렴풋이나마 짐작됩니다. 그는 사랑을 비롯한 모든 욕망과 작별을 하려고 합니다. 욕망과 작별을 한다고요? 그게 가능하기나 한가요. 현실을 사는 주체라면 물론 가능하지 않습니다. 시인은 쓰는 주체가 되어 스스로 빈집에 갇힙니다. 빈집에서라면 자기를 괴롭히는 그 지독한 욕망들과 작별할 수 있을 거라고 그는 생각합니다. 사랑을 잃은 사람=시인은 그래서 글=시를 씁니다.

 

사랑을 잃고 글을 쓰는 존재는 스스로 장님이 됩니다. 장님은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장님이 된 시인은 더듬거리며 바깥과 이어진 문을 잠급니다. 빈집은 이제 완벽하게 막힌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당연히 밤과 낮이 없습니다. 시간이 없는 세계에 겨울 안개가 있을 리 없고, 흰 종이도 있을 리 없습니다. 장님이 되어 빈집에 갇힌 시인은 드디어 삶의 고통=욕망으로부터 벗어난 것일까요?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라는 결구가 눈에 띕니다. 빈집에 갇힌 건 가엾은 내 사랑입니다. 그렇다면 내 사랑을 가엾게 생각하는 주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여전히 글을 씁니다. 장님이 된 사람은 빈집에 제 사랑을 가둬놓고 글을 씁니다. 글을 쓴다는 건 이미 욕망 속으로 빠져들었다는 얘기가 아닌가요? 이리 보면 이 시에 나오는 빈집은 정말로 비어있는 집이 아닙니다. “가엾은 내 사랑을 가둔 집이 어떻게 빈집이 될 수 있을까요? 욕망은 이토록 질기게 사랑을 잃고 글을 쓰는 이에게 들러붙습니다. 사랑을 잃은 사람은 지금도 빈집에서 사랑을 잃은 공포를, 아픔을 곱씹고 있는 것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3        
처용의 아내는 어디에? | 연인들 사랑을 묻다 2020-09-10 22:07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3003394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연인들, 사랑을 묻다

오홍진 저
피서산장 | 2020년 08월

 

 

 

시대를 불문하고 「처용가」에는 아내가 서 있을 자리가 없습니다. 왕이 처녀를 처용에게 선물했고, 처용은 아내를 역신에게 선물했습니다. “내 것으로만 표현되는 아내의 자리를 지움으로써 처용은 역신을 물러가게 합니다. 이런 처용은 왜 시간이 흐르면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한 것일까요? 여기에는 역신에 대한 백성들의 한없는 두려움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대문에 처용의 가면을 붙이는 일로는 이 두려움이 해소되지 않자, 백성들은 아예 아내를 빼앗기고 분노하는 (또 다른) 처용을 다시 현실로 불러들인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도 아내는 여전히 역신에게 겁탈을 당합니다. 관용이 끝난 지점에서 처용은 드디어 분노를 터뜨립니다. 물론 그 분노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역신에 대한 백성들의 공포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백성들은 처용의 가면을 쓰고 역신을 향해 소리를 칩니다. 백성들이 있는 자리로 처용이 내려오는 것이라고 말하면 어떨까요?

 

백성들은 열병신을 횟감으로 만들려고 있지만, 정작 열병신에게 겁탈 당한 처용의 아내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처용이 아내의 복수를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처용은 아내의 복수를 하려는 게 아니라, “내 것을 앗아간 열병신을 저주하고 있을 뿐입니다. 처용은 자신을 위해 복수를 감행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113~114쪽)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5        
서로를 모르는 남자와 여자 | 연인들 사랑을 묻다 2020-09-06 10:45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2978157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연인들, 사랑을 묻다

오홍진 저
피서산장 | 2020년 08월

 

 

 

참을 수 없이 머리가 아픈 날이면 그녀는 바로 앞에 있는 남자조차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울거나 웃으면 두통은 입 모양이 만들어지는 쪽으로 왈칵 쏠려 그녀를 더 깊은 고통 속으로 내몰았습니다. 그에게 왜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요? 그녀의 두통은 오로지 그녀만이 치료할 수 있습니다. 두통은 마음의 병에서 비롯됐기 때문입니다. 소리를 들으려는 지독한 욕망을 내려놓는 일은 그녀 자신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고통을 견디다 못한 여자는 그 지독한 소망을 억지로 내려놓습니다. 그 순간 머리가 편안해집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게 사람의 몸이고 마음이지요. 소리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은 그녀는 이제 그를 떠나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합니다. 그의 곁에 있으면 소리를 듣고 싶은 지독한 욕망이 다시 도질 겁니다. 예전에 그를 떠난 여자는 기타 소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지만, 그녀는 기타 소리를 놔야 하기에 그를 떠납니다. 그녀에게 기타 소리는 남자가 상상한 스페인과 같은 맥락에 들어 있는 셈입니다.

 

스페인에 빠진 남자는 그녀의 이런 마음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는 손을 보고 소리를 듣는다는 그녀 말을 아무 의심 없이 믿었습니다. 그녀의 마음을 헤아릴 사이도 없이 그는 손가락을 더욱 맵시 있게 놀릴 생각만 했지요. 자기 마음에 빠져 다른 이의 마음을 보지 못하는 나르시스로 남자를 표현하면 어떨까요? 그는 스페인을 상상하며 그녀를 만났습니다. 스페인으로 가는 날이 그녀와 헤어지는 날이라는 걸 그는 마음속에 새기고 또 새겼습니다.  (94~95쪽)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5        
1 2 3
진행중인 이벤트
나의 북마크
이벤트 세상
트랙백이 달린 글
내용이 없습니다.
스크랩이 많은 글
[서평단 모집]『신과 함께..
[서평단 모집]★도올 김용..
[서평단 모집]★오늘의 책..
[서평단 모집]『이 세상에..
많이 본 글
오늘 36 | 전체 125243
2007-01-19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