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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저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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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복직을 앞둔 나는 지역의 유명한 정신과를 검색해 어디가 가까운지, 대기 기간은 얼마나 될지 가늠해보곤 했다. 당시 내 마음은 칠흑이었고 앞으로 남아 있는 나날도 변함없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에 대한 고민은 하나 끝나면 다른 하나가 생겨날 테고, 무수한 고민들이 관 뚜껑이 닫힐 때까지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 직장생활은 아이가 없었던 지난 10년간도 충분히 어려웠다. 매년 바뀌는 업무, 바뀌는 교육과정, 새로 만나는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 자주 허덕이고 지쳤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그럼 매해 내 육신은 약화되므로 더 힘들어질 거라고 온통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만 머리에 들어찼다. 나는 ‘침체’와 ‘침몰’ 상태였다.

달리기와 독서는 지난 몇 년의 시간과 현재의 내 마음이 ‘침체’와 ‘침몰’ 상태라고 진단을 내릴 수 있게 도와줬다. 그리고 두 가지는 공통적으로 ‘모든 순간은 지나간다’는 말을 떠올리게 했고, 이 말은 내 삶도 변화할 수 있다는 위로의 말이 됐다. ‘모든 순간은 지나간다’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잠언처럼 마음에 새겨두고 싶어 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문장과도 상통한다. 김연수 작가는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사람들이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읽었던 이야기를 또 읽는 까닭을 두고 ‘언젠가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121. 어쩔 수 없는 순간은 찾아와. 그럴 때가 바로 어쩔 수 없이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할 순간이지. 아무리 세찬 모래 폭풍이라고 할지라도 지나간다는 것을 믿는, 버스 안의 고개 숙인 인도 사람들처럼. 그건 그 책을 읽기 전부터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였어.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에게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금도 책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 그분들은 왜 그렇게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할까? 나는 왜 같은 이야기를 읽고 또 읽을까? 그러다가 문득 알게 된 거야, 그 이유를. 언젠가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 되기 때문이지.

김연수는 이 소설집을 낸 뒤 인터뷰에서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평온한 사람이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지향하는 삶 또한 그랬다. 나는 침체된 상태가 아니라 고요한 평안을 얻고 싶고 끊임없이 아래로, 과거로 내리꽂는 눈을 돌려 평범하게 다가올 미래를 기억하는 사람으로 변하고 싶었다.

자기 계발서를 읽을 때면 현재를 더 성실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자신을 질책하게 되고 앞만 보고 달리도록 채찍질당하는 기분이 들곤 했다. 일상에 신선한 자극은 되지만 내 속도를 훨씬 능가하는 속도로 운전하길 강요당하는 레이싱 선수가 된 기분이 들어 숨 막힐 때도 있었다. 강요당하는 희망엔 거부감이 일었다. 이 소설집도 희망을 얘기한다. 절망에 빠져 몸을 바다에 내던지는 ‘난주’와 같이 절벽 아래 선 이에게 발길을 돌릴 걸 얘기한다. 그 방법엔 이야기가 있고,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상상이 있고, 나를 기억해 줄 한 사람 또는 내가 기억해야만 할 한 사람이 있다. 내가 바라보는 눈길의 범위를 넓히고 인식하는 시간의 범위를 늘려 과거를 품은 현재를, 미래를 안고 있는 현재를 바라보라 얘기한다. 내가 맞고 있는 바람의 방향이 언젠가는 변한다는 것, 폭풍의 가운에서 두려움에 떨더라도 폭풍이 지나간다는 것, 나와 내 아이의 얼굴엔 여러 대의 얼굴이 들어 있고 얼굴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간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일주일에 두세 번 나는 달린다. 체력에서 마음의 여유가 길러진다는 걸, 밖에서 체력을 남겨 와야 집에서 내 아이를 한 번 더 안아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시작한 달리기였다. 30분 달리기를 하면 15분 전후에서 고조되던 통증이 가라앉고 호흡이 더 안정되고 발놀림도 규칙적으로 변한 걸 느낀다. 바람은 여전히 그 바람일 텐데 나는 바람의 방향이 바뀐 것 같기도 하고, 바람이 이전보다 더 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사점을 넘어서면 이전의 바람과는 다른 바람이 분다. 달리기는 내게 사점의 존재를, 사점 전후에 달라지는 변화를 주기적으로 각인시켜 준다.

김연수는 자신이 만든 이야기가 자신의 정체성이 되어갈 거라고 말했다. 사점과 세컨드 윈드를 맞이할 때마다 나는 며칠간의 사건들을 정리하고 내게 다가올 평범한 미래를 기억하기로 한다. 어떤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사건에 대한 예언도 달라지는 것처럼, 난주의 바다 앞에서 전해 내려오는 결말을 다른 이야기로 바꿔 살아갈 힘을 얻었던 손유미처럼. 좋은 순간도 지나가지만 괴로움도 언젠가는 지나간다는 걸, 그러니 괴로움에 붙잡히지 말라고. 이미 진 벚꽃, 떨어진 꽃잎들을 지켜보는 슬픔에 울지 말고 아직도 지켜볼 꽃잎이 남아 있다는 걸, 벌써부터 그 꽃잎 하나하나를 기억하자고 다짐하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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