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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스텔지어를 간직한 로망 - 설민석의 삼국지 1 | 문학 2019-07-25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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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설민석의 삼국지 1

설민석 저
세계사 | 2019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삼국지 입문자들에게 추천합니다. 재담꾼 설민석이 2권의 분량으로 삼국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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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였던가? 형 서재에 꽂힌 월탄 박종화의 삼국지를 뽑아 든 이후 지금까지 삼국지는 내 인생의 동반자였다. 월탄 삼국지 5권 마지막 페이지를 처음으로 덮을 때 들었던 가장 큰 의문은 '둘 중 한 명만 있어도 천하를 가질 수 있다던 복룡(제갈량), 봉추(방통)를 다 얻어 놓고서, 또한 극강의 무력을 지닌 오호대장(관우, 장비, 마초, 조운, 황충)을 거느리고도 왜 유비는 천하통일을 하지 못하였을까?'였다. 여기에 더해 관우와 장비가 어이없는 죽임을 당하지 않았거나 오장원에서 공명이 덧없이 죽지만 않았더라면 하는 공상에 이르면 아쉬움에 마음 아프기까지 했다. 

 

  그래서인지 1편~12편까지 KOEI 삼국지를 플레이 할 때는 언제나 평원의 유비를 맨 먼저 시나리오 주인공으로 선택하였고 유비의 소설상 행로를 거쳐 본거지를 옮기다가 신야성에서부터 영토를 확장하여 통일 전쟁의 대미로 항상 조조를 사로잡게끔 연출하였다. 내게 삼국지란 삼국지 영문명 'Romance of the three kindoms'처럼 노스텔지어를 간직한 로망이었다. 

 

  2. 한국 성인 40%가량이 연간 도서 1권을 채 읽지 않고 25%은 아예 1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초등학생들이 연간 67권으로 가장 많이 읽고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줄어들어 성인은 매년 평균 8권 정도를 읽는다고 하니 출판시장 역시 가요계처럼 청소년층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인 듯 하다.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어 전자책이 보급되면서 인쇄물 독서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치더라도 디지탈 시대에 독서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네이버와 같은 포탈 사이트에서 지식검색을 하던 시대가 유튜브 동영상 검색 시대로 접어든지 꽤 오래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글이란 읽지 않고 보는 대상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초등학생들에게 조기교육과 두뇌개발이란 욕심에 반강제적으로 독서를 시킨 결과 책이라면 학을 떼게 만드는 유소년 독서교육, 전인교육의 명분을 이미 훼손시킨 지 오래된 대학입시로 인해 청소년들은 글을 읽어도 문맥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해력이 급속히 저하되기에 이르렀다. 2006년 국제학력비교평가 읽기영역에서 세계 1위를 했던 한국이 최근 9위권에 머물고 문해력 수준이 OECD 평균이하라고 하니 꽤 심각하다.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1/3인 상태에서 어떤 교육방법인들 성공할 수 있겠는가?

 

  독서시장의 주 타겟으로 설정해야 할 청소년들의 읽기 수준이 떨어진다면 출판사의 전략이란 명약관화할 것이다. 쉽게 읽힐 책을 만드는 것. 자극적인 제목과 다소 촌스러울 정도의 간결한 디자인, 삽화와 그림, 구어체 스타일로 편집된 입문, 해설서 스타일. 오프라인 도서관을 들어서면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책들이다. 동양의 고전, 중국 4대 기서 중 하나인 삼국지인들 출판계에 만연하는 쉬운 책 컨셉을 피하기란 쉽지 않겠다.

 

  3. 설민석이 누구던가? 입담좋고 대중인지도가 높은 스타 강사이자 방송계를 넘나드는 한국사 평론가이다. 청소년들과 역사, 인문학에 흥미를 느끼는 성인층에게 한국사 열풍을 이끌어낸 주인공 중의 한 명이라 칭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수능 등 입시와 자격증 시험을 대비한 강의, 교재저술 뿐 아니라 학습용 역사 만화, 한국사 특강, 조선왕조실록 등 다양한 역사서를 저술하고 있는 화제의 인물이다. 역사 입문자들에게 흥미를 유발시킨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단편적 해석과 간혹 전문성이 떨어진 해석을 한다는 비평을 동시에 받고 있다. 무엇보다 출판사 입장에서라면 시장성 높은 작가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다룬 삼국지가 '설민석의 삼국지 1, 2'이다. 

 

   작가 설민석은 삼국지 집필 취지를 서문과 부록에서 명확히 밝히고 있다. '설민석의 삼국지 1, 2(이하 설민석 삼국지)는 삼국지연의를 원전으로한 소설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원전을 그대로 번역, 평역하지 않고 작가의 상상을 더하여 줄거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원전에 없는 내용을 새롭게 창작하거나 일부 다르게 묘사하였다. ② 삼국지 읽기를 버거워하는 독자들을 배려하여 가급적 큰 줄거리 위주로 진행하고자 원전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그리 중요치 않는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무수한 등장인물도 스토리 전개에 필요한 한 두명으로 압축하여 읽기 쉽게 저술하였다. ③ 장르상 소설이지만 원전과 설민석 삼국지를 이해하기 쉽도록 삼국지에 등장하는 옛 지명을 표기한 지도, 등장 인물의 세력분포와 주요 전장의 위치와 경로를 그린 지도와 삽화, 매 장 말미에 본문 내용에 대한 Q&A 등을 배치하였다. 상기한 세 가지 집필 취지는 이 책을 접한 이들의 관점에 따라 상이하게 평가될 것으로 여겨진다.

 

  4. 설민석 삼국지를 리뷰, 서평하기에 앞서 장황스럽게 사족을 달은 이유가 있다. 집필 의도를 명확히 이해하지 않고 이 책을 주욱 읽어나갈 때 삼국지 매니아로서 상당히 곤혹스러운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편견이 되어 부정적 선입견이 앞설까봐 걱정이 되기까지 했다. 리뷰는 책을 읽은 독자 개인의 주관적 감상이 앞서는 영역이다. 그러나 서평이라면 주관적 견해나 감상에 머물지 않고 책을 읽은 한 개인이 느끼고 평가한 것을 대중들에게 근거와 주장을 가지고 논리적, 통섭적 차원에서 쓰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설민석 삼국지가 원전을 근거로 한 까닭에 촉한정통론(유비의 촉한이 한나라를 계승하는 정통이라는 관점, 따라서 조조는 간웅에 지나지 않는다)을 주장한다 하여 조조를 재평가 하지 않았다고 비평한다면 이는 리뷰어의 주관적 의견이지 서평이랄 수 없다. 삼국지를 촉한정통론에 입각해서 바라 볼 것인가 아니면 조조 등 다른 군웅들 위주로 재평가할 것이냐는 시대적 흐름과 요구도 곁들여 판단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서평을 시작할 때 예로 든 유비가 삼국을 통일하지 못한 아쉬움을 진하게 느꼈던 소시적 경험이야말로 촉한정통론에 입각한 사적인 감정이었다. 서른을 넘기면서 부터 유비 삼형제는 정과 구습에 얽매인 보수파를 대변하는 세력으로, 조조는 후한의 모순을 타파하고 시대적 변혁요구에 부응하려고 했던 권력의지를 지닌 지도자의 모습을 엿보인다고 느꼈던 것은 그만큼 시대와 사회를 바라보는 필자의 눈이 과거와 달라진 결과이다. 

 

  이런 맥락에서 설민석 삼국지를 평가하기 위해 나름대로 몇 가지 기준을 세웠다. 

  ① 저자가 밝힌 명확한 집필의도가 충분하고 효과적으로 반영되었는가? : 장르상 소설로서 10권 남짓 분량을 단 2권으로 압축해서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그려내고 이를 이해시키기 위한 편집을 하였는가이다.

 

  ② 소설이란 문학적 관점에서 경쟁작품들에 비해 얼마만큼 양질로 서술되었는가? : 저자가 설민석 삼국지를 소설로 명확히 규정한 이상 문학작품이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소설 3대 요소인 주제, 구성, 문체를 기준으로 평가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③ 신간 서적으로서 차별적인 존재적 가치가 있는가? : 독자들은 하루에도 수많은 신간서적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무수한 책들 속에서 한 권이 더해진들 얼마나 새로운 지식과 교양을 제공하겠냐마는 기왕에 책을 쓴다면 기존의 책에서 전하지 못한 차별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기존의 삼국지 대비 설민석 삼국지의 존재가치가 무엇일까?

 

  서평을 하기에 필자의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더라도 이 기준하에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서평에 인용될 부분을 발췌한 사진 - 고민거리가 꽤 되어서 마크가 많다.>

 

  5-1. 집필 의도가 제대로 구현되었는가?

  저자는 소설의 장르내에서 삼국지 읽기가 버거운 독자층들을 대상으로 2권의 분량으로 원전의 줄거리와 큰 흐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저술하고자 하였다. 저자 서문에서부터 강조한 바이며 책 말미 부록에서 원작에 없던 내용을  창작했거나 원작과 다르게 묘사된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아울러 등장인물이 1,200여명에 달할 정도로 많아 흐름에 방해되지 않게끔 주요 인물 위주로 스토리를 전개하였다. 대다수 독자들은 아마도 손쉽게 읽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준비했다는 저자의 의도에 동의하리라 본다. 각 장마다 등장하는 주요인물들을 일러스트와 함께 간단히 소개하고 현재 청소년들에게 익숙한 구어체로 묘사하여 문장을 부담없이 읽어나가며 이해하기 무리가 없게 쓰여졌다. 삼국지 입문서로서 만화에 익숙할 나이가 지난 청소년들이나 쉽게 쓰여 부담없이 읽을 컨텐츠를 선호할 20~30대가 보기에 제 격일 것이다. 삼국지연의를 번역/평역한 다른 삼국지에 차별화된 점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주요 사건과 전투 장면을 지도로 묘사하여 이벤트가 발생한 상황이나 전투가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이미 제한된 등장인물들로 인하여 세력간의 원근관계를 모르지 않겠지만 알기쉽게 해당 장에 등장한 주요 인물들간의 관계도를 제시하여 줄거리 파악을 용이하게 해준다.

 

 

 <설민석 삼국지의 주요 지도와 설명체계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1) 삼국지 옛 지명의 위치를 안내하는 지도, 2) 주요 사건에서 등장인물의 배경과 이동경로 소개, 3) 주요 전투별 전황과 부대 배치와 행군로 소개, 4) 각 장마다 상호 대립, 친분/동맹관계를 도해한 관계도>

 

  여러 등장인물을 한 명으로 축약하여 사건을 전개시킨 점에는 독자의 이해도를 높인다는 장점이 충분하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은 한계도 명확하다. 조조-원소의 명운을 가린 관도대전 전후가 그러하다. 사실 삼국지의 3대 대전이라면 관도, 적벽, 이릉대전이다. 단일 전투에 동원된 전력규모가 이에 달하는 전투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벽대전은 정사에서 그리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고 보면 관도대전이야말로 중국 통일의 가장 커다란 단초를 제공한 전쟁이었다. 관도대전을 전후의 과정에서 원소진영은 인물들의 갈등이 꽤 존재하였다. 원전에서 그려진 저수, 전풍 대 봉기, 심배 대  곽도, 신평의 근원과 대립관계는 상당히 입체적이었다. 천자를 모시고 한나라를 부흥한다는 명분과 통일에 대한 갈망이라는점에서나 원소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세 아들들끼리의 경쟁에 책사들이 사오분열하여 대립하는 과정을 읽어 내려가는 것은 몰입과 이해의 측면에서는 부담이 되겠지만 삼국지를 입체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 요소이다.

 

   5-2 소설적 가치가 충분한가?

 

  그저 쉽게 쓰여 읽기 편하다고 소설적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는 없다. 저자가 소설이라 단언하였기에 소설적 완성도를 따져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이 책은 저자의 100% 창작물도 아니다. 소설적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 지 고민스러웠다. 집필의도에서 이미 원작을 충실히 반영하고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겠다고 했으니 촉한정통론에서 벗어난 해석을 할 입지는 애시당초 없다. 결국 설민석 삼국지의 주제는 여타 소설책들과 별반 다르지 않기에 주제를 적절히 풀어냈느냐는 평가대상이 아니다.

 

  구성적 측면에서는 필자의 주장에 반론이 없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소설적 관점에서 줄거리 전개상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대목이 있다. 초선의 등장시점이다. 초선이 여포에 한눈에 반했다는 저자의 설정을 비평하는 것은 아니다. 극초반부여서 깊게 생각하지 않으면 저자의 의도대로 초선이 등장한 순서대로 스토리를 전개해도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 무리가 전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원작에서는 반동탁 연합군 세력에 밀려 장안으로 옮긴 이후에야 초선이 등장하는데에 반해 이 책에서는 낙양에서 이미 초선으로 인해 동탁과 여포의 갈등이 시작된다. 두 사람의 갈등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반동탁 연합군과의 전투는 왠지 어색하다. 배반의 끝판왕 캐릭터 여포라면 반동탁 연합군의 공적이 되기 전에 동탁을 배신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문체, 즉 상황에 대한 설명이나 장면의 묘사, 등장인물간의 대화는 소설을 전개하는 문장의 핵심이다. 이 책이 청소년이나 20~30대에 촛점을 맞춘 탓일까 요즘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체가 빈번하게 나온다. 젊은 층에게 익숙할 지언정 아름답거나 감동을 줄 수 있는 문장은 아니다. 여포, 동탁과 초선의 대화가 대표적이다. 단언컨대 이 장면에서는 왠지 아쉽다거나 손이 오글거린다. 심하게는 독자들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비단 이들간의 대화 뿐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상황설명 등은 현대적으로 쉽게 써내려갔을지 모르지만 문학적 표현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벤처기업의 일상을 다룬 단편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은 현대적 감각으로 얼마든지 간결하고 쉽게 쓸 수 있음을 증명해준다. 설민석 저자가 소설가가 아닌 이상 큰 기대는 어렵더라도 소설을 쓴다는 성의가 못내 아쉽다. 

 

  5-3 설민석 삼국지의 존재가치란 무엇인가?

 

  이 책이 갖는 가장 큰 차별성이란 삼국지의 주요 에피소드에 한국사를 연결하는 해석과 설명이다. 서서가 이끌었던 첫번 째 신야성 전투에서 조인의 팔문금쇄진법을 설명하면서 진법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이순신 장군의 학인진을 언급한다. 양 진법의 차이와 장점 뿐 아니라 이순신 장군의 업적까지 간단히 소개한다. 또한 제갈량이 이끈 두번 째 신야성 전투에서는 조조군에 수공을 가하는 장면에서 고려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을 이끌어 낸다. 이런 방식은 여타 삼국지에서 찾아보기 불가능할 것이다.

 

  이 책에는 재담꾼 설민석의 장점이 곳곳에 서려 있다. 원전에서 유비를 묘사한 '두 귀가 어깨까지 늘어섰고, 입술은 연지를 칠한 듯 붉고 얼굴은 옥처럼 깨끗했다. 팔은 어찌나 긴지무릎에 닿고 키는 일곱자 다섯 치 정도였다.' 구절에 대해 저자는 백성의 말을 잘 들어주고 민초들의 손을 잡아 이끄는 모습과 때묻지 않은 심성을 표현했다고 해석해준다. 설민석의  재치가 돋보이는 대목이겠다. 배신자 여포를 받아 준 유비가 막연히 인정깊은 이가 아닌 백성을 편히 지키기 위한 방편이라 봤던 것도 그의 재담을 입증하는 사례임에 틀림없다. 유비가 유표에 의탁하는 장면에서는 중국의 꽌시를 예로 들며 꽌시란 일종의 의리라는 중국인 특유의 정서로써 오리온 초코파이 광고를 한국에서는 '정'에 소구한다면 중국에서는 '의리'와 윗사람에 대한 '도리'에 소구한다는 설명에 이르자면 무릅을 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설민석적 해석에 아쉬움도 많다. 특유의 입담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에게 따라다니는 비평 중 하나는 단편적 해석의 나열이란 점이다. 유주에서 의병을 기병하여 첫번 째 황건적과의 일전을 가볍게 치룬 후 청주에 원군으로 출병하여 전투를 하는 장면에서 그는 유비에 대해 병법과 지략의 대가 유비라고 평가한다. 기실 유비는 원작에서 제갈량을 만나기 전까지 제대로 이겨본 적이 없는 끝없이 도망치는 패장에 불과했음에도 어떻게 병법과 지략의 대가라고 평했는 지 의아하다.  

 

  당시의 베이징이 중국의 중심지- 당시에는 황화강과 양자강 사이의 중원이 중심이었다. 오늘날 허난성 대부분, 허베이, 산서성, 허베이성의 남부, 산동성의 서부지역을 일컫는다. 베이징은 당시로서는 먼 변경의 영역이다- 라고 평하는 가 하면 유비의 사형으로 원소에 패했던 공손찬의 성을 '공손'이 아닌 '공'으로 알고 있는 것 역시 저자의 전공이 한국사여서 인지 중국 역사에는 아직 문외한 점이 많다고 판단된다. 그게 아니라면 고증과 준비가 부족했을 것이다.

 

  적으로 저자가 삼국지 최강의 무장을 여포와 조운으로 평가하는 듯한 설명에서는 아쉬움을 느꼈다. 유명한 PC게임인 코에이 삼국지에 익숙해서인지 필자는 삼국지 최강의 무력을 다음과 같이 평한다. 1.여포 - 2.장비 - 3.관우- 4.조운 - 5.허저 - 6.전위 - 7. 황충 - 8. 문추태사자 순이다. 참고로 중국인들은 삼국지 무장들의 무력순위를 다음과 같이 평한다고 한다. '일여이마삼전위, 사관오조육장비, 칠허팔황구강유" 즉 여포-마초-전위-관우-조운-장비-허저-황충-강유 순이라는 것이다. 마오쩌둥은 이를 인용하여 스스로 '일여이조삼전위, 사관오마육장비, 황허손태양하후, 이장서방감주위, 문안타말여등강'이라 하였다. 여포-조운-전위-관우-마초-장비-황충-허저-손책-태사자-하후돈-하후연-장료-장합-서황-방덕-감녕-주태-위연-문추-안량-등애-강유'순이라는 것이다.

 

  이해를 손쉽게 하기 위해 저자는 기존 삼국지에서는 보기 드물게 각종 지도와 관계도를 적절히 활용하였다. 그러나 이는 저자가 독창적으로 구현한 방법이 아니다. '지도로 읽는 삼국지 100년 도감'에서 이미 활용한 방법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이 책에서 제시했던 참고자료들이 저자만의 발상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서적을 그대로 표절한 것이 아니라 참고하여 다른 방법으로 작성되었기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겠다.

 

<'삼국지 100년 도감' 중 발췌 - 그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1) 삼국지 배경의 지명지도, 2) 주요 연대별 세력분포와 사건연도, 3) 주요 전투 해설도, 4) 주요 연대별 세력간 동맹-대립 관계도>

 

  5-4. 설민석 삼국지의 총평

 

  결론적으로 설민석 삼국지는 저자의 집필의도대로 쉽게 독자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작성되었지만 소설이란 문학적 장르에 비추어 볼 때는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이고 여타의 삼국지 대비 혹은 신간 서적으로서의 존재가치적 기준에서는 특유의 재담과 해석, 한국사와 연결하는 창의성이 돋보임과 동시에 중국사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거나 여전히 단편적 해석의 나열에 그친다는 한계를 가진다고 평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감명깊었던 부분은 '부록 삼국지 자세히 들여다 보기'였다. 소설 형식을 차용함으로써 원작에 없던 창작내용을 구체적으로 짚어주고, 원전에서는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부언해준다. 또한 원작과 다르게 묘사되어 오해를 살 만한 장면들도 원작에서 기술된 것들 개략적으로 꼼꼼히 되짚어 준다. 소설형식과 2권 요약본에서 오는 한계를 넘고자 노력한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삼국지 매니아로 자칭하는 독자에게는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다. 시간이 부족하다거나 10권짜리 삼국지 완역본을 읽기에 부담을 느끼는 입문자들이 읽기에 적당하다. 디지탈과 동영상에 익숙해진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는 양손잡이 읽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디지털은 빠르게, 인쇄물은 깊게 읽으라는 것이다. 인쇄물을 깊게 읽어야만 책이 전달하려는 의미나 메시지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고 저자가 제기한 주제와 주제의 논거,주장의 타당성 등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다. 아울러 동일 주제의 2종 이상의 책을 섭렵함으로써 종합적 독서능력이 배댱될 수 있을 것이다. 삼국지 입문자들에게 이 책은 디지털 컨테츠 성격이다. 주욱 읽어나가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지 말고 좀더 완전한 삼국지를 통독함으로써 동양의 고전이라는 삼국지가 주는 삶의 교훈과 감동을 만끽해보라 권하고 싶다.

 

  6. 마무리하며

 

  간결한 편집의도상 삼국지에서 자주 나오는 한시들이 거의 빠져 있다. 요즘 독서시류에서 삼국지를 읽어나가는데 한시가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나 간혹 주요 장면에 이어 나오는 한시는 내용이 처연하거나 비장하여 독자의 심금을 울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늘날까지 명문으로 일컬어지는 제갈량의 출사표를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독자들은 이 글에서 전략가가 아닌 유능하고 자상한 정치가로서의 제갈량의 진면모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선제께옵서는 창업하신 뜻의 반도 이루지 못하신 채 중도에 붕어하시고, 이제 천하는 셋으로 정립되어 익주가 매우 피폐하오니, 참으로 나라의 존망이 위급한 때이옵니다. 하오나 폐하를 모시는 대소 신료들이 안에서 나태하지 아니하고 충성스런 무사들이 밖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음은 선제께옵서 특별히 대우해주시던 황은을 잊지 않고 오로지 폐하께 보답코자 하는 마음 때문이옵니다. 폐하께서는 마땅히 그들의 충언에 귀를 크게 여시어 선제의 유덕을 빛내시오며, 충의 지사들의 의기를 드넓게 일으켜 주시옵소서. 스스로 덕이 박하고 재주가 부족하다 여기셔서 그릇된 비유를 들어 대의를 잃으셔서는 아니되오며, 충성스레 간하는 길을 막지 마시옵소서.

~~~ 중략 ~~~

 

  원컨대 폐하께옵서는 신에게 흉악무도한 역적을 토벌하고 한실을 부흥실킬 일을 명하시고, 만일 이루지 못하거든 신의 죄를 엄히 다스리시어 선제의 영전에 고하시옵소서. 또한 만약 덕을 흥하게 하는 말이 없으면 곽유지, 비의, 동윤의 허물을 책망하시어 그 태만함을 온 천하에 드러내시옵소서. 폐하께옵서도 마땅히 스스로 헤아리시어 옳고 바른 방도를 취하시고, 신하들의 바른 말을 잘 살펴 들으시어 선제께옵서 남기신 뜻을 좇으시옵소서.

  신이 받은 은혜에 감격을 이기지 못하옵나이다! 이제 멀리 떠나는 자리에서 표문을 올림에 눈물이 앞을 가려 무슨 말씀을 아뢰어야 할지 모르겠나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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