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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묵묵히 견디는 이름 | 에세이 2020-09-2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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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박태건 저
모악 | 2020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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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어떤 장면에 불안하지만 가능한 삶을 비춰본다면 어떨까? 겨울의 한복판을 걸으면서 보게 되는 풍경은 낯설다. 어디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낙엽이 바스락거리고 바람은 차갑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골몰하게 만든다. 발자국만으로는 알 수 없는 세계, 그 세계가 진짜다. 마음고생이 심해 움츠렸던 심장은 거짓말을 하며 살았다. 하지만 맨 몸을 드러내는 겨울 앞에서 심장은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겨울이 삶을 지독하게 만든다.

박태건 시인의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에서 우연히 설악에서 자라는 나무를 알게 되었다. 설악은 다른 세상이다. 그러니 이곳에서 사는 나무도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과 다르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시인의 몸속에 들어 있는 상상의 끝자락에서 나무는 황태와 겹쳐진다. 그래서 이제껏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세계가 쏟아졌다. 시인은 설악에서 자라는 나무가 황태라고 말한다.

 

황태는 설악에서 자라는 나무다

 

미시령 넘어가는 길

인제군 용대리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황태

가파른 겨울바람에 비늘 다 떨어뜨리고

가시만 남은 나무들

한 놈 툭, 끊어다가

한 솥 가득 끓여내고 싶다

 

간밤 술에 얼얼한 뱃속

바람이 불 때마다 휘정대는 황태의 손가락이 쓰린 속을 찌른다

얼음계곡으로 줄지어 몸을 말리는 것들,

몸이 더워지면 주저 없이

속초 바다에 뛰어들 기세다

 

말을 버린 것들은

혀부터 단단해진다

나도 저 나무껍질 같은 지느러미 하나 갖고 싶어서

산의 정수리를 쓸어내리는 겨울바람에

눈을 부릅뜬다

 

황태라는 나무전문

 

명태(明太)가 황태(黃太)가 되는 과정은 이렇다. 겨울바람에 얼고 녹기를 수십 번 해야 한다. 그래야 황태는 겉은 단단하더라도 속은 먹기 좋게 부드러워진다. 놀랍게도 하얀 속살이 황색으로 변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황태의 몸속에 황색의 피가 흐른 것은 아니다. 황태를 넣고 끓인 해장국은 시인의 말대로 얼얼한 뱃속을 황색의 손가락으로 수십 번 찌른다. 쓰린 속의 영혼이 겨울바람에 스며든 겨울햇빛으로 잘게 부서지면서 맑고 투명해진다.

모든 삶이 단순히 생로병사라고 하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견딜만한 생이 있다는 것, 희로애락이 있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지옥처럼 느끼지 않을까. 지옥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겨울바람과 함께 설악으로 떠나보는 것이다. 그곳에서 황태라는 나무가 자라나는 것을 보고 고독을 묵묵히 견디는 이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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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과거 -2 | 책 속으로 2020-09-2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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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과거

은희경 저
문학과지성사 | 2019년 08월

 

 

267.. 출구도 창문도 없는 폐쇄된 감옥에 많은 사람이 잠들어 있다고 하자. 그들은 얼마 안 가 모두 질식해 죽을 운명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잠든 사람드을 깨운다면 그것은 옳은 일일까. 그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하므로 더욱 잔인한 짓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 그중 몇 사람이 깨어난 이상 그 페쇄 감옥을 무너뜨릴 희망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319..비판은 가장 손쉬운 선택이다. 나쁘게 돌아가는 세사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네지가가 적게 소모되므로 심신이 약한 사람일수록 쉽게 빠져든다. 신체의 운동이 중력을 거스르는 일인 것처럼, 낙관적이고 능동적인 생각에도 힘이 필요하다. 힘내락고 할 때 그 말은 낙관적이 되라는 뚯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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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과거. 1 | 책 속으로 2020-09-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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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과거

은희경 저
문학과지성사 | 2019년 08월

 

10.. 소설이란 자기 인생이라는 집을 부수어 그 벽돌로 다른 새로운 집을 짓는 일이라는..

18..여러 사람과 공유한 시간이므로 누구도 과거의 자신을 폐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편집하거나 유기할 권리 정도는 있지 않을까. 그처럼 과거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사람들끼리 너무 오랜 세월을 만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내가 말하자 그녀는 턱을 치켜들며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사람들은 모든 게 일회성이므로 그래도 된다고 대꾸했다..

25..군대의 비극은 섞인다는 것이다..

28..그리고 개별적인 다름은 필연적으로 섞임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거기에는 비극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서투름과 욕망의 서사가 개입 될 수 밖에 없었다. 다름은 개인성의 독립이지만 섞임이 그 종합은 아니기 때문이다

116..모범생들은 눈치를 본다. 문제를 낸 사람과 점수를 매기는 사람의 기준,즉 자기를 어디에 맞춰야 할 지 알야야 하기 때문이다. 정답을 맞히려는 것은 문제를 내고 점수를 매기는 권력에 따르는 일인 것이다. 그렇게 그저 권력에 순종했을 뿐이먄서 스스로의 의지로 올바른 길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모범생의  착각이다. 그 착각 속에서 스스로를 더 완강한 틀에  맞춰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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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 책풍경 2020-09-1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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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경향(2020.9.11) | 화제의 책 2020-09-1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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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지구는 달라진다…‘더 적게’ 살아가면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책과 삶]지구는 달라진다…‘더 적게’ 살아가면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김은령 옮김
김영사 | 276쪽 | 1만5500원

1970년대 대서양 연어의 전 세계 생산량은 연간 1만3000t 정도였다. 오늘날 대서양 연어 생산량은 300만t. 노르웨이 피오르에 자리한 거대한 양식장이 만들어낸 변화다. 1㎏의 연어를 얻으려면 3㎏의 먹이가 필요하고, 1㎏의 연어 먹이를 얻으려면 5㎏에 이르는 물고기를 갈아야 한다. 양식장에서 연어 1㎏을 얻으려면 작은 물고기 15㎏이 필요한 셈이다.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 3분의 1가량이 분쇄돼 양식장 물고기의 먹이로 사용된다. 멸치·청어·정어리들이 점점 더 많이 양식장으로 향하면 돌고래·바다사자·혹등고래들은 괜찮을 수 있을까. 양식 이야기는 지상에서 이루어지는 육류 생산 과정을 장소만 바닷속으로 바꾸었을 뿐이다. 수백만마리의 동물이 좁은 공간에 갇혀 짧은 삶을 살고 나서 우리 뱃살로 자리 잡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우리 삶은 이대로 지속 가능한 것일까.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는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을 <랩 걸>로 탁월하게 그려냈던 호프 자런(Hope Jahren)이 오늘날 인류의 풍요로운 삶이 지구 환경을 어떤 식으로 바꿔놓았는지 풀어낸 책이다. 원제는 ‘The Story of More’. ‘더 많이’만 외쳐온 물질문명이 망가뜨린 지구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지만, 삶이 더 안전하고 편리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게 됐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에선 기후위기에 대해 밑도 끝도 없이 겁을 주기보단, 지구에서의 삶을 지속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적게(Less)’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을 건넨다. “1960년대에는 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이 생태계의 파괴를 예견했다면, 우리 세대에서는 이 책이 그런 역할을 맡아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옮긴이의 상찬이 과장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lt;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gt;에선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풍요 이면의 불평등과 자원 고갈, 넘쳐나는 쓰레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인 기후변화의 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코로나19 이후 배출량이 늘어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수원시자원순환센터 야외 선별 적치장에 쌓여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에선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풍요 이면의 불평등과 자원 고갈, 넘쳐나는 쓰레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인 기후변화의 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코로나19 이후 배출량이 늘어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수원시자원순환센터 야외 선별 적치장에 쌓여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0억t의 곡물을 동물에게 먹여서
얻는 건 고기 1억t과 3억t의 분뇨
‘더 많이’ 풍요가 망쳐온 생태계
소비중독 사회 모순 친절히 설명
겁주기보다 작은 실천 제안 공감

책에서 지구의 변화를 설명하는 소재로 선택한 것은 1969년 9월27일 태어난 1000만명 중 한 명인 저자 자신의 삶이다. 35억명이었던 인구가 70억명으로 늘고, 기대수명이 80세에 육박하게 된 지난 50년 동안 식량 생산 방식과 에너지 소비 등에 어떤 변화가 있었고, 그러한 연쇄가 지구에는 무슨 영향을 끼쳤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를테면 매년 10억t의 곡류를 생산하던 지구는 이제 30억t을 생산한다. 전 세계 육류 생산은 연간 3억t을 넘어서 1969년의 세 배로 늘었다. 소고기는 두 배, 돼지고기는 네 배, 닭은 열 배 더 생산되고 있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한 생산량 증가 덕분이다. 오늘날 인간이 10억t의 곡물을 먹어 소비하는 동안 또 다른 10억t의 곡물은 동물 먹이로 소비되고 있다. 그렇게 먹여서 우리가 얻는 것은 1억t의 고기와 3억t의 분뇨다.

남아도는 곡물은 ‘바이오 연료’ 재료가 되기도 한다. 수만㎢의 땅에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비료를 주고 살충제와 제초제를 뿌려 농작물을 거둬들여 가공한 후, 그것을 짓이기고 발효시켜 연료로 만드는 것이다. 화석연료가 고갈되어 가고, 이산화탄소 배출로 온난화가 심화되는 막다른 길에서 “사람을 위한 음식을 자동차를 위한 연료로 만드는” 기묘한 혁신을 내놓은 것이다. 어떻게든 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만은 피하려는, 소비중독 사회의 모순을 보여준다.

책은 친절하며 다정하다. 기후위기 대응이나 윤리적 소비에 대한 얘기를 꺼낼라치면 화부터 내는 사람들에 대한 설득으로도 읽힌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무너지고, 역대 최장 장마에 연이은 태풍으로 기후변화의 위협을 실감하면서도 직접적 행동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다. 당장 내일의 삶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당면한 위기를 남일 보듯 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여섯 번째 대멸종 후에도 이 지구상에 생명체는 남아 있을 것이지만, 두 발로 걷고 불도저를 운전하고 비행기를 모는 포유류가 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공룡들처럼 우리도 그 후의 일에 관해 상상할 수는 없다.”

언제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더 낫다. 이를테면 고기 섭취를 매주 1800g에서 900g으로 절반 정도 줄인다면 1억5000만t의 곡류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엄청난 희생은 아니지만 유의미한 변화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희망(Hope)이라는 이름의 저자는 코로나19 한복판에서 쓴 한국어판 서문에서 유치환의 ‘희망이 해진 주머니로도 흘러간다’는 시구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이 책이 담고 있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훨씬 더 강하게 믿게 되었다. 문제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능력 어딘가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숨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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