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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혁명가에게 꽃다발을, 《지니의 퍼즐》 by 최실 | 기본 카테고리 2018-09-04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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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니의 퍼즐

최실 저/정수윤 역
은행나무 | 2018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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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상반기, 아쿠타가와 상 최종 후보 다섯 작품에 올랐던 작품이다. (수상작은 《편의점 인간》이었다.) 그때 못 읽고 넘어간 책을 번역본으로 읽게 됐다. 저자인 최실 작가는 1985년생 재일교포 3세이다. 조선학교와 미국 유학에서 겪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이 작품을 썼다.

초반부의 오리건 주의 작은 도시에서의 외톨이 학교 생활, 홈스테이 호스트인 스테퍼니와의 오리건 주와 워싱턴 주의 경계 지역의 여행, 선문답 같은 스테퍼니와의 대화를 보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나 궁금해졌다.

과거로부터 도망하고 도망하여 거기에까지 이르렀는데 더 이상 도망할 곳도 없는데 세상은 또 그녀를 벼랑 끝으로 몰고 또 몰아간다. 동아줄 같은 스테퍼니와의 사랑과 애정, 이해를 기반으로 지니는 어둡고 긴 터널 끝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한다.

지니는 일본학교를 다니다 중학교를 조선학교로 가게 되었다. 조선학교는 북조선 계열의 학교로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 액자를 교실 앞에 걸어놓는다. 사진 액자가 해꼬지를 하는 것도 아닌데 지니는 이질감과 거북한 느낌에 심기가 몹시 불편하다. 조선어를 말할 줄 모르고 배우려는 적극적인 자세도 없는 지니는 눈엣가시이다. 위악을 떠는 사춘기 소녀이지만 위악을 떠는 사람일수록 마음은 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법이다.

그러던 어느날, 대포동 미사일이 발사된 후 일본 내의 조선인에 대한 눈길이 싸늘하게 일변한다.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협을 당한다.

아무하고도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지면 앞을 주시하며 걸었다. 여긴 어디지. 어제까지만 해도 내게 위험한 장소가 아니었는데. 그랬는데 오늘 갑자기 이렇게 위험한 곳이 돼버리다니. 앞에 있는 길모퉁이가 두렵다. (98쪽)

사람의 욕구 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 '안전'에 대한 욕구일 텐데 어떤 행동을 한 것도 아니고 존재만으로도 위험해지는 상황이라니, 등골이 서늘하다. 실제로 건장한 남자 3명가 위협하며 성추행을 하고 '조센진'이라는 말로 모욕을 주고 간다. 그 수치와 모욕감에 마음이 무너지지만 지니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는다.

그녀는 혁명가이다. 작고 연약하지만 그녀는 두 발로 굳게 서서 세상에 맞선다. 그녀는 사진 액자 둘을 떼어내어 바깥으로 던져 버리고 선언을 담은 전단지를 뿌린다.

정말로 아이들을 지키고 싶다면, 평화를 위해 싸우길 두려워하는 민족이 돼선 안 된다. 그건 우리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 어느 누가 우릴 믿어주겠는가. 일본에 사는 우리는 반항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주변에 떠밀려 사는 인간이 돼서는 안 된다. 목소리를 내는 일, 행동하는 일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돼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여, 이 상황을 외면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자! ... 초상화 하나 떼어낸다고 뭐가 달라져.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분명히 말하겠다.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최초의 걸음에 불과하다. 함께 떨쳐 일어나자. 누군가의 정의가 아닌 나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하여! (137~139쪽)

그러나, 혁명의 결과는 참담하다. 그녀는 정신병원에 수감되었고, 가족은 무너졌다. 조선학교에서 친구가 되어 준 니나는 쇼크로 등교도 못 한다. 그녀는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몰라 북조선으로 돌아가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마음으로 편지를 보낸다.

이렇게 하늘이 무너진 세상의 끝에 몰린 그녀를 홈스테이 호스트인 스테퍼니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염려하고 보듬어주고 끊임없이 대화한다. 그리고 스테퍼니의 품 안에서 오열을 터뜨리며 지니는 과거와 화해하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쪽으로 몸의 방향을 틀게 된다.

일본어를 공부하고 일본에서 1년 반을 살았으면서도 재일교포에 대한 관심조차 없었던 내 자신이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신기하다. 자이니치, 자이니치, 조센진, 조센진 하며 차별하는 말은 알고 있었고 지식적으로는 아는 면도 있었을 텐데 그들의 정체성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일본어를 한참 배울 때 어학당에 한국어를 배우러 와서 언어 교환을 했던 친구, 동생들은 일본인으로 귀화한 재일교포들이었다.

상대방이 불편해 할 수도 있는 사적인 질문은 하지 않고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나의 성향 때문에 놓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재일교포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 귀화에 이르게 된 과정, 그럼에도 차별이 있는지 등등 그땐 무식해서 혹은 무심해서 문제의식이 없었거나 껄끄러워지거나 부담 주는 게 두려워서이거나 둘 다이거나 그랬다.

작은 소녀 혁명가 지니, 다부지고 용감한 것 같지만 상처투성이의 여린 마음, 그러면서도 사춘기 소녀다운 우정과 짝사랑... 정체성의 문제와 한 인간의 성장담을 멋지게 조화시킨 책이었다. 짧아서 앉은 자리에서 두 시간이면 읽을 책이지만 읽고 나서는 마음이 참 묵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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