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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2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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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전, 가인에 공명하다, 《만요슈 선집》 by 사이토 모키치 | 기본 카테고리 2020-09-30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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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만요슈 선집

사이토 모키치 저/김수희 역
AK(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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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요슈>는 <만엽집>이라고도 불리는 일본 최고(最古)의 가집 즉 노래 묶음이다. 시가문학이라고 하면 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고전도 잘 읽지 않고 학창시절 배운 게 다인데 일본의 고전문학을 꼭 읽어봐야지 생각했던 것은 번역할 때 은근히 본문에 많이 인용된다. <만엽집>뿐만 아니라, <고금와카집>, 바쇼나 잇세이의 하이쿠도 그렇다.


그래서 시간 날 때 미리 공부해 두려고 하이쿠 관련 책은 두 권 정도 샀고 이번에는 <만요슈>를 읽어보았다. 사실 만요슈는 그 수가 방대하여 전체를 다 읽을 수 없는데 가장 대표적인 시가를 선별하여 수록하고 자세하게 해설해주어 소장가치가 매우 높은 책이다. 한번에 읽기보다는 몇 수씩, 하루에 한두 수씩 음미하며 읽어도 좋을 만하다.


드넓은 바다 웅대한 구름 위로 석양 비치니

오늘 밤 뜨는 달은 분명 청명하리니


오늘처럼 달이 차 올라 대보름달을 향해 가는 한가위에 읽기 좋은 시 같다. 자연을 바라보며 탄복하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동쪽 들녘에 동트는 새벽 햇살 환히 빛나서

뒤돌아 바라보니 서쪽에 달 기우네


석양을 보는 일은 많아도 아침에 해가 뜰 때 한켠에서 지는 달을 바라보는 일은 여간 부지런한 사람 아니면 발견하기 힘든 자연의 풍경 같다.


가을 들녘에 이삭 위를 감도는 아침 안개여

내 사랑도 어딘가로 사라질 수 있으리오


천 년 전의 사람들도 이렇게 애절한 사랑을 했던 걸까. 사라질 수 없는 사랑을 이렇게 노래한 가인의 안타까움과 애절한 사랑이 느껴진다.


둘이 넘어도 넘어가기 힘겨울 이 가을 산을

어찌하여 그대는 홀로 넘고 있을까


이 시처럼 표면적으로는 누군가를 향한 염려, 애정을 그리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모반 즉, 반역의 실패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


마음에 다가왔던 몇 편을 소개해 봤다. '하이쿠'는 읽으면서 그 정도의 고어에는 적응하며 공부해 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만요슈>는 솔직히 좀 어려웠던 것 같다. 해석을 음미하며 공부보다는 감상에 초점을 맞췄더니 마음이 편안했다. 그리고 시를 읊고 싶은 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시를 잘 보존해 천 년 전 사람의 마음에 공명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예전에 당시(한시)를 중국 교포인 이웃님과 함께 나눴던 적이 있다. 한참 독학으로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했던 시기여서 포부 넘치게 했었고 내가 읽어서 녹음해서 보내면 이웃님이 발음까지 짚어주셨다. 새로운 언어 배운다고 모든 에너지를 쏟지 말고 원래 하던 언어나 잘하자 싶어서 인생의 우선 순위가 아니었던 중국어는 내려놨지만 국가와 시대를 초월하는 '시'라는 것이 참 좋았다.


<만요슈>는 곁에 두고 하이쿠, 고금와카집 등과 함께 하나씩 다시 음미하며 읽고 싶다. 깊어가는 가을과 겨울에 특히 읽기 좋은 시가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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