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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하는 한여름의 태양 뒤에 남은 늦여름의 잔열, 《작열》 by 아키요시 리카코 | 기본 카테고리 2020-11-11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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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고 나서 하루가 지났는데도 몸살을 앓는 듯한 뜨끈한 기운이 가시지 않는 책이다. 몇 번의 뒤집기 끝에 도달한 처연한 진실, 그러나 그것이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었기에 마음에 울림이 있었다.



(스포 없음)


어려서 어머니를 일찍 잃고 뺑소니 교통사고로 아버지까지 잃은 후 고모 집에 얹혀 살다가 중학교 졸업과 함께 독립하여 다부지게 살아 온 사키코. 열심히 일하며 다니는 야간 고등학교에서 알게 된 위악을 떠는, 속마음은 성실하고 순수한 청년 다다토키. 이 둘은 천애고아라는 비슷한 처지와 운명적 끌림으로 인해 두 사람은 인생을 함께하기로 한다.


결코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다다토키의 인생은 원활히 풀려 고졸 학력으로는 뚫기 힘든 대기업의 영업직 직원으로 일하며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사키코는 다다토키가 사무실 창문에서 추락사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게다가 그가 반 년 전, 회사에서 정리해고당한 후, 사기 행각을 벌였고 그 피해자 중 한 명으로부터 살해당했을 가능성에 관해 듣고 망연자실한다.


다다토키의 사기 행각과 과거 소년분류심사원 이력이 밝혀지자, 여론과 세간의 반응은 손바닥 뒤집듯이 다다토키를 비난하고 나서고 아내인 사키코에게도 가차없는 비난이 쏟아진다. 삶의 의미를 잃은 사키코는 자살 파트너를 구해 자살을 시도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혼자 살아남는다. 그녀의 자살 파트너 에리는 이미 목숨이 끊어졌다. 에리를 위해 애도하다가 섬광처럼 스친 한 가지 생각이 사키코의 인생을 뒤바꾼다.


그건 바로 에리의 신분증 등을 이용하고 에리로 성형수술하여 다다토키 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다가 풀려난 의사 가바치카와의 아내가 되어 살해 사건의 증거를 찾고 복수하기로 한 것이다. 그것이 사키코의 삶의 동기가 된다. 성형수술 후 순조롭게 가바치카와에게 접근하여 그의 호감을 얻고 그와 결혼한 지. 이제 보름. 서서히 가바치카와의 신변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함께 살아가고 사람들을 대하는 가바치카와의 모습에 '진짜 사랑'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에 혼란을 겪기도 하고, 가바치카와의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여동생 아키코에게는 진심으로 동정심과 애정을 느끼며 지내다가 서서히 진실에 도달하는데...



<절대 정의>로 관심을 갖게 된 작가였는데, 이 작품은 이야미스(불쾌한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진정한 휴먼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캐릭터가 또렷하게 잘 그려져 있어 그들의 관점에서 카메라 앵글을 바꿔가며 내용을 이해 및 공감할 수 있었다. 잠시 등장했다 사라진 다다토키가 어떤 마음으로 사키코를 지켜왔고 사기 행각을 벌였는지, 사키코가 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빌려서까지 복수하고 싶었는지, 선인인지, 악인인지 헷갈리는 가바치카와의 정체는 무엇인지, 선천적 심장병을 앓으면서도 청춘을 구가하는 가바치카와의 여동생 아키코의 마음의 뒤켠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등...


길지 않은 분량 속에 작열하는 한여름의 태양 같은 강하고 뜨거운 진심. 그리고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난 다음 계속 마음을 달구는 늦여름의 잔열 같은 애잔함이 남았다.


※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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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탐정사무소 | 기본 카테고리 2019-07-29 16:57
http://blog.yes24.com/document/11504525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권당 440페이지가 넘는 시리즈 다섯 권을 닷새 동안 푹 빠져 읽었다. 폐인 기질이 다분한 나인데 최근 몇 년간, 그 기질을 발휘할 이벤트 없이 살다가 이번에 유감없이 발산했다.?

한국근대사 특히, 일제 치하의 경성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어 검색하다가 발견한 시리즈이다.

베일에 쌓인 경성 최고의 미남자 탐정 정해경. 명석하고 현명하지만 조실부모하고 어디론가 시집 보내려는 친척들을 피해 혼자 경성으로 도망온 16세 소녀 박소화. 이 둘이 콤비가 되어 일제 치하 경성의 사건들을 파헤친다.

인물들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시대상도 너무나 잘 표현했다. 몰락한 대한제국의 황족의 비참하고 비굴한 모습, 허구의 인물일지언정 대쪽같은 반골 황족 이환의 믿음직한 모습, 온 국토를 헤집어놓은 광풍의 골드러시, 새로 도입된 여학교들과 신여성, 역시나 짐작할 수 있는 시대와 결혼의 굴레, 그리고 독립군들의 희생과 활약, 암투, 매국노들의 잔학한 친일 행위... 인간 본성의 악함과 함께 그럼에도 어두운 시대를 밝히는 등불같은 젊은이들... 그리고 두근두근 로맨스와 미스터리.

40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주세요. 남주인공 정해경은 공유로 해 주세요. 여주인공 박소화는 김태리가 좋을 것 같은데 나이가 좀 안 맞네요. 경성 최고의 미인이자 명창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인혜는 손예진이 좋겠어요.?

그 시대를 잘 알고 오늘을 사는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만이 그 시대를 살다 가신 분들에 대한 예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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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이 되는 시, 《한들한들》 by 나태주 | 기본 카테고리 2019-04-15 08:15
http://blog.yes24.com/document/11235445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20대 때 잠시동안 좋아했던 시의 세계에 40대가 되어 다시 빠져본다. ?

난해하여 시인의 머릿속이 궁금해지는 그런 시 말고 마음을 보듬어주고 새로운 삶의 기운을 나눠주는 시가 좋다. 나희덕 시인과 조병화 시인의 시를 참 좋아했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어느새 국민 애창시가 된 것 같다. 짧고 리듬이 느껴지는 강렬하면서도 순박한 시이다. 무엇보다 시인의 진심과 삶 자체가 담겨서 울림이 있는 것일 것이다. 오늘도 아이들과 남편과 벚꽃이 만개한 봄날의 산책을 하며 개미를 찾는 아이와 함께 키 작은 꽃들을 자세히 보았다. 냉이꽃, 보랏빛 제비꽃, 하얀색 제비꽃, 민들레, 꽃마리, 별꽃, 봄까치꽃(공식 명칭은 '큰개불알풀'이지만 이 사랑스러운 푸른 꽃에 너무나 망측스러운 이름이어서 부르고 싶은 이름 '봄까치꽃'이라 하련다) 등 고개를 들면 보이는 벚꽃의 향연 못지 않은 들꽃의 향연이 풀밭에 펼쳐져 있었다.

'풀꽃 시인' 나태주 시인의 시집 《한들한들》의 개정판이 나왔다.

기독교 신앙인이신가, 곱고 겸손한 시어에서 신앙이 묻어난다. 저녁에 잠들 때면 후회와 아쉬움뿐, 결코 나 자신을 용서 못하며 자책하며 잠자리에 눕는 나에게 고운 눈의 시인은 그러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오늘의 잘못들을 스스로 용서하고 잊으라고, 그리고 하나님한테 용서받을 수 있으니 감사한 것이라고...

저녁에

저녁에 잠든다는 건
내일의 소망을
가슴에 안는다는 일이고

오늘의 잘못들을
스스로 용서하고
잊는다는 것이다

<한들한들> 84쪽


감사

살아서 숨 쉴 수 있음에 감사
너를 만날 수 있음에 감사
목소리 들을 수 있음에 또다시 감사
사랑할 수 있음에 더욱 감사

하나님한테 용서받을 수 있음에
더더욱 감사

<한들한들> 16쪽

시인은 시를 읽으며 바른 마음을 갖고 어두운 마음이 밝아지고 삶에 대한 욕구도 생겼다며 '시에게 빚을 졌다'고 밝히고 있는데, 나야말로 나태주 시인의 시에 빚을 지고 있다.

좋은 시를 골라 읽음으로 자신의 내면의 어둠을 밝히고 비뚤어진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정말로 좋은 시를 읽으면 바른 마음이 생기고 어두운 마음이 조금씩 밝아지고 삶에 대한 욕구도 생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만약 나에게 이러한 시 읽기바저 허락되지 않았다면 나는 어떤 인간이 되었을까?

시한테 진 빚, <한들한들> 168쪽

아름다운 사계와 자연의 모습을 노래하는 시들,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시들, 그리고 70평생을 살아오며 발견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시들... 참으로 곱고 순하다.

또 그뿐만 아니라 정말 생활밀착형 시들도 많다. 40년 가까운 단골식당인 순댓국밥집 '경북식당', 평생 자동차 없이 버스, 택시, KTX 타고 전국으로 강연 다니시는데 '나 좀 태워 주세요'라서 존함이 나태주라는 시 '나태주', 신나게 달리는 자전거를 줄여서 신달자, 여류작가의 이름이기도 한 '신달자'라는 시 등 정말 읽다가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어릴 적 살았던 동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넉넉한 마음, 오래 지긋이 바라보는 여유로운 마음, 가까운 것들, 늘 곁에 있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축하해요

날마다 반복되는 하루하루 그날이 그날
지루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그래서 때로는
어디론가 탈출하고 싶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당신, 큰 병에 걸려 병원에 오래
갇혀서 사는 사람이라 생각해봐요
기약 없는 여행길 떠나 먼 나라
흰 구름으로 떠돈다고 생각해봐요

얼마나 지금 그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고 싶겠어요?
날마다 그럭저럭 보내는
그 날이 그 날인 날로 돌아오고 싶겠어요?

축하해요! 축하해요!
당신의 하루하루
아무 일도 없는 무사한 날들을 축하하고
평상의 작은 시간들을 축하해요.

<한들한들> 152~153쪽

일상을 뒤흔드는 대사건들을 겪으며 심장이 쪼그라드는 경험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하고 무사하고 지루하고 무미건조해서 감사하는 날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정말 축하해요! 축하해요! 감사해요! 감사해요! 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말이다.

요즘 잠시 일상이 무료하여 잊고 있었던 감사를 다시 되새기게 된다. 시의 힘, 문학의 힘이 놀랍지 않은가? 내 속에 잠시 잊혀졌던, 잠시 자고 있던 감사를 되살려주고, 행복을 되살려주니말이다.

만 스무 살의 나이로 군대에서 세상을 떠났던 예전 친구의 장례식 이후, 아침에 일어나면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라고 짧은 기도의 말을 20년 넘게 하고 있으며, 우리 큰 아이가 임신 26주를 넘기자마자 태어나버려 온 세상이 전복된 경험을 하고난 이후, "심심하고 아무 일 없어서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기도의 말을 하고 지냈는데, 요새 잊고 지냈었다.

언어라는 것이 이렇게 사람을 구원하는구나.
아름다운 시인의 아름다운 시집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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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리뷰어 모집]『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미술 100』 | 기본 카테고리 2018-06-1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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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 100

차홍규,김성진 공편
미래타임즈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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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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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는 화가의 삶과 사랑, 그리고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므로 명화 기법보다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가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한다. 15세기 보석세공사였던 도나텔로부터 20세기 알코올중독자였던 화가 잭슨 폴록까지, 그림이 알려주지 않는 그림 속 숨겨진 이야기로 어려운 미술과 더욱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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