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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인

천선란 저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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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SF 장르를 자주 접하는 편이 아니어서, 요즘 미디어 노출이 잦은 김초엽 작가 등의 활약을 봐도 큰 감흥이 없었는데, 천선란 작가의 『나인』 같은 작품이 꾸준히 나와준다면 머지 않아 한국SF문학에 푹 빠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작품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현실적인 설정과 비현실적인 설정의 적절한 조화와 균형, 그리고 그 안에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 메시지는 비인간화되어가는 세상에 던지는 구원과 회복의 외침이다.

 

이 소설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속삭이는 잎”에서는 열일곱 살 소녀 유나인의 삶에 결정적인 삶의 변화가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변화란 바로 식물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두 개의 큰 사건이 교차한다. 하나는 주인공 유나인의 출생의 비밀(?)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해결되지 않은 채 2년이 지난 주인공 또래 남자 아이의 실종 사건이다. 1부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확인하면서 동시에 실종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단서를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장소에서 얻게 되는 것이다.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1부에서 묘사되는 배경의 이미지는 오염된 땅, 그곳 66제곱미터의 공간에 세워진 화원(이 화원은 어떤 식물도 되살아나는 마법 같은 공간이다), 실종된 선배, 손톱 틈 사이로 자라는 싹, 뭔가 들리거나 보이는 상황 등인데 이것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아직 작품의 방향이 어디로 갈지 불분명하지만 확실한 흥미 요소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2부 “심장을 삼킨 나무”에서는 주인공의 성격이 묘사되면서 유나인이라는 인물이 좀 더 입체적인 캐릭터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답답한 건 못 참는 성격인 나인은 아무도 모르는 진실을 혼자만 알고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모르는 척 하면 아무 문제도 없을 상황. 하지만 묶인 건 풀어버려야만 하는 이유가 소개된다. 한편 실종된 박원우는 이 시점에서 이미 죽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살아있을 때 외계인을 봤다고 말하고 다님으로써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했던 인물이다. 2부의 하이라이트는 해결해야만 하는 기분이 들었던 실종사건, 그 근원적인 원인이 나인 자신에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까지 확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3부 “파도가 치는 숲”에서는 본격적으로 유나인의 존재의 비밀이 더 드러나고, 서로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두 개의 큰 줄거리가 절묘하게 연결되어 이야기를 결말지음으로써 한국SF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식물과 인간, 문명 그리고 외계인이라는 주제들을 연결, 조합하여 재미와 함께 보편적인 가치를 이끌어내고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이 작품에서 특별히 인상적인 것은 우리 사회의 온갖 비리와 위선, 탐욕적 세태를 목사라는 직업을 통해 담아내고 있는 것인데. 이것은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가 얼마나 부정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거룩의 가면을 쓰고 온갖 이익을 탐하는 이중적인 존재로 많은 사람들을 위선적이고 모순적인 존재로 타락시키는 대명사로 묘사되는 종교인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다 사랑과 진리의 종교라는 기독교가 이렇게 천박한 이미지로 전락하였나 안타까웠다.

 

이 소설은 청소년들의 성장과 우정, SF, 사회비판, 환경문제, 미스터리 등 다양한 요소를 갖추고 있어 취향이 다른 많은 독자들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작품으로 생각되었다. 특히 작가의 매끄러운 서술과 따뜻한 문체가 다른 작품들에서는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를 하게 만든다. 이 작품 덕분에 또 다른 한국SF소설들을 더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 것도 하나의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나인, #천선란, #창비, #디지털감성e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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