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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 '당신을 찾아서' | 문학 2020-01-19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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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당신을 찾아서

정호승 저
창비 | 2020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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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은 나에게 따뜻한 언어를 공감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축하합니다'라는 시에서는 실패한 자들에게 '희망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한다. 사회가 부여하는 '루저', '낙오자' 같은 낙인 대신 이미 실패를 겪었기 때문에 부질없는 기대나 두려움을 극복하고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는 스스로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도록 이끌어주었다.

여행지에서도 나는 시인의 시집과 동행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떠나는 여행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동경을 곱씹으며 시인의 시집을 열어보곤 했었다. 그런 시인이 창비에서 새로운 시집을 발간했다.

'당신을 찾아서'. 제목을 듣고 연상한 분위기는 애달픈 그리움, 진리에의 탐구 등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시집을 읽고 접해보니 죽음에 대한 이미지가 가득했다. 인생의 끝무렵, 죽음을 맞이하고 어떤 생각과 느낌을 남길 것인가.

열심히 살아왔지만 악마와 가까운 나를, 끝내 진리에 이르지 못한 것 같은 자신을 화자는 씁쓸하게 바라본다. 이 세상을 떠난 그리운 어머니를 추억하며 어머니의 따스한 사랑을 떠올려 본다. 먼 길을 떠나게 될 그 이후를 생각하며 두렵기도 하고, 떠나갈 그 때 허공을 밟으며 떠나갈 수 있도록 석가의 제자에게 미소를 보여달라고 부탁한다.

나는 인생의 끝자락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화자처럼 두렵기도 하고, 절대자의 뜻을 생각해 보며 죽음이라는 초월적인 현상을 어떻게 감내해야 할지 몰라 한없이 막막하고 외롭겠지. 곁에 함께할 이가 없다면, 이미 시간에 의해 스러져버린 부모님의 사랑을 안타깝게 떠올려본다면, 만약으로 이어지는 생각들 만으로 마음이 먹먹해진다.

나는 내 '꽃이 시드는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지금도 스러져가는 꽃들을 무심히 지나치며 불필요하고 자질구레한 것들에 마음을 쓰며 내 마음 속 칼자루를 벼려내다가 나를 스치는 사람들을 상처내진 않았을까. 그렇게 내 마음에 독이 스며 악마와 가까워지는 줄도 모르고 한없이 자만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자동차에 쌓여가는 아름다운 은행잎' 때문에 자동차를 부러워한다. 내 마음 속 처마에 쌓이지 않는 은행잎을 자동차는 수북하게 쌓고 있는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들이 아름답다고 여길만한 무엇이 내 마음 속에는 존재하는가. 왜 그 동안 은행잎 하나 내 마음에 담아내지 못했을까.

수 많은 사람을 사랑하며 아름다운 언어로 담아냈던 시인마저 스스로의 모자람을 이토록 자각하는데 여전히 무지한 나는 스스로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시인의 언어로 내 마음을 닦아내면서 계속해서 더 들여다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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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다』,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돌아보는 한국의 민주주의 | 사회 2019-04-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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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는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다

심용환 저
위즈덤하우스 | 2019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헌법으로 보장되는 사상의 자유와 그로 인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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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글을 올릴 때는 조심해야 돼,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면 안돼. 공직에 나가지 못하거나 불이익을 당할 거야.' 사실인 듯 아닌 듯 괴담처럼 떠도는 이 말이 2020년을 바라보는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현실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문화 예술계 다양한 인사들을 배제해왔던 블랙리스트 사건은 박근혜 정권의 부당함을 드러내는 지표이자 반공주의의 폭력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하게 되었다. 저자 심용환은 『우리는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다』에서 블랙리스트와 연계된 다양한 인물들(가해자 또는 피해자)을 살펴보고 사상을 탄압했던 혹은 부당하게 개인의 권리가 제한되었던 세계사의 여러 가지 사건을 함께 서술하여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잃어왔던 권리들, 정치적 후퇴와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업을 선정하고 예산을 교부하는 일에 적절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부당한 행정과 비리를 야기할 수 있다. 아직도 한국 사회의 투명성은 표면에 그칠 뿐 여전히 부당한 행정 처리가 만연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에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의 사례를 다시 한 번 살펴 보며 이 사건이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였고 진정한 정의가 확립되기 위해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개인의 권리를 탄압하였기에 위헌이며 상부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명령을 수행하는 것은 잘못되었기에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부당한 명령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과 그로 인한 희생자들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처벌이 없이 정의를 확립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불가피하지만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또 기존과 같이 공무원 사회 내에서 문제 해결을 하게 되면 또 다시 문제가 되풀이 될 수 있기에 직무와 관련이 있는 전문가들을 위원회로 구성하여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상의 탄압과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보장되는 이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고 희생해왔다. 그들의 노력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굉장히 폭력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덮어두거나 직면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한 회피적, 미온적 태도가 오늘날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만들어냈고 이미 밝혀진 부정의 진실 앞에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아니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원리 원칙대로라면 블랙리스트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가해자는 누구이며 어떻게 처벌이 되어야 하는가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가야 할 텐데 이미 우리 사회의 기득권 중 다수는 반공주의의 여파로 사상을 이유로 다른 사람을 배제해왔던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에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시대를 겪어내면서 다수의 시민들도 많은 사람들이 배제되고 희생되는 것을 지켜봐왔기 때문에 문제 인식과 해결 방안 마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교육과 인문학의 중요성 강조, 장기적이며 항구적인 대책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관련된 사람들이 각자의 삶에서 투쟁의 역사를 쌓아가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결국에 사회적 합의,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각자의 삶에서 투쟁한다 한들 사회적 흐름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변혁의 시작은 이루기 힘들 것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대로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다면 부당하게 희생되는 사람들이 없어야 겠고 블랙리스트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마땅히 보상할 것과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책에서 언급된 여러 가지 사회적 사건들과 가치들을 살펴보면서 이 문제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고려하지 못했던 생각과 관점을 살펴보고 나또한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때 상부의 잘못된 명령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생각과 관점을 세워야 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헌법상으로 보장하고 있는 사상의 자유와 그로 인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도록 블랙리스트 사건이 피해자들의 피해를 회복하는 일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제도 마련을 통해 진정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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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 『여행의 이유』 | 시·에세이 2019-04-1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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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행의 이유

김영하 저
문학동네 | 2019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도 흥미로웠으며 여행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 더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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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이 나올 경우 꼬박꼬박 사거나 읽어보는 작가들이 있다. 국내 작가들 중에서는 김영하, 엄기호, 최은영, 장강명이고 국외 작가들 중에서는 아멜리 노통브, 밀란 쿤데라,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 특히 김영하 작가는 강연회 등이 열릴 때 꼬박꼬박 참여하고 팟캐스트도 함께 구독하고 있다. 그렇지만 왜 김영하 작가를 좋아하는지 묻는 사람들에게 『검은 꽃』이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등이 고전 등을 재해석한 것이 흥미로웠다라고 답하면서도 몇 퍼센트 부족한 것 같은 느낌, 김영하 작가를 왜 좋아하는지 너무 막연하게 답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비상구」같은 단편들은 술술 읽히기는 하지만 왜 내가 이것을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 싶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그저 김영하 작가로 채워져 있는 책꽂이의 공간을 채우기 위한 책이며 읽고 나서도 남은 것이나 내게 준 영향이 없었다. 그럴 때면 김영하 작가의 책을 나는 왜 이렇게 모으고 읽고 있는지 나도 내 취향을 잘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강연회에서 김영하 작가님의 말씀을 듣고 있으면 너무나 차분해진다. 듣고 있다가 반감이 생겨 끓어오르거나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사람은 본래 듣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특히 나처럼 자의식이 강한 성향들은 더 그럴 것인데. 그런데 김영하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내용들은 언젠가 나도 한 번 느껴보았고 가져보았던 내 생각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더 공감이 잘 된다. 목소리의 톤이나 말씀하시는 분위기, 속도 등이 내 취향이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김영하 작가님의 강연을 들을 때면 강연회를 듣기 위해 투자하는 모든 시간들이 그 자체로 충만하다. 그렇게 내 취향인 듯 아닌 듯 관성처럼 재작년에 출간된 단편집『오직 두 사람』을 예약판매로 구매하여 이번 『여행의 이유』도 예약판매로 출간되자마자 읽었는데 이 『여행의 이유』을 읽고 나서야 내가 왜 김영하 작가를 좋아하는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 많은 책들을 출간했고 다양한 상들도 수상했으며 방송으로도 성공했으면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거나 남들과 다른 자신의 성향을 내세울 법도 한데 김영하 작가는 타인을 깎아내리거나 자신을 세우는 것이 전혀 없었다. 김영하 작가는 언제나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자신을 둘러싼 것들을 관조하며 그들의 특징이나 성향을 분석한 것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짚어주는 느낌이다. 게다가 그의 시선이나 생각이 매혹적이다. 평범하면서도 특별하게 느껴지며 그가 언급한 책이나 사상을 흠뻑 빨아들여 그와 같은 생각을 나의 시선으로 비추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기억이 소거된 작은 호텔방의 순백색 시트 위에 누워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힐 때,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설 에너지가 조금씩 다시 차오르는 기분이 들 때, 그게 단지 기분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마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p.68'


 김영하 작가의 여행은 히말라야를 간다거나 오지를 가는,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설고 미지의 세계를 탐방한 기록들은 아니다. 그저 누군가와 비슷한 보편적인 여행의 궤도에서 김영하 작가만의 고유한 생각과 느낌들이 담겨 있다. 그가 경험한 것들을 함께 보고, 그의 작품 속 세계들과 그것을 마주하는 작가만의 방식을 조금씩 엿보는 것 같다. 그 사적인 기록들 앞에서 김영하 작가도 이렇게 느끼면서 생각하고 있구나 싶을 때는 그의 내면을 침범한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좀더 친밀함이 다가와 그의 작품 세계와 조금 더 연결되는 것 같을 때가 있었다. 『여행의 이유』를 읽고 나서 김영하 작가의 소설들을 다시 읽어보게 된다면 이 책을 읽기 전과는 다른 무엇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결국에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과 소견보다는 김영하 작가에 대한 팬심을 나열하는 것에 치우쳐버리고 말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난 정말 좋았다.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도 흥미로웠으며 여행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 더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나도 나의 이야기를 정말로 쓰고 싶어졌다. 아직도 뭘 써야 할 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조금 더 생각해보면서 내가 쓰고 싶은 게 뭔지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내가 흥미를 느끼는 주제들은 어떤 것인지 계속 생각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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