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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감사히 읽은 책-서평단 2021-06-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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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하현 저
비에이블 | 2021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문장 하나하나 마음에 와 닿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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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 밥을 사 주는 사람보다 약속을 깨주는 사람이 더 고맙게 느껴질 때가 많다.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에는 다른 이에게는 말하기 어려워 묻어두기만 했던 나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말로도 글로도 풀어내기도 어려운 감정이라 그저 날려버렸는데 이렇게 세련되게 예쁘게 표현되다니. 하현 작가의 글에 매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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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꾸미지도 않은 담담한 글이 나의 마음을 위로하고 쉬게 한다. 마음먹으면 단숨에도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다 읽는 게 아쉬워 아끼며 읽게 된다. 그리고 내 다이어리에 글들을 옮겨 적어보게 된다. 제일 마음에 남은 글을 옮겨본다.

 

1.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p.50 그러니까 그건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나를 아프게, 슬프게, 초라하게 만드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 지나도 서로의 곁에 남아야 하는 사람들. 좋든 싫든 아직 남이 될 수 없는 사람들. 주고받은 실망을 투명하게 드러내선 안 되는 사람들.

 

인터뷰를 하게된 저자. 인터뷰어의 입에서 나오는 거슬리는 단어들. 딱히 그 사람에게 실망했다던지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같은 단어가 가까운 이의 입에서 나왔을 때 너무나 불편하고 참담함 기분까지 들었다고 한다. 저자의 에피소드와 글이 너무나 와닿았다. 지나가던 남이나 딱히 기대도 없는 이의 말에는 그래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인가보다 하며 넘기지만, 가까운 이들의 말들에는 너무나 예민해지고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고민되고 실망스럽고.. 

이처럼 복잡한 감정들을 덤덤하게 에피소드와 함께 정리한 문장들이 너무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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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킬 것이 많은 사람

 

p.108

지킬 것이 많아 걱정할 일도 겁낼 일도 많겠지만 소중한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이 결정적인 순간 그들의 용기가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면접에서 '자신의 삶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해보라는 질문을 받은 저자. 가족이라는 대답 후 우물쭈물. 같이 면접 본 다른 이는 가족은 물론이고 좋아하는 야구선수의 친필 사인볼까지 이야기 할 정도로 지킬 것을 줄줄 대답한다. 지킬 것이 많다는 말이 꼭 가진 것이 많은 것처럼 들려 배알이 꼴리기도 했던 저자. 

 

하지만 p.107 몇 개의 시절을 통과하는 동안 나는 배웠다. 지킬 것이 많다는 게 꼭 가진 것이 많다는 뜻은 아니라는 사실을. 어떤 사람은 아주 많은 걸 가지고도 아무것도 지키려 하지 않았고, 어떤 사람은 거의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도 아주 많은 걸 지켰다. 그 차이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말로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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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밥을 위해 휴식을 포기하는 이유

 

p.149 일을 하며 느끼는 언니들과 나의 가장 큰 차이는 밥이다. 나는 휴식을 위해 밥을 포기하고, 언니들은 밥을 위해 휴식을 포기한다.

 

일을 하면서 너무 바쁠 때는 밥보다는 휴식이 더 간절할 때가 많았다. 심지어 다같이 밥을 먹으러 가는 일이 생기면 그게 일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챙겨준다고 건내는 음식들이 부담스럽게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점차 그게 반대로 느껴질 때가 있어 저자의 이야기에 너무나 공감이 같다. 밥 자체 보다 밥을 함께 먹는 이들이 주는 위로가 너무나 포근함을 아는 나이가 되어서.

 

p.150 먹을 것을 나누는 일에는 어딘가 애틋한 구석이 있다. 동료들의 몫까지 넉넉하게 싸 온 음식을 나눠 먹는 언니들의 뒷모습을 보면 뭐랄까, 마음이 든든해지는 동시에 희미한 슬픔이 찾아온다. 

 

저자가 너무나 힘들었던 날. 밥보다는 쉬고 싶었던 그녀이지만 언니들은 정월대보름이라며 집에서 해온 오곡밥을 먹이고, 땅콩까지 챙겨주며 나쁜 기운이 도망갈 것이라 위로한다. 

 

p.152 뒤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앞에서 보니 그건 사랑이었다. 사랑인 줄 모르고 사랑하는 것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을까. 바짓단에 붙은 땅콩 껍질처럼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발견하게 되는 마음이. 

 

이 글을 읽고나니 나를 조용히 챙겨주던 이들이 스쳐지나갔다. 야단스럽게 티내지 않고 그저 밥 같이 먹자고, 차 한 잔 하자며 함께 하던 이들. 그들의 사랑이 새삼 떠올라 눈물이 핑돌았다. 먹는 게 뭐가 중요해서 이 순간에 밥이냐고 참 세상 철없는 생각을 했던 내가 부끄러워 지기도 하는 글이었다. 또, 나도 상대가 모르더라도 그런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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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누구나 겪고 살았던 이야기이고. 성공 스토리들이 채워져 있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글빨로 넋을 놓게 하지도 않는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하지만, 누군가 올해 상반기 가장 좋았던 책 한 권만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선택하겠다. 말이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난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책이기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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