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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안중근 옥중 자서전/안중근/부크크(파블9-7) | 인연 닿은 책-일.고.십(고전) 2019-09-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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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안중근 옥중 자서전

안중근 저
BOOKK(부크크) | 2018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책. 안중근 의사의 글을 직접 만나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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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고.십. 멤버들과 8월 징비록과 함께 읽기로 했던 책. <안중근 옥중 자서전>.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에서 기억에 남았던 구절이 떠올랐다.

p.164

내가 플라톤의 이름을 듣고도 끝내 그의 저서를 읽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내가 플라톤의 이름을 듣고도 끝내 그의 저서를 읽지 않을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플라톤이 바로 우리 마을 사람인데도 내가 그를 한 번도 만나본 일이 없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이며, 그가 바로 옆집 사람인데도 그의 말을 들어보지 못하고 그 말의 예지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플라톤의 <대화편>은 그의 영원불멸한 지혜를 담은 책이며 바로 옆 선반에 놓여 있는데도 나는 그 책을 거의 들추지 않는다.

월든/헨리데이빗소로우/은행나무

 

안중근이라는 사람의 이름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아는 이름이나, 그의 글을 실제로 읽은 이는 얼마나 될까? 나 역시 일.고.십 멤버들이 아니었으면 안 읽고 살아갔을 생각을 하니 부끄럽다. 겨우 한 권 읽었다고 유세를 떨고 싶은 것이 아니라 너무 늦게 읽어 죄송한 마음이 커서 이리 서론이 길어졌다.


 

백범일지를 읽을 때 느낀점을 이번에도 똑같이 느낀 것이 있다. 김구선생님이나 안중근 의사님 같은 분들은 원래 타고날 때부터 그리 타고 나셨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p. 9

 

어느 날 친한 친구 학생들이 나를 타이르며 권고했다.

"너의 부친은 문장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쳤는데, 너는 어째서 무식하고 하찮은 인간이 되려고 하느냐?"

라고 했다. 나는 이렇게 대꾸했다.

"너희들 말도 옳다. 그러나 내 말도 좀 들어봐라. 옛날 초패왕 항우가 말하기를 '글은 이름이나 적을 줄 알면 그만이다.'라고 했다. 그랬는데도 만고영웅 초패왕의 명예가 오히려 천추에 길이 남아 전한다. 나도 학문을 가지고 세상에 이름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초패왕도 장부고 나도 장부다. 너희들은 다시 내게 학업을 권하지 말라."

 

사냥을 좋아해 사냥꾼을 따라 다니느라 공부도 안 하는 모습에 어른들이 꾸짖기도 했지만 좋아하던 일에 몰두하는 안중근 의사의 어린 시절 모습이 뭔가 짠했다. 물론, 친구들의 권고에 항우 이야기를 할 정도면 아예 학문을 놓은 아이는 아닐 것 같다. 하지만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서 가시가 돋는다고 하던 그 안중근 의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p.14

 

 그때 나는 십칠팔 세쯤의 젊은 나이였으며 힘이 세고 기골이 빼어남에 있어 남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나는 평생 타고난 특성으로 즐겨하던 일이 네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친구들과 의리를 맺는 것이오.

둘째는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오.

셋째는 총으로 사냥하는 것이오.

넷째는 날쌘 말을 타고 달리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친구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청년의 모습이다. 기방에서 놀기도 하는. 앞서 언급한 <백범일지> 속 김구 선생님의 어린 시절도 내가 기존에 알던 성인(聖人)같기만 하던 모습과 달랐었다.

 

그래서 그들이 다른 시대에 태어날 수 있었다면, 그들의 삶은 어떠했을까를 떠올려 본다. 2019년에 살고 있었다면?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었을까?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그들이 비범하게 태어나서 그렇게 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구지고 철없기도 한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들을 하고 살았다.

 

능력이 특출나서 그 시대의 과업을 해낸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속에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정확히 파악하는 통찰력과 행동하는 용기가 그들에게는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어떤 시대에 안중근 의사가 살았더라도 '제대로' 사셨을 것 같다.

 

'옥중' 자서전임에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기색없이 글 한 줄 한 줄에 기개가 느껴진다. 또 삶을 바라보는 눈도 예사롭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특히 제3장 천주교 파트에 있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p.18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왜 천주님은 오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착한 것은 상을 주고 악한 것은 벌을 주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서 주는 상과 벌은 유한한 것이지만 선악은 무한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의 마음은 변하기에 어제 오늘 다를 수 있는데 매번 상벌을 주면 인류는 보전되기 어렵다. 그러니, 천주님은 너그러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너그러이 기다려 주시다가 세상을 떠나는 날, 선악의 경중을 심판하신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종교는 없지만,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것도 아닌데 안중근 의사의 글로 접하니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안중근 의사가 그 어떠한 순간에도 목숨을 위해서 행동하지 않고 대의를 위해 걸어간 것은 어쩌면 이런 생각이 깊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지금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악을 택하지 않고 해야할 것을 당당히 해나가는 힘이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사형이 결정된 순간에도 생각하는 바가 남다르다.

p.67

 

마나베 재판관이 선고를 했다.

"안중근은 사형, 우덕순은 3년징역, 조도선, 유동하는 각각 1년 반 징역에 처한다."

검찰의 구형과 같은 형량이었다. 그리고 재판장은 공소 일자를 5일 이내에 다시 정하겠다고 말하고 더 이상 말도 없이 부랴부랴 공판을 끝내고 가버렸다. 이때가 1910년 경술년 음력 정월 초 3일이었다.

 

나는 감옥으로 돌아와 혼자 다시 생각했다.

'내가 예상했던 것에서 벗어나지 않았구나. 옛날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충성스럽고 의로운 지사들이 죽음으로써 윗사람의 잘못을 간언하고 정략을 세운 것들은 훗날 역사에 옳은 것으로 기록되지 않았는가? 내가 동양의 대세를 걱정해 정성을 다하고, 몸을 바쳐 방책을 세우다가 끝내 허사로 돌아가니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닌가? 그러나 일본국 4000만 민족이 '안중근의 날'을 크게 외칠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역사의 쓸모>에서 와닿았던 이야기와 상통하는 바가 여기에도 있었다. 안중근 의사는 당장의 안위보다 역사 속 평가를 생각할 줄 아는 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생각대로 그는 역사 속에서 살아남아 후손들에게 그 뜻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내려진 선고가 합당하다 할 수는 없으니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한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이들은 석방되었는데 어찌 자신은 사형이냐며 '참으로 머리가 깨어지고 쓸개가 찢어질 일이다'라고 표현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잘못을 천 번 만 번 생각하다가 문득 크게 깨달아 손뼉을 치며 크게 웃으며 혼자말을 했다(p.68)

 

 p.68

 

"나는 정말 큰 죄인이다. 내 죄는 다른 죄가 아니라, 어질고 약한 한국 국민으로 태어난 죄이다." 

이렇게 생각하자, 마침내 의혹이 풀리고 마음의 안정도 찾을 수 있었다. 

 

고등법원장 하라이시를 만나 사형판결에 대해 불복하는 이유, 동양 대세의 흐름과 평화정책에 관한 의견을 피력한 후 부탁을 하나 한다.

p.68

만일 허가할 수 있다면, 사형집행 날짜를 한 달 남짓 늦추어 주시오.

 

'동화평화론'이라는 책을 한 권 집필하고 싶소.

 

사형을 선고 받은 상태에서 원하는 것이 책을 쓸 시간. 더구나 분노의 글도 아닌, '동양평화론'

 

안중근 의사가 그리 귀히 얻은 시간을 내 쓴 '동화평화론'을 읽다보면, 지금의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또 겹쳐진다.

p.81

 

슬프다. 그러므로 자연의 행세를 돌아보지 않고 같은 인종 이웃 나라를 해치는 마침내 독부(악행을 일삼아 따돌림을 받는 사람)의 환난을 기필코 면하지 못할 것이다.

 

눈 앞의 짧은 이익 때문에 평화를 위협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됨을 강조하는 안중근 의사.

지금의 나에게도 당장의 편안함과 이익보다 더 멀리 내다보라고 조언을 해 주는 것 같았다.

 

짧지만, 강렬하고 생각할 것이 많았던 <안중근 옥중 자서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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