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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안녕, 낯선 한글

유영준,정유진 저
한글공방 | 2019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누구든 꼭 한 번은 보길 권하는 책. 특히 한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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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음이 만들어짐에

천지 만물의 이치가 모두 갖추어졌으니

그 참 신기하다.

이는 아마도 하늘이

성상(세종)의 마음을 열어

그분의 손을 빌리신 것이로다.

 

하늘이 성군의 마음을 열어 그 솜씨를 빌려 주었다는 훈민정음 제자해의 마지막 말.

<안녕, 낯선 한글>을 읽고 나면 절로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 사람의 의지가 아닌 하늘의 뜻이 아니었을까?'할 정도로 위대한 산물 '한글'. 결단코 애국심에 치우쳐 하는 말이 아닌다. 정말 그러하다.

 

 

<안녕, 낯선 한글>의 저자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원에서 한글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에서 국문과 출신 학우와 팀을 이루면서 한글의 제자원리를 이용하여 한글을 기호 문자가 아닌 그림으로 시각화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한글의 매력에 빠진다. '알게' 되면서 매력에 빠져 버렸다. 저자는 이런 한글의 매력을 함께하려 육 년 이상의 시간을 거쳐 이 책을 완성했다.

 

너무나 익숙해 특별한 관심이 가지 않는 한글. 그 한글을 다른 것들과 비교해 보는면서 낯설게 바라보면서 고유의 가치와 위대함을 깨닫을 수 있었다. 또한, '과거'에  '이미' 완성된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또 '미래'에도 한글로 만들어 나갈 수 있있는 무한한 가치를 볼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1. 한글과 피타고라스, 몬드리안 ?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해낸 이들. 피타고라스, 베노이트 만델브로트, 몬드리안, M.C. 에셔. 그리고 세종대왕님. 그중 피타고라스와 비교한 부분을 소개해 본다.

 p.17

피타고라스는 여느 철학자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는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보다도 현상 속에서 발견되는 어떤 질서에 주목했다. 그 질서를 이루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끝에 그는 그것이 '수'임을 발견하게 된다.

 

p.22

피타고라스학파는 먼저 자연의 본질과 속성을 추상했다. 그리고 이를 수의 개념 안에 담았다. '수'는 이제 계산과 측량의 차원을 넘 철학이 되었다. 

 

p.25

세종의 포부는 꽤 거창했다. 천지자연의 이치에 따라 세상의 모든 소리를 물 흐르듯 자연스레 담을 수 있는 조선의 문자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생략)

세종은 이 쉽지 않은 일을 '소리에 따라 이치를 다하면 된다.' 고 일축한다. 바꾸어 말하면 말소리 자체를 문자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p.27

이렇듯 세종은 당시에 널리 신봉되던 자연관인 오행의 철학을 훈민정음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한글은 그야말로 천지자연에서 길어 올린 문자였다.

 

피타고라스가 찾아낸 자연의 이치가 '수'라면 세종대왕님은 '한글'에 담은 것이었다. 만물의 소리와 자연을 담으면서도 쉬운 문자를 만들기 위해 '한글'은 추상화되고 형태를 갖추는데 이는 모음에서 절정에 이른다.

p.56

한글 모음자의 추상을 끌어낸 모티브 역시 자연이었다. 세종은 그 복잡다단한 자연의 이미지 속에서 점과 수평과 수직이라는 극도로 간결한 형태를 도출해냈다.

'자음'은 오행을 추상화하고 패턴화했다면, '모음'은 이를 둘러싸고 작용하게 하는 하늘, 땅, 사람을 표현한 한글. 그러면서도 삶에 바빠 배울 시간이 없는 백성들이 쉽게 익히도록 한 세종대왕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감동적이었다. 단순히 쉬운 것이 아니라 거기에 세상의 이치를 보게 한 사랑. 존경스러운 마음이 절로 나온다.

 

2. 한글과 디자인

이 책을 펼쳤을 때 제일 눈에 들어왔던 것이 바로 한글을 '색'으로 표현해냈다는 점이었다. 이는 저자가 마음대로 붙인 것이 아니라 훈민정음 제자 원리에 맞춰 각 글자의 색을 추출해냈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그전에, 왜 저자는 한글을 색에 대입하는 작업을 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다.

p. 83

프랑스 예술의 섬세한 미장센, 소박하지만 우아한 기품을 지닌 한국의 공예, 재즈나 블루스에서 풍기는 짙은 아프리칸 소울.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있어도 감성만큼은 국경을 초월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이 바로 문화예술의 힘이다. 

즉, 어떤 나라의 '글'이라는 틀을 변형시켜  세계적인 '예술'로 접근한다면 '문화예술'로서 전 세계인들과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대와 공간, 문화와 장벽을 넘어 확장해 나가는 힘이 있기에 그것이 지닌 가치는 또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자를 색으로 표현한단 말인가? 이는 '한글'이라서, 제자원리가 분명한 '한글'이라서 가능한 작업이었다.

 

p.88

흥미롭게도 '소리'를 묘사하는 표현과 '색'을 묘사하는 표현은 매우 흡사하다. '색'을 묘사할 때 쓰는 '맑은, 흐린, 선명한, 탁한, 무거운. 가벼운. 따뜻한. 차가운' 등의 수식어는 '소리'를 묘사할 때도 함께 쓰인다.

(생략)

p.89

한글의 제자원리에서도 이러한 감각의 연동을 찾아볼 수 있다.

무릇 사람이 소리를 내는 것은 오행에 근본이 있는 것이다.

...

목구멍은 깊이 젖어 있으니 '물'이다.

어금니는 어긋나고 기니 '나무'다.

혀는 날카로우며 움직이니 '불'이다.

이는 단단하며 끊으니 '쇠'이다.

입술을 모나지만 합해지니 '흙'이다.

-훈민정음 해례 제자해 중

p.92

훈민정음의 자음자가 오행의 특성을 담았으니, 자음자의 '소리'는 '오방색'과도 대응한다.

처음엔 <한국전통표준색명 및 색상>에서 색을 찾으려 했으나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들이 있어 '한국산업표준색'에 한글 제자원리를 대입해 색을 자음에 맞는 색을 찾아낼 수 있었다.

 

p.123

모음자에는 삼재의 철학이 담긴 '삼태극'의 삼색을 적용했다. 기본자인  ·(하늘), ㅡ(땅), ㅣ(사람)에 하늘과 양극을 상직하는 적색, 땅과 음극을 상징하는 청색, 사람을 상징하는 황색을 대입했다.

 

 

3. 한글인 듯, 한글 아닌, 한글 같은

 

4장에서는 한글을 문자가 아닌 그림으로, 음악으로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맞게 한국형 기술혁명의 키워드가 될 키워드로 다루고 있다.

 

p.188

-10키 디지털 캘리그라피_민병걸

시스템이자 하나의 작품이기도 한 이 작업의 이름은 '10키 디지털 클래그라피'이며, 서체명은 '아그마'이다.

(생략)

'10키 디지털 캘리그라피'는 10가지의 형태소를 규정하고 이를 숫자 0에서부터 9에 부여했다.

(생략)

10키를 이용한 놀이를 해보자. 0에서 9까지의 숫자를 조합하여 글자를 써도 좋고, 그림을 그려도 좋다. 무엇을, 어떻게 구성할지는 조합하는 이의 마음이다.

 

p.199

-소리와 음악사이 "소리는 어떻게 음악이 될까?"

한글을 연주하는 알고리즘_태싯그룹

<훈민정악>은 연주자가 타이핑하는 한글 자음과 모음의 조합이 음악을 만드어가는 작품으로 한글의 창제 원리를 바탕에 두고 있다.

p.207

<훈민정악>이 한글의 소리 조합에 초점을 맞춘 작업이라면, <Morse ㅋung ㅋung>은 자음과 모음의 획에 새로운 리듬을 부여한 작업이다.

 

p.213

세종의 목표는 명확했다. 백성들에게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제 뜻을 펼칠 수 있는 이상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그가 찾은 개혁 대상은 제도나 토지가 아닌 '문자'였다. 양반이 독점한 문자 권력을 모든 백성에게 나누어주어 나구나 제 뜻을 펼침으로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혁명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저자는 한글에 담긴 원리들을 새롭게 표현함으로써 오늘날에 유효한 가치, 미래 가치도 끌어내려 한다.

 

p.218

한글에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가치가 모두 담겨 있다. 우리의 정신과 사고에 기초가 되어주며, 한국 고유의 문화가 자라나는 양질의 토양이 되어 신토불이 토종 문화를 길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글에는 우리가 살아온 정서가 담겨 있고, 살아가는 모습이 담겨 있으며, 나아갈 방향이 담겨 있다. 새 시대를 열어가며 우리 문화의 온기가 느껴지는 한국형 기술혁명으로 한글이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길 소망한다.

 

한글에 한창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이와 이 책을 함께 했다. 특히 글자를 색으로 표현하고 그림으로 나타내는 작업을 너무나 흥미로워하고 즐거워 했다. 늦게 오는 아빠에게 암호처럼 한글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아이.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책이라 더 좋았던 <안녕, 낯선 한글>이었다.

(아이가 '아빠 사랑해'라는 글자를 이 책을 보며 그림으로 풀어본 겁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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