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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9 개설

인연 닿은 책-일.고.십(고전)
306. 안중근 옥중 자서전/안중근/부크크(파블9-7) | 인연 닿은 책-일.고.십(고전) 2019-09-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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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안중근 옥중 자서전

안중근 저
BOOKK(부크크) | 2018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책. 안중근 의사의 글을 직접 만나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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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고.십. 멤버들과 8월 징비록과 함께 읽기로 했던 책. <안중근 옥중 자서전>.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에서 기억에 남았던 구절이 떠올랐다.

p.164

내가 플라톤의 이름을 듣고도 끝내 그의 저서를 읽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내가 플라톤의 이름을 듣고도 끝내 그의 저서를 읽지 않을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플라톤이 바로 우리 마을 사람인데도 내가 그를 한 번도 만나본 일이 없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이며, 그가 바로 옆집 사람인데도 그의 말을 들어보지 못하고 그 말의 예지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플라톤의 <대화편>은 그의 영원불멸한 지혜를 담은 책이며 바로 옆 선반에 놓여 있는데도 나는 그 책을 거의 들추지 않는다.

월든/헨리데이빗소로우/은행나무

 

안중근이라는 사람의 이름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아는 이름이나, 그의 글을 실제로 읽은 이는 얼마나 될까? 나 역시 일.고.십 멤버들이 아니었으면 안 읽고 살아갔을 생각을 하니 부끄럽다. 겨우 한 권 읽었다고 유세를 떨고 싶은 것이 아니라 너무 늦게 읽어 죄송한 마음이 커서 이리 서론이 길어졌다.


 

백범일지를 읽을 때 느낀점을 이번에도 똑같이 느낀 것이 있다. 김구선생님이나 안중근 의사님 같은 분들은 원래 타고날 때부터 그리 타고 나셨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p. 9

 

어느 날 친한 친구 학생들이 나를 타이르며 권고했다.

"너의 부친은 문장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쳤는데, 너는 어째서 무식하고 하찮은 인간이 되려고 하느냐?"

라고 했다. 나는 이렇게 대꾸했다.

"너희들 말도 옳다. 그러나 내 말도 좀 들어봐라. 옛날 초패왕 항우가 말하기를 '글은 이름이나 적을 줄 알면 그만이다.'라고 했다. 그랬는데도 만고영웅 초패왕의 명예가 오히려 천추에 길이 남아 전한다. 나도 학문을 가지고 세상에 이름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초패왕도 장부고 나도 장부다. 너희들은 다시 내게 학업을 권하지 말라."

 

사냥을 좋아해 사냥꾼을 따라 다니느라 공부도 안 하는 모습에 어른들이 꾸짖기도 했지만 좋아하던 일에 몰두하는 안중근 의사의 어린 시절 모습이 뭔가 짠했다. 물론, 친구들의 권고에 항우 이야기를 할 정도면 아예 학문을 놓은 아이는 아닐 것 같다. 하지만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서 가시가 돋는다고 하던 그 안중근 의사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p.14

 

 그때 나는 십칠팔 세쯤의 젊은 나이였으며 힘이 세고 기골이 빼어남에 있어 남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나는 평생 타고난 특성으로 즐겨하던 일이 네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친구들과 의리를 맺는 것이오.

둘째는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오.

셋째는 총으로 사냥하는 것이오.

넷째는 날쌘 말을 타고 달리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친구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청년의 모습이다. 기방에서 놀기도 하는. 앞서 언급한 <백범일지> 속 김구 선생님의 어린 시절도 내가 기존에 알던 성인(聖人)같기만 하던 모습과 달랐었다.

 

그래서 그들이 다른 시대에 태어날 수 있었다면, 그들의 삶은 어떠했을까를 떠올려 본다. 2019년에 살고 있었다면?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었을까?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그들이 비범하게 태어나서 그렇게 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구지고 철없기도 한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들을 하고 살았다.

 

능력이 특출나서 그 시대의 과업을 해낸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속에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정확히 파악하는 통찰력과 행동하는 용기가 그들에게는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어떤 시대에 안중근 의사가 살았더라도 '제대로' 사셨을 것 같다.

 

'옥중' 자서전임에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기색없이 글 한 줄 한 줄에 기개가 느껴진다. 또 삶을 바라보는 눈도 예사롭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특히 제3장 천주교 파트에 있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p.18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왜 천주님은 오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착한 것은 상을 주고 악한 것은 벌을 주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서 주는 상과 벌은 유한한 것이지만 선악은 무한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의 마음은 변하기에 어제 오늘 다를 수 있는데 매번 상벌을 주면 인류는 보전되기 어렵다. 그러니, 천주님은 너그러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너그러이 기다려 주시다가 세상을 떠나는 날, 선악의 경중을 심판하신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종교는 없지만,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것도 아닌데 안중근 의사의 글로 접하니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안중근 의사가 그 어떠한 순간에도 목숨을 위해서 행동하지 않고 대의를 위해 걸어간 것은 어쩌면 이런 생각이 깊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지금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악을 택하지 않고 해야할 것을 당당히 해나가는 힘이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사형이 결정된 순간에도 생각하는 바가 남다르다.

p.67

 

마나베 재판관이 선고를 했다.

"안중근은 사형, 우덕순은 3년징역, 조도선, 유동하는 각각 1년 반 징역에 처한다."

검찰의 구형과 같은 형량이었다. 그리고 재판장은 공소 일자를 5일 이내에 다시 정하겠다고 말하고 더 이상 말도 없이 부랴부랴 공판을 끝내고 가버렸다. 이때가 1910년 경술년 음력 정월 초 3일이었다.

 

나는 감옥으로 돌아와 혼자 다시 생각했다.

'내가 예상했던 것에서 벗어나지 않았구나. 옛날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충성스럽고 의로운 지사들이 죽음으로써 윗사람의 잘못을 간언하고 정략을 세운 것들은 훗날 역사에 옳은 것으로 기록되지 않았는가? 내가 동양의 대세를 걱정해 정성을 다하고, 몸을 바쳐 방책을 세우다가 끝내 허사로 돌아가니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닌가? 그러나 일본국 4000만 민족이 '안중근의 날'을 크게 외칠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역사의 쓸모>에서 와닿았던 이야기와 상통하는 바가 여기에도 있었다. 안중근 의사는 당장의 안위보다 역사 속 평가를 생각할 줄 아는 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생각대로 그는 역사 속에서 살아남아 후손들에게 그 뜻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내려진 선고가 합당하다 할 수는 없으니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한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이들은 석방되었는데 어찌 자신은 사형이냐며 '참으로 머리가 깨어지고 쓸개가 찢어질 일이다'라고 표현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잘못을 천 번 만 번 생각하다가 문득 크게 깨달아 손뼉을 치며 크게 웃으며 혼자말을 했다(p.68)

 

 p.68

 

"나는 정말 큰 죄인이다. 내 죄는 다른 죄가 아니라, 어질고 약한 한국 국민으로 태어난 죄이다." 

이렇게 생각하자, 마침내 의혹이 풀리고 마음의 안정도 찾을 수 있었다. 

 

고등법원장 하라이시를 만나 사형판결에 대해 불복하는 이유, 동양 대세의 흐름과 평화정책에 관한 의견을 피력한 후 부탁을 하나 한다.

p.68

만일 허가할 수 있다면, 사형집행 날짜를 한 달 남짓 늦추어 주시오.

 

'동화평화론'이라는 책을 한 권 집필하고 싶소.

 

사형을 선고 받은 상태에서 원하는 것이 책을 쓸 시간. 더구나 분노의 글도 아닌, '동양평화론'

 

안중근 의사가 그리 귀히 얻은 시간을 내 쓴 '동화평화론'을 읽다보면, 지금의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또 겹쳐진다.

p.81

 

슬프다. 그러므로 자연의 행세를 돌아보지 않고 같은 인종 이웃 나라를 해치는 마침내 독부(악행을 일삼아 따돌림을 받는 사람)의 환난을 기필코 면하지 못할 것이다.

 

눈 앞의 짧은 이익 때문에 평화를 위협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됨을 강조하는 안중근 의사.

지금의 나에게도 당장의 편안함과 이익보다 더 멀리 내다보라고 조언을 해 주는 것 같았다.

 

짧지만, 강렬하고 생각할 것이 많았던 <안중근 옥중 자서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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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류성룡/서해문집 (파블9-1) | 인연 닿은 책-일.고.십(고전) 2019-09-0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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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징비록

유성룡(류성룡) 저/김흥식 역
서해문집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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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꼭 읽어보고 느껴야할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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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초반부를 읽는데 예전 코미디가 생각났다. 변방의 북소리라고. 심형래씨가 나오던 코너인데 작전도 어설프고 병사들도 어설프고, 작전 전달도 제대로 못해 웃음이 절로 나왔던 코미디가 자꾸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징비록> 속 상황도 그 코미디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군이 쳐들어 왔다. 왜군이 쳐들어 온 사실을 장수에게 고하니 분위기 흐트린다고 고한 이를 죽인다. 그러다 적이 눈앞에 오니 첩을 피신시키고 자기도 도망간다. 그래서 다른 이를 내보내니 손도 못쓰고 죽는다. 변방의 북소리는 코미디라 맘껏 웃기라도 하지, 이건 나라의 명운과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이야기에다, 실제 상황이니 웃지도 못하고 가슴 답답한 상황들이 이어진다.

 

 선조가 피난을 요동으로 넘어가기 직전까지 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 패하기만 했으니 피난을 갈 수 밖에 없는 당연한 것일텐데. 이미 그런 결과를 아는데도 나도 모르게 여기서는 이겨야 되는 거 아니야?하는 답답한 마음이 마구 솟았다. 그 역사를 살아낸 이의 눈으로 그 사건과 시대를 서술했기에 더 실감나고 더 속상하게 여겨졌다. 역사를 정리한 책도 물론이거니와, 이런 책을 좀 더 찾아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일단..마음은 먹음..)

 

 

 

왕의 무능함과 관료들의 탁상공론, 제 살길만 챙기기, 반대파 숙청하기, 귀닫고 눈감기, 상벌에만 관심 두기 등 '총체적 난국'이었다. 전쟁이 없는 시기일지언정, 적어도 자력으로 자기 나라를 지킬 수 있는 힘은 있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예의주시했어야 하는데, 아니면 적어도 충언들에 귀를 기울였다면, 조금이라도 피해가 적었을텐데 안타깝기만 했다. 그 원통함을 류성룡이 <징비록>으로 남겨 후손들에게 같은 실패를 겪지 말라고 당부한다.

 

1. 류성룡과 징비록

 

 

[유성룡과 징비록] 中

 

1574년, 중종 37년에 경상도 의성 지방에서 황해도 관찰사 유중영의 아들로 태어났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이 늘 그렇듯이 유성룡 또한 어려서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16세 때 향시에 급제한 그는 21살 되던 해 퇴계 이황의 문하로 들어가 학문을 닦았다.

(생략)

임진왜란 발발시 좌의정으로 병조판서를 겸하고 있던 그는 다시 도체찰사에 임명되어 군무를 총괄하였다. 선조가 난을 피해 길을 떠나자 호종하였으며, 개성에 이르러 영의정에 임명되었다. 그러나 평양에 이르러 나라를 그르쳤다는 반대파의 탄핵을 받아 파직당했다.

 다시 의주에 이르러서는 평안도 도체찰사에 임명되었고, 다음 해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파견되어 오자 그와 함께 평양성을 수복하였다. (생략)

 

이후 류성룡은 영의정에 다시 복직하여 훈련도감을 설치하고 군비강황와 인재 배양에 힘썼으나 정유재란 이듬해에 북인들의 탄핵으로 관직을 삭탈당한다. 고향으로 가 저술에 몰두하고, 복관되어 조정에서 불렀으나 일체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글 중 <징비록>은 역사적, 문학적으로 가장 뛰어난 문장으로 꼽히고 있으며 서책으로는 드물게 국보 132호로 지정되어 있다.

 

징비록의 징비는 시경 소비편에 나오는 문장 "내가 징계해서 후환을 경계한다"에서 나왔다고 한다. 즉 자신이 겪은 환란을 교훈으로 삼아 후일 닥쳐올지도 모를 우환을 경계토록 하기 위해 쓴 글임을 알 수 있다.

 

리뷰에서 이를 언급한 이유는, 그의 일생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시대의 분위기가 읽혔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수많은 백성이 죽고, 나라 꼴이 말이 아닌데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기 급급하여 벼슬을 줬다 뺐었다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지금이라고 딱히 다른 것 같지 않아 더 답답한 것도 있고 말이다.

 

선조가 만약, 임진왜란 후에 제대로 나라를 재건하려고만 했더라도, 후대의 역사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류성룡이 크게 깨닫고 군을 정비하고 인재를 키우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나라를 이끌어감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지를 생각하고 뜻을 모았다면 어땠을까 답답하기 그지없다.

 

 

2. 이순신

 

임진왜란은 이순신이 다했구나 싶을 정도의 뛰어난 인물을 못잡아 먹어 안달인 말만 하는 이들은 분노를 일으킨다.

p. 187

 

이순신이 원균을 구원해 준 후로 둘 사이는 아주 좋았다. 그러나 얼마 후 공을 따지게 되면서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성품이 음흉하고 간사한 원균은 여러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이순신을 모함했다.

(생략)

가토 기요마사가 다시 공격해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요시라는 몰래 김응서를 찾아왔다. (생략)

김응서는 이 내용을 조정에 알렸다. 조정에서도 이 내용을 믿었는데, 특히 해평군 윤근수는 기회가 왔다며 계속 임금께 보고드리고 이순신에게도 빨리 전진할 것을 재촉했다. 그러나 이순신은 적의 계략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면서 주저하고 있었다. 

 

주저했다는 이유로 조정에서는 이순신을 잡아들이고 원균을 통제사에 임명하기에 이른다. 임금이 그래도 의문이 있어 남이신을 파견하니 병사와 백성들이 모두 나와 이순신을 옹호한다. 하지만 이를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는다. 이순신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고 하여 결국 이순신은 옥에 갇힌다. 판중추부사 정탁의 충언 덕에 그나마 사형은 면하는 이순신. 그리고 이순신의 흔적을 지워가는 원균. 왜적의 기습에 대패한다. 심지어 자기 수하들만 챙겨 도망간다. 결국 다시 이순신을 삼도 순군통제사로 임명하고 싸우라 하지만, 배도 10여척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를 따르는 이들이 많았기에 군을 정비하고 적의 구원병을 크게 물리쳤으나 총이 가슴을 관통하여 숨을 거둔다. "지금 싸움이 급한 상태다.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라는 말을 남기고 말이다.

 

류승룡이 본 이순신은 이러했다.

 

p.215

 

그는 말과  웃음이 적었고, 용모는 단정하였으며 항상 마음과 몸을 닦아 선비와 같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담력과 용기가 뛰어났으며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행동 또한 평소 그의 뜻이 드러난 것이었다.

 

후대의 평가가 아닌 역사 속 인물이 다른 역사 속 인물을 평하는 것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흔히 말하는 역사 속 인물이 살아 숨쉬는 것 같다라는 표현. 그게 딱 맞는 것 같다. 그들도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그들도 사람이기에 갈등하고 잘못된 선택도 할 수 있지만, 그 잘못을 바로 잡고,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일을 위해 나아간 이는 후대에 존경받지만, 아닌 이들은 지탄받는다. 눈 앞의 이익보다 멀리보는 눈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3. 우리의 지금은?

 

그 험한 시기를 이겨내고 앞일과 나라를 생각하던 장수가 또 하루아침에 파직된다. 듣기만 해도 화가 나는 일인데 본인은 오죽했을까. 분노에 차서 자신의 후일을 도모하기 보다, 왜 그렇게 잘못된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다시 살펴보고, 후손들은 그러지말라고 교훈을 남겨야겠다고 글을 써 내려간 류성룡의 의지.

 

그 의지를 후손인 우리는 얼마나 알고, 교훈 삼아 행하고 있는 것일까? 징비록을 읽으면 현재의 상황과 겹쳐진다는 일.고.십. 멤버들의 한숨이 그 답이 될 것 같다. 빠른 성장으로 IT강국이라는 이야기도 듣고, 식민지였던 나라가 이제 어려운 나라들을 도울만큼 여유도 생겼다. 하지만, 징비록에서 전하고 있듯이 그렇다 하더라도, 개개인의 삶이나 세계 정세도 여유로운지 살필 때라 여겨진다.

 

p.35

 

당시 나라는 평화로웠다. 조정과 백성 모두가 편안했던 까닭에 노역에 동원된 백성들은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나와 동년배인 전 전적 이로도 내게 글을 보내왔다.

'이 태평한 시대에 성을 쌓다니 무슨 당치 않은 일이오?'

 

p.43

신립은 끝까지 태연한 말투로 대꾸했다.

"아 그 조총이란 것이 쏠 때마다 맞는답디까?"

그렇지만 걱정이 된 나는 다시 한마디를 덧붙였다.

"나라에 태평한 세월이 계속되면 병사들은 모두 나약해지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때에 변란이라도 일어나면 속수무책이 될 것입니다. 몇 해가 지나면 우리 병사들도 강해지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할 것입니다. 참으로 걱정입니다."

그러나 신립은 내말은 무시한 채 곧 자리에서 일어섰다.

 

p.232

 

무릇 나라에서는 평소에 훌륭한 장수를 선발해 두었다가 유사시에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그들을 선발할 때에도 정확해야 하고 그들을 활용할 때에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생략)

자기가 기른 군사는 쓰지 못하고, 써여 할 군사는 기르지도 않았으니 병사들끼리도 몰라볼 정도였다. 이야말로 병법에서 절대 금하는 것이니, 어찌 앞사람의 잘못을 뒷사람이 고칠 줄 모르고 그대로 답습하여 일을 망친단 말인가!

 

이러고서도 무사하기를 바란다면 이는 요행에 기대는 것 뿐이다. 더 이상 말해 무엇하랴. 참으로 위험하구나!

 

마지막 글이 무섭게 다가온다. 앞사람의 잘못을 그대로 행하면서 무사하기를 바라는 요행은 안 될 일이다. 세계 정세도 지금 만만치 않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똑똑히 기억하라고 류성룡은 <징비록>을 남겼다. 그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해야할 시기이다. 일.고.십 질문에 대한 답에도 썼지만, 우리만의 것을 제대로 갖춰서 또다시 다른 나라에 휘둘리는 일이 없도록 힘을 길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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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글 바로 쓰기1/이오덕/한길사 | 인연 닿은 책-일.고.십(고전) 2019-08-0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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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오덕 우리글 바로쓰기 1

이오덕 저
한길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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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글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통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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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로 창조하고, 우리 말로 살아가자.

 

일.고.십 7월의 책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 글 바로 쓰기>

 

요즘 국제적인 이슈도 있어서인지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온 책이다.

 

머리글 첫 제목 '우리 말로 창조하고, 우리 말로 살아가자.'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당연하지가 않다. 유식한 티를 내기 위해서는 말 중간 중간 외국어로 된 단어를 넣어줘야 하고, 국어를 잘 못하는 것은 부끄럽지 않지만 외국어를 잘 못하면 부끄럽고 기죽는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모국어 투입과 동시에 영어를 가르치고 또 다른 나라 언어도 강요하는 것이 실상이다. 나 역시 이왕이면 아이가 외국어도 잘했으면 해서, 이리저리 들이밀고 있어 찔리긴 하지만 말이다.

 

<직지>를 읽으면서도 <우리 글 바로 쓰기>를 읽으면서도 우리 말이 있다는 것이, 우리 글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느꼈다. 그 소중한 자산 귀한 유산을 우리 아이에게도 잘 물려줘야 하는데 난 잘 하고 있는가?를 계속 물어보게되는 시간이었다.

 

<우리 글 바로 쓰기 1>에서는 우리말을 파괴하는 외래어와 말의 민주화와 글쓰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제 1부 우리말을 파괴하는 외래어에서는 중국글자말, 일본말, 서양말을 순수 우리말로 바꿔 쓰도록 예문들을 들어 설명한다. 몇몇은 우리말이 더 어색할 정도로 외래어가 우리말에 얼마나 들어와 자리잡았는지 하물며 그 말들이 자리잡는 동안 의식도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잘못 썼다고 지적한 단어들이 오히려 '있어보이는데?'하는 대책없는 생각도 들기도 하는 마음 복잡한 파트였다. 글이라고 해봐야 리뷰정도이지만 그 정도 글에서도 좀 멋져 보이려고 가져다 쓴 단어들이 우리말에 대한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반성도 하게 되었다.

 

예) 수차례-> 몇 차례

     사용하는 -> 쓰는

      매사에 -> 일마다

     와인 시음회 -> 술 맛보기 모임

     필히 -> 꼭

     자녀 -> 아들 딸

 

그리고 번역에 대한 부분도 마음에 남았다.

p.98

 

나는 지금까지 일본글을 큰 잘못 없이 제대로 번역해 놓은 책을 보지 못했다. 일본글을 우리 글로 올바르게 번역하는 일은 일본글의 뜻을 틀리지 않게 우리 말로 나타내고, 그리고 그렇게 옮겨놓은 글이 우리 말로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번역문장이 뜻도 틀리고, 우리 말은 아주 엉망인 경우가 많다.

(생략)

이것은 아주 잘못되었다. 아무리 말법이 비슷하다 해도 우리말은 일본말이지 우리 말은 아니다. (생략) 게으르고 성의 없고 책임감 없는 태도가 화를 불러일으킨다.

 

일.고.십에서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를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책을 읽었을 때 딱 저런 느낌이 들었다. 번역이라고 다같은 번역이 아니구나. 일본글이 틀리지 않음은 물론, 우리 말로도 살아있어야 한다는 말. 류시화 시인의 번역이 딱 그러했다. 우리 말로도 살아있어서 더 감동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말을 잘 알고 잘 써야할 것이기에 우리 말에 대한 공부도 꾸준히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겠다.

 

2부 3장 글쓰기와 우리 말 살리기 부분에서 마음에 남는 구절이 있어 소개하고 싶다.

p.401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역사와 삶의 변혁은, 그것이 아무리 잘못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근원부터 아주 멈춰버리게 할 수는 없다. 말이 달라짐도 그렇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는 이 변혁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꼭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 곧 우리 전통이 갑자기 단절되지 않도록, 될 수 있는 대로 그 옮겨감이 천천히 순조롭게 되어 우리가 이어갈 것을 잃어버리지 않고 잘 이어가도록 말이다.

 

아이와 함께 지난 토요일 전통문화 체험을 했는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우리 것이 오히려 더 낯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복을 입고 전통 놀이를 하고 전통 음식을 먹는 것은 당연히 더 낯선 이야기이고, 실제 생활에서도 사라져 가는 전통들이 많다는 것이 느껴졌다. 서로에게 지켜야하는 예의나 태도 역시 우리 나라 고유의 전통이 있는데 점점 편리함에 익숙해져 잊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전통은 고리타분하고 새로운 것 외국 것이 멋있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우리 것, 전통, 바른 글과 말이 뭐가 대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자신의 뿌리에 대한 이해, 자부심이 필요한 게 아닐까? 어떤 소용돌이 속에서도 중심을 바르게 잡으려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글 바로 쓰기>는 우리 아이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우리 글과 말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야기해 줘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감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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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헤르만 헤세/자화상 | 인연 닿은 책-일.고.십(고전) 2019-07-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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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데미안

헤르만 헤세 저/하소연 역
자화상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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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데미안. 다르게 느껴지는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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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일 때도 이 책을 읽었다. 그 표지까지 생생히 기억난다. 다만, 내용은 어디간데 없고 알을 깨고 나온다던 그 메시지만 막연히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일.고.십.에서 다시 만나게 된 <데미안>은 뭔가 마음이 복잡하다. 뭐랄까.. 그때 찾았어야 할 것을 찾지 못해서 다시 찾아보라는 미션이 주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 데미안을 읽던 나는 글은 읽었지만, 글 속의 뜻을 찾으려하지 않았었다. 단순히 추천도서라서, 읽어야 한다기에 책 읽기 자체는 좋아했던 나인지라 그저 '읽었다'. 이번에 읽으면서는 이 책이 내게 주는 의미에 대해 찾아보려고 노력해 보았다. 같은 책이지만 전혀 다른 책이었다.

 

그리고 작중 화자가 나보다 한참 어리다는 것도 읽는 동안 기분을 묘하게 했다. '이 녀석 벌써부터? 그러면 안 될텐데, 이렇게 하는 게 나을텐데' 처럼 잔소리꾼 모드가 되었다가, 얘는 내가 이 나이에 몰랐던 세계를 벌써 알고 고민한거야?하는 놀라운 마음도 가지게 된다.

 

열살 밖에 안 된 아이가 두 개의 세계를 인지했다. 부모님 슬하의 안전한 세계, 그와는 반대로 불안정하고 비밀스럽고 위험한 세계.

p.11

밤과 낮, 두 세계의 양쪽 끝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그곳엔 두 세계가 얽혀있었다.

한 세계는 아버지의 집이었다. (생략) 이 세계에는 곧바로 미래로 통하는 곧은길이 있었고, 의무와 책임, 양심의 가책과 고해, 용서와 선한 목적들, 사랑 그리고 존경, 성경 말씀과 지혜가 있었다. 인생이 맑고 명확하고 아름답게 정돈되어 있으려면 사람들은 이 세계의 편이 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또 하나의 다른 세계가 이미 우리 집 한가운데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냄새도 달랐고 말투도 달랐으며, 기대와 요구 또한 달랐다. (생략) 그런가 하면 또 다른 한편이 있다는 것은 꽤나 멋진 일이었다.

 

p.14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두 세계의 경계가 가깝게 닿아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프란츠 크로머와 벌어진 일들은 자신이 부모님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로 이끈다.  프란츠 크로머와의 일은 그래도 데미안 덕분에 해결이 되었지만, 해결되었다고 예전에 자신이 지내던 것과 똑같은 상태로는 돌아갈 수는 없었다.

 

p.28

"물론 농담이야, 하지만 이 농담으로 넌 비싼 대가를 치뤄야 할 거야."

 

p.33

나의 죄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악마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그 사실 자체였다. 왜 나는 그 애를 따라갔던가? 왜 나는 아버지 말에 순종하는 것 이상으로 그에게 복종했던 것일까? 무엇 때문에 그 따위 도둑질 이야기를 꾸몄댔던가. 그런 짓이 진정으로 영웅적일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일까? 그때부터 악마가 내 손을 잡고 있었고 적이 내 뒤를 따라다니게 된 것이었다.

 

p.60

 

그때의 나는 분명 카인이었고 이마에 달린 표적을 수치스럽게 여기기보다는 훈장을 단 것처럼 으스댔다. 나의 죄악과 고통을 통해서 나는 아버지와 같은 선하고 경건한 사람들보다도 더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p.92

 

내 부모들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부모들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하겠다.

 

싱클레이는 김나지움에 입학하며 기숙사 생활이 시작되면서 부모님과의 세계에서 더 멀리 떨어져 나간다. 그러면서 완전히 어둠의 세계에 자신을 맡긴다. 하지만 사랑과 꿈, 예술적 활동을 통해서 다시 자기가 나아가야 할 세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 세계로 넘어갈 때의 불안한 요소를 제공하는 인물과 사건들

넘어가야 한다고 이끌어 주는 인물들

넘어야 할 이유와 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열매들

그 과정에서 의심하고 방황하는 시간

그러다  꿈을 통해 표현하기도 하고 계시를 받기도 하는 시간

예술이라는 행위를 통해 표현하다 보니 문득 자기가 무엇을 갈구하는지  일들

 

싱클레이의 성장. 한 사람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성장'이라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 진정한 내가 된다는 것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나의 경우 부모님에 속해 있던 어린 시절의 세계가 딱히 그리 편안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를 사랑하셨겠지만, 사랑을 보여주는 방법을 모르셨던 분들인지라 그 속에서도 항상 불안하고 지금 생각하면 부모님이 날 버릴리도 없는데 내쳐질까 두려웠다. 그 속의 세계에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다 소진되었던 것 같다. 진정한 나를 고민하기 보단, 어찌하면 사랑 받을까를 고민하며 커버렸고, 일단 어른이 되었다.

 

부모가 된 지금. 우리 아이는 어떤 세계에 뜻을 두고 나아가게 될까 궁금해 진다. 아직 어린 아이지만 이제 나름의 자기를 찾고 있는구나가 보이는 순간이 있다. 이 아이가 나를 의식해 자기를 찾기보단 나처럼 사랑받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진 않을지 마음이 쓰이다가도, 세상 혼자 사는 것 아닌데 사랑 받는 법도 알아야지 하는 생각도 든다.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내 세계가 확고하지 못해서 내 둥지의 아이가 마음껏 자신의 알을 깨고 비상할 터전이 되어주지는 못할까 또 두렵다. 나 역시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과정이라 여기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하겠다.

 

P.119

너는 아직도 '공인된 것'과 '금지된 것'이 무엇인지 너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데까지는 가지 못했어. 단지 진리의 아주 작은 한 조각을 느낀 데 불과해. 다른 많은 부분들도 깨달을 수 있게 될 거야. 그렇게 알고 있으면 되는 거야. 

 

아파야  청춘이다라는 말이 비난을 맏기도 하지만, 아플 껀 아파야 낫는 게 이치인 것 같다. 조금이라도 빨리 아프고 나면 아프지 않게 자신의 길을 수월하게 갈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때 아파야할 것을 미루고 어른이 되어 버려 지금 아픈 것은 아닐까? 그래도 이제라도 아파 다행인 것일까? 하는 물음들이 내 머리 속을 가득 채운다.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이 있었듯, 나에게도 가야할 길에 대해 힌트를 주는 이들이 있다. 책도 그렇고 책이 매개가 되어 만나 이들도 그렇고, 아이도 한 번씩 꾸밈없는 순수함으로 원래 그랬어야 하는 것과 내 것이 아닌데 내것인 듯 받아들인 세계에 대해 의심하게 한다. 소중한 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며 바른 길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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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헨리데이빗소로우/은행나무 | 인연 닿은 책-일.고.십(고전) 2019-06-0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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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저/강승영 역
은행나무 | 201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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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을 읽고 제일 마음에 남았던 구절


p.164

내가 플라톤의 이름을 듣고도 끝내 그의 저서를 읽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내가 플라톤의 이름을 듣고도 끝내 그의 저서를 읽지 않을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플라톤이 바로 우리 마을 사람인데도 내가 그를 한 번도 만나본 일이 없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이며, 그가 바로 옆집 사람인데도 그의 말을 들어보지 못하고 그 말의 예지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플라톤의 <대화편>은 그의 영원불멸한 지혜를 담은 책이며 바로 옆 선반에 놓여 있는데도 나는 그 책을 거의 들추지 않는다.


<월든>이라는 책을 윤리 시간에 암기로 작가와 제목 주요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읽을 생각은 없이 살다 드디어 일.고.십에서 딱 마주쳤다. 고전을 읽을 때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텍스트의 힘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월든>이 가지고 있는 힘은 무엇일까?를 계속 물으며 읽어나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담겨있는 책


내가 내린 이 책에 대한 정의이다. 인간에 대한 물음, 인생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들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문제를 풀 때 푸는 사람이 먼저 의문을 가지고 생각해 본 끝에 정답을 들춰봐야 아 이거였어 하며?반가울 수도 있고, 이게 왜 정답이냐고 따져보게 되기도 하듯? <월든> 역시 그러하다.?고민을 안 했으니 이 책이 재미없지라는 이야기가 아니고,?지금 현재 자신의 고민과 어려움이 무엇이냐에 따라 <월든>이 주는 메시지가 공허할 수도 무거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또한, 스토리가 있기 보다는 잠언집에 가까워 읽는 이가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답만 나열되어 있을 때 생기는 반항심도 있을 것 같고 말이다.



그래서 나도 나랑 안 맞겠다 싶은 부분은 살짝 살짝 패스하고 읽고 싶은 부분에 집중해서 읽었다. 이 책을 들고 산에 다녀왔는데 산에서 읽었을 때, 공감이 제일 많이 되었던 것 같다. 책에 따라 장소를 달리해도 재밌겠다고 느꼈던 새로운 경험이었다. 산에서 읽을 때 마음에 남아 체크했던 구절



만약 우리의 낮과 밤이 기쁨으로 맞이할 수 있는 그런 것이라면, 우리의 인생이 꽃이나 방향초처럼 향기가 난다면, 또 우리의 인생이 좀 더 탄력적이 되며, 좀 더 별처럼 빛나고, 좀 더 불멸에 가까운 것이 된다면, 우리는 크게 성공한 것이다. 그때 자연 전체가 우리를 축하할 것이며 우리는 스스로를 시시각각으로 축복할 이유를 갖는다. -p.325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두라. 그 북소리의 박자가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 -p.482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삶은 요즘의 미니멀 라이프와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집안의 가구를 다 밖으로 내고 물로?집안을 청소하고, 마르면?사람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인상적이었다. 이사갈 때 끝도없이 나오는 짐들을 보며 경악하며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또 쇼핑하는 게 일상인지라 말이다.


진정, 우리가 이사를 가는 목적이 무엇인가? 이런 가구, 이런 '허물'을 벗어버리자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마침내 이승에서 저승으로 갈 때도, 그곳에 새롭게 마련된 가구를 쓰며 이승의 것들을 태워버리자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이러한 덫들을 우리의 허리띠에 매달고 이것들을 질질 끌면서 우리가 숙명적으로 가야할 거친 황야를 힘들게 가야만 할 것이다.

인간에 대한 물음, 인생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들이 곳곳에 스며있는 글이다.

p.104


공부에 대한 이야기들도 담겨있다. 고전을 읽는 이유에 대해서도 말이다.


지성은 식칼과 같다. 그것은 사물의 비밀을 식별하고 헤쳐 들어간다. 나는 필요 이상으로 나의 손을 바쁘게 놀리고 싶지 않다. 나의 머리가 손과 발이기 때문이다. p.151


우리가 이왕 글자를 배운 이상 최고의 문학작품들을 읽어야 할 것이며, 평생 동안을 초등학교 4,5학년 학생처럼 교실 맨 앞줄에 앉아서 언제까지나 '에이, 비, 씨'와 단음절로 된 단어만을 되뇌고 있어서는 안되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읽을 줄 아는 것만으로 또는 남이 읽어주는 글을 듣는 것만으로 만족하여 한 권의 좋은 책, 즉 성격의 가르침에 전적으로 몸을 맡겨버린다. 그리고 남은 평생을 무기력하게 살면서 이른바 '가벼운 읽을거리'로 지적 능력을 소모시켜버린다. -p.159


월든을 읽는 중에도 쇼핑을 하고, 가벼운 책들로 시간을 보내기도 해서 찔리기는 하지만.. 인생을 정답 그대로 살 수는 없으니 한 번씩 일탈을 하다 이런 책을 읽으며 돌아오기를 반복하다 보면 삐뚤빼뚤한 길이라도 나만의 길이 바른 길이 생겨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월든>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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