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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난 살이 꽃을 피우는 지옥의 향연 "살인귀1-각성편" / 아야츠지 유키토 | 기본 카테고리 2021-07-1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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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살인귀 1

아야츠지 유키토 저/김진환 역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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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국내 정발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굉장히 잔인해서 국내 정발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해서 도대체 어느 정도의 수위이길래 이리도 악명 자자한지 무척 궁금했는데 이렇게 기습적으로 나와 줘서 해당 출판사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원래는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하려고 했었는데 자꾸 취소처리 되더라는. 벌써 유해도서로 간주되어 반려되는 건가? 아직 19금 딱지도 붙지 않았는데 아님 내가 잘못 신청한 건지.

 

 

에잇, 온라인 주문이나 해야겠다, 그렇게 맘먹고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뜻밖에도 입구 가판대에 다른 장르소설들과 함께 버젓이 진열되어 있는 게 아닌가. 아니 히가시노 게이고와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과 등급이 다른데 잘도. 예상지 못한 만남에 주저할 것 없이 냉큼 주워 옴. 앞표지는 이미 공개되어 알고 있었지만 뒷표지도 피 갑칠이네. 그리하여 부푼 기대감을 안고 읽어 나간 서문에는 분명히 3인칭 다시점로 기술된 이야기에 위화감을 느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도발하고 있었다.

 

 

속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전개되는 이야기. 어느 여름날 TC 멤버스라는 이름의 친목동호회 멤버들이 후바타산을 등산하여 합숙한다. 밤이 되자 산장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던 이들은 한 사람씩 돌아가며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하기 놀이를 시작하는데. 차례대로 이야기 하던 중 한 명이 후바타산이 악마의 산으로 불리게 된 경위를 말하는데 수 년 전 이 산에서 실제로 일어난 중학생 참살사건을 이야기한 것이다.

 

 

중학생들을 참살했다는 후타바산 살인귀 이야기에 두려움에 떠는 사람도 있었고 혹자는 코웃음 치는 이들도 있는 등 반응이 제각각이었지만 무심코 꺼낸 살인귀 이야기가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향연을 불러 올 줄이야. 캠프파이어가 끝난 후 잠자리 든 일행 말고는 으슥한 모처로 자릴 옮겨 꼭 딴 짓하는 부류가 있게 마련. 달밤에 뼈와 살이 타는 사랑을 나누던 남녀에게 갑자기 나타나 영문도 모른 채, 둘을 잔인하게 꼬치구이 만들어 버리는 살인귀.

 

 

잠자리에 먼저 들었던 일행들은 아침이 올 때까지 사라진 이들을 걱정하다 직접 찾으러 나서지만 숨어서 사냥감을 노리던 살인귀가 휘두르는 도끼에 차례차례 살해당한다. 피보라가 밤을 적시고 토막 난 살이 꽃을 피우는 지옥의 향연. 책 문구처럼 정말 잔인한 수법이었다. 캠프 현장에 나타난 살인마는 아무래도 13일의 금요일에 나오는 제이슨을 연상케하고 책에서도 실제 언급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제이슨은 단칼에 죽여주니 양반일지도.

 

 

이 시리즈가 여타 호러, 추리소설보다 더 잔혹하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단숨에 죽이지 않고 어린아이가 곤충을 잡아 날개를 뜯고 다리를 하나하나 뜯어가며 천천히 죽이 듯, 살인귀는 희생자들을 바로 죽이는 건 시시하다며 시간을 최대한 뜸 들여가며 천천히, 세세하게 고통 주면서 죽이기 때문이다. 그런 살인귀의 심리와 제발 죽여 달라고 애원하며 극심한 고통과 패닉에 빠져드는 피해자의 심리가 겹치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보면 살인마가 사람들을 계속 죽여 나가는 고어물일 수도 있는데 호러 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혼자 있으면 먼저 당하고 살인귀는 죽지도 않는 각설이로 종결되니까 말이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고어의 수위는 확실히 잔인한 게 맞더라. <짐승의 성>, <살육에 이르는 병>을 모두 안드로메다로 보낼 정도다. 전반적으론 잔인하지만 여타 소설에서도 나름 맛 볼 수 있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가도 장기적출 하던 몇몇 장면만큼은 창의적으로 압도하고 있으니까.
 

 

 

그것은 장기 적출하는 방법과 적출 후 살인귀가 취한 행동 등이 특히 그러하다. 그렇기에 초심자들은 당연히 감당하기 힘들다. 지하철에서 읽다 토할 뻔 했다는 현지 평은 과장이 아니다. 다만 고어 매니아들한테는 아무렇지 않을 테고 나 같이 나름 이런 잔혹함에 내성이 있는 독자들에겐 잔인하다고 느끼면서도 아무런 트라우마 없이 밥 잘 먹고 잠 잘자는 케이스로 나뉠 것이니 관심 있고 궁금한 이들은 자신 있게 담력 테스트하기 바란다. 난 견뎌내었다. 일부러 잔인한 장면들만 되새김질 듯 하며 음미했으니 염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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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 개브리얼 제빈 | 기본 카테고리 2021-04-1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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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저/엄일녀 역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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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섬에 있는 유일한 서점 아일랜드 북스의 주인 AJ 피크리는 최근 아내 니콜을 교통사고로 잃고 낙담과 실의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이해하고 다 읽고 나니 이상하게도 그게 우연한 사고였을까라는 의혹이 갑자기 들었다. 니콜은 혹시 우울증을 앓고 있던 게 아니었을지.... .아내를 따라와 그녀의 고향에서 함께 서점을 열었으나 사랑만으로 만사형통은 아니었을 테고 니콜은 어떤 고민을 안고 끙끙대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만 같다.

   

그렇다 치고 갑자기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혼자된 사람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술독. 고주망태가 되어 떡실신 당한 피크리가 다음 날 정신 차렸을 때,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에드거 앨런 포의 희귀시집 ‘태멜레인’을 도둑맞았음을 알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 안 좋은 일은 연이어 일어나는 법. 참 불운한 남자 피크리의 삶은 계속 바닥으로 고꾸라질 텐가. 두 가지 좋은 일도 있었다.

 

먼저 출판사 영업사원 어밀리아는 굳이 이 섬에까지 자사 신간들을 팔겠다고 방문했다가 까칠한데다 자신만의 책에 대한 취향과 소신으로 똘똘 뭉친 꼰대 피크리에게 박대당하고 돌아가야 했던 전력이 있다. 그러나 독자들은 예상한다. 이건 전형적인 로맨스물의 전형이자 공식. 이들은 다시 재회하게 되리라고. 그때는 잘못했던 쪽에서 마음이 바뀌어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자 장작불은 활활 타오르겠지. 한 치의 어긋남 없었다. 좀 쉽게 사랑에 빠진 듯 하지만.

   

고집불통의 이 남자를 변화시켜 세상과 소통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계기는 아이이다. 어느 날, 서점에서 버려진 여자 아이 마야를 발견하게 된다. 아이 엄만 자살했고 마땅히 맡길 데가 없던 마야를 젖동냥 하듯이 처형 이즈메이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대신 키웠다. 이제 이 두 사람은 피크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족들이 된다. 뿐만 아니라 경찰관 램비에이스는 절친이 되어 마을 경찰들로 조직된 독서토론회도 열고 마야의 대부가 되기도 한다. 이제 그동안 마음을 닫고 살던 피크리는 빗장을 열고 새장 밖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따스하게 소통을 시작한다.

   

책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이 소설에서 책은 사람됨을 판단하고 관계를 매칭하는 역할을 하면서 산소처럼 없어서는 든든한 동반자다. 언급된 책들 중에서 제대로 알만한 것은 겨우 제프리 디버 정도라 간신히 참패를 면하는 정도인데 그래도 뭐 상관없지. 술술 잘 읽힌다. 다만 좀 아쉽다면 중간 중간 좀 더 에피소드가 풍성했더라면, 가령 어밀리아 엄마는 피크리를 사윗감으로 처음부터 쿨하게 인정하지 않았을 듯 하다. 분명 예비 장모님의 마음에 들기 위한 우여곡절이 소개되었다면 좋았겠다.

   

그 점은 친정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에 매번 딸에게 팬티 사주던 시절을 회상하며 그리워하던 어밀리아의 사연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랬다. 그리고 결말 부분은 결국 이번에도 올 것이 왔구나라고 담담하게 읽어내려 갔었고 ‘태멀레인’이 도난당한 진짜 이유가 소소한 반전이었다. 결과적으로 범죄 미스터리를 휴먼 미스터리로 무난하게 탈바꿈 시켜 마무리했다고 본다. 이렇듯 상당히 장르 관습적이기는 하나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라면 휴식을 취하며 읽기에 괜찮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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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 스튜어트 터튼 | 기본 카테고리 2021-04-1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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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스튜어트 터튼 저/최필원 역
책세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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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조차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애거서 크리스티'와 '인셉션'이 만났다'라는 홍보 문구에 호기심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는 말이다. 추리소설 팬이라면 당연히 그렇겠지. 구체적인 정보도 없이 이 책을 펼쳐든 순간, 아무 기억도 없이 숲속을 걷고 있는 남자가 보인다. 문득 어디선가 어떤 여자의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남자는 순간적으로 애나를 부르며 그녀에게 달려가지만 이미 단발마의 비명소리만 들릴 뿐, ‘애나’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때 누군가가 ‘동쪽’이라고 말하며 이 남자의 호주머니에 나침반을 찔러 놓고 홀연히 사라지는데.... 그 나침반을 따라 도달한 곳이 ‘블랙히스’라는 저택이었다. ‘애나라는 여자가 숲에서 살해당했다며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이 남자의 이름이 아마도 서배스천 벨인 듯 싶다. ‘은 여기가 어디고 이들이 누군지를 기억 못하니 기억상실증인가 보다. 그때부터다. 비록 분량이 만만하지가 않고 초반부터 미스터리 투성이긴 하나 정신 똑바로 차려 집중하겠다는 결연한 각오가 조금씩 빛바래기 시작한 걸.

 

 

의 진짜 이름은 에이든 비숍이었다는 사실이 한참 후에야 밝혀지는데 그전까지 그는 매번 다른 사람의 몸에 갇힌 상태로 깨어나서 8번의 같은 하루를 살게 된다.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알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혼란스럽긴 하지만 중세 흑사병의사 가면과 복장을 한 어떤 남자가 나타나 비숍에게 8명의 호스트의 몸으로 사는 동안 ‘블랙히스’의 주인인 ‘피터 하드캐슬’의 딸 ‘에벌린 하드캐슬’이 매일 밤 살해당할 때 범인이 누군지 추리해서 기한 내 자신에게 알려주면 이 저택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을 수 있게 해준다고 제안해 온다. 더욱 더 모든 게 뒤죽박죽이고 모호하며 불확실한 상황들이 내내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매번 다른 호스트의 몸으로 갈아타는 게 에벌린살인사건 추리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흑사병의사의 해답은 단순하다. 8명의 호스트 모두가 용의자인 상황에서 각자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좀 더 진실에 한발 짝 다가설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현재는 과거와 연계되어 있으니 19년 전, 그녀의 남동생 토머스가 살해당한 사건과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호스트 개인별 본연의 성격들과 비숍자신의 내면이 상호 충돌하지 않도록 슬기롭게 잘 구슬려야만 한다. 육체에 갇힌 영혼이 어떻게 조정하고 통제해나가는지 심리적으로 살펴보는 일도 이 책을 읽는 재미중의 하나일 것.

   

그러나 집중력을 내내 지속하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흑사병의사의 충고나 조언도, 다짜고짜 불쑥 튀어나와 자신을 쫓는 '풋맨'의 정체와 그 이유도, 그토록 찾아 헤매는 '애나'와의 숨바꼭질도, 8명의 호스트가 로테이션 돌다가 ‘집사’로 갑자기 바뀐다든지.... 너무나 불친절하고 복잡한 미로 속을 헤매는 꿈속 같기도 해서 읽는 동안 내내 몽롱한 기분이 든단 말이지. 후반에 이르러서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살인사건에 대한 반전과 ‘블랙히스’의 공간적 정체는 알게 되면 비로소 먼동이 트는 순간이 찾아오지만 그 과정들은 잠들지 않겠노라 눈 부릅뜨고도 중간에 깜빡 졸아버린 경험과 유사하다

 

  '마치 거대한 시계 속에 갇힌 톱니바퀴가 된 기분'이라는 책속 표현대로 머리를 맑게 한 상태에서 읽기를. 인셉션' 보다는 차라리 테넷에 가까운 이 혼돈의 현장을 다 읽고 나면 비로소 완독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기를. 이해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마침내 다 읽었어.” 라는 의미로. 그런데 책 표지는 체스의 '비숍', 주인공 이름도 '비숍'. 그런데 두 여자가 마주 보는 모습이기도 하다. 다 계획이 있었군. 언제나 죽음엔 애꿎은 희생과 대가가 뒤따르게 마련이란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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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사라졌다 1 /빌 클린턴, 제임스 패터슨 | 기본 카테고리 2021-04-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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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통령이 사라졌다 1

빌 클린턴,제임스 패터슨 저/최필원 역
베리타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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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과 작가 "제임스 패터슨"이 함께 쓴 <대통령이 사라졌다>는 좀처럼 믿기지 않는 작업의 산물이었다. "제임스 패터슨"의 단독창작물이었다면 그다지 관심 갖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난 그의 소설 한 권만 읽었지만 무색무취의 경험을 종이로 겪었기에. 여기에 전직 대통령과 함께 한 공저라면 분위기는 확 달라진다. 대통령 출신이 이런 스릴러를 쓴다고? 전직 미대통령들이 휴가 시즌에 스릴러를 즐겨 읽는다는 소식과 관련 사진을 접한 적 있어도 직접 작가로 참여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국내 정발되리란 예상은 더욱 더.

   

악명 높은 사이버 테러리스트이자 지하드의 아들들의 리더인 술리만 신도럭과 내통했다는 의심을 사서 곤경에 빠져있던 미 대통령 "던컨"의 모의 청문회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기선제압은 성공한 듯 하다. 실제가 아니라 모의 연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질의자간에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밀정보 공개수위 결정을 두고 벌이는 신경전에 벌써 기가 빨리는 듯 했다. 왜 "던컨" 대통령은 하필이면 테러리스트의 목숨을 구해준 것으로 오해 사게 된 걸까? 과감히 제거하지 않고 말이다. 정적들은 이미 탄핵절차를 염두에 두고 있을 텐데 정치적 위기에서 슬기롭게 탈출할 수 있을지, 그는 그래도 호기로워 보인다.

   

서커스 같은 정치놀음에서 진흙탕으로 본격적으로 빠지나 했는데 이보다 더 중대하고 심각한 위협이 찾아온다. 미국을 대상으로 한 파장이 크나큰 대테러가 시작될 거라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는데 그 계획을 알고 있는 정보제공자들을 만나 해결책을 도모하려는 "던컨" 대통령. 그런데 아뿔사, 배신자를 처단하러 킬러들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정보원 한 사람은 사망하고 다른 한 사람과 함께 간신히 현장을 벗어나게 된다. 지금부터는 정치스릴러가 화끈한 액션스릴러로 숨 가쁘다.

   

! 이제부터는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아무도 모르는 비밀아지트에 대통령과 사이버보안 전문가들, 비밀경호원들만 모인 가운데 테러리스트의 목적과 타겟, 그 정보에 접근할 암호를 긴급히 밝혀내야만 한다. 이 와중에 다른 정부 요인들과 정적, 언론은 대통령의 실종에 입방아를 찧기 시작한다. 그들에게 테러위협과 대통령의 은신처를 철저히 비밀리에 부쳤기에. 여기에다 독일, 이스라엘, 러시아 대표단마저 은밀히 초청해 비밀회동까지. 베일에 싸여 있으니 오해와 억측을 낳게 되어도 연막을 부지런히 피울 수밖에. 하지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한시라도 빨리 암호해독을 못하면 미국은 대재앙에 직면하게 된다. 누가 이 나라를 위험과 파멸에 빠뜨리려는 것인가, 내부의 반역자는 또 누구인가. 미드 24시나 미치 랩 시리즈를 보는 것 같았다. 둘 중 하나였다면 깊숙이 침투해 온 보이지 않는 암살자에 맞서 싸우는 액션이 볼 만 했을 것 같지만 대통령이 수퍼 히어로도 아니고 곁에도 그런 자가 없다. 그래서 김빠지는 후반부가 된다. 이 암살자가 참입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문제풀이에만 여념 없으니 도대체 어떻게 막아 내려나 하고 기대가 컸는데 넘 쉽게 해결해 버린다. 좀 뜬금없다.

   

그 점은 차지하더라도 문제풀이 과정에서의 긴장감과 밀도는 강력했으니 어찌 얻어걸린 듯 하지만 서스펜스 만점이었다. 실제상황이라면 대통령이란 자리가 주는 무게감과 압박감 그리고 책임감은 상상 그 이상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막중한 자리란 사실은 두 말 하면 잔소리. 믿어야 하는 사람과 배신자를 냉철하게 가려내야만 하는 싸움,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될 상황들이 연이어 전개되다가 누군가는 간신히 한 배를 타고 또 다른 누군가는 배에 올라타지 못하고 저 바다 깊이 가라앉았다.

   

그렇다. 가장 믿었던 이가 실상은 나를 기만했던 것.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면 시시각각 정치적 이해관계에 변수가 생기기 마련인데 내려놓지 못하는 이를 끝까지 안고 갈 수 없잖은가. 선택받은 자와 선택받지 못한 자 사이에 남은 건 제로게임 밖에 없으니 비정한 정치판인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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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기억의 세계 / 고바야 야스미 | 기본 카테고리 2021-04-1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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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분리된 기억의 세계

고바야시 야스미 저/민경욱 역
하빌리스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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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읽었던 <에벌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에서 이미 인격전이를 겪었기 때문일까, 또 유사한 경험을 해야 하나 싶어 읽기 망설여진 적이 분명 있었다. 여고생 리노가 자신의 기억에 이상 있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까지는 그랬다. 이번에도 지극히 내밀한 사적 경험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되는 것은 아닐지, 내내 조심스럽고 기억을 의심해야 했으니까. 다행히도 이번만큼은 다른 접근이다. 리노의 엄마에게도 똑같은 현상이 아니 전 인류에게 들불처럼 전염된 대재앙이었으니. 모든 기억이 10분 남짓의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면 믿을 사람이... 있었다.

 

 

리노의 엄마는 자신이 치매라고 계속 자책하는데 그 반복되는 상황들이 왜 그리도 웃기거나 슬픈지 모르겠다. 처음엔 메모를 남기고 그 메모를 토대로 다음 행동을 예측하여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 전대미문의 재난에 대처하려 애쓰는 초기과정들이 1부라면 이제는 기억장애라는 블랙홀을 극복하기 위하여 기억이 삽입된 메모리를 신체에 연결하게 된다. 그런 웃지 못 할 근미래가 2부격에 해당되겠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 취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기억장애에 빠진 인류가 허둥지둥 되는 모습들에서 블랙유머가 강하게 느껴진다. 이때부터 메모리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지적 생명체일 수가 없다.

 

 

일생의 기억이 저장된 메모리가 없으면 유아기로 퇴행하고 다른 사람의 몸에 자신의 메모리를 연결하면 그 몸을 지배하는 것이 나라는 인격이 된다. 원본이 있으니 사본도 있기 마련이라 두 사람이 하나의 인격을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고 더 나이가 렌탈도 가능한 세상이다. 에피소드별로 인격이 왔다 갔다 하면서 원래의 인격과 바뀐 인격 사이에서 무지 헷갈린다, 두통이 오더라는. 여러 이야기 중에서 메모리 연결을 거부하며 외진 곳에서 집단 공동체를 구성해 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간 공무원이 일단 먼저 떠오른다.

 

 

그 사람들 몸에 갑자기 자신의 메모리를 연결해 의식을 지배하는 시도, 그것의 의도 자체가 불순한 게 아니었다. 대책

없이 생존의 기로에 놓인 이 사람들이 가여워 구제하고자 팔 걷어 나섰을 뿐. 물론 신체강탈죄는 용서 안 되겠지만 무

단점유를 해서라도 이 마을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대행하겠다는 자세가 귀엽긴 했다. 특히 맘에 든 남자에게

자신의 메모리를 연결해 남자가 된 후 메모리가 빠져나가 아무 생각 없는 자신과 연애를 시도하는 장면은 대박이다.

어쩜 그런 발상을 다했을까. 이상하게도 기묘한 흥분과 떨림이 있다. 자신의 입술을 느껴보시라. 촉촉하단다.

 

 

그러고 보니 메모리라는 공통인자가 있어서 기억하려 애쓸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죽은 사람에게 연결하면 살아있는 것인지 죽은 것인지 판단도 못 내리겠다. 마지막 무당 이야기도 실제 그런 사업이 시행된다면 충분히 있을 법하다. 비디오 렌탈 연체도 아닌 다른 사람 몸뚱이를 대여해 놓고 연체를 한다면 그 몸주의 인생은 이미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참으로 기묘하다. 그렇게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에도 논리가 개입하기에 복잡다난한 미래사가 꽤나 흥미로웠다. 발상이 신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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