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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 / 가와이 간지 | 기본 카테고리 2020-09-1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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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저/신유희 역
작가정신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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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에서 읽었던 대목이 맞을 것 같다. 인간이란 각자의 우주로 이루어졌다는 식의 말이 번뜩 떠올라서. 그래서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우리들의 우주는 각성, 평온, 쾌락 등 무수한 분비활동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소설의 서두는 도쿄 올림픽을 앞둔 어느 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합성 약물 스노우 엔젤의 레시피를 얻고자 암살자가 개발자 샤르노프를 살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샤로노프가 의문의 암살자로부터 곧 죽게 되리라는 사실을 직감하고서도 두려움은커녕 담담할 수 있었던 연유가 그만큼 환각증세가 강력하다는 반증이겠다. 마치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은총을 베푼다는 스노우 엔젤“. 그 후 일본 도쿄에서 한 남자가 차를 몰고 돌진하다 많은 사람들을 묻지 마, 살인하며 백화점 옥상에서 천사님을 부르다가 투신 사망한 사건 같은 일련의 약물중독 사건들이 벌어지는 등 은밀하게 세상 속으로 번져나간다.

 

 

한편, 9년 전 함정에 빠져 동료이자 사랑하는 히와라 쇼코가 눈앞에서 희생당하자 분노해 5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진자이 아키라에게 마약 단속관 미즈키 쇼코와 상관이었던 기자키 헤이스케가 찾아온다. 연이어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스노우 엔젤과 연관 있음으로 짐작하고 그 마약의 유통자인 하쿠류 노보루를 조사해 달라는 것. 이미 죽은 것으로 처리된 진자이야말로 신분을 위장해 하쿠류에 접근할 적임자로 추천당한 마당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진자이는 이를 수락하게 된다.

 

 

사실 스노우 엔젤은 마약의 이름치곤 비현실적으로 우아한 이름에다 실제로 천사가 날개 펼친 모습이 약에 새겨져 있으니 전혀 생뚱맞은 일은 아닌 셈이다. 그런데 쇼코의 원수인 마슈에 대한 복수를 잊지 못하고 있는 진자이에게 또 다른 쇼코는 어쩌면 구원받을 수 있는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죄책감과 원념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미즈키 쇼코 마저 구원할 수 있는. 그러나 만시지탄이라고 했던가. 시간은 언제까지나 기다려주지 않는다. 손을 내밀어 맞잡아 주었더라면 어땠을 까란 진자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지만 대신 대의를 포기해야 했을 터. 그게 진자이란 남자의 숙명이었나 보다. 결말에 가까워지면서 순간 '아' 탄식했다가 다시 힌 번 더 기회를 얻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리고 완전한 마약을 꿈꾸던 또 다른 세상. 몸에 해롭지 않고 의존성만 남게 만드는 그런 마약이 있다면 그건 더 이상 마약이 아니게 될지도 모르겠다. , 담배, 카페인처럼 합법화 되어 자유롭게 이용하는 날이 온다면, 그 점을 악용해 국가의 세수 증대나 다른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된 시도가 세상을 잠시라도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게 두지 않을 것 같다. 사무실에서 믹스커피에 중독되어 조금도 양을 줄이지 못해 의지박약인 나로써는 단박에 그런 약물에 중독되고 말겠지. 그래도 살면서 걱정, 고민, 스트레스를 잊을 수만 있다면, 대안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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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너를 생각" / 후지마루 | 기본 카테고리 2020-01-28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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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끔 너를 생각해

후지마루 저/김수지 역
arte(아르테)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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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엥? 마녀?? 마녀라면 동화책에 나오는???”

시즈쿠의 정체를 살포시 고백하면 다들 이런 반응을 보인다. 마녀가 과연 가당키나 한 존재인? 그러나 믿고 싶지 않아도 믿어야 할 마녀가 바로 당신 눈앞에 있는 이 여대생이란 말씀. 일단 어감이 좋지 않다고? 그건 사악한 여자정도로 들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마법소녀 정도의 정의면 괜찮지 않을지. 어쨌거나 이 시대 유일한 마녀 시즈쿠는 사실 우정도 연애도 필요 없다고 단단히 믿고 있다.

  

 

시즈쿠가 이렇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10년 전 전대마녀였던 할머니의 갑작스러웠던 죽음은 어린 시즈쿠를 큰 충격과 슬픔에 빠뜨렸을 뿐만 아니라 언제나 곁에서 지켜주던 절친 소년 소타마저 홀연 듯 실종되어 버린다. 학교에선 어느 누구도 소타라는 소년의 정체는커녕 존재조차 아는 이가 없었고 시즈쿠의 항변을 믿어주지 않는다. 결국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시즈쿠는 착하면 손해라는 신조 아래 외톨이로 지내다 어느 날 사라졌던 소타와 재회하게 된다.

 

 

그런데 본인이 마녀라는 사실은 자각하고 있지만 말야. 마녀의 사명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란 명제엔 시큰둥하고 시대에도 뒤떨어진 발상이라고 본다고. 그 시점에 깜짝 등장한 소타는 일정부분 기억이 망각된 상태지만 특유의 익살과 친화력 있는 성격으로 시즈쿠 집에 눌러 앉으며 마녀로서 할 책무를 다하라고 부추기며 자신도 돕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엉겁결에 나서게 되었단 말이지. 기술의 변화는 마녀의 트렌드마저 변화시켰나 보네. 더 이상 빗자루를 타지 않고 로봇 청소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마녀라니. 왜 그런 걸 타는 거람?

 

 

게다가 마녀에겐 여섯 개의 마도구가 있어서 순간 이동할 수 있는 지팡이, 몸을 바꿀 수 있는 쌍둥이 은색반지, 투명해지는 능력이 있는 검은 모자, 시간여행이 가능케 하는 모래시계, 용도가 불분명한 예언서, 빗자루에 붙이면 하는 하늘을 날게 해주는 깃털까지 고유의 능력을 가진 도구들은 한 번씩 밖에 사용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마도구가 있으면 무얼 하겠나, 제대로 활용하겠다는 사용자의 의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이지.

 

 

끝없이 용기를 북돋워주면서 유쾌함과 상냥함으로 똘똘 뭉친 소타가 있어 힘이 나는 걸. 마도구를 이용한 에피소드들은 때에 따라 예상 가능한 결말이기도 하지만 두 남녀의 티격태격, 아웅다웅 속에 싹트는 사랑과 우정 사이의 그 어느 지점이 사랑스럽고 깨알 같은 재미가 넘쳐난다. 그러다 후반부에 드러나는 10전의 사건들의 비밀과 소타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은 머리로는 냉정했어도 가슴 한켠이 숨겨진 소녀감성으로 뭉클해진다.

 

 

마법을 상실한 오늘 날, 마법이 세상을 이롭게 하리란 믿음은 철없고 배타적이던 시즈쿠를 철들게 했고 한 뼘 더 성장하도록 만든다. 별빛이 늦게라도 지구에 도착한다는 그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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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 / 장재이 | 기본 카테고리 2020-01-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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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홀린

장래이 저
고즈넉이엔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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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삶도 마찬가지야. 네가 빼돌리는 무수한 삶들은,

이곳에 모여들어 너의 홀린이라는 어항을 채우는 물고기가 되겠지.

그건 너의 유치한 자기만족을 위한 거지.

그들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야.

너는 그들로부터 아무것도 요구할 권리가 없어."

 

 

나 스스로도 그런 공상을 많이 해봤다. 현재의 과학기술문명은 사후에 얼마만큼 발전해있을 것인가? 그 발전은 과연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할 것인가라고 말이다. 짧은 식견으로는 그 범위와 속도를 감히 예측조차 할 수 없겠지만. 여기서 갈라지는 또 다른 출발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환경을 손댈 것인지 신체를 다른 환경적응이 가능하게 개조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과 그 선택에 관한 질의와 응답이 발생할 테고 그에 대한 사례해설집이 바로 이 소설 <홀린>이 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류문명을 자자손손 번창하기 위한 종족번식의 문제점부터 해결해야 한다. 더 이상 섹스가 번식의 수단이 될 수 없는 세계에선 섹스로 태어난 인간을 1세대로 규정짓는데 환경변화에 적응 못하고 자연도태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은 생로병사의 주기가 짧아 반백년도 채 살지 못한다. 오히려 평균수명이 늘어날 거란 현재의 기대감을 무색케 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들보다 업그레이드된 단계에는 2세대라는 인류가 있어 바이오공학의 최첨단 기술적 산물들을 몸에 이식시켜 새로운 생명을 누리게 된다.

 

 

이쯤해서 멈추었다면 달라졌을 인류의 진화단계. 멈출 순 없어.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에 의하여 더욱 업그레이드된 신인류가 탄생하였으니 그들을 3세대라고 부른다. 특징이자 강점이라면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인류를 데이터 덩어리로 간주하여 바야흐로 이 지구에 닥친 멸종위기를 탈출할 도구이자 수단화하는데 특화되어 있는 기이한 집단이다. 그래서 이 소설 속 주인공인 미래인류연구소 연구원 박재희에게 두 가지 시험이 닥치게 되는데....
 

 

첫 번째가 1세대 연인인 강은성의 임종이 멀지 않았다는 점. 3세대인 자신과 함께 영생을 누릴 수 없음에 고민하다가 은성의 생체데이터를 해킹해 몰래 수집하게 된다. 은성의 의사와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빼돌렸던 걸 모아모아 소프트웨어로 재탄생 시키는데 까지 성공하지만 은성의 분노와 반발은 어쩌란 말인가. 이 아픈 가슴을. , 어쩌란 말인가, 이 아픈 가슴을. 게다가 같은 3세대인 쌍둥이 오빠 재희의 갑작스런 사망 또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죽었다고 믿었던 오빠 재희가 실은 모종의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니. 1세대의 생체 데이터를 어딘가로 집단전송 한 뒤 그곳에서 수집한 데이터만으로 새로운 인류세계를 조성하려 했음을 알게 된다. 그러려면 신체는 죽음의 상태에 있어야만 가능하다. 결국 남매는 각자의 가치관에 의하여 연방정부에서 승인내리지 않은 생체데이터 불법 전송과 사익용도로 활용하려고 했음이다.

 

 

제목이 “Hollin”이기도 해서 어떤 의미를 알아보고자 했으나 이것은 세기말적 현상에 다다른 인류가 특정종교에 홀려 현실도피 하고자 했던 행동들과 유사하기도 해서 그냥 홀렸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아니라면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특정 장소를 떠나는 상황, 즉 엑소더스의 의미와도 일맥상통 되는 것도 같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들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탈출한 내용이 담긴 성서의 '출애굽기' 같은 것이다.

 

 

어떻게 본다면 기대수명 만큼 살다가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는 자연순리에 순응할 권리를 누구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냐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다 들어보자면 어느 한쪽에도 섣불리 손을 내밀어 지지할 수 없는 형국이었다, 다만 나라면... 나라면 그것이 폭주라 할지라도 유혹이라는 미명하에 굴복하고 말았을 것 같기도 하다. 나란 놈은 나약하니까, 불안하니까, 어쩔 수 없는 존재라서 이 스펙타클함에 눈치보다 묵묵히 따라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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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 야마시로 아사코 | 기본 카테고리 2020-01-0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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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저/김은모 역
작가정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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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된 영문인지 아직까지 오쓰 이치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 대신에 다른 필명인 야마시로 아사코의 소설로 그 아쉬움을 달래게 되었었는데 엠브리오 기담엔 만족했고 이번에 두 번째로 그의 소설을 만난다. 총 여덟 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는데 포문을 여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이란 단편이 되겠다.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양복을 차려입고 구두를 신고 있는 어떤 남자가 집안 곳곳에서 발견된다. 아내도 그 사실을 안대. 어떤 원인에 의하여 귀신이 이 부부에게 씌었을까? 부부는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여기저기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라고 인상착의를 그림으로 퍼 날랐더니 드디어 이 남자를 안다는 사람이 나왔지.

 

 

이 남자가 어떻게 된 걸까, 보단 귀신과 접속하게 된 연유를 분석했더니 당사자의 입장에선 토 나올 만했다. 그럴 수도 있구나, 하지만 아무렴 어때로 달관하는 부부의 의연함이 보기 좋다.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는 제목처럼 머리 잘린 닭이 잘린 단면 속으로 물도 마시고 잘 돌아 다닌다. 실제로 미국에서 닭이 머리 잘리고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닭의 운명도 기구하지만 주인인 소녀의 운명이 더 기구해서 안타까움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 하는 단편은 이불 속의 우주이다, 어느 소설가가 근 10년 간 글이 써지질 않아 책도 못 내서 밥벌이 못했고 궁핌함에 이혼까지 했는데 우연히 출처 불명의 중고이불을 샀단다. 그런데 밤에 덮고 자는데 이불 속에서 따뜻하고 복슬복슬한 어떤 것의 실체가 느껴지더란다. 놀라서 이불 걷었더니 아무 것도 없고 다시 덮고 누우면 그 느낌이 전해진다, 어떤 날은 알몸의 여인이 등 뒤에서 안는 경우도 있었다. 부드러운 그 머릿결과 살결은 느껴져서 황홀했지만 여전히 그 실체는 없다는 것.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기이한가?

 

 

그밖에도 자식을 죽음으로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아버지의 부성애와 엄마의 모성애를 다룬 단편들에선 가슴이 먹먹해졌다가 마지막 단편에선 평안함과 위로를 받게 된다. 이렇듯 이 단편들은 죽음과 직결되어 있다. 그래서 상실과 비애로 슬프고 그립지만 싹이 솟듯 또 다른 재생의 기회를 얻어 삶은 계속된다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호러는 맵기 단계에서 초심자 수준으로 완화되어 있기에 오쓰 이치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그 아련함을 즐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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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웃는 순간" / 찬호께이 | 기본 카테고리 2019-12-2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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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저/강초아 역
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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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건 간에 전설이든 괴담이든 쫄보인 내겐 호러라는 장르는 눈을 감고서라도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 감히 정면으로 직시할 형편이 안 된다. 그런데 찬호께이가 들고 온 신작 염소가 웃는 순간은 뜻밖에도 호러 미스터리라고 했다. 대학 캠퍼스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의아했어도 찬호께이라면 믿을 수 있기에 선택이 가능했고 결론은 완벽하진 않아도 꽤 재미난 롤러코스터를 타고 난 뒤 같다는 것이다.

 

 

홍콩 문화대학 신입생 아화는 등교 첫 날, 우연히 실수로 넘어지면서 여학생 칼리의 몸에 손을 대었다가 그녀의 친구인 야묘에게 변태라는 오해와 분노를 사는 바람에 식은땀을 흘리기도 하지만 친구인 버스와 위키 그리고 다른 여학생을 만나 괴담을 나누면서 금세 친해진다. 오래된 기숙사라면 의례히 전해져 내려오는 괴담이 이곳 노퍽관도 예외가 아니었던지라 소위 말하는 ‘7대 불가사의중간 중간 소개되는데 일부 이야기는 제법 소름끼쳤다.

 

 

기숙사 노퍽관에 배정받고 조용히 넘어갔다면 처음부터 시작될 건덕지가 아니겠지만 100여 년 전 악마 소환술이 열렸다는 기숙사 지하실에서 겁도 없이 초혼게임을 했다가 한 명씩 괴담대로 실종된다. 초혼게임 자체가 불경스러워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 조마조마 했는데 연달아 벌어지는 괴이한 현상들은 초현실적인데다 머리 풀어 헤친 여인네까지 등장하니 한 밤중에 이불 둘러쓰고 읽던 나는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게다가 꽤 잔인한 장면들이 나온다.

 

 

처음엔 9명이었던 혼성 9인조가 점점 줄어드는 과정들이 몰입도를 높여주기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저주에서 벗어날지 결말에 가까워지면서 궁금했다. 이대로 몰살당하는 걸로 마침표를 찍을 리 없으니까 반격해서 우선 남은 자가 살아남고 나머지 사람들도 되돌려 놔야만 한다. 내내 호러로 밀어붙이다가 이 현상에 종지부 찍게 만들 추리는 공식이 좀 난해한 면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 결국은 왜 이런 일이 누구 때문에 벌어졌는가 하는 사태규명에 접하게 되면 역시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된다.

 


또한 마법진에 그려진 염소가 웃고 있는 한국판 표지는 제목에 충실하면서 이 소설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 듯 하여 마음에 들었다. 혹자는 정통 미스터리가 아니라며 불만을 제기할지도 모르겠으나 작가가 이러한 스타일로도 글을 쓸 수 있다는 다재다능함을 뽐내지 않았나 하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싶기도 하다. 때마침 이 소설을 거의 다 읽어갈 즈음 TV예능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밀크티를 마시는 장면이 나오길래 순간 나도 혹해 흑당을 즐기러 매장을 찾았다. 그래, “염소가 웃는 순간은 흑당 맛에 비유할 수 있겠어. 물컹물컹~~ 달달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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