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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rtz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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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달리기는 이제 그만 | Review 2021-11-2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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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저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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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난 상상력에 모든 걸 맡겨보곤 한다. 당시 내가 택하지 않은 나머지 길을 걸었다고 가정했을 때 펼쳐질 수 있는 일들이 무얼까를 그려보는데, 그 때마다 결론은 ‘그리하여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이다. 왠지 지금보다 나을 거 같다. 그 때 달리 행동했어야 한다. 스스로를 향한 연민연 밀려오지만 한 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든다. 지금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지 않은 걸까. 정말 나락으로 떨어져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도 재기 불능 상태에 도달한 걸까. 그럴 리 없다. 마음에 안 드는 구석에 있다고는 하나 일부에 불과하고, 지금의 나를 부정할 정도로 거대하지도 않다. 나의 사고가 날 불행으로 밀어넣은 건 아닐까 싶은 마음이 그제서야 든다. 이렇게 오늘 또 나는 하나의 소설을 쓰다 말았다.

제목이 획기적으로 들린다. 모두가 열심히 살다 못해 경쟁에서 승리를 거두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로만 아는 시대에 열심히 살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다니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조심스레 저자의 연혁부터 살폈다. 회사에 다니면서 일러스트레이터 생활도 병행했다. 일명 투잡을 뛴 셈이다. 나보다 훨씬 더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문장이 과거형이다. 한 때 그랬는데 지금은 아니란다. 회사 문을 박차고 나왔다. 따박따박 매달 주어지는 월급의 달콤함을 더는 기대할 수 없는 입장이다. 틈틈이 의뢰받은 작품을 그려 돈을 벌어야 한다. 고정 수입이 없다는 건 꽤 불안하다. 앞으로 어떤 날들이 전개될지 알 길이 없으므로 매사 조심해야만 한다. 더구나 저자는 ‘놀고먹는 게 주된 일이 됐다’고 스스로의 삶을 평했다. 이제껏 모아둔 돈이 있어 당장 생활은 가능하겠으나 통장이 화수분은 아니다. 비우는 만큼 채우지 못하는 다음에야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이므로, 지금의 삶이 마음에 든들 언젠가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 들어오는 일 거절하기, 모아놓은 돈 까먹기, 한낮에 맥주 마시기가 특기인 삶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나이가 아주 젊은 것도 아닌데 어쩌지 싶었다. 순간 지나친 오지랖이 발동할 뻔했다. 아, 나도 기성세대가 다 된 모양이다. 타인의 삶을 감히 평가하려 들다니. 안쓰러워서 그랬다고 적지만, 솔직히 부러웠다. 남들보다 모든 게 늦었다곤 하나 14년째 회사에 매인 몸으로 살고 있다. 게다가 자신에게 휴가를 부여하는 일에 박한 나머지 주말을 제외하고 쉰 날이 열 번이 채 아니 된다. 결과가 좋았냐고 묻는다면 쓴웃음만 나온다. 나는 내 불안을 핑계삼아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에 앞장섰을 뿐이다. 잔뜩 무언가를 뿌렸으나 아무것도 거두진 못한 상태. 재능도 요령도 전혀 없는 농부의 입장이 뭔지 나를 본다면 다들 이해할 수 있지 싶다.

살아온 여정은 다르지만 사고는 왠지 나와 닮았다. 열심히 일하지만 나아지지 않는 거 같은 하루.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있어서 그렇다고 하나 왜 다들 열심히 일하는지는 의문인 삶.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해서라고 말하니 너무 구차하고, 24시간이 무의미, 무가치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한 때 저자가 그러했듯 일하면서 그림도 그리고 책도 출판하는 삶을 병행 중인 이들도 있는 반면, 하나의 작품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회사를 관둔 후 그림 그리기에 전념한 경우도 있었다. 저자 또한 그들처럼 살 수 있었으나 다른 방식을 구현했을 따름이다. 어리석다는 평과는 별개로 자유를 얻었다. 밤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이불 안에서 뒹굴어도 상관없다. 외출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외출할 수 있으며 집에 틀어박혀 있길 원한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다. 역설적이지만 돈줄을 손에서 놓음으로써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았다. 한 때 인터넷 쇼핑몰을 기웃거리며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구입하는 일에 열을 올렸으나 지금은 아니란다. 여전히 관심이 가는 물건이 있으면 장바구니에 담곤 하나 예전과 다르게 바로 구입 않고 묵히다 보면 품절이 되거나 관심이 사라지고야 만다. 시간이 선사하는 덜 절박해지는 마법을 그는 겪고 있었다. 이런 삶이 영원할 순 없다는 걸 그 역시도 잘 알았다. 언젠가는 수중에 돈이 다 떨어질 테고, 선택의 여지없이 일을 찾아야만 할 수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그건 그 때 가서 고민할 일이고, 오로지 결과에만 집중했던 시간들과는 확연히 달라졌다고 그는 보았다. 전에는 읽어내지 못했던 과정을 곱씹을 수 있는 관점이 비로소 생긴 거 같다고. 나로서는 인생 전체를 걸 용기가 부족하지만 그는 모험을 감행함으로써 지혜로워졌다.

속도가 느리다고 대충 막 사는 건 아니다. 남들처럼 살지 않는다고 일탈이 아닌 것처럼.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이야말로 진정 풍요롭다. 하나같이 과도하게 열심히 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역설, 왠지 그럴싸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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