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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rtz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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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개답게, 사람은 사람답게? | Review 2021-07-26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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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열다섯 마리 개

앙드레 알렉시스 저/김경연 역
삐삐북스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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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은 무지개 다리를 건넌 반려견을 바라보며 이따금 품었던 생각이다. 다들 나와 비슷한 욕구를 지녔던지, 강아지의 언어를 해석한다는 기계의 출시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호기심에 몇몇 이들이 구입을 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언어는 인간만의 고유한 정체성과도 같다는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된 탓이 컸지 싶다. 저자의 역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개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한다는 조금은 발칙한 상상이 <열다섯 마리 개>를 가능케 했다. 정확히는 총 열다섯 마리의 개가 인간의 지능을 갖게 됐다. 아폴론과 헤르메스가 토론토의 한 술집에서 인간의 본성을 두고 토론을 벌이다가 빚어진 일이었다. 
개들의 환호를 기대했다. 더는 길에서 먹거리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을 테고, 목이 아프도록 짖어대면서 자신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아도 될 테니, 진정 축복받았다고 개들이 여길 거라고 믿었다. 나의 다분히 인간 중심적인 생각은 제멋대로 전개되는 듯한 이야기 앞에서 산산이 조각나고야 말았다. 변화가 발생했을 경우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건 인간이나 개나 같은 모양이었다. 하루 아침에 달라지고야 만 개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씨름했다. 이제까지의 행동들에 대해 새로이 평하게 됐다. 생각이라고는 허락될 틈 없이 발동되던 본능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과거와는 다른 자신의 모습을 꿈꿨다. 우월감의 발동이라도 이루어졌던지 다른 개들의 행동을 평하면서 그들과는 다른 자신을 기대했다. 아예 인간의 언어를 익히고자 노력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길에서 떠도는 것보다는 인간과 더불어 사는 삶이 편한 건 사실이다. 때가 되면 먹을 것이 주어지고 주기적인 산책 또한 즐길 수 있다. 그렇지만 인간은 인간이고 개는 개였다. 딱 거기서 만족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인간과의 관계 설정에 개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급기야 인간보다 자신을 우위에 두면서 갈등을 초래했다. 정반대의 길을 택한 개들의 생활도 난해하긴 매한가지였다. 보다 개다운 무언가에 골몰한 나머지 자신들이 누릴 수 있는 능력을 배척했다. 인간의 언어로 세상을 노래하기 시작한 개를 무리에서 쫓아냈고, 무리 내 서열 확립에도 애를 썼다. 1등은 꼴찌가 존재할 때 성립할 수 있다.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굴복을 강요했는데, 군말 않고 이를 상대가 받아들인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아니한 경우도 분명 존재했다. 힘의 관계는 결코 절대적이지가 않아서 언제든 전복이 가능했다. 무리는 영원할 수 없었고, 결말이 어떠할지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저자는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일종의 절제를 택했다. 개와 인간의 관계에 전도가 행해졌지만 그 와중에도 신의 지위는 견고했다. 그들에겐 장난에 불과한 이들이 개와 인간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영혼의 단짝과도 같았던 관계가 신에 의해 파괴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난 속이 탔다. 신은 영원 불멸의 존재인데 반해 개나 인간은 그렇지가 못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죽음을 한 번은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 어찌 보면 개들에겐 희망이기도 했다. 자신들에겐 감당이 어려운 인간의 지능을 떨쳐버리기 위해 그들은 꼭 한 번 죽어야만 했다. 죽음의 과정은 신이 결정했다. 그냥 개로서 살았더라면 죽을 때가 되었으므로 그냥 죽었겠지만, 열다섯 마리의 개는 개이되 더는 개가 아니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하루하루 지치는 경험을 해야 했고, 눈이 멀어 더는 세상을 노래할 수 없는 상태로 버텨야만 했다. 그건 마치 감히 신에게 도전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처럼 비춰졌다. 개가 인간처럼 살려 드는 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인간이 신처럼 살려 드는 것 또한 직접 서술되진 않았지만 비슷하지 않았을까 한다. 
나는 나다운가? 나답다는 건 무얼 의미할까. 나이가 들면 세상을 보다 많이 깨닫게 되리라 기대했지만 아니었다. 주변은 커녕 내 자신도 안다고 말하기 힘든 나날이 계속되는 걸 어른이 되고 나니 알게 됐다. 별다른 도전 않고 주어진 삶을 잘 소화하는 것도 물론 나쁘진 않을 테지만, 용기내어 묻고 싶다. 난 누구인가, 왜 사는 걸까. 어떻게 살면 좋을까. 결론은 동일한 죽음이겠지만, 모두가 맞이한 죽음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으리라는 걸. 견생(犬生)으로부터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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