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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이연식 | 서평 2020-11-18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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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드가

이연식 저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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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

이연식 (지음) | 아르테 (펴냄)

드가는 인상주의의 핵심이었지만 가장 인상주의적이지 않은 역설적인 예술가이다. 자연을 그리지 않고 사람들을 그린 화풍이 그러했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책임을 떠안으려 하지 않았지만 훗날 그 존재 자체가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 또한 그렇다.

모사를 위해 예나 지금이나 많은 예술가들이 루브르를 찾는다. 이 곳에서 드가는 '지금의 드가'가 될 수 있게 영향을 끼친 마네를 만났다. (마네는 드가로 부터 별 영향을 받지 않은 듯 보이지만) 마네를 만난 이후의 드가의 작품은 역사화가 아닌 일상이 주제가 되었다.

그러나 주변부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드가와 달리 체면과 명성을 중시한 마네는 결국 각자의 길을 간다. 드가의 이런 당당함과 자유로운 작품 세계는 가정환경이 부유했기에 가능했다. 드가는 여러 기법 중 특히 '절단'을 잘 사용했다. 마네와 드가가 사용하던 '절단'도 그 표현이 다르다. 마네는 과시하듯 잘랐다면 드가는 섬세하고 신중하게 잘라 절단된 부분에서도 역동성이 느껴진다.

에두아르 마네 <오페라극장의 가면무도회>

에드가 드가 <발레 수업>

인상주의는 기성 체제에 반항하며 발전을 거듭해왔다. 과거 어느 사조보다도 고객의 성향과 필요에 적극적으로 부응했지만 프랑스 부르주아의 취향은 그들의 기대보다 보수적이었다. 애초에 살롱에서 벗어나겠다며 모였지만 끊임없이 살롱을 의식하느라 결속은 위태로웠다. 가난한 계급 출신의 화가들은 생활을 위해서 대중의 사랑이 당장 필요했다. 점차 인정을 받은 화가들은 살롱으로 되돌아갔고 드가가 아니었다면 인상주의 그룹은 와해되었거나 프랑스 남성 화가의 작은 무리에 머물렀을 것이다.

인상주의는 플라뇌르의 예술이고, 드가는 역설적으로 가장 인상주의적인 화가이다. 해가 지면 붓을 내려 놓고 쉬었던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과 달리 드가는 인공조명이 있는 실내, 플라뇌르들의 휴식처이자 지표인 까페를 배경과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드가의 그림은 경마와 발레로 대표된다. 경마를 소재로 그리는 화가들은 많았지만 드가만큼 탁월하지는 못했다. 속도를 화폭에 담을 수는 없었지만 움직임을 탐구해 담았다. 그가 그린 경주마들은 서 있거나 천천히 걷거나 서성거린다. 발레리나의 그림들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녀들의 현실, 생활의 어둠을 함께 그려냈다.

아버지가 빚을 남기고 사망하자 40대에는 생계를 위한 그림을 그렸고 잘 팔리는 발레 그림을 주로 그렸다. 50대에는 다시 생활이 안정되었지만 말년의 그는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던 듯 싶다. 30대 중반에 이미 오른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70대에는 윤곽과 색채만 흐릿하게 볼 수 있었다. 나빠진 시력으로 그림보다는 조각에 눈을 돌렸던 듯 하다.귀도 점점 들리지 않게 되었고 독신이었던 그는 외로움을 파리를 배회하며 견뎠다. 플라뇌르가 드가의 마지막 정체성이었다.

아르테의 '클래식 클라우드'로 만나는 네번째 예술가, 드가! 아는 이름이라 반가웠는데 몇 점의 발레 그림을 제외하면 그의 일생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시대적, 개인적 상황과 맞물린 예술가들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나서 다시 보게 되는 작품은 '아는 만큼 보인다'이다. 예쁘게만 보아왔던 발레리나 그림들과 당연하게 보아왔던 경마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붓끝 한번 한번의 터치에 심혈을 기울였을 드가를 떠올리게 된다. 아는 만큼 볼 수 있게 해준 감사했던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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