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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필경사 바틀비

허먼 멜빌 저/하비에르 사발라 그림/공진호 역
문학동네 | 2011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굳은 신념같은 이 말이 귓가를 계속 맴돌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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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가하는 첫 날,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나는 원하는 게 없어. 새 가구 , 번쩍번쩍한 인테리어, 좋은 가전제품 - 그 어느 것 하나 사지 않아도,

하지 않아도 돼. 나는 다만 이제부터 내가 먹고 싶을 때 먹고, 먹고 싶지 않을 때 먹지 않을거야.

이것 하나만 인정해주면 돼. 그 어떤 비난과 강요없이 -"

 

시가에서 나오기 전 1년 동안, 식사 시간은 매시간 나에게 곤욕이었다.

엄마를 닮아 위가 안좋아서 많이 먹으면 위가 아프다고 매번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지만

다음날 여전히 밥그릇엔 한가득 밥이 담겼다.

처음엔 남편에게 몰래 덜기도 하고, 어머니가 밥을 담으시기 전에 내가 먼저 담기도 했지만

이래나 저래나 비난은 매 한가지였다.

"쯧쯧쯧."

특히나 저녁을 많이 먹으면 불편한 위 때문에 밤 새 잠을 자지 못해 저녁을 일찍 먹거나 먹고 싶지 않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먹고 싶지 않다고 말도 해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날 선 시선과 말 없는 비난.

자의 의지가 파괴되는 현장에 나는 오롯이 정신을 부여잡고 있기가 힘들었다.

결국 나는 바틀비처럼 절망에 나를 가두고 미친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며 그렇게 세식구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창백한 바틀비가 말했다.

‘창백하리만치 말쑥하고, 가련하리만치 점잖고, 구제불능으로 쓸쓸한’(p.25) 모습이 말했다.

나는 책을 읽으며 그의 모습에서 확신의 의지보단 희미한 절망을 느꼈다.

‘안하는 편을 택하겠다’라는 단호하고 확고한 말투 속에서 그 어떤 희망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생강과자와 몸 누울 곳 하나로 그의 세계를 지키고 있는 바틀비.

‘신사처럼 흐트러짐 없지만 주검 같은 느낌을 주는 확고하고 침착한 바틀비’(p.44)

 

 

누구나-그리고 내게도 그런 시간들이 있었다.

희망이란 이름으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시기.

내 존재가 반짝이고, 반짝임이 더 커다란 빛이 될 거라 생각했던 시기.

나로 인해 네가 변하고, 사회가 변하고, 세계가 바뀔꺼란 허무맹랑한 꿈을 꾸었던 시기.

하지만 그 시기는 누구나 그러하듯 빛을 잃고, 믿음을 부정당하고,

존재의 이름을 점점 잃게 되는 시간을 거쳐

이제는 내가 그 누구도, 무엇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사무치게 깨닫곤 한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나에게 남은 것은 내 작은 의지 하나 뿐.

죽음 같은, 하지만 빛이 하나도 없는 의지는 슬픔같은 다짐을 한다.

이것은 마지막 보루.

나를 담보로 하는 최후의 통첩.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바뀌지 않을 현실이라면

나는 나만이라도- 나의 마음이라도 - 너와 상관없이

내 의지대로, 나의 결정대로 하겠다라고.

이 다짐은 절망으로 이루어져 있어, 타인의 타협과 믿음과 이해를 원치 않아,

그것이 반사회적이라 할지라고, 손가락질 당할지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리라고는 몸 누울 곳 하나 없는 현실에서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행동.

내가 이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는 단 하나의 발악.

내가 지금 숨쉬고 있다는 마지막 증거.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다면.

이 시대의 모든 '바틀비'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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