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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이렇게 현실적인 디스토피아라니. | book 2020-03-20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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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저/고유경 역
다산책방 | 2020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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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는 투표할 수 없지만, 자기만의 영역이 있으며, 놀라운 책임감과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여자는 신성한 가정의 수호신이다......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집안의 천사라는 위치가 여자에게 주어진 가장 거룩하고, 가장 책임감 있고, 여왕 같은 자리라는 걸 더 깊이 깨달아야 한다. 그러므로 더 높은 어떤 것에 대한 모든 야망을 버려야 한다. 평범한 인간들에게는 그렇게 높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존 밀튼 윌리엄스 목사.' 들으셨죠? 엄마는 여왕 같은 존재예요."
"끔찍하구나."       p.89

 

여기, 모든 여성이 하루에 100단어만 말할 수 있도록 통제된 세상이 있다. 모든 여성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손목에 단어 카운터를 차고 있어야 했다. 은색 장치의 숫자가 초기화는 자정에 되었고, 다음 날이 되면 새로운 할당량으로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만약 카운터의 숫자가 세 자릿수를 넘게 되면, 손목에 전기 충격이 가해지고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충격의 강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것은 심한 경우에 화상을 입히거나, 기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여성들은 점점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 갔다. 하지만 그들이 빼앗긴 것은 목소리만이 아니었다.

 

국민을 고분고분한 양처럼 길들이고 싶어 하는 대통령과 모든 사람이 성경 교리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고 믿는 목사가 권력을 장악해, '순수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권리를 하나씩 빼앗기 시작한다. 텔레비전과 신문은 오직 정부 정책을 찬양하는 방송만 내보낼 뿐이었고, 여성들은 직업을 잃고 집에서 가사 일만 해야 했다. 신경학과 언어학의 권위자인 진 매클렐런 박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의사인 남편 패트릭은 대통령의 과학 고문이었는데, 한때 믿고 의지했던 그도 언젠가부터 정부 정책에 동조하고 있었다. 그들에겐 네 명의 아이가 있었는데, 첫째인 스티븐은 열다섯 살이었고, 쌍둥이 샘과 레오는 열한 살, 그리고 막내 소니아는 여섯 살이었다. 딸인 소니아 역시 손목에 단어 카운터를 차야 했다. 그래서 가족이 함께 모여 먹는 저녁 식사 내내 아들 녀석들은 시시콜콜한 일들을 떠들어댔지만, 소니아는 일상 얘기를 늘어놓는 데 단어를 낭비하지 않았다. 진은 소니아가 이런 삶을 정상이라고 여기며 자라는 게 두렵다.

 

 

"진, 머릿속에 새겨야 해요. 당신 여자들은 믿을 수 없으니까요. 이제 세상은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아요. 50년대를 떠올려봐요. 모든 게 괜찮았잖아요. 좋은 집에, 멋진 차가 있는 차고에, 식탁 위에는 늘 음식이 있었죠. 모든 일이 얼마나 순조로웠다고요! 우리는 여성 노동자가 필요 없었어요. 당신이 이 모든 분노를 극복하면 알게 될 겁니다. 더 나아질 거라고 깨닫게 될 거예요. 당신 애들한테도 더 좋은 일이죠."    p.277

 

여자들이 하루 100단어 이하로 말하게 된 지 1년이 넘은 어느 날, 대통령이 보낸 ‘그들’이 진을 찾아온다. 대통령의 형이 사고로 인해 뇌에 이상이 생겼고, 의식은 있지만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거였다. 그래서 언어능력을 상실한 대통령의 형을 위해 베르니케 실어증 연구를 재개해달라는 부탁을 가장한 명령을 하러 온 것이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진은 카운터를 빼고 있어도 된다는 조건과 최신 시설의 연구소와 필요한 모든 자금과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진은 다시 연구가 하고 싶었고, 딸의 팔목에서 카운터를 잠시라도 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결국 진은 수락하는 조건으로 어린 딸 소니아를 침묵으로부터 해방시켜 주기로 하고, 예전 동료들과 함께 연구를 재개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통령과 정부의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진짜 계획'을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정부의 계획을 저지하고, 망가진 세상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그 동안 여성들을 억압하는 세상에 소심한 반항만을 하던 그녀는 과연 목소리를 되찾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대부분의 디스토피아 작품들이 근 미래 혹은 아주 먼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비해, 이 작품은 현실 세계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것처럼 생생하고, 현대적이다. 크리스티나 달처가 그리고 있는 디스토피아는 우리가 평등에 무관심할 때 세상이 어떻게 참혹해질 수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놀랍도록 충격적이다. 여성을 향한 억압과 차별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분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행동하지 않고, 침묵이나 방관을 선택하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무시무시한 경종을 울려대고 있는 소설이니 말이다. 특히나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변해버린 세상 속에서, 그러한 모든 통제된 것들이 당연하다고 믿고, 세뇌 당하는 진의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도 슬프고, 오싹했다. 모든 결정과 선택은 신과, 신이 만든 남자들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세상 속에서 어른이 될 아이들의 모습이 막막하고, 암담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그렇게 극단적인 세상의 모습 속에서,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엿보인다는 점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본의 아니게 입을 닫아버리게 되는 세상’에서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야 할까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수작이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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