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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물결은 정말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 인문 2020-09-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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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구의 힘

폴 몰런드 저/서정아 역
미래의창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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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 성장, 인구 이동, 그리고 이로 인한 공간 변화와 관련한 내용은 학교 지리 교과에서 주요 학습 요소 중 하나이다. '인구변천 모형', '인구의 자연적·사회적 증감', '이주의 여러 유형' 등의 핵심 개념을 배우면서, 한 나라의 인구학적 상황이 어떠한지, 어떤 '인구 문제'가 나타나고 대책은 어떠한지 등을 다룬다. 인구지리학의 일반적인 개념을 특정 국가의 몇몇 사례에 적용해 보면서, 이것만 가지고도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여러 지역의 인구학적 특성을 판별하고 예측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이런 내용을 학생들과 수업하면서 몇 가지 궁금증도 있었는데, 첫째, 이러한 일반적인 모형이 어느 나라에 어느 수준으로까지 적용하고 예측하는 게 가능할지, 이 모형은 경험적으로 검증이 된 것인지 등의 질문이었다. 일반 이론의 보편성 및 특수한 지역의 다양성에 대한 고민이었다. 둘째, 모형을 적용하기 좋은 지역일지라도, 그곳 사람들의 실제적인 인식, 삶의 이야기 등이 결여되었다는 아쉬움이었다. 인구가 성장하거나 성장세가 둔화되고, 인구가 대규모로 유입되거나 유출되면서, 여러 인구학적 변화가 나타나는 지역의 구체적인 사회상은 어떠할까? 사람들은 역사적인 인구 변화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갔고, 또 살아가게 될까? 이에 대해서 깊이있는 사례를 더 알고 싶었다.


  이 책은 인구 그 자체를 다루는 책이다. 원제는 'Human Tide'이고, '인구 물결', 즉 인구가 성장하거나 급격히 이동하는 등의 변화를 일컫는다. 번역서의 제목인 '인구의 힘'이 조금 더 임팩트가 있는 것 같고, 아마도 '지리의 힘' 책 제목과 같은 효과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저자는 영국의 인구학자이고, 책에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역사학, 지리학, 사회학 등을 전공하였을 것으로 보인다(조금 검색해봤는데 학위를 받은 학문이 무엇인지는 잘 안보인다..). 저자는 특정 시기와 국가의 인구통계적 변화를 중심으로, 그것이 어떠한 양상으로 진행되었고, 특정 시공간의 범위에서 어떠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의의를 지니는지를 살펴본다. 얼핏 책 소개만 보면 저자가 '인구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마치 모든 현상의 원인에 인구가 있는 일원론적인 세계관을 가진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책 서두에서, 인구가 중요하지만 정말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대신, 인구가 중요한 원인이었음에도 이를 간과하는 경우에 대해서, 사실은 인구가 중요했다면서 재조명할 것을 요구한다. 저자는 이렇게 책의 취지를 설명하고, 인구가 어떻게 중요한지, 인구학의 접근법 및 기본적인 개념 등을 짚으면서 책을 시작한다.


  이 책은 인구가 운명의 일부이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단순하고 일원론적이며 결정론적 역사관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인구가 어떤 면으로는 주요 원인이자 원동력이며 역사에 파장과 영향을 일으키는 독자적, 외부적인 현상이지만 그에 선행하는 원인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인구 자체가 원인이며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우발적이든 다른 무수하고도 복합적인 요소를 원동력으로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인구의 결과는 다양하고 지속적이며 심층적이지만 그 원인 역시 마찬가지다.(p.18)


  인구학은 데이터를 보여주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여성이 어떻게 해서 그토록 급진적으로 자기 결정권을 확보하고 자기 몸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는지가 지난 200년에 걸친 인구 이야기에서 가장 고무적인 요소임을 알리는 것도 인구학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p.51)


  인구학은 삶의 일부이며 어떤 면에서는 삶 그 자체다. 출생, 이주, 결혼, 죽음은 인생의 큼직큼직한 이정표다. 인구학이 그러한 일들을 총체적으로 살펴본다고 해서 인구학의 관찰 대상인 개인의 삶과 경험이 지니는 가치와 고결함이 훼손되지는 않으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 인구학자와 역사학자는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합계를 내고 일반화하는 특권을 지는 이들에게는 자신들이 다루는 숫자가 모든 개개인이 품은 희망, 사랑, 두려움의 총합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의무도 따른다.(p.59)


* 위 그래프에서 말하는 개념은 이 책에는 프랭크 노티스타인의 '인구전환(demographic transition)'이라는 용어로 언급되고(p.192), 개인적으로는 경제지리학·인구지리학 책에서 '인구변천 모형'이란 명칭으로 접했었다. 책 전반에 걸쳐 자주 등장하는 주요 개념이지만, 그래프 및 각 단계별 특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1단계에서 2단계로 접어들면서 사망률이 감소하면서 인구가 증가하게 되고, 3단계가 되면 출생률이 감소하면서 인구 증가율이 낮아지고, 4단계가 되면 출생률과 사망률이 모두 낮아서 인구가 정체된다. 5단계는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사망률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비교적 최근에 추가되었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Demographic_transition#/media/File:Demographic-TransitionOWID.png



  2장 초반부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구 물결'을 맞이한, 즉 '인구 전환' 단계에서 2단계로 처음으로 접어든 유럽의 여러 국가의 과거 인구 양상을 다룬다. 인구 전환을 최초로 시작한 영국 이야기를 많은 부분에서 다룬다. 그동안 영국이 '대영제국'을 건설하고 다른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은 영국만큼 하지 못한, '영국 예외주의'의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었는데, 이 책에서 그 이유는 인구 성장 때문이라고 언급한다. 영국에서 사망률 감소로 인해 인구가 2단계로 전환되고, 폭발한 인구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식민지로 이주하여 그곳의 경제 및 사회적 발전을 일구었다. 결국 인구  때문에 영국이 세계적인 제국을 경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어떤 국가들도 영국만큼 제국을 경영한 나라가 없었다는 점이 설득력 있었다. 영국은 기존의 원주민 사회를 밀어내고 직접 통치하는 체제를 형성할 정도의 많은 '인구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은 19세기 후반 독일의 인구 성장을 보면서 그것이 국력 성장으로 이어지는 점을 경계했고, 또 독일도 나중에 20세기 러시아의 인구 및 국력 성장을 경계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러한 인구 성장 패턴은 당대 국가 간 지정학적 경쟁 양상에도 영향를 준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19세기의 엄청난 인구 성장이 없었다면 영국이 19세기 전반에 세계의 공장으로 발달하거나 후반에 세계 최고의 금융 강국으로 성장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인구 성장이 시장 확장과 국민 소득 증대에 끼친 영향을 배제하고 경제 규모 확대에 미친 영향만 보더라도 그 당시 영국의 경제 성장 중 절반 정도는 순전히 인구 성장 덕분이었다. 또한 인구 성장이 경제 성장에 기여했듯이 경제 성장 또한 인구 성장으로 이어졌다. 국부가 증가함에 따라 영국은 공공보건 개선에 투자할 여력이 생겼다. 그뿐만 아니라 캐나다 프레리와 호주 오지에 정착한 이주민들과의 교역 덕분에 국민은 제대로된 식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영국은 충분한 인구 규모 덕분에 세계의 공장에 되었고, 그렇게 축적한 부에 힘입어 세계의 자본가 역할을 했다. (p.86)


  영국보다 적은 수이긴 했지만 비교적 많은 독일인들이 19세기 내내 더 나은 삶을 찾아 해외로 이주했다. 이들은 주로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인구의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독일이 산업화에 돌입하고 통일이 되어 독일 내에 더 많은 기회가 생겨나자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영국인들은 친친척들이 자리잡고 있고 언어와 정치제도도 친근한 대영제국의 영토를 비롯하여 광범위한 영어 사용권에서의 미래에 마음이 이끌렸지만 독일인들은 조국 독일이 빠르게 발전하는 통일 국가로 발돋움하자 낯선 영어 사용권으로의 이민에 전처럼 혹하지 않았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영국과 독일의 이민 패턴은 두 나라가 세계대전에서 구사한 전략에 반영되었다. 독일은 국내 인구 팽창 덕분에 세계대전이 일어날 때마다 동부 전선과 서부 전선에 대규모 병력을 보낼 수 있었고, 영국은 높은 해외 이민율 때문에 (...) 전 세계로 뻗어 있는 이민자 네트워크에 식량, 무기, 병력 지원을 요청할 수 있었다. (p.121-122)


  영국은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성장하는 독일을 두려워했고 독일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성장하는 러시아를 두려워했다. 이러한 두려움이 영국과 독일을 1914년 7월의 성급한 행동으로 몰고 갔다고도 볼 수 있다. 영국이 독일에 대해 위협을 느끼지 않고 독일이 러시아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다면 그해 여름에 냉철한 의견을 내세운 쪽이 주도권을 잡았을 것이다. 인구를 둘러싼 불안감이 분쟁의 원인을 제공했으며, 인구와 관련된 사실이 분쟁의 결과를 판가름했다.(p.143)



  그리고 2장에서 이어서 미국의 이야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부분도 인상깊었다. 그동안 '앵글로색슨'이라는 표현의 기원에 대해서 추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미국이 영국과 다르다는 의식에 따라 인구학적으로 창안된 용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렇게 영국인 기원이면서 영국과 다른 이들로서 인구학적 정체성을 가진 미국은, 인종적 편견을 바탕으로 특정 방향으로 인구 구성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적극 펼쳤다는 점도 인상깊었다. '우수한' 유전자에 대해 여러 유명인사들이 출산 장려를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이민 제한을 적극 펼치는 시대가 20세기 초까지도 공공연히 있었다는 점이, 지금 기준으로는 참으로 '과거는 낯선 나라'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그리고 미국의 2차대전 이후 베이비 붐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을 인구 전환과 비교하면서, 그 원인을 시대적 맥락으로 추론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서구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베이비 붐 세대의 영향력이 있다는 점도 새삼 놀라웠다. 


  미국에서는 '앵글로색슨'이라는 용어가 다소 특이하게 적용된다. 적어도 영국에서는 앵글로색슨이라는 명칭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대서양 횡단을 결심하기 1,000년도 더 전에 독일과 스칸디나비아에서 잉글랜드로 건너온 종족을 뜻한다. 앵글로색슨인이 잉글랜드에 도착한 때는 미국의 독립 선언서가 작성되기 1,300년쯤 전이기도 하다. 미국은은 원주민, 대륙을 건너온 유럽인, 아프리카인, 최근 늘어나고 있는 중남미인과 아시아인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인종의 거대한 용광로라고 불린다. 따라서 19세기 미국인들이 스스로를 앵글로색슨인으로 생각했다는 사실은 현재의 관점으로 볼 때 다소 놀랍다. (...) 독립전쟁과 공화국 수립을 거친 후 미국인들은 스스로를 '영국인'으로 부르려고 하지 않았다. 일부 미국인들은 스스로가 700년 전 민족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노르만인의 잔학한 통치를 받은 '자유민'의 후게자라고 생각했다. 또한 미국 백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영국인의 후손은 아니었다. (p.96-97)


  인구의 '품질'에 대한 우려가 특히나 팽배했던 곳은 미국이었다.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시행한 이민 제한 정책은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의 인종 구성을 유지하려는 조치였으며, 다른 곳보다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주류를 이루었던 남유럽과 동유럽의 이민을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 결과 인구 성장률이 하락했지만 1920년대까지는 1.5% 가까이를 유지했다.(...) 메인 주 하원의원은 "하나님은 (미국을) 영어를 구사하는 훌륭한 사람들의 고국으로 계획하셨다. 위대한 이상을 품은 백인, 기독교 신앙, 단일 인종, 단일 국가, 단일 운명체가 그분의 계획이시다"라고 주장했다.(p.164-165)


  그런데 1945년부터 모든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 일어났다. 미국의 군인들은 전쟁을 끝내고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기를 고대하면서 고국으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전쟁 직후의 출산 만회 정도로 치부되었다. 전쟁 때문에 결혼과 가족 구성의 계획이 지연되었다가 마침내 실행에 옮겨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출산 증가 추세는 단기간으로 끝나지 않았다. 미국의 합계 출산율은 전쟁 직전에 2명 남짓으로 하락했다가 1950년대 후반에 3.5명 정도로 상승했다. 프랭크 노티스타인의 인구 전환 가설로는 낮은 사망률과 낮은 출산율로 전환이 이루어진 이후에 출산율이 2배 상승한 까닭을 설명할 수 없었다. 노티스타인의 인구 전환 모형은 기각될 것까지는 없겠지만 분명 수정될 필요가 있다.(p.196-197)



  그리고 2-3장을 걸쳐 서구의 이야기만이 아닌, 러시아 및 주변국, 그리고 여러 개발도상국의 인구 변화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흥미로웠다. 러시아의 경우 경제 발전이 늦었음에도 인구가 성장하였기에 여러 유럽 국가들의 위협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 잘 이해가 안갔었는데, 인구 그 자체가 러시아의 힘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소련이라는 체제가 붕괴한 이유 중 큰 부분이, 소련 내에서 러시아인들이 주변지역을 인구학적으로 지배하지 못했다는 저자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었다. 앞서 언급되었던 영국의 사례를 비추어 보았을때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도 유럽인들이 제국주의를 하긴 했지만, 유럽인이 아프리카인의 인구 물결을 인구학적으로 압도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식민지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한편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지배를 위해 선진국 중에서 예외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부분도, 이러한 저자의 인구 물결 주장에 설득력을 높여 주었다. 또한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산아 제한을 한 것에 대해 저자는 비판한다. 그리고 책의 곳곳에서 저자는 통계 수치만 보려고 하는게 아니라, 출산율에 대한 하향적인 개입을 반대하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이 책을 얼핏 보면 인구 변화에 대해 인종주의적인 분류와 편견을 조장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저자는 여러 나라의 출산율이 낮아지는 과정에서 인종적, 민족적 특성이라기보다 인류의 보편성에 더 주목하기 때문이다.


  인구는 경제적으로나 민족적으로나 소련의 몰락에 한 역할을 담다했다. 경제 측면에서 노동력 성장률의 하락은 소련의 경제 성장률 하락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달리 표현하자면 소련의 비효율적인 경제 체제가 핵심 투입 요소인 노동력의 이례적으로 높은 성장률에 의해 지탱되고 있었던 것이다. 노동력 성장률이 떨어지자 경제 체제도 붕괴했다. (...) 러시아 입장에서 소련의 붕괴는 오랫동안 심장부로 간주되던 지역에서의 퇴각을 의미했다. 그러나 러시아를 제외한 연방 구성체의 입장에서 소련의 붕괴는 러시아와의 근접성과 근외 지역이라는 러시아인의 인식 때문에 그동안 여의치 않았던 독립의 기회와 도전을 의미했다. (...) 소련이 단순히 인구적인 원인만으로 멸망한 것이 아니듯이 서방 세계의 냉전 승리 역시 단순히 소련의 몰락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소련이 중국만큼 인종적으로 동질적이었다면 아직까지 몰락하지 않았으리라고 주장한다. (p.254-256)


  인구 물결은 전문가나 특별한 정책을 통해 조절할 수 있는 흐름이 아니다. 인구는 스스로 방향을 찾아내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어해나간다. 예를 들어, 교육을 받고 피임기구를 입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산에 대해서만큼은 자신에게 이득이 될 뿐 아니라 사회의 요구에도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특히 여성은 한층 더 그러한 경향이 있다.(...) 한 자녀 정책은 중국의 농업과 산업을 파괴한 대약진 운동의 인구학적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해당 조치는 공산당이 충분히 노력을 기울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레닌주의 이론을 지침으로 삼았다." 이와 같은 하향식 정책에 대해 알아볼 때는 통계가 전달하는 큰 그림 안에 숨어 있는 개개인의 비극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시 중국에서 전문가들은 아이 둘은 낳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자리를 잃었다. 낙태 시술 건수는 연간 2,000만 건이 훨씬 넘었는데 그 중에는 자발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p.309)


  그 당시만 해도 유럽인들이 점점 더 많이 밀려들어와 미국과 대영제국 일부 지역에서 그러했듯이 그 지역의 인종 구성에 필연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일으킬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남아프리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북아프리카에서도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구학적으로 유럽인의 유입은 너무 미미했고 너무 뒤늦게 이루어졌다. 유럽인들이 유입되던 당시는 이미 토착민들 사이에서 첫 번째 인구 물결이 일어나 인구가 증가하고 있었다. (...) 제국주의가 이 지역에 입힌 피해는 현재까지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오스만 제국이 발칸 반도에 입힌 피해만큼이나 유달리 오랫동안 작용하여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인구학적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유럽 식민주의가 북아프리카 현지 주민의 인구 폭발을 자극하여 인구 성장에 기여했다. 그에 따라 유럽이 지배를 지속할 수 없는 인구 상황이 조성되었고, 결과적으로 유럽 식민주의는 이 지역에서 몰락하고 말았다.(p.323)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유별나게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까닭은 상당 부분 분쟁과 "경쟁적인 번식' 때문임을 알 수 있다. 팔레스타인 인구는 이스라엘 내에서뿐만 아니라 요르단강 서안 지구와 가자 지구에서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1960년대 초에 이스라엘의 아랍계 여성들의 평균 자녀 수는 9명 이상이었다. (...)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출산율은 최근 몇 년 동안에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 내의 아랍계 여성이나 서안 지구의 아랍계 여성은 평균적으로 3명 정도의 자녀를 낳는다. (...) 이스라엘의 유대인 출산율은 1990년대 중반에 2.5명에 달했으나 그때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후 다시 상승하여 현재 이스라엘 유대인 여성의 출산율은 3명 정도이며 이스라엘 태생 여성의 출산율은 3.5명에 가깝다. 한마디로 이곳의 여성들은 선진국 그 어느 나라보다도 최소한 한 명 더 많은 자녀를 낳는다. 출산율이 선진국 평균보다 50% 높은 셈이다.(p.352-354)



  저자는 책 말미에 인구 전환을 "처음에는 느린 속도로 털털거리다가 무시무시하게 속도를 올리더니 최근 큰 폭으로 감속한 자동차(p.394)"에 비유한다. 이러한 인구 전환이 맬서스의 예상과는 달리 인종, 민족을 가리지 않고 보편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는 부분에 주목한다. 그리고 미래의 인구 변화에 대한 예상을 하긴 하지만, 특정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려 하거나 예언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에 저자는 "인구가 중요하다"는 주장만은 양보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인구의 지리적, 역사적 패턴에 관심이 많았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통해 놓치고 있었던 여러 인구에 대한 이야기를 보충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제국을 인구학적으로 제대로 지배하지 못하면 그 지배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흥미롭고 설득력이 있었다. 한편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얘기도 언급된다. 서구의 인구 전환 모형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너무나도 빠른 시간 내에 고령화까지 달성한(?) 우리나라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단기간의 대단한 성과(?)에 비해 책에서 너무 소략하게 언급되어서 아쉬웠다. 우리나라의 최근 데이터를 더 보면, 일본의 고령화 사례보다 더 할 얘기가 많을텐데... 그러한 걱정이 현실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리학, 사회학, 역사학 등 인구를 다루는 여러 학문 분야에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책이다. 또한 세계 각국의 인구에 대한 여러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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