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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을 연다는 건 | 마침표 2020-01-0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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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도어

서보 머그더 저/김보국 역
프시케의숲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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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 머그더의 『도어』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 깊이에 빠져드는 소설이다. 재미와 감동이라는 단순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다. 누군가는 재미는 넣어두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작가인 ‘나’와 나를 도와주는 ‘에메렌츠’ 둘 사이의 내밀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두 사람의 생에 관한 것이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은 나와 에메렌츠가 보낸 20여 년 동안의 기록이다. 한 사람과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면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부의 문을 닫은 채 열지 않는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아무리 누군가 그 문을 서성이고 두드린다고 해도 말이다. 문을 연다는 건 모든 걸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것을 허락한다는 건 역시나 자신의 세계를 온전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존재했던 벽을 허무는 일, 문을 여는 일이다.

 

글을 쓰는데 열중해야 하는 ‘나’는 집안일을 맡아줄 사람을 구한다. 친구의 추천으로 만난 ‘에메렌츠’ 는 보통의 고용인과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 고용주를 그녀 스스로 심사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심사에 통과한 나와 남편은 그녀의 돌봄을 받는다. 소설은 나와 에메렌츠의 일상에 집중한다. 에메렌츠는 공동주택 관리도 맞고 있어서 항상 바쁘다. 눈이 오는 거리를 쓸기 위해 빗자루를 들고 주일에 예배를 드리러 여유도 없다. 이상한 점은 일터인 나의 집에 대해서는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걸 다 알고 있지만 그녀의 집은 언제나 닫힘 상태다. 자신의 업무 시간이 끝나면 오롯이 자신의 공간에서 시간을 즐긴다. 그 시간을 침범할 수도 없다. 그녀에 대해 동네 주민들도 잘 모른다. 어떻게 보면 사교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인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녀의 마당에서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면 그건 아닌 것도 같다. 그럼에도 그녀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간 이는 없다.

 

소설에서 나의 시선으로 묘사하는 에메렌츠는 정말 이상한 사람처럼 보인다. 매사에 무뚝뚝하고 고집이 센 그런 할머니로 여겨진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완벽하다. 글을 쓰는 나는 그녀에게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다. 그러니까 노동에 대해서는 일절 모르는 사람, 빗자루를 들 줄도 모르고 사용할 줄도 모르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세계에 들일 수 없는 사람으로 인정하지만 점차 그녀의 세계로 받아들이면서 둘 사이에는 조금씩 그들만의 세계가 성립한다. 그것은 ‘나’가 그런 에메렌츠를 존중하며 인격적으로 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에메렌츠는 자신의 집은 공개하지 않는 것일까? 그녀의 집 안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비밀은 소설에서 가장 궁금한 내용이다. 그것은 에메렌츠가 존재하는 이유와도 같다.

 

이쯤에서 우리는 에메렌츠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1,2차 세계대전을 겪은 사람, 어린 시절 부모을 잃고 쌍둥이 동생을 잃은 사람, 고향을 떠나 그리워하면서도 그곳에 갈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람, 오직 스스로를 돌봐야 하는 사람, 에메렌츠의 삶은 그러했다. 그리하여 누군가를 잃을까 두려워했고 자신처럼 고독한 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폐허의 세계에서 살아남은 에메렌츠가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은 모두 그녀의 집 안에 있었다. 에메렌츠가 보기에 값지고 귀한 물건들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에는 낡고 오래되어 버려야 할 것들이었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들을 모두 ‘나’에게 주려는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나에게 있는 것이, 내가 바라는 대로 당신들에게 갈 수 있도록 유언을 썼어요. 내가 모은 것들 중 그 어떤 것도 누군가가 갈기갈기 날려버리지 않게, 그러기 위해서요. 한 번 빼앗겼으니, 또다시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겠어요. 누군가 내 고양이를 죽인 적이 딱 두 번 있었지요. 하지만 그 누구도 나의 재산, 내 영혼의 평온함으로부터 나를 다시 빼앗을 수는 없어요.” (206쪽)

 

만약 나라면 에메렌츠의 제안을 수용할 수 있었을까? 그녀가 원하는 대로 그녀를 내버려 두는 일, 가능했을까. 소설의 시작에서 ‘에메렌츠를 죽인 것은 나였다. 그녀를 죽이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구원하고자 했다는 말도, 여기서는 그 사실 관계를 바꿀 수 없다.’ (10쪽) 란 고백의 전말이 밝혀지는 부분에서 사랑하는 이를 위해 진정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 인지 생각하게 된다. 상대가 원하는 일이 상대를 해하는 일이라도 그대로 행동해야 하는 것일까. 소설에서 ‘나’의 선택은 에메렌츠를 위한 것이었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에메렌츠는 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며 마음 아플 뿐이다.

 

지금은 알고 있지만 그때에는 알지 못했다. 애정은 온화하고 규정된 틀에 맞게, 또한 분명한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누구를 대신해서도 그 애정의 형태를 내가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118쪽)

 

‘나’와 ‘에메렌츠’ 의 관계를 무어라 정의할 수 있을까? 우정과 사랑을 뛰어넘은 숭고한 인간애라 할 수 있을까. 그 어떤 말로도 그들의 내밀하고 비밀스러운 관계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고결하고 깨끗한 아름다움이 존재했을 거라는 것밖에.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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