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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이 간직한 무궁한 비밀들과 마주하다 | 마침표 2012-04-0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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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원더보이

김연수 저
문학동네 | 2012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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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사소한 우연의 만남은 운명적인 만남이 되기도 한다. 확대해서 말하자면,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생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말이다. 해서 우리는 종종 만약에 라는 말을 사용하다. 만약에 그 순간 다른 사람을 만났더라면, 그 공간에 가지 않았더라면 삶은 분명 달라졌을 꺼라 말한다.

 

 그러다 다시 생각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 시각, 그 순간에 마주한 사람이라면 그건 운명인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그 모든 것은 만약에라는 삶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는 건 아닐까.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고, 나와 닿은 이들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라고 말이다. 이상하게도 김연수의 소설을 읽고 나면 언제나 작은 위로를 받은 듯 충만해진다. 그러니까 이 말은 김연수의 소설은 누군가도 나처럼 슬프고 누군가도 나처럼 아팠고 그 시간을 지나왔으니 너도 괜찮아질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따뜻함이 있다는 거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고아가 된 열네 살 정훈이 들려주는 이야기 <원더보이>는 특히 더 그랬다. 트럭으로 과일 장사를 하는 아빠와 단 둘이 살던 정훈은 1984년 겨울 교통사고를 당한다. 단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빠는 죽고 정훈만 살아남은 것이다. 공교롭게 그 사건은 남파 간첩이 연류 되어 있어 죽은 아빠는 마지막 순간에 애국자가 되고 정훈은 세상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다. 고아가 된 정훈은 나라의 보호를 받게 되고 그 뒤로 정훈은 원하지 않았는데도 다른 이의 마음을 읽게 된다. 정훈의 능력을 알게 된 국가는 이를 이용하려 한다.

 

 1980년대, 사회는 불안했고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가는 젊은 청춘이 많았던 시절이다. 원하는 대답을 얻기 위해 정훈은 그들의 마음을 읽어내야 했다. 아니, 국가가 원하는 대로 읽어야 했다는 게 맞다.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다는 건 신비로운 일이었지만 누군가의 두려운 마음을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마음을 읽는 일은 사춘기 소년 정훈에게는 너무도 버거운 일이었다. 아빠를 잃은 슬픔을 견디기도 힘든 아이에게 국가라는 보호자는 참으로 가혹했다. 그러던 중 정훈은 돌아가신 엄마가 살아 있다는 기쁘고 놀라운 사실을 알았고 아빠의 유품인 망원경과 수첩을 통해 어딘가 존재할 엄마를 찾아 나선다.

 

 더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세상의 모든 게 다르게 보였을 정훈은 자신의 병실을 지키다 제대한 선재를 찾아가고 그를 통해 강토를 만난다. 슬픔은 슬픔을 알아본다고 했을까. 아니, 사실은 강토를 고문을 당하던 누군가의 마음에서 보았던 것이다. 약혼자를 잃은 강토는 정훈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자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정훈은 죽은 아빠가 단지 보이지 않을 뿐 저 우주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 그러니 언젠가는 분명 아빠와 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연수는 정훈이라는 아이의 슬픔을 통해 1980년대의 슬픔을 보여준다. 더불어 개인의 슬픔과 고통을 외면하는 사회에 대해 말한다. 그 누구도 위로하지 않는 정훈의 아픔을 안아주는 어른은 어디에도 없는 현실은, 그 시절을 지나온 이라면 모두 기억할 것이다. 그 시대의 어른은 어떠했나. 강압적이었고 비겁했다. 오직 당사자만이 그 모든 것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무책임하게 내뱉는 세상이, 끔찍하다. 물론 우리는 안다.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김연수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것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 가령 그것은 서울대공원에 놀러 간다거나, 밥을 짓는다거나, 밤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일이거나, 나무의 연두빛 잎들이 누렇게 변해 떨어지는 일이거나,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일이거나, 누군가와 이별을 해야 할 때도 있고 삶을 뒤흔드는 거대한 사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셀 수 없는 많은 일들을 통해 우리 생이 간직한 무궁한 비밀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건 어쩌면 막연한 일처럼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한곁같이 소설이라는 통로로 그 일상들을 아름답고 경건하게 지켜보고 말한다.    

 

 내가 자라는 만큼 이 세상 어딘가에는 허물어지는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바로 인생의 본뜻이었다. 아이가 자라나 어른이 되는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그사이 아무리 단단한 것이라도, 제 아무리 견고한 것이라도 모두 부서지거나 녹아내리거나 혹은 산산이 흩어진다. <단편, 뉴욕 백화점 중에서>

 

 좋고 좋기만 한 시절들도 결국에는 다 지나가게 돼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 나날들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단편, 세계의 끝 여자친구 중에서>

 

 그러니까 정훈은 열네 살이었던 1984년을 지나가게 될 것이고 어른이 될 것이다. 아빠가 죽던 그 순간 보았던 빛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고, 희선 역시 약혼자의 죽음으로 인해 희선이 아닌 강토의 삶을 살았던 시절을 간직할 것이다. 나는 소설 속 정훈처럼 열네 살의 소년도 아니고 누군가의 마음을 읽기는 커녕 내 마음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그러나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정훈과 강토가 서로에게 바람이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우주에서 부는 바람을 만날 것이라는 것을, 어쩌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바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앞으로 마주할 수많은 봉우리를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바람 말이다.

 

 모든 건 너의 선택이라는 걸 잊지 말아라. 원하는 쪽으로 부는 바람을 잡아타면 되는 거야. 절대로 네 혼자 힘으로 저 봉오리를 넘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 혼자서는 어디도 갈 수 없다는 걸 기억해. 너를 움직이게 하는 건 바람이란다. 너는 어떤 바람을 잡아탈 것인지 선택할 수 있을 뿐이야.’ <원더보이 p. 300>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 좋은 시절만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너무도 잘 안다. 슬픔, 아픔, 고통, 절망이라는 징검다리를 건너는 게 삶이라는 걸 말이다. 그 위험한 돌, 하나 하나 건너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훈의 삶이 그러했듯 우리는 분명 어떤 바람을 만나게 될 것이고 찰나의 순간에 우주의 빛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느 순간 저절로 어떤 비밀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 순간은 당신과 마주한 지금 일 수도 있고, 아직 닿지 않은 누군가를 만날 때일 수도 있다. 그렇게 눈부신 날들이 바로 생이다. 그러니 나의 우주와 당신의 우주가 품은 비밀이 만나는 순간을 기다리는 일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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