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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ringosta)
드므..는 종묘에 있는 입 큰 항아리다. 물 채워놓으면 불(火)귀신이 왔다가도 제 낯에 놀라 도망간단다. 그래서 '물불'이다. Images above are from Lou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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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로모프 기질'이라니 참 나... | 서평: 외국문학 2016-07-0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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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블로모프 1

I.A.곤차로프 저/최윤락 역
문학과지성사 | 2002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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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으로 인해 "허무감에 빠지고 무기력하며 시대에 뒤떨어진 19세기 러시아 사회의 사람을 일컬어 오블로모프시치나라고" 부르게 됐다는데, 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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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기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문학에서 눕기에 집착한 인물'의 사례로 들었던 게 A.곤차로프(러시아, 1812~91)의 이 소설 <오블로모프>의 주인공인 '오블로모프'이다. 간단하게 말해 '허무감에 빠지고 무기력하며 시대에 뒤떨어진 19세기 러시아 사회의 사람'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작품에서 묘사된 그의 외양만 봐도 그런 느낌이 나기는 한다:


일리야 일리이치(오블로모프)의 안색은 (...) 별반 특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안색이다. (...) 운동 부족 혹은 바깥 바람을 적게 쏘인 탓이리라. 윤기 없는 허연 목의 빛깔과 작고 오동통한 손, 그리고 가녀린 어깨로 판단하건대, 그의 몸은 전반적으로 남자 체격이라 하기엔 왠지 연약해 보인다. 

(...) 걱정거리가 먹구름처럼 얼굴에 몰려들면, 시선은 멍해지고 이마엔 주름이 잡히면서 의심과 슬픔과 놀람이 교차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러한 근심이 일정한 하나의 사고틀로 굳어지는 경우는 드물고, 무엇을 하겠다는 의욕으로 발전하는 일은 더더구나 거의 없다. 모든 근심은 한숨으로 해결되고 무관심과 졸음 속에서 기력을 잃고 만다. (12쪽)


특히, 그가 '매우 적극적으로' 자리에 누워있으려고 하는 습성은 과연 <눕기의 기술>이 손꼽을 만한 게으름을 표상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침대에 눕는 것은, (...) 말 그대로 일상인 것이다. 사실 거의 매일 집에 틀어박혀 있고, 집에 있는 날은 항상 누워 있다. (...) 침실 겸 서재이기도 하고 또 거실이기도 한 바로 그 방에서 말이다. 그에겐 방이 세 개나 더 있지만 거기를 들여다보는 일은 아주 드물어서 고작해봐야 아침에 누군가가 자기 서재를 청소할 때나 어쩌다 들여다볼 정도다. 사실, 청소라고 매일 하는 것도 아님은 당연하다. (13쪽)


집에 방이 여러 개인 것은, 이 오블로모프가 나름 귀족 출신으로서 유산으로 물려받은 영지에서 소출이 나오는 덕분이다. 물론 영지의 운영이나 소출에 큰 관심이나 열정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학교를 마치고 빼쩨르부르그에 진출하여 살짝 관료 생활을 시작한 적도 있긴 했지만, 소소한 실책을 저지르고 그것 때문에 추궁 당하는 꼴을 피하고자 진단서를 제출하여 회피하고 결국엔 조기 사직하고 말았던 것이다. 꽤 딱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정작 오블로모프 본인은 회한이 없다. 그러기는커녕:


"대체 사람한테 뭐가 그리 필요해? 지혜나 의지, 감정 따위들이 왜 필요한 거야? 다 사치야! (...) 12시부터 5시까지 사무실에서 일하고, 집에선 집에서대로 8시부터 12시까지 일한다니, 불쌍한 친구야!"

그는, 9시부터 3시까지, 8시부터 9시까지 자기 방 소파에서 빈둥거릴 수 있다는 사실에 잔잔히 밀려오는 기쁨을 누렸고, 보고를 할 필요도, 보고서를 작성할 필요도 없이 그저 자유로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에 왠지 뿌듯했다. (44쪽)


그의 눈에 삶이란 둘로 나뉜 반쪽짜리 조각들의 만남이었다. 하나는 노동과 권태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는 두 의미를 동일하게 받아들였다. 다른 하나는 평온함과 온화한 기쁨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중요한 활동 무대인 관직은 애초부터 가장 유쾌하지 못한 모습으로 그에게 비쳐져 그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 한 가지 일이 다 끝나기도 전에 마치 그 안에 무슨 다른 힘이 숨겨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모두들 다른 일거리를 움켜쥐었다. (...) 결코 끝은 없는 것이다! (92~93쪽)


아직 젊다면 젊은 처지에 벌써 살림도 궁핍해지고 인간관계로부터 멀어지는 쇠락기에 접어든 셈인데, 19세기 중반 당시에 '잉여'가 되어버린 귀족 친구들은 아직 그를 포기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이날, 몇몇 친구들이 와서 이런저런 모임이나 식사에 초대를 하는 것인데, 우리의 오블로모프는 요지부동이다. 만사가 귀찮다는 것이다. 이런 그를 보다 못한 단짝 친구 슈톨츠가 오블로모프의 그런 기질에 대해 '오블로모프시치나'라고 명명하는 것(299쪽)이다.

그나마 이 친구가 애쓴 덕분에 이 게으름뱅이는 집밖으로 나오기도 하고, 마침내 '묘령'의 아가씨 올가와 연애에 빠지기도 하는데, 물론 그 연애도 열정적이지는 않다. 뜨뜨미적지근하달까 소심하고 변덕스러워, 어쩐지 좀 한심해 보이는 것이다.

대체로 여기까지가 <오블로모프> 제 1권의 내용이고, 아마 제 2권을 열어보면 올가와 혼인을 하던 이별을 하던 뭔가 일이 벌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겠지만, 왠지 2권까지 읽어볼 염이 일어나지 않는다. 글쎄, 500쪽에 육박하는 <오블로모프> 1권을 슬렁슬렁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오블로모프 기질'이 조금이나마 생긴 것일까? 굳이 500쪽을 더 읽어서 그 결말을 알아내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뭐 그런 생각이 들고 마는 것이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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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누우면 쉬는 것이지만, 적극적으로 눕는다는 건 좀 다른 의미도 있을 듯! | 서평: 과학인문사회 2016-06-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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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눕기의 기술

베른트 브루너 저/유영미 역
현암사 | 2015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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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다. 이 책 때문에 아주 자주 눕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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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기, 잠 따위에 대한 짧은 글 서른 개 정도를 묶어놓은 책이다. 동서고금 현자들의 '눕기'에 대한 고찰이나 고고학, 문화인류학 지식 등을 동원하여 인간에게 눕는다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고 있다. 특히, 공연히 분주하기만 한 현대사회에서 제대로 쉰다는 것, 잘 잔다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 잘 눕는 게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좀 당황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탐구하고 사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눕기'에 대해 새삼 관심을 갖는 것은 저자인 베른트 부르너 혼자만의 유별난 기벽은 아닌가 보다. 저자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에서는 똑바로 앉는 것을 거부하는 운동인 '제네라숑 보트레(vautree)'가 부상하고 있다(...) 소파나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쓰지 않고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 의학적으로 사실 의자에 앉은 자세는 인간에게 그리 편안한 자세는 아니다. 127도 정도로 편히 기댄 자세가 앉아 있을 때 나타나는 척추의 긴장을 풀어주기에 알맞다고 한다. 이들의 행동은 슬로 라이프 또는 '라르떼 델 비베레 콘 렌테차'[이탈리아]의 일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24~25쪽)

각별히 노숙에 관심이 큰 나에게는 '야외에 눕기'라는 꼭지가 흥미로웠다. 그런데,

야외에서 잠을 자본 사람은 낯선 소리가 굉장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음을 안다. (...) 밖에서는 늘 뭔가가 일어난다. 얕은 잠이 들자마자 상당히 큰 소리가 나서 한밤중에 깨는 일이 빈번하다. (...) 밖에서 잠을 자는 일이 많아진다고 이런 감이 무뎌지는 것도 아닌 듯(...) 노숙자들을 살펴보면 계속 뒤척이며 선잠 자는 것을 볼 수 있다. (37쪽)

등등, 노숙에 대한 저자의 걱정을 읽고 보니 아무리 노숙이 그럴 듯해 보이더라도 이 나이에 함부로 시도할 일은 아닌가 보다. 겸허한 마음으로 우선 우리집 옥상에 도전해봐야겠다. 아무려나 이외에 적어둘 만한 구절들은, 

요가 수행자는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발을 약간 바깥쪽으로 하고 손바닥이 위를 향하게 놓은 다음 척추를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로 둔다. 이러한 이완 자세는 전신을 통과한다. 어깨뼈는 바닥에 놓인다. 이를 사바사나(savasana), 즉 송장 자세라고 부른다. (47쪽)

테오도어 슈퇴크만의 '자정이 되기 전에 잠을 자라(Schlafe vor Mitternacht)'라는 1953년 소책자 (...) 소위 자연 시간의 법칙 (...) 일찍감치 잠자리에 드는 사람은 네 시간 반이나 다섯 시간만 자면 몸이 충분히 회복된다고 한다. (...) 비결은 태양이 생체리듬을 조절하게끔 하는 것이다. (75쪽)

등등. 흥미로운 게 많다. 저자가 본문에서 소개하는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의 <오블로모프>(1859)를 찾아 몇 쪽 훑어봤더니 이것 역시 좀 기발하다. 그리고 1968년 프랑스에서 나온 이브 로베르 감독의 <Alexandre le bienheureux>라는 영화도 소개하고 있어서 즉시 파일을 구해서 봤는데, 소박하지만 매우 쾌활하면서도 의미심장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라고 닦달하는 아내와 사별한 농부 알렉상드르가 '침대에 누워' 지내기로 결심한 후 벌어지는 인생행로에, 나도 모르게 공감하고 마는 것이다. 프랑스 영화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책도 그렇고 책에서 소개한 영화도 그렇고, 우리가 피곤해서 자리에 눕는다는 것은 그냥 쉬는 것에 불과하겠지만, 매우 적극적으로 눕는다거가 '눕기'에 대해 사유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가 있을 법하다. 좀 고리타분한 이야기일 수도 이겠지만, 이를테면 그것은 임금노동자에게 무한한 근면성실을 강요하는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고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연간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고 하는 한국에서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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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농 '추리소설' 입문 | 서평: 외국문학 2016-06-2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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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상한 라트비아인

조르주 심농 저/성귀수 역
열린책들 | 201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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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농 추리소설 전집 중 제 일권. 좀 심심하지만 1900년대 초반 파리 정경이랄까 군상들 일면을 적이 감상할 수 있어서 괜찮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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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경찰청 기동수사대 매그레 반장이 주인공인데, 꽤나 열혈파다. 과로,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야식, 폭식, 폭음을 즐기고, 꼼짝없는 골초다. 위로는 미적지근한 부장님을 모시고, 아래로는 탕인 부하들을 데리고 일한다. 그의 부하들은 말하자면 부주의하거나 생각이 너무 많거나 그런 식으로 묘사되고 있다. 아무래도 관리직급이 주인공 이다보니 당연지사 부하들은 한심한 치들이 되고 마는 것인가 보다.

옆구리에 총을 맞고도 대충 동여맨 채 흉한 몰골로 사건 현장인 호텔을 돌아다니던 중 어떤 무심한 여성으로부터 '저 꼬락서니 좀 보라구!'라는 지청구를 듣게 되는데, 이때 나오는 그의 신세타령인즉슨,

 

'저 꼬락서니'라니! 한 달 2천2백 프랑의 봉급을 받아가면서 매번 사건이 종료되고 범인이 쇠고랑을 차고 나면, 이제 책상에 붙어 앉아 영수증을 포함한 각종 증빙 문서들을 첨부해 가며 그간 들인 비용을 꼼꼼히 서류로 정리해, 그때부터는 경리와 또다시 씨름을 벌여야 하는 베테랑 수사 반장에게 어찌 그런 망발을 내뱉은단 말인가!

매그레에겐 자가용도 없었고, 두둑한 현금 다발도 없었으며, 맘대로 부릴 부하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어쩌다 경관 한두 명이라도 동원할라치면, 추후에라도 그 연유를 반드시 밝혀야 했다. (164~165쪽)

 

이만큼이나 고생을 하고, 심지어는 개중 가장 신망하고 단짝 같았던 부하 토랑스가 암살 당하는 불운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임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사건현장을 급습하거나, 결정적인 증거를 아슬아슬하게 찾아내는 극적 긴장은 좀 덜하다. 사건이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추리해내고, 용의자를 특정해내긴 하지만, 악당들이 너무 똘똘하기도 하고 고위층이기도 해서 그만, 영장을 청구할 정도로까지 진도가 나가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좀 심심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면때문에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검거한 범인들과는, 분노한 강골 형사반장답지 않은 인간적 교분을 나누기도 하는데, 역시 좀 그럴 듯하게 와닿는 것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재미는 1900년대 초반, 그러니까 작품이 발표된 30년대 부근 프랑스 파리나 페캉(노르망디 해안 도시)의 풍속이랄까 군상들의 면면을 감상하는 데 있었다고 말하는 게 솔직한 말일 듯하다. 10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우범지대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몽마르트르 아래 피갈 거리를 비롯한 파리의 거리들과 호텔과 여관과 술집과 클럽, 파리와 페캉을 오가는 기차와 기차역과 일대의 정경들, 이것들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당대 풍속에 대해 지나치듯 가볍게 내뱉는 품평, 이를테면 매그레가 수사 판사 코멜리오와 나누는 대화 일단;

 

[매그레] 모티머는 오하이오의 어느 농장에서 태어나, 샌프란시스코에서 밧줄 장사로 (...). 오데사가 고향인 안나 고르스킨은 청춘기를 빌뉴스에서 (...). 그런가 하면 모티머의 아내는 플로리다로 이민 간 스코틀랜드 여자입니다. 이런 모든 사연이 지금은 노트르담 사원 우뚝 솟은 이곳 파리에서 서로 겹쳐지고 있단 얘기죠. (...)

 

[판사] 도대체 그놈의 이방인들은 우리나라에 무엇하러 자꾸 몰려드는 거야? (210~211쪽)

 

흠, 파리는 그러니까 진작부터 '이방인'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었나 보다. 덕분에 흥미진진한 소설들이 꽤나 많이 생산되기도 했겠지만, 그로 인한 갈등과 반목과 폭력의 역사를 떠올려보면 마음 한 구석이 어쩔 수없이 좀 싸해 지고 만다. 어쩌면, 강골 매그레가 사건 후반에 이르러 어울리지 않게 '수상한 라트비아인' 일당에게 따뜻한 제스처를 취한 것 역시 그런 우울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극복하려는 시도였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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