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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ringosta)
드므..는 종묘에 있는 입 큰 항아리다. 물 채워놓으면 불(火)귀신이 왔다가도 제 낯에 놀라 도망간단다. 그래서 '물불'이다. Images above are from Lou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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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책: 뛰어난 통찰을 대담하게 보여주노니! | 서평: 경제경영 2015-08-1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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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로 투 원

피터 틸,블레이크 매스터스 공저/이지연 역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 2014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21세기 비즈니스에 대한 뛰어난 통찰이자, 우리 인생에도 뜨끈한 보약이 되는 책이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하도 완벽한 책이라서, 리뷰 따위를 쓸 생각이 없긴 했지만. 나중을 생각하여 목차 순서대로 몇 소절 인용해놓을 요량으로 끄적인다.

 

이 책은 피터 틸이 스탠포드 로스쿨에서 강의한 것을 블레이크 매스티스가 기록한 일종의 '강의록'이다. 피터 틸은 실리콘밸리에서 페이팔 같은 IT벤처기업을 차려서 경영하기도 했고 여러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이 책을 한국에서 출판했던 시점에 마침 내가 근무하던 학교에 특강을 하러 왔었는데, 그때 이 책이 사무실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책의 요지는,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는 모토로 요약할 수 있다. 고만고만한 수준의 물에서 안온하게 놀지 말고 남들과 확실하게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도약하라는 것이다. 차별화하지 못하는 회사나 개인의 수익은 제로(Zero)지만, 차별화에 성공하는 회사와 개인은 모든 것(One)을 차지하리니!

 

1. 미래를 향해 도전하라

- 20세기 중반 이후 극적인 개선을 이룬 분야는 컴퓨터와 통신밖에 없다. (p.19)

-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킨 주체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소규모 집단들이었다.(p.19)

 

2. 과거에서 배워라

- 닷컴 붕괴 이후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네 가지 교훈을 얻었다;

1) 점진적 발전을 이뤄라

2) 가벼운 몸집에 유연한 조직을 유지하라 

3) 경쟁자들보다 조금 더 잘하라

4) 판매가 아니라 제품에 초점을 맞춰라

 

그러나 이 네 가지 교훈에서 나온 원칙들보다는 정반대의 원칙이 오히려 옳을 것이다;

1) 사소한 것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대담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

2) 나쁜 계획도 계획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3) 경쟁이 심한 시장은 이윤을 파괴한다.
4) 판매 역시 제품만큼이나 중요하다. (p.32~33)

 

3. 행복한 회사는 모두 다르다

- 미국인들은 경쟁을 신성시하며 경쟁 덕분에 우리가 사회주의자들처럼 가난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셀제로 자본주의와 경쟁은 서로 상극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축적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완전경쟁 하에서는 경쟁을 통해 모든 이윤이 사라져버린다. (p.37)

- 모든 기업은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해내는 만큼, 딱 그만큼만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독점은 병적 현상이나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독점은 모든 성공적 기업의 현 상태다' (p.49)

 

4. 경쟁 이데올로기

- 사람들은 왜 경쟁할까? ... 마르크스에 따르면 사람들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싸운다. ... 반면에 셰익스피어가 그리는 싸우는 사람들은 모두 비슷비슷하다. 그들은 싸울 이유가 전혀 없으며, 왜 싸우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 사람들은 회사 내부에서 승진을 위해 경쟁자에게 집착하고, 그러고 나면 회사는 시장에서 자신의 경쟁자들에게 집착한다. (p.54)

 

5. 라스트 무버 어드벤티지

- 독점기업의 특징;

1) 독자 기술

2) 네트워크 효과

3) 규모의 경제

4) 브랜드 전략

 

- 독점기업 세우기

1) 작게 시작해서 독점화하라 (틈새시장)

2) 몸집 키우기 (아마존 전략)

3) 파괴하지 마라 (냅스터 사례)

 

6. 스타트업은 로또가 아니다

- [명확한 비관주의에 빠진] 중국이 이토록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단지 시작 지점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 실제로 부유한 중국인들은 국외로 돈을 빼돌리려고 기를 쓰고 있다. (p.88)

- 우리가 [불명확한 낙관주의에 빠진 미국에 속하는] '말콤 글래드웰'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글래드웰이이 베이비붐 세대라는 역사적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성공한 개인에 관한 책을 쓰면, 그들은 특정 개인의 환경이 갖는 힘이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p.94)

 

7. 돈의 흐름을 좇아라

- 벤처케피털계의 가장 큰 비밀은, 성공한 펀드는 가장 잘한 투자가 나머지 모두를 합친 것과 같거나 그보다도 더 큰 수익을 낸다는 점이다. (p.115)

- 그런데 학교에서는 이와는 정반대되는 교육을 실시한다. ... 모든 고등학교의 수업은 어떤 과목이든 45분간 진행되고 ... 대학들은 ... 임의로 나눠진 학과에 따라 100페이지는 족히 되는, 알파벳순으로 된 개설 과목 안내서를 마련해두는 이유는 '무엇을 하든지 잘하기만 하면 돼'라고 학생들을 안심시켜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p.122)

 

8. 발견하지 못한 비밀

- 카진스키[유나버머]는 인간의 목표를 세 종류로 나누었다.

1) 최소한의 노력으로 만족될 수 있는 목표

2) 부단한 노력으로 만족될 수 있는 목표

3) 아무리 노력해도 만족될 수 없는 목표

 

... 진짜 진실은 아직 찾아내지 못한 숨겨진 비밀들이 많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비밀들은 오직 그칠 줄 모르고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만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p.127~136)

 

9. 기초를 튼튼히 하라

- 어떤 회사든 엇박자가 날 수 있는 요인을 미리 예측해보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개념을 구별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1) 소유권: 법적으로 회사의 자산을 소유한 사람이 누구인가?

2) 점유권: 실제로 매일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3) 통제권: 공식적으로 회사에 생긴 일들을 통제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 이상적인 형태는 [통제권을 가진] 이사회를 3명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공개 기업이 아닌 이상 5명이 넘어서는 안 된다.

... 시간제 직원은 소용이 없다. ...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종일 함께 있지 않으면 생각의 차이가 조금씩 벌어질 수 있다.

 

10. 마피아를 만들어라

- 우리[페이팔 설립 멤버]는 이력서를 꼼꼼히 검토하거나 단순히 가장 재능 있는 사람들을 고용해 마피아를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접근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뉴욕에 있는 로펌에서 근무할 때 나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사무실 밖에서는 서로 할 얘기가 별로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서로 좋아하지조차 않는 사람들과 왜 함게 일하는 걸까? (p.159)

 

11. 회사를 세운다고 고객이 올까

- 세일즈 능력이 슈퍼스타와 낙오자를 가른다. 월스트리트에서 신입들은 기술적 전문성을 발휘하는 애널리스트로 시작하지만, 최종 목표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딜메이커가 되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전문 자격증에 자부심을 느끼지만, 정작 로펌을 이끌어가는 것은 대형 고객들을 물어오는 수완가들이다. 학문적 업적으로 권위를 자랑하는 대학교수들조차 스스로를 홍보해 확실한 자기 분야를 만드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p.171)

 

12. 사람과 기계, 무엇이 중요한가

- 하지만 빅데이터는 보통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데이터다. ... 오직 인간인 애너리스트들만이 쓸모 있는 통찰 결과를 찾아낼 수 있다. 우리가 빅데이터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기술을 신기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p.197)

 

13. 테슬라의 성공

- 대부분의 청정기술 기업이 도산한 이유는, 모든 기업이 반드시 답해봐야 할 일곱 가지 질문 중 한 가지 이상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1) 기술

(점진적 개선이 아닌 획기적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2) 시기

(이 사업을 시작하기에 지금이 적기인가?)

3) 독점

(작은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가지고 시작하는가?)

4) 사람

(제대로 된 팀을 갖고 있는가?)

5) 유통

(제품을 단지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할 방법을 갖고 있는가?)

6) 존속성

(시장에서의 현재 위치를 향후 10년, 20년간 방어할 수 있는가?)

7) 숨겨진 비밀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독특한 기회를 포착했는가?)

 

14. 창업자의 역설

- 우리는 보통 반대되는 특성은 서로 배타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하지만 창업자들에게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신생기업의 CEO들은 현금은 없으면서도 장부상으로는 백만장자일 수 있다. 뚱하고 고약하게 굴다가도 갑자기 매력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낼지도 모른다. 그리고 성공한 기업가들은 거의가 인사이더insider인 동시에 아웃사이더outsider다.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성공하면 명성과 오명을 동시에 떨친다. (p.228~229)

 

 

흠, 이렇게 새삼 몇 구절을 옮겨적고 있자니, 문득 욕심이 생기기도 하는구나. 어허, 그렇다면 나도 사업이란 것을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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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백사장이야 주차장이야?…인천 선녀바위 해수욕장 ‘난장판’ 2015.8.10 | 인천생각 2015-08-1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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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까지 차량·텐트로 뒤덮여
샤워시설도 부실…오수가 바다로
주민들 갈등으로 위탁관리 안되고
관련기관들은 서로 단속 떠넘겨
인천 선녀바위 해수욕장.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A>
인천 선녀바위 해수욕장 

지난 9일 오후 인천시 중구 용유도 선녀바위해수욕장. 인천공항에서 을왕리해수욕장 가는 길목에 있는 이 해수욕장의 백사장은 수백대의 차량과 텐트로 뒤덮여 있었다.(사진) 해수욕장인지 주차장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피서객들은 차량을 백사장에 주차하고, 차량 앞에 텐트를 치고 취사를 하고 있었다. 단속하는 사람은 없었다.

 

주민들은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싶어 찾아온 피서객들에게 편안하고 깨끗한 피서지가 돼야 하는데, 불법과 탈법이 판을 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백사장에 들어간 차량 때문에 바다가 오염될 뿐 아니라, 밤에 백사장에서 차를 몰고 다니는 이들 때문에 대형사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보다 못한 주민들이 중구청에 차단 펜스 설치를 요구했으나 소용없었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해수욕장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 중구청은 그동안 번영회 등에 해수욕장 관리를 위탁해왔는데, 올해는 ‘지역 주민들 간 반목’을 이유로 중구 관내 5개 자연발생유원지 가운데 선녀바위해수욕장만 위탁관리 대상에서 제외한 뒤 방치하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해수욕장 기본시설인 샤워시설조차 설치하지 않았다. 화장실은 문이 부서진 채 악취를 풍기고 있고, 안전요원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민들은 “구청이 손을 놓는 바람에 해수욕장을 일부 주민이 상업적으로 무단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까지 이 해수욕장 위탁관리를 맡았던 지방의원 출신 이아무개씨 등이 소형 컨테이너를 이용한 간이 샤워시설을 유료 운영하고 있다. 이 샤워장에는 배수구가 없어 비눗물 등이 그대로 백사장에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주민들은 “이씨 등이 컨테이너 등을 개조한 슈퍼와 커피점 등을 운영하고, 백사장에 평상 수십개를 들여놓고 피서객들에게 대여료를 받고 있지만, 관련 기관들은 책임을 떠넘기며 단속을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해수욕장 내 불법건축물 단속 등을 요구했지만, 해수욕장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중구청 항만공항해양과는 ‘공유수면을 제외한 불법건축물 단속은 용유개발과 담당’이라며 미뤘고, 용유개발과는 ‘땅 주인이 산림청과 해양수산부’라며 지난달 13일 이들 기관에 민원을 넘겼다. 산림청 쪽은 “최근 인천시에서 관광불편 신고가 접수돼 현장에 감시원을 파견했지만 샤워장이 해수부 땅이어서 그냥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구청이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샤워시설을 설치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내가 피서객들을 위해 샤워장을 운영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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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기고:유재원 교수]독일 ‘유럽 맹주’ 야망에 그리스는 희생양이었다 15.7.22. | 유럽생각 2015-07-2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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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현지에 머물고 있는 유재원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가 국제채권단의 긴축 요구에 대한 그리스 국민투표와 새 구제금융 합의의 의미와 전망 등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 아테네 대학에서 유학한 유 교수는 <그리스-신화의 땅 인간의 나라> <그리스 고대로의 초대> 등의 책을 펴낸 국내 최고의 그리스 전문가다.

 

7월13일 새벽 6시(현지시각),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여명이 막 깃들기 시작할 무렵, 41살의 그리스 총리 알렉시스 치프라스와 독일의 강철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14시간 동안의 마라톤 회의 끝에 더 이상 협상할 여지가 남아 있지 않음을 확인하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협상이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게 된 까닭은 ‘그리스 국유자산 사유화 관할 기구’의 규모와 목적, 운영 방법에 대한 양쪽의 의견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50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국유자산을 룩셈부르크로 옮겨 독립적 펀드로 설정하고, 이를 매각해 전액을 부채 상환에 써야 한다고 고집했다. 반면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 국민총생산의 1/3에 해당하는 이 금액을 외국인들 손에 맡긴다는 것은 국가적 굴욕이요 수치라고 여겨,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자산 처분의 규모도 줄이고 거기서 생기는 돈도 그리스에 투자하는 데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회의장 출구로 향하는 순간, 유로존에 금이 가는 위험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상임의장이 그들을 막아선 채 단호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두 분 다 이렇게 이 방을 나가실 수는 없습니다.”

억지로 다시 자리에 앉은 대표들은 다시 협상을 벌인 끝에 타협안을 이끌어냈다. 장장 17시간 동안의 협상 끝에 그리스는 계속 유로존에 남을 수 있게 되었고, 유럽연합은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서 한고비를 넘게 됐다.

 

이미 알려진 대로 합의 내용은 그리스에 잔인할 정도로 혹독한 것이었다. 그리스 부채에 대한 만기 연장을 해주되 원금 탕감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그리스는 △부가가치세 간소화와 함께 세율을 13%에서 23%로 높일 것 △과세 기반 확대 △연금을 지속가능한 형태로 바꿀 것 △그리스 통계청의 법적 독립성 보장 △재정 지출의 자동 중단 실행 △송전 공사 민영화 △부실 채권 처리 △그리스 국유자산 민영화를 위한 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할 것 등을 요구했다. 그리스는 다만 ‘그리스 국유 자산의 사유화 관할 기구’를 그리스 안에 둘 것과 500억유로 가운데 125억유로만 부채 상환에 쓰고 나머지는 그리스 경제 발전을 위해 투자한다는 양보를 받아냈을 뿐이다. 이 정도면 합의문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항복 문서에 가깝다.

이런 합의 내용이 알려지자 지난 5일 국민투표에서 61.3%가 국제채권단의 요구안에 반대했던 그리스 국민들은 ‘이럴 바에야 왜 국민투표를 한 것인가’ 하는 허탈감에 빠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리스인들은 일반적 예상과 달리 치프라스 총리를 거세게 비난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런 혹독한 협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치프라스를 동정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협상 도중에 치프라스는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으로부터 ‘그리스 은행을 당장 문닫게 해서 그리스 국민들이 그리스 은행에 맡긴 예금을 모두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위협을 받았다. 채권단의 강경파는 치프라스에게 이전 그리스 정부의 총리들이 서명한 합의서를 내보이면서 자신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이 있음을 강조했다. 또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외국에 있는 그리스의 자산을 압류할 수 있음도 분명히 했다.

치프라스는 그리스 국가와 국민이 당장 파산하여 길거리에 나앉는 최악의 사태를 피해야만 했기에 굴욕을 감수하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갔다.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낮았던 그리스에서 이미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1만여명이 자살을 한 상황이 아닌가? 무능한 이전 정부 때문에 참기 어려운 고통을 받고 있는 국민을 생각할 때 자신의 정치철학이나 노선만 내세울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장렬한 산화’보다는 ‘현실적인 굴욕’을 선택했다. 그리고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리스를 5년 동안 잠정적으로 유로존에서 탈퇴시키자는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의 제안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강력하게 반대해 합의문에서 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리스 여론은 한층 더 굴욕을 감수한 치프라스 총리에게 동정적으로 기울었다. 협상에 참석했던 한 고위층 인사는 “이번 협상에서 십자가에 못박힌 사람은 치프라스다”라고 논평했다.

 

협상이 끝난 지 사흘 뒤인 7월15일 수요일, 그리스 의회는 이 협상안에 대한 찬반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에 앞서 벌어진 의회 토론의 전 과정이 전국에 실황 중계되었다. 집집마다, 그리고 모든 카페와 식당의 텔레비전 채널은 모두 이 중계방송에 맞춰져 있었다. 국회 밖 신타그마 광장에서는 협상안 반대를 외치는 좌파 시민들이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하고 있었다. 진압 경찰도 최루탄으로 응수했다. 중심가의 모든 도로는 폐쇄됐고, 밤이 깊어갈수록 시위는 더 격렬해졌다. 다음날 새벽 2시에 투표 결과가 발표됐다. 찬성 229표, 반대 64표, 기권 6표, 압도적인 절대다수로 협상안은 통과됐다. 여당인 시리자에서 반대 32표와 기권 6표가 나왔고, 나머지 반대표는 공산당을 비롯한 다른 군소 좌파 정당의 것이었다. 다양한 좌파 세력의 연합인 시리자는 재정비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아이의 성별과 선거는 꺼내 봐야 안다’는 그리스 속담처럼, 아마도 가을에 치러질 다음 그리스 선거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 그리스는 8월 한달 동안 온 국민이 휴가를 떠나는 ‘휴지기’로 들어간다. 아무리 어렵고 가난에 시달려도 인생을 즐기는 그리스인들의 국민성이 잘 드러나는 시기다. 이런 그리스인들을 보고 독일 잡지 <슈피겔>은 7월11일치 표지에 ‘조르바 춤’(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자유분방한 주인공 조르바가 추는 춤)을 추는 술 취한 그리스인을 등장시켜 조롱했다. 원래 그리스 채무는 채권자인 독일의 금융업자들과 채무자인 그리스 국민들 사이의 문제였지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가 그 빚을 대신 갚아 주고 모든 권한과 책임을 떠안는 바람에 ‘그리스 국민 대 독일 납세자들’의 문제로 변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그리스인들을 책임감 없고 주제를 모르고 놀기나 하는 민족으로 몰고 가는 것은 부당할 뿐더러 아주 위험한 일이기도 한다. 우선 모든 그리스인들이 ‘조르바’는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 다음으로 노동 시간이 길 뿐 아니라 노동생산성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를 앞선다.

더 중요한 것은 조르바가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잔자키스의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조르바는 자신이 맡은 일에 아주 큰 책임감을 가지고 온 집중력을 모아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 탄광을 파고 안전하게 유지하며, 어떻게 갱목을 얻을 것인가 궁리하고 난제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무능하지도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지도 않음을 알 수 있다. 조르바가 충동을 잘 절제하지 못하고 눈앞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약점은 칭찬보다는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호탕함이 그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리고 조르바는 그런 실수 이후에도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을 잊지 않고 용서를 구하며 일을 완수하려 한다. 속 좁고 평범한 속물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배짱과 결단력이다. 그가 사업에 실패한 뒤에 바닷가에서 춤을 추는 것은 파렴치해서가 아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실패한 자신의 노력에 대한 허탈감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기 위한 의례를 치르는 것이다. 그 춤은 새로운 각오요 희망을 확인하는 의식이다. 분명 그런 기질은 모든 사람들에게 허용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삶의 삭막함과 부질없음, 그리고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 자체를 함부로 비난할 수는 없다.

 

이 시점에 와서 그리스가 왜 위기에 처하게 됐는가를 따지는 일은 부질없어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리스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국제 경제 체제에 복귀할 수 있게 하느냐는 것이다. 그 때까지 그리스 국민들의 긴축과 내핍은 고통스럽게 계속될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리스인들은 바다로 가서 휴가를 즐기고 춤을 출 것이다. 그러나 평온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그들의 내면은 슬픔과 고통으로 타들어가고 있다. 지금 그리스인들은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기원전 5세기에) 백만 대군을 끌고온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대왕이 기껏 300명의 병사를 데리고 테르모필라이 협곡을 지키고 있는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 왕에게 “무기를 내려 놓으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라는 전갈을 보내자, 레오니다스는 “몰론 라베!”, 즉 “네가 와서 가져가라”라고 응수했다. 자신들을 죽일 수는 있어도 굴복시켜 노예로 만들 수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끝으로,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면 왜 치프라스 총리는 굳이 국민투표를 강행했던 것일까? 국민투표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치프라스는 이 국민투표를 통해 자신이 그리스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좀 더 유리한 협상을 벌이고 싶어했다. 그러나 채권단 측은 이 국민투표 결과를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를 놓아두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와 같은 나라들까지 탈퇴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까 두려워했다. 그랬기에 국민투표 이전보다 더 혹독한 조건으로 그리스를 압박했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독일의 야망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독일은 뜻과 이상을 함께하는 유럽의 동지도 지도자도 아니었다.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고 악덕 고리대금업자의 잔혹한 행색을 그대로 드러냈다. 동료국에 대한 배려나 양보 따위는 아예 기대조차 하지 말라는 의사를 모든 유럽연합 회원국들에 분명히 전달했다.

7월16일 페터 비티히 주미 독일대사는 “독일은 유럽 공통의 통화뿐 아니라 경제와 정책의 통합도 필요로 하는 유럽 전체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면서 “그리스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아일랜드에서 성공적으로 시행된 긴축정책과 재정건전성을 위한 조치를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 21세기 무역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노동 규칙, 규제와 투자 규칙을 통합하고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런 주장으로 말미암아 독일이 비난 받는다면 독일은 유럽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 줄 ‘유러피안 프로젝트’의 구현을 위해 이 비난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독일은 유럽의 맹주로서 군림하겠다는 의사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그리스는 이런 과정에서 본때를 보여 주어야 하는 첫 번째 희생양이었는지도 모른다.

동지인 줄 알고 도와주리라 믿었던 사람이 혹독한 사채업자의 모습으로 표변하는 냉정하고도 엄연한 현실을 세상 사람들 눈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한 것이 그리스 국민투표의 가장 큰 의미인지도 모른다. 이번 그리스와 유럽 채권단의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세계 사람들은 돈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금융 자본주의자들의 존재와 모습을 의식하게 된 것 같다. 이에 대한 반응은 아직 한참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작은 되었다. 그것이 중요하다.

 

유재원 한국외대 그리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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