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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므..는 종묘에 있는 입 큰 항아리다. 물 채워놓으면 불(火)귀신이 왔다가도 제 낯에 놀라 도망간단다. 그래서 '물불'이다. Images above are from Lou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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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기고:유재원 교수]독일 ‘유럽 맹주’ 야망에 그리스는 희생양이었다 15.7.22. | 유럽생각 2015-07-2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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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현지에 머물고 있는 유재원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가 국제채권단의 긴축 요구에 대한 그리스 국민투표와 새 구제금융 합의의 의미와 전망 등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 아테네 대학에서 유학한 유 교수는 <그리스-신화의 땅 인간의 나라> <그리스 고대로의 초대> 등의 책을 펴낸 국내 최고의 그리스 전문가다.

 

7월13일 새벽 6시(현지시각),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여명이 막 깃들기 시작할 무렵, 41살의 그리스 총리 알렉시스 치프라스와 독일의 강철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14시간 동안의 마라톤 회의 끝에 더 이상 협상할 여지가 남아 있지 않음을 확인하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협상이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게 된 까닭은 ‘그리스 국유자산 사유화 관할 기구’의 규모와 목적, 운영 방법에 대한 양쪽의 의견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50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국유자산을 룩셈부르크로 옮겨 독립적 펀드로 설정하고, 이를 매각해 전액을 부채 상환에 써야 한다고 고집했다. 반면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 국민총생산의 1/3에 해당하는 이 금액을 외국인들 손에 맡긴다는 것은 국가적 굴욕이요 수치라고 여겨,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자산 처분의 규모도 줄이고 거기서 생기는 돈도 그리스에 투자하는 데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회의장 출구로 향하는 순간, 유로존에 금이 가는 위험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상임의장이 그들을 막아선 채 단호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두 분 다 이렇게 이 방을 나가실 수는 없습니다.”

억지로 다시 자리에 앉은 대표들은 다시 협상을 벌인 끝에 타협안을 이끌어냈다. 장장 17시간 동안의 협상 끝에 그리스는 계속 유로존에 남을 수 있게 되었고, 유럽연합은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서 한고비를 넘게 됐다.

 

이미 알려진 대로 합의 내용은 그리스에 잔인할 정도로 혹독한 것이었다. 그리스 부채에 대한 만기 연장을 해주되 원금 탕감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그리스는 △부가가치세 간소화와 함께 세율을 13%에서 23%로 높일 것 △과세 기반 확대 △연금을 지속가능한 형태로 바꿀 것 △그리스 통계청의 법적 독립성 보장 △재정 지출의 자동 중단 실행 △송전 공사 민영화 △부실 채권 처리 △그리스 국유자산 민영화를 위한 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할 것 등을 요구했다. 그리스는 다만 ‘그리스 국유 자산의 사유화 관할 기구’를 그리스 안에 둘 것과 500억유로 가운데 125억유로만 부채 상환에 쓰고 나머지는 그리스 경제 발전을 위해 투자한다는 양보를 받아냈을 뿐이다. 이 정도면 합의문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항복 문서에 가깝다.

이런 합의 내용이 알려지자 지난 5일 국민투표에서 61.3%가 국제채권단의 요구안에 반대했던 그리스 국민들은 ‘이럴 바에야 왜 국민투표를 한 것인가’ 하는 허탈감에 빠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리스인들은 일반적 예상과 달리 치프라스 총리를 거세게 비난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런 혹독한 협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치프라스를 동정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협상 도중에 치프라스는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으로부터 ‘그리스 은행을 당장 문닫게 해서 그리스 국민들이 그리스 은행에 맡긴 예금을 모두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위협을 받았다. 채권단의 강경파는 치프라스에게 이전 그리스 정부의 총리들이 서명한 합의서를 내보이면서 자신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이 있음을 강조했다. 또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외국에 있는 그리스의 자산을 압류할 수 있음도 분명히 했다.

치프라스는 그리스 국가와 국민이 당장 파산하여 길거리에 나앉는 최악의 사태를 피해야만 했기에 굴욕을 감수하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갔다.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낮았던 그리스에서 이미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1만여명이 자살을 한 상황이 아닌가? 무능한 이전 정부 때문에 참기 어려운 고통을 받고 있는 국민을 생각할 때 자신의 정치철학이나 노선만 내세울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장렬한 산화’보다는 ‘현실적인 굴욕’을 선택했다. 그리고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리스를 5년 동안 잠정적으로 유로존에서 탈퇴시키자는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의 제안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강력하게 반대해 합의문에서 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리스 여론은 한층 더 굴욕을 감수한 치프라스 총리에게 동정적으로 기울었다. 협상에 참석했던 한 고위층 인사는 “이번 협상에서 십자가에 못박힌 사람은 치프라스다”라고 논평했다.

 

협상이 끝난 지 사흘 뒤인 7월15일 수요일, 그리스 의회는 이 협상안에 대한 찬반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에 앞서 벌어진 의회 토론의 전 과정이 전국에 실황 중계되었다. 집집마다, 그리고 모든 카페와 식당의 텔레비전 채널은 모두 이 중계방송에 맞춰져 있었다. 국회 밖 신타그마 광장에서는 협상안 반대를 외치는 좌파 시민들이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하고 있었다. 진압 경찰도 최루탄으로 응수했다. 중심가의 모든 도로는 폐쇄됐고, 밤이 깊어갈수록 시위는 더 격렬해졌다. 다음날 새벽 2시에 투표 결과가 발표됐다. 찬성 229표, 반대 64표, 기권 6표, 압도적인 절대다수로 협상안은 통과됐다. 여당인 시리자에서 반대 32표와 기권 6표가 나왔고, 나머지 반대표는 공산당을 비롯한 다른 군소 좌파 정당의 것이었다. 다양한 좌파 세력의 연합인 시리자는 재정비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아이의 성별과 선거는 꺼내 봐야 안다’는 그리스 속담처럼, 아마도 가을에 치러질 다음 그리스 선거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 그리스는 8월 한달 동안 온 국민이 휴가를 떠나는 ‘휴지기’로 들어간다. 아무리 어렵고 가난에 시달려도 인생을 즐기는 그리스인들의 국민성이 잘 드러나는 시기다. 이런 그리스인들을 보고 독일 잡지 <슈피겔>은 7월11일치 표지에 ‘조르바 춤’(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자유분방한 주인공 조르바가 추는 춤)을 추는 술 취한 그리스인을 등장시켜 조롱했다. 원래 그리스 채무는 채권자인 독일의 금융업자들과 채무자인 그리스 국민들 사이의 문제였지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가 그 빚을 대신 갚아 주고 모든 권한과 책임을 떠안는 바람에 ‘그리스 국민 대 독일 납세자들’의 문제로 변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그리스인들을 책임감 없고 주제를 모르고 놀기나 하는 민족으로 몰고 가는 것은 부당할 뿐더러 아주 위험한 일이기도 한다. 우선 모든 그리스인들이 ‘조르바’는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 다음으로 노동 시간이 길 뿐 아니라 노동생산성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를 앞선다.

더 중요한 것은 조르바가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잔자키스의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조르바는 자신이 맡은 일에 아주 큰 책임감을 가지고 온 집중력을 모아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 탄광을 파고 안전하게 유지하며, 어떻게 갱목을 얻을 것인가 궁리하고 난제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무능하지도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지도 않음을 알 수 있다. 조르바가 충동을 잘 절제하지 못하고 눈앞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약점은 칭찬보다는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호탕함이 그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리고 조르바는 그런 실수 이후에도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을 잊지 않고 용서를 구하며 일을 완수하려 한다. 속 좁고 평범한 속물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배짱과 결단력이다. 그가 사업에 실패한 뒤에 바닷가에서 춤을 추는 것은 파렴치해서가 아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실패한 자신의 노력에 대한 허탈감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기 위한 의례를 치르는 것이다. 그 춤은 새로운 각오요 희망을 확인하는 의식이다. 분명 그런 기질은 모든 사람들에게 허용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삶의 삭막함과 부질없음, 그리고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 자체를 함부로 비난할 수는 없다.

 

이 시점에 와서 그리스가 왜 위기에 처하게 됐는가를 따지는 일은 부질없어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리스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국제 경제 체제에 복귀할 수 있게 하느냐는 것이다. 그 때까지 그리스 국민들의 긴축과 내핍은 고통스럽게 계속될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리스인들은 바다로 가서 휴가를 즐기고 춤을 출 것이다. 그러나 평온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그들의 내면은 슬픔과 고통으로 타들어가고 있다. 지금 그리스인들은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기원전 5세기에) 백만 대군을 끌고온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대왕이 기껏 300명의 병사를 데리고 테르모필라이 협곡을 지키고 있는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 왕에게 “무기를 내려 놓으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라는 전갈을 보내자, 레오니다스는 “몰론 라베!”, 즉 “네가 와서 가져가라”라고 응수했다. 자신들을 죽일 수는 있어도 굴복시켜 노예로 만들 수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끝으로,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면 왜 치프라스 총리는 굳이 국민투표를 강행했던 것일까? 국민투표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치프라스는 이 국민투표를 통해 자신이 그리스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좀 더 유리한 협상을 벌이고 싶어했다. 그러나 채권단 측은 이 국민투표 결과를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를 놓아두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와 같은 나라들까지 탈퇴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까 두려워했다. 그랬기에 국민투표 이전보다 더 혹독한 조건으로 그리스를 압박했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독일의 야망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독일은 뜻과 이상을 함께하는 유럽의 동지도 지도자도 아니었다.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고 악덕 고리대금업자의 잔혹한 행색을 그대로 드러냈다. 동료국에 대한 배려나 양보 따위는 아예 기대조차 하지 말라는 의사를 모든 유럽연합 회원국들에 분명히 전달했다.

7월16일 페터 비티히 주미 독일대사는 “독일은 유럽 공통의 통화뿐 아니라 경제와 정책의 통합도 필요로 하는 유럽 전체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면서 “그리스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아일랜드에서 성공적으로 시행된 긴축정책과 재정건전성을 위한 조치를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이 21세기 무역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노동 규칙, 규제와 투자 규칙을 통합하고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런 주장으로 말미암아 독일이 비난 받는다면 독일은 유럽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 줄 ‘유러피안 프로젝트’의 구현을 위해 이 비난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독일은 유럽의 맹주로서 군림하겠다는 의사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그리스는 이런 과정에서 본때를 보여 주어야 하는 첫 번째 희생양이었는지도 모른다.

동지인 줄 알고 도와주리라 믿었던 사람이 혹독한 사채업자의 모습으로 표변하는 냉정하고도 엄연한 현실을 세상 사람들 눈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한 것이 그리스 국민투표의 가장 큰 의미인지도 모른다. 이번 그리스와 유럽 채권단의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세계 사람들은 돈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금융 자본주의자들의 존재와 모습을 의식하게 된 것 같다. 이에 대한 반응은 아직 한참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작은 되었다. 그것이 중요하다.

 

유재원 한국외대 그리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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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그리스 위기는 독일 위기이다 (15.7.10.) | 유럽생각 2015-07-12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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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큰불을 냈다. 혼나야 한다. 그렇다고, “네가 낸 불이니, 네가 꺼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어른들이 꺼야 한다.

그리스 위기에 그 정부와 국민은 혼나야 하지만, 이들에게 위기를 수습하라고 할 수는 없다. 어린이가 큰불을 끌 수 없는 것처럼, 그리스가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어린이에게 불을 끄라고 다그쳐봤자, 불만 번진다. 유럽의 어른인 독일이 어린이인 그리스한테 한 일이다. 그리스는 불을 끄라는 호통에 갈팡거리기만 했다. 그러자, 독일은 뒤에서 그리스를 껴안아 손을 잡고는 불을 끄게 했다. 불은 번지기만 했다.

그리스로부터 불이 번진 유로존은 독일에 꿩도 먹고 알도 먹게 하고, 일석삼조의 이득을 줬다. 유로화가 통용된 2000년부터 금융위기 전인 2007년까지 독일의 수출은 세배로 늘었다. 중국 특수도 있었으나 무역흑자는 2천억유로에 육박했다. 유럽연합 회원국에 대한 무역흑자는 464억유로에서 1265억유로로 늘었다.

반면, 독일에 대한 그리스의 무역적자는 30억유로에서 55억유로, 이탈리아는 96억유로에서 196억유로, 스페인은 110억유로에서 272억유로, 포르투갈은 10억유로에서 42억유로로 늘었다. 부채위기를 겪는 이들 나라는 게으른 ‘돼지들’(PIGS)이라고 폄하된다. 하지만 독일 무역흑자의 일부는 이들 돼지들의 살코기였다.

유로존에서 독일 산업, 특히 제조업은 펄펄 날았다. 무역장벽이 없어지고 단일통화가 유통되는 유로존은 독일 제조업의 텃밭이 됐다. 더구나, 독일은 무역흑자의 증가에 따른 부작용인 통화절상도 걱정하지 않았다. 유로화는 그리스 등에는 고평가 통화이나, 독일에는 저평가 통화였다.

2008년부터 발발한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의 부채위기에서도 독일은 오히려 더 질주했다. 유럽 국가들의 부채위기는 독일로 돈이 밀려들게 했다. 독일의 국채 이자율은 1% 안팎으로 떨어져, 독일은 거의 무이자로 돈을 쓸 수가 있었다. 유로화는 평가절화되어, 독일 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였다.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는 2013년 들어 2천억유로를 넘어섰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올해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 대비 7.9%로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은 독일 경상수지 흑자의 기록적인 증가가 유로존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국내총생산 대비 8%에 이르는 독일 경상수지 흑자는 적정 수준보다도 6%포인트나 높고, 유로화는 부채위기 뒤 절하됐어도 독일한테는 여전히 18%나 저평가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은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흑자국이 됐다.

유럽과 미국의 언론, 브루킹스연구소 등 싱크탱크들은 “독일의 기록적인 무역흑자는 그리스보다도 유로에 더 큰 위협”이라고 지적한다. 통제 안 되는 그리스 부채위기의 뒤쪽에는 통제 안 되는 독일의 흑자위기가 있다.

독일이 마냥 책임을 회피한 것은 아니다. 1천억유로에 상당하는 그리스의 부채를 경감하는 데 독일이 앞장섰고, 지금도 독일은 그리스 부채 682억유로나 껴안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라는 어린이에게 여전히 불을 끄라고 닦달하고 있다. 부채위기가 지속된 지난 6년간의 경험은 그리스가 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는데도 독일은 여전히 자신이 직접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

유럽 통합은 숭고하고 진보적인 과제다. 독일은 이를 위해 낮은 자세로 많은 것을 양보하며, 유로화 도입까지 끌어냈다. 독일은 유로존에 난 불을 끄고 유럽 모두를 살리는 지도력을 보일 수 있을까? 그리스 위기는 독일 위기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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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의 인간형 / 문강형준 2015.7. | 짧은글 & 수상 2015-07-0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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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티브이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즌 5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극의 한 축이었던 스타크 가문의 서자 존 스노우가 갑작스런 죽음을 당한다. 티리온, 대너리스와 함께 사랑을 받던 한 주인공이 이토록 쉽게 죽을 줄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고, 드라마 애청자들은 이 죽음 앞에서 슬픔보다는 허망함을 느꼈다. 주인공을 죽임으로써 시청자들을 충격에 몰아넣는 방식은 <왕좌의 게임>만이 아니라 다른 ‘영드’와 ‘미드’에서 최근 이미 트렌드가 되고 있다.

 

핵심은 ‘세상은 네가 생각하듯 돌아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왕좌의 게임>, <보드워크 엠파이어>, <다운튼 애비>,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충격적 죽음을 맞는 주인공들은 모두 정의롭거나, 동정심을 끌어내거나, 올바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은 우리가 어려서부터 배운 가치관, 곧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거나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등의 상식을 구현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들에 대해 자신을 동일시하며 몰래 응원하지만, 이들은 준비되지 않은 어느 순간 악한 자들에 의해, 혹은 승리와 성취가 다가온 그 순간 갑자기 죽음을 맞는다. 가치의 역전이, 진공상태가 펼쳐지는 것이다. 영미 소설에서 주드 폴리, 테스 더비필드, 에드나 퐁텔리에, 제이 개츠비의 죽음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은 가혹하며, 착한 이들의 작은 소망은 그렇게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이상주의 대신 펼쳐지는 현실주의는 이제 소설 대신 티브이 드라마에서 더 큰 빛을 발하는 중이다.

 

세상은 우리의 정의, 이념, 가치, 동일시와 상관없이 잘 돌아간다.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내가 죽는다고 해서 세상이 눈 하나 꿈쩍하는 게 아니다. 이것이 ‘가차 없음의 세계’에 대한 재현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 이 세계 앞에서 1970~80년대의 ‘진정성의 인간들’은 자신의 몸을 던진 바 있다. 하지만 그들의 죽음이 만들어낸 세상이 바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여전할 뿐 아니라 더 가혹해졌다. 진정성이 사라져버린 뒤, 1990~2000년대의 ‘속물적인 인간들’은 이미 이러한 세계의 법칙에 적응했다. 가치가 아니라 생존이 정언명령이므로, 그냥 살아남는 것, 더 성취하는 것만이 최고의 가치다. 진정성이 허무를 준다면, 속물성은 역겨움을 준다.

 

 

문강형준 문화평론가
문강형준 문화평론가

이제 우리의 문화는 진정성도 속물성도 아닌 제3의 길을 내고 있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라는 인기 메뉴처럼, 진정성과 속물성이 반반씩 섞인 그것의 이름은 ‘스마트 반 착함 반인 인간’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사회가 원하는 분명한 자기성취를 이뤄낸 이들이다. 노력을 통해 돈, 명예, 인기, 지위 등을 얻어냈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올바른 가치관, 정의로운 시선도 함께 가지고 있다. 둘 중 어느 하나만 있어서는 안 된다. 성취만 있으면 속물적 인간이고, 가치만 있으면 진정성의 인간이다. 최근 손석희, 김제동, 최진기, 이재명, 박원순 등이 누리는 인기는 이를 보여준다. 종편에 출연하지만 그곳에서 비판적인 얘기를 하고, 입시체제에 봉사하지만 그곳에서 개혁적인 시선을 내비치고, 제도권에서 성공했지만 그곳에서 송곳처럼 튀어나오는 사람. 4대강을 ‘녹조라떼’로 만들어놓고 테니스나 치러 다니는 사람도 싫고, 세월호에서 억울하게 죽은 가족을 위해 1년 넘게 천막을 차려 투쟁하는 사람도 힘들다. 우리에게 ‘도덕적 기쁨’을 주는 사람은 성취와 가치를 함께 가진 이들이다. 점점 상승하는 이 새로운 인물형은 성취도 못 이루고 가치도 없는 총체적 무능을 표상하는 박근혜의 세계, 착한 사람들은 다 죽어버린 이 ‘가차 없음의 세계’에 대응하는 인간형이다.

 

 

문강형준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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