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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ringosta)
'드므'는 종묘에 있는 입 큰 항아리다. 물 채워놓으면 불(火)귀신이 왔다가도 제 낯에 놀라 도망간단다. 그래서 '물불'이다. Images above are from Lou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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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소설? 그냥 미국 중년남의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내면 보고서라고 하자 | 서평: 외국문학 2014-04-2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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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족 1

이창래 저/정영목 역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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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의 회고조로 보이기 십상이지만, 작가는 최대한의 정직성과 비상한 유머 코드로 매우 매력적인 미국 가족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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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타계한 마르께스의 소설에 대하여 흔히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부르고, 또 그 지척에 있는 보르헤스의 소설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환상적 사실주의라느니 메타픽션이라느니 일컫곤 하지만, 막상 그들의 텍스트를 읽고 또 읽어가며 찬찬히 들여다 보면, 그런 포스트모던한 문학적 기법들은 다만 작가들의 소설적 '장치'에 불과할 뿐, 그 핵심은 대개 우왕좌왕하며 변동하는 역사나 세계 속에서 덩달아 허물어지거나 꿋꿋하게 버텨내는 개인들의 자화상들이기 일쑤다.

 

이창래의 이 소설 '가족'에 대하여 흔히, 여러 이민족의 후예들로 구성된 미국 동부 중산층 가족의 흥망이라든가 해체,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존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읽어내거나, 또는 읽어내고 싶거나 하는 해석이 다분해 보이지만, 저 마술적 리얼리스트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소설의 '가족소설'적인 면모는 그저 제리 베틀이라는 한 인물의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이 좌절되거나 성취되었을 때의 내면을 피력해내기 위한 소설적 장치랄까 알리바이에 불과해 보인다. 이창래 소설을 압도하는 것은 늘상 개인의 내면으로 보인다. 그의 첫 소설 '영원한 이방인' 역시 헨리 박이라는 인물의 시선이 소설을 장악하고 있다. 그가 한인 이민자의 아들이라는 사정이나, 복잡다단한 뉴욕 사회와 그의 가족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다만 배경화면에 머무를 따름이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그의 신작 'On Such a Full Sea'가 판타지소설풍이라는 점은, '생각할 줄 아는 인물'만 있다면 그 배경이 어디든 관계없을 듯한 이창래의 이런 작풍상 오히려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일찌기 토마스 만의 일명 가족소설인 '부덴부로크가의 사람들'에서와 비슷하게, 이 소설의 3대 가운데 선대에서는 사업을 일으키고 2대에 와서 경제적으로 온전하게 자리를 잡고, 그러나 결국 3대에 와서는 사업을 망하게 만드는 한편으로 예술적으로 꽃피우는 흐름을 따르고 있다. 다만, '가족'에서의 그 사업은 조경 따위의 일로 겨우 중산층에 편입되는 데 성공하는 정도일 뿐이고, 3대들(딸과 사위)이 벌이는 예술이라는 것 역시 초라하다. 화자인 제리 베틀의 아버지나, 사별한 처, 지금의 여자친구(장기간 동거녀), 아들딸이 나름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실상 치명적인 문제는 없어보이기도 한다.

 

만약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과, 포리스트힐스에서 사우전드 오크스와 아멜리아 아일랜드, 그리고 다른 모든 곳에 이르기까지 살아 있거나 거의 죽어가고 있는 우리의 친척 모두를 헤아려보면 20세기 황금기의 자수성가한 미국인의 삶에 대한 일종의 포트폴리오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어느 정도 점잖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다른 사람들처럼 나는 한 사람의 성격이 결핍과 시련, 고통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항상 어느 정도 운이 따르고, 경제적으로도 크게 궁핍하지 않으며, 야심 또한 잃지 않고 있을 때 우리의 성격을 결정하는 것에는 또 다른 무엇이 있을까 하고 궁금증을 갖게 된다.  (p.186~187)

 

사실상 별 문제가 없는 삶. 그런 사람의 성격은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 보기에 따라서 이 소설 '가족'은 바로 이 한가로운 질문에 대한 긴 답변이기도 하다.

 

소설의 원제 ALOFT가 상징하듯, 프로펠러 경비행기를 타고 자신의 집과 동네와 드넓은 뉴욕의 대지와 바다를 내려다보는 모습은 화자인 제리 베틀이 세상과 이웃과 가족과 그리고 자기 자신을 대하는 포즈이기도 하다. 자칫 한 중년남의 회고조로 흐르기 십상인 상황에서 작가는 최대한의 정직성, 비상한 유머 코드를 십분 발휘하여 참으로 매력적인 미국 가족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번역자가 정영문 선생님인데, YES24 책 소개에는 정영목 님으로 되어 있다. 여간 안 팔리는 책이긴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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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소니의 부침에 대한 냉철한 분석 | 서평: 경제경영 2014-03-2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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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삼성과 소니 SONY vs. SAMSUNG

장세진 저
살림Biz | 200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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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과 교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연구업적을 내고 있는 장세진 교수의 책. 삼성과 소니를 비교한 것도 재미지만, 글쓰기에 대해 배우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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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주말판의 비즈니스 꼭지 같은 데에 흔히 실리는 기업체 비교를 주제로 했지만, 한마디로 격이 다르다. 신문뿐만 아니라 교수들이 쓴 책들을 보면, 대개는 어설프게, 성공한 기업체는 모든 것이 다 배울 만한 것이고, 실패한 기업체는 또 반대로 모든 것이 다 버릴 것이라고 폄하해버리는 피상적인 진단이 난무하는데, 이 책은 삼성이 자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초반에 상승세를 탄 과정과, 또 반대로 소니가 엄청난 강점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에 하락세에 접어든 과정을 차분하고 깊이 있게, 현실적이면서도 재미있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미국 비슷하게 '구루'니 어쩌니 해가며 인기있는 경영학과 교수들을 띄워주는 일이 흔하지만, 실제 논문 발표 실적 같은 연구업적을 기준으로 대보면 이 책의 저자인 장세진 교수가 단연 최고인 셈인데, 이 책을 읽어보니 역시 뛰어난 학자라는 생각이 들고 만다.

 

1946년 전후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소니. 1969년 이병철 회장의 전자공업 진출을 위해 재벌 산하에서 탄생한 삼성전자.

소니는 자유롭고 활달한 사풍 가운데 워크맨이니 플레이스테이션이니 하는 신제품들이 히트를 치면서 세게 최고 지위를 누렸다. 삼성전자는 소니처럼 이것저것 건드려볼 자본도 인재도 부족한 가운데 디램반도체 같은 예측가능한 제품에 집중하는 중앙집권적 정책을 잘 수행한 덕분에 이제 소니라는 브랜드를 능가하게 되었다.

일견, 오너 없이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의 소니가 더 우러러 보이는 면도 있지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대세가 전환하는 시기에 그런 상호존중의 정신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것이었고, 워크맨의 대성공 같은 '레거시'(Legacy)의 함정에 빠져 아이팟에 대응하는 제품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모습 같은 것은 참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흠,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리나>의 첫머리에 적어놓은 대로, 불행한 집들에는 저마다 다 복잡한 사정들이 있는 법일 테니, 소니가 고전하는 이즈음의 상황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옮겨 적는 것에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책의 결론에서 전망하듯, 소니가 요 몇 년 사이에 좀 고생을 했다고 하더라도, 연구력이나 하드웨어에 있어서 워낙 규모 있는 살림을 오랫동안 잘 해왔던 만큼 부활에의 희망이 커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문제는 삼성일 수 있다. 이병철과 이건희 같은 '현명한 황제'에 기대어 꾸려온 재벌 살림이라지만, 이건희가 자동차 사업에 (반대하는 임원들을 해고해가면서까지) 크게 투자하여 망하고, 그 아들은 인터넷 벤처에 투자했다가 돈을 날리면서 그 손해를 주주들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면 '총수'의 중앙집권도 곧 종말을 고할 태세다. 청렴한 사풍이라지만, 직원들 비리는 죽어라 족치는 한편으로 정치권과 검찰에는 어마어마한 뇌물을 공여하는 것 역시 삼성이다. 이런 모럴 헤저드 가운데서도 반도체와 핸드폰의 대박으로 오만함까지 곁들이게 되었으니, 아무래도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려나, 저간의 사태에 대하여 장세진 교수가 외과의사의 메스 같은 정교함과 과감함으로 술술 풀어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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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처세술 | 서평: 경제경영 2013-09-28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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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일 잘하는 당신이 성공을 못하는 20가지 비밀

마셜 골드스미스 저/이내화,류혜원 공역
리더스북 | 200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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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관리자. 거기서 주저 않지 않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처세의 노하우가 있다. 간단해 보여도 실천하기 쉽지는 않을 듯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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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학생 때부터, 처세술 책이라면 좀 지루하달까 한심하달까, 그렇게 치부했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 같았다. 당시에는 카네기의 처세술 책들이 대유행이었는데, '처세'라는 말 자체에 벌써 상당한 거부감이 들고 말았다. 직장인이 되어서는 워렌 버핏의 투자 성공담류의, 일견 경제 내지는 투자가이드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멘탈이니 마음가짐이니 운운하면서 결국에는 '처세'를 말하고 있는 유사 처세술 책들이 유행하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기도 했다. 최근 10년 안짝, DJ와 노무현 정권에서는 한국에서도 <한국의 부자들> 같은, 투자교본인지 처세술 책인지 헷갈리는 책들이 붐을 이루는 것을 보기도 했는데, 뭐, 미국의 20세기 중후반의 주식투자나, 한국의 8~90년대 부동산투자는,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이라든가, 지독한 자기검약이라든가 하는 따위의 개인적 품성이나 역량보다는 오히려 미국이나 한국의 당시 높은 경제성장과 버블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고 봐야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책들은 대개의 처세술 책들이 그러한 것처럼 좀 '사기성'이 있다는 느낌이다. 처세술 고유의 사기성이 극에 달한 것을 목격한 것은 최근의 일인데, 바로 엄청나게 판매되어 베스트셀러 수위에 오래 머물렀던 <시크릿>을 펼쳐 볼 때였다. 도대체 '세상 일은 다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것이니, 결코 낙담하지 말고 마음가짐을 잘 가지라'니! 국가경제가 어려워지고 개인의 경제상황이 팍팍해지면 처세술 따위는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꽤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그리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하자면 역시 <시크릿>의 한국판 아류처럼 보이는 것이다.

 

2.

처세술에 사기성이 짙게 깔려있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무엇보다, 멘탈이나 제스처를 다잡으면 그게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인간관계든 다 휘어잡으며 거창하게 성공할 수 있다고 조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독자는 처세술 책을 읽고 있는 순간에는 달콤한 환상에 빠져 행복감을 맛볼지언정, 그런 책 몇 권 읽는다고 해서 책밖의 실제 세상에서 눈에 보이는 변화를 경험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거칠게 말해서, 돈을 벌려면 돈이 있든가 정보가 있든가 기술이 있어야 하는 법이고, 선망 받는 네트워크에 다리를 걸치고 인기를 얻으려면 또 거기에 필요한 요소들이 있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직장에서 출세하려면 일단, 일을 잘하고, 또 자신이 일을 잘한다는 것을 남들에게 잘 보여주어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 책 <일 잘하는 당신이 성공을 못하는 20가지 비밀>은 꽤나 현실적이고, 상식적이다. 회사에서 일단 남들보다 일찍 중간관리자까지 잘 올라간 사람들에 한정하여, 바로 그 위치에서의 '처세'를 논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이른바 '성공의 덫'에 빠진 팀장, 임원급의 직장인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3.

"이러한 착각들은 실패가 아닌 성공에서 온다. 왜냐하면 우리는 과거의 성공 경험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경험을 반복해서 우려먹으로 하고, 비약을 통해 그 착각들은 아주 쉽게 정당화된다. 심지어 과거의 성공을 미래의 성공에 대한 예언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38쪽)

 

중간관리자까지는 잘 올라왔는데 그 이상의 위치로 올라가기에는 뭔가 부족한 사람. 자신의 작은 성공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 이런 사람에게 비수를 꽂는 듯한 아픈 충고들이 난무하는 책이다.

리더십 전문가이자 코치, 다트머스대학교 터크스쿨 교수이기도 하다는 저자, 마셜 골드스미스는 '성공의 덫'에 걸린 사람들의 고질적 문제점을 책 제목대로 20가지로 정리하여, 이 20개의 문제상황에 대한 대응법을 제시하고 있다. 20개의 문제점 리스트는 뭐랄까,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일리 있는 지적들이다. 예컨대,

 

1. 과도한 승부욕

3. 쓸데없는 비평

5. 부정적 표현

12. 변명

20. 자기 미화

 

등이다. 이 문제점들은 저자가 코치로서 수수료를 받고 여러 수준의 기업체나 정부조직 종사자들을 컨설팅하면서 정리한 것들이다. 사례들이 생생하고, 각 문제점과 대응법을 연결하는 논거로서 아주 짜임새 있게 보이기도 한다. 개중에는 CEO가 이제 막 임원이 된 유망주를 위하여 저자에게 '성격 개조'를 의뢰한 케이스도 소개되어 있는데, 그야말로 '업무에는 최고'이지만 성격은 '개차반'이어서 실격하는 경우들을 꽤 흥미진진하게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이 현실적이고 상식적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몇몇 문제점들을 갖고 있는 중간관리자에게 하루 아침에 선한 사람이 될 것을 주문하지 않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비평을 즐기는 팀장의 경우, 그런 태도를 바꾸기가 어렵다면, 그저 그런 행위를 멈추는 데 집중하라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매너를 바꾸는 데 필요한 시간을 최소한 1년에서 1년 반 정도를 잡는다고 하니, 흠, 썩 프로페셔널하게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저자가 아무리 훌륭한 코치라고 해도, 상당수의 의뢰는 결국 실패한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하고, 코칭이 성공했다고 해도 오히려 그것 때문에 뜻하지 않은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는 사례도 보여주기도 하니, 신빙성이 높아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요컨대 담백한 처세술 책이다. 처세술 책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니, 그런 느낌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뭐, 어쩌면 내가 워낙에 처체술 책에서 기대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감동이 컸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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