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너와 나의 성장일기 :)
http://blog.yes24.com/riot22
리스트 |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플라뇌르
문학, 중국어 그리고 세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와 아이들의 이야기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6월 스타지수 : 별6,017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일상
스크랩
나의 리뷰
엄마의 책장
아이의 책장
나의 메모
기본 카테고리
태그
엄마랑똑같지 아동 엄마 아이 퇴근 페미니스트
2022 / 06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월별보기
나의 친구
나의 친구들
최근 댓글
정말 산책할 때 만큼은 좋은 생각만 .. 
실패해서 후회하더라도 행동하고 후회하.. 
초보에게 씩씩한 긍정이 필요하다는 말.. 
우수리뷰 축하드려요~!!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새로운 글
오늘 5 | 전체 17817
2007-01-19 개설

전체보기
영의 자리 | 엄마의 책장 2022-05-22 23:29
http://blog.yes24.com/document/16318733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영의 자리

고민실 저
한겨레출판 | 2022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무엇이 되어보려고 한다는 건 아마도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일 테다.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 누군가에게 다정한 척해야하는 것, 누군가가 듣기 싫어할 말을 참아내고 자신의 입안에 쓰디쓴 그 말을 머금고 견디는 것. 그리하면 0이 아닌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소설 <영의 자리>는 무엇이 되어보려고 한 적 없는 누군가, 수험생이어야 하니까 수험생으로 살았고 취준생이어야 하니까 취준생으로 살았던(p.10)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무엇이 되어보려고 하지 않았지만 그랬던 삶이 결코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소설의 화자인 '나'는 입사한 지 2년 만에 정리해고를 당하고 급하게 이직한 새 회사는 경영 악화로 폐업을 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백수가 되었고, 자취집을 곧 비워달라는 통보도 받는다. 익숙했던 '생'의 자리를 박탈당하자 무엇이든 되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몰려와 밤에는 이력서를 쓰고 낮에는 집을 보러 다녔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분투하는 삶 속에서 갑자기 넌더리가 났다.


하루는 계단 꼭대기에 있는 집을 보고 와서 뻐근한 다리를 쭉 펴고 라면을 먹었다. 바닥이 드러난 냄비에 달라붙은 파를 젓가락으로 집으려다가 번번이 실패하자 갑자기 넌더리가 났다. 무엇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해서 게을렀던 건 아니다. 남들만큼은 노력했다고 믿었는데 부족했던 걸까. 더 노력한다고 달라지기는 할까. 살아온 날보다 살아야 할 날들이 더 하찮아 보였다.
p.12


무엇을 해도, 무슨 노력을 해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기자 '나'는 여기저기 곰팡이가 핀 낡은 집을 계약하고 자신의 경력과 상관없이 약국에 전산원으로 취직한다. 인생을 살다보면 평소와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그런 순간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면접 보기 위해 찾은 약국에서 약사는 '유령이 또 왔네.'라며 알 수 없는 말을 꺼낸다. 자신이 언제 유령이 됐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주 납득이 가지 않는 말도 아니었다. 약국에서의 일상은 견딜만한 비극으로 흘러간다. 처방전을 등록하고 처방 내용대로 약을 지어 약을 건네준다. 그 사이 잔돈을 잘못 거슬러주거나 하는 자잘한 실수도 하며 약국에서의 두 달여 시간은 더디게도, 또 빠르게도 흘렀다.

최저 임금으로는 미래를 꿈꾸기 어려웠다. 아직 서른이라고 해도 살아내는 당사자에게는 인생의 끝자락이다. 상상력이 고갈되었는지 막다른 길 너머를 그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벌써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만 자꾸 들었다. 아직과 벌써 사이에는 넓은 해협이 있었다. 안개가 자욱한 바다에서 홀로 헤매는 기분이 들 때면 어찌할 바를 몰랐다.
 p.92

이제까지 쌓아온 것들을 전부 무너뜨린 경험이 나에게도 있었다. 숨 쉬는 법을 모르던 물고기는 숨 쉬는 법을 잊은 물고기가 되었다. 바다는 여전히 푸르고 거대했다. 끝났다거나, 실패했다거나, 돌이킬 수 없다는 말보다는 유령이 되었다고 하는 편이 나았다. 
p.146


자취집을 옮기면서 부모님께 보증금 만큼의 돈을 빌렸지만 자신이 약국에 취업했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약국에서 받는 최저임금으로는 미래를 꿈꾸기 어렵고, 인생의 끝자락처럼 느껴지는 서른을 살아내는 것은 안개가 자욱한 바다에서 홀로 헤매는듯하지만 그런 시시콜콜한 기분을 부모에게 말하지는 못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자기 스스로 자처한 일이면서도 그것이 자신이 이제까지 쌓아온 것들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자각 정도는 있었다. 하지만 소설의 화자는 자신의 무너뜨렸던 것들을 다시 쌓아올리려 의지를 다잡거나 분투하지 않는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흘러간다. 

0에서 1로 변모하는 과정은 설레면서 우울하다는 소설 속 어느 문장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세상에 수많은 1들이 존재하는 만큼 수없이 많은 0들이 존재한다. 1이 되지 못한 0은 과연 무용한 존재일까. 그렇지 않다. 0이 언제까지고 0이도록 내버려 두자. 우연을 가장한 필연, 필연처럼 찾아온 우연 속에 0들은 저마다 다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고 언젠가는 자신이 0이 될 것인지 1이 될 것인지 설레면서 우울한 과정을 거치며 알게 될 것이므로. 이 세상의 수많은 0들에게, 20대들에게 추천하는 소설이다! 


 
 
 


#소설추천 #20대책추천 #영의자리 #고민실 #한겨레출판사 #한겨레 #하니포터3기 #하니포터3기_영의자리 #20대책추천 #소설추천 #추천도서 #성장소설 #성장소설추천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진행중인 이벤트
나의 북마크
이벤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