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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8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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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수십개의 별똥별이 쏟아지던 날을 기억한다. | 2012년 2012-04-0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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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원더보이

김연수 저
문학동네 | 201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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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말하지 못하는 일이 하나쯤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더불어 말하지 못한 그 마음을 이해받기란 무척 힘들다는 사실도˝(189)

내 어린시절의 기억은 그런것들 뿐이었다. 항상 집에는 나 혼자 지내고 있었고 방과 마루와 마당을 오가다가 심심하면 쭈구려앉아 흙장난을 하고, 새장속의 새가 신기해 새장문을 열고 쳐다보다가 새를 날려보내버리고 놀랐던 기억. 텔레비젼 화면으로는 트럭 뒤에서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수많은 사람들이 총을 들고 내리고 돌멩이를 던지던 모습이 나오고 있고 뒤쪽에서 작은오빠가 화난 목소리로 깡패인지 뭐라고 막 욕을 하던 소리가 어렴풋이 겹쳐지는 기억. 학교마치고 집에 왔는데 여전히 텅빈 집이 그날따라 좀 다르게 느껴졌던 날, 뉴스에서 간첩사건이 나오는 걸 마음 졸이며 봤던 기억....

내가 지나온 70년대와 80년대의 기억들은 그런것들이다. 뉴스에서 터져 나온 간첩단 사건은 여전히 무섭기만 한데, 오래 전 그 간첩단 사건은 충격으로 아버지를 쓰러지게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는 걸 나중에 듣고 알았다. 뜬금없이 걸려온 경찰의 전화 한통은 큰오빠의 신원조회였지만 그 한통의 전화는 간첩사건과 연관이 되어있다는 걸. 우습게도 나는 그 사건이후로 오히려 간첩사건이 터져나오면 저거 조작아냐? 라는 의심을 먼저 하게 되어버렸다.
텔레비젼에 나오던 폭도들의 반란 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건 작은오빠나 나나 마찬가지였겠지만 도대표로 축구대회에 나가게 되었는데 그 폭동으로 인해 대회가 취소된 날벼락을 감수하기에는,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가리라는 기대감에 부풀어있던 오빠가 그 모든것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렸을것이다. 교련복을 입고 총을 메고 얼굴에 수건을 두른 사람들... 어린시절의 기억이 별로 없는 내게도 그 장면은 또렷이 각인되어 있는데 그 장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그후로 십여년이 더 흐른 후 알게 되었다.
내 부모님은 교사셨다. 내가 태어나기 바로 전 어머니는 교사를 관두셨고, 아버지는 야간학교로 옮기시고 두분이 낮에는 과수원에서 일을 하셨고 아버지는 또 저녁에 학교로 출근을 하셨다. 막내로 태어난 나는 모두가 일터로 학교로 가고 난 후 텅 빈 집을 지킨다기보다는 갈 곳이 없어 집을 맴도는 꼬맹이가 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혼자 지내는 것이 더 익숙했다. 살아 움직이는 무엇인가가 신기하기보다는 오히려 무서워서, 그래서 새장 속의 새가 퍼득거리는 것을 참아내지 못하고 새장문을 열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도 어린시절의 나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한다.

원더보이 정훈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 얼마나 원더한, 놀랍고도 신기한 능력인가.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본다고 해서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231)에 정훈의 놀랍고도 신기한 능력은 사그라져갈뿐이다.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것 역시 한계가 있는 것일뿐.

˝절망적이에요. 옆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데도 누구 하나 괴로워하질 않잖아요. 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에 대해서는 경외하면서도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죠... 그러니 고통받는 사람들은 더욱 고독해질 수밖에요. ... 모든 고통은 공포보다 더 강해요. 그게 자신의 고통인 한에는. 하지만 아무리 엄청난 고통이라고 하더라도 나의 고통이 다른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경우는 없어요. 그게 우리의 한계예요.˝(191)

원더보이는 나의 짧지만은 않은 삶의 시간들을 거슬러가며 울고 웃으며 추억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원더보이는 끝내 내 마음의 깊은 곳에 있는 울림을 기억해내게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 여름 밤하늘의 별들은 그저 아름답고 총총하게 빛나기만 하고 있었지만 열다섯의 시절에 내게도 지구의 모든 별들이 운행을 멈춰버린 시간이 있었고, 어느 순간 하늘에 보이는 모든 별들이 마지막 힘을 다해 불꽃놀이를 하듯 쏟아지며 순간의 별똥별로 사라지던 시간도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고, 세상의 모든 일들이 내게만 일어나는 일은 더더구나 아니었고, 세상에 잘못 태어난 나의 존재로 인해 언제나 나는 홀로 고독하게 지낸다고 생각했었지만 인간은 완전고독의 상태에서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우주의 한가운데, 혹은 우주의 아주 작은 한 귀퉁이에 존재하고 있는 나는 세상의 중심이기도 하며 또한 세상의 변방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은 세상과 나를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과 같다.

지금의 나는 내 어린시절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 나는 언제나 지나온 나의 과거를 떠올리면 그 모든것이 다 추억이고 좋을뿐이다. 멍때리는 표정때문에 수업시간에 딴짓한다는 오해를 받아 선생님에게 매를 맞았던 것도, 이유없이 친구에게 따돌림을 받고 미움을 받아 혼자 집으로 돌아가던 시간들도, 보잘것없는 내가 친구들의 구심점이 되는 것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시기와 질투를 받아도 그 모든것에 대한 부당함의 항거가 아니라 그냥 나는 재수없는 인생인가, 싶을 뿐이었던 생각으로 가득찬 인생의 시기도 있었지만.

˝처음인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때, 이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깨진 유리처럼 날카롭게, 세밀화처럼 선명하게, 해와 달처럼 유일무이하게 내 눈과 코와 입과 귀와 몸에 와 닿는 모든 것들은 아름다웠다. 평범해지고 나서야 나는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기 시작했다.˝(217)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정훈을 외롭고 가난한 소년으로 만들었지만 또 그 아름다움은 타인의 고통에 더 다가서며 세상과 관계맺는 정훈으로 만들어갔다. ˝무자비한 국가폭력에 겁을 먹고 타인의 고통에서 눈을 돌리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요? 그건 타인의 고통을 공포보다 더 강하게 느끼게 만드는 일이에요. ... 국가폭력에 대한 공포보다 타인의 고통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난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아직 나는 그렇게 충분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 못하지만, 원더랜드의 원더걸이 될수도 없다는 걸 알지만, 이 세상은 이미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기적과 경이로움이 가득함을 보여주고 있다.

˝불행하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가장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기쁨의 순간들을. 자기가 개나 돼지 혹은 곤충이나 벌레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일들을. 가슴이 터지도록 누군가를 꽉 껴안아 다른 인간의 심장에 가장 근접했던 순간을, 흡족할 정도로 맛있게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친구들과 배가 아프도록 웃던 순간을, 단풍이 든 산길을 걸어다니고 쌓인 눈을 밟고 초여름의 밤바다에 뛰어들고 공원 벤치에 누워 초승달을 바라보던 순간을, 그들은 죽어가면서 떠올렸다. 그게 사람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들을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로 떠올리는 것. 그런 순간에도 나는 그들의 마음을 읽었다. 나는 아파하고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 또 침을 흘리고고,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가도, 다시 눈을 번쩍 뜨고는 말도 안되는 삶의 환희에 웃음을 지었다.˝(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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