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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시베리아 이야기를 소박하게 풀어낸 책이다 | 기본 카테고리 2019-11-2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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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베리아 이야기

정태언 저
범우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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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읽으며 다시 시베리아에 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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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에 시베리아 여행을 한 적이 있다. 19년 전. 

가기 전에 두달간 러시아어를 배우고, 론리 플래닛을 든 채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다. 러시아, 시베리아에 대한 깊은 지식도 없었고 정보도 없었다. 그래서 깊은 이해 보다는 여행 자체, 생존했다는 자체에 대해 만족을 했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32일 동안 가면서, 중간중간 주요 도시를 들렀고, 투바 공화국도 갔었다. 무작정 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정태언 작가님의 '시베리아 이야기'를 보면서 예전의 나는 정말 수박 겉핥기 여행을 '부분적으로' 했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전체 시베리아를 다룬다. 시베리아 주요 도시, 투바공화국도 있지만 하카시아 공화국, 알타이 공화국이 나오고, 아무르, 극동, 사할린도 나온다. 그러니까 전체 시베리아를 다 품고 있다.


정태언 작가님은 소설가며 학자다. 작가 소개에 잘 나와 있지만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고 러시아, 시베리아를 폭넓게 경험한 분이다.  


약 1주일간 조금씩 음미하며 책을 보았다. 너무 가볍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아서 내가 읽기에는 딱 좋았다. 섬세한 관찰과 묘사는 기본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주관에 빠지지도 않으면서 객관적 경험을 담담하게 표현해 낯선 현지 사정과 인물들에 몰입이 더 잘되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 혹은 시베리아에 대한 지적 욕구가 강한 분들이 좋아할만한 책인데 작가가 이미 말했듯이 '소박한 책'이다. 더 깊은 내용을 학술서처럼 풀 수도 있었겠지만 소박한 여행자들, 소박한 독자들을 위해 소박한 마음으로 쓴 책같다. 

시베리아의 민속, 문화, 역사 등이 어렵지 않게 펼쳐지는데 가이드북이나 문학 서적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 현지의 학자, 샤먼 등을 직접 만나 러시아어로 대화하는 가운데 얻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것은 저자가 러시아어가 능통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수십년 전부터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고 시베리아 여행을 광범위하게 하면서 얻은 지식과 체험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다. 

시베리아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사 둘만 하다. 집에서 읽고, 가서 읽고, 돌아와서도 읽을 만하다. 이책에는 흔히 여행기에 나타나는 '호들갑'이 없다. 깊은 강물처럼 조용히 흘러가지만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19년 전의 시베리아 여행을 떠올렸고, 언젠가 다시 시베리아로 가고 싶어졌다. 특히 하카시아 공화국의 수도 아바칸. 

그곳은 투바 공화국에 갈 때 잠깐 들른 도시인데 아주 재미있는 곳 같다. 수많은 인종이 섞여 있다. 또 투바 공화국도 매력적인 곳이다.거기서 만난 샤먼들의 이야기...내가 아는 곳이 나오면 반가웠고, 모르는 곳들은 상상을 불러 일으켰다. 


초반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시베리아(러시아어로 시비르)란 말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 엣날에 '시비르 한국'이란 나라가 이 지역에 존재했다고 한다. 그래서 시베리아는 이 '시비르 한국'에서 온 것은 분명한데 '시비르'의 뜻은 무엇일까? 시비르란 '잠자는 땅의 의미의 타타르어에서 왔다는 주장, 또 나무가 울창한 습지 정도의 의미를 가진 몽골어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작가는 그런 부정적인 뜻, 즉 별 쓸모없는 땅같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를 국호로 삼는다는 것이 조금 의아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만난 시베리아 지역의 원주민 학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시비르란 말은 그게 아니에요. 시비르는 '문화를 바탕으로 잘 가꿔졌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결국 문화를 바탕으로 한 질서잡힌 곳이 '시비르'의 뜻이며 시비르의 반대는 툰드라라는 것이다. 그러니 시베리아는 광활한 나무들이 펼쳐진 원시의 땅에서 인간들이 가꿔 놓은 '질서 있는 문화의 땅'이란 뜻인가 보다.


세상에는 수많은 여행지가 있다. 요즘엔 블라디보스토크도 많이 가나 보다. 이미 대중화된 관광지다. 더 관심이 있다면 과감하게 시베리아에 가보시라. 특히 중부 시베리아...투바 공화국, 하카시아 공화국, 알타이 공화국...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 살고 문화와 전통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이책을 읽으면 여행과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즐거움을 맛보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정태언 작가님의 소설로는 '무엇을 할 것인가', '셩벽 앞에서 -소설가 G의 하루' 등이 있다. 소설도 재미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비슷한 시대를 살았고 같은 서울 토박이라서 그런지 소설이면서도 자연스럽게 공감하는 시대 풍경, 고민이 펼쳐져서 많이 공감했다. 옛날 서울, 러시아, 시베리아, 사할린을 넘나드는 체험이 있어서 여행기 읽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물론, 여행기가 아니다. 내가 소설에 문외한이다 보니 함부로 평을 할 수 없는데, 독자로서 나는 '다른 세계'를 여행하듯이 읽었다. 약간의 현실을 바탕으로 정교한 상징과 의미, 그리고 작가의 메시지와 고민과 감성들이 배치된 작품들이다. 현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지만 소설이라는 다른 세계로 안내한다. 


사실 내가 여행하는 이유도 '다른 세계'를 맛보기 위함이었다.그런데 여행이 너무 보편화되고, 많이 가고, 정보가 많다보니 이제 웬만한 여행지는 가도 '다른 세계'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소설에 끌리는지도 모른다. '다른 세계'를 보여주기에. 물론 모든 소설이 다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군대에서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다가 고골의 소설을 읽고 나서 전공을 바꿔 버린 작가의 작품을 읽는데 문득 고골이 생각났다. 나는 고골의 단편 외투, 코를 학창시절에 읽은 적이 있을 뿐 고골에 대해서 잘 모른다. 다만 스토리가 좀 이상하고 환상적이었다는 느낌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무엇을 할 것인가'에 실린 '고골리'린 작품에서 작가가 러시아 유학 중 이빨(틀니)를 성당에서 잃고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막연하게 고골의 작품 '코'에서 코를 잃고 찾아다니는 주인공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너무 안되었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작가는 틀니를 했고, 그 이유가 스킨헤드들에게 공격을 당해서 이빨이 부러져서였다는 이야기를 직접 전해들었을 때, 스킨헤드에게 공격 당한 경험을 한 나로서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그 상황이 위험한가를 알기 때문이다.)


내가 소설에 밝다면 여러 관점에서 접근하겠지만 소설의 세계를 잘 모르다보니 더 길게 이야기는 못하겠는데 독자로서, 현실적이면서도 다른 세계를 맛보는 재미가 있었다. 꼭 러시아라는 다른 나라가 배경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관심있는 분들은 소설도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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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 유사를 통해 신라 불국토를 여행하다 | 기본 카테고리 2019-09-2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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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삼국유사, 자장과 선덕여왕의 신라불국토 프로젝트

정진원 저
맑은소리 맑은나라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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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를 통해 신라불국토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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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원 박사의 책이 또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삼국 유사, 자장과 선덕여왕의 신라불국토 프로젝트'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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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번에 나온 책은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이고

그전에 나온 책은 '삼국유사, 여인과 걷다' 입니다.







책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불교, 삼국 유사, 훈민정음...이런 것들이 주제입니다. 왜냐하면 저자는 석보상절, 월인석보를 주제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국어학자이자 삼국 유사를 주제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기 때문입니다.하나도 힘든 박사 학위를 두개씩이나... 




홍익대학교에서 『석보상절』과 『월인석보』를 주제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국어학자이다. 이후 동국대학교에서 삼국유사를 주제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훈민정음 불경과 삼국유사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한 국내외 강의와 글쓰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 모든 여정이 K Classic 한국학으로 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다.『중세국어의 텍스트언어학적 접근 방법』, 『삼국유사, 여인과 걷다』, 『삼국유사, 자장과 선덕의 신라불국토프로젝트』 등의 저서가 있다.



 

책은 읽기 쉽게 썼지만 내용은 학술적이고 전문적입니다. 석보상절, 월인석보, 삼국유사...모두 우리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텍스트들이지요. 많이는 들어보았지만 깊이 들어가기에 엄두가 안 나는 자료들인데 저자는 이런 세계를 대중과 접목시키기 위해서 많은 애를 쓰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세계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일반 독자로서 읽다보니 배우는 것도 많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하고 평을 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이책은 불교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만 불교가 이미 우리 역사에 깊이 들어와 있기에 역사에 관심있는 분들에게도 흥미가 있을 것 같네요. 자장율사의 출생과정과 거기에 관련된 미실(화랑세기에 나오는)의 이야기, 선덕여왕과의 관계, 재상을 하라는 명을 받고, 안 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하지만 끝까지 수행하겠다고 고집하는 이야기... 그외 불교 신앙, 신라를 불국토로 만들기 위한 지배층의 노력 등이 삼국유사를 바탕으로 펼쳐지는데 저자가 구석구석을 답사하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도 곁들여집니다.

 통도사의 자장암, 금와 이야기, 황룡사 9층 석탑에 서린 이야기, 오대산의 원녕사, 정암사...부처님 진신사리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인도 답사의 경험등이 종횡무진으로 펼쳐집니다. 


오랜 세월 동안 공부한데서 나오는 깊이와 범위가 어우러지는데 어디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인 것 같습니다. 역사 시간에 배운 원광의 세속오계(즉 화랑오계)와 자장의불자오계(사미오계)의 다른 점도 알게 됩니다. 세속오계는 역사시간에 달달 외운 기억도 납니다. 사군이충, 사친이효, 교우이신, 임전무퇴, 살생유택... 그런데 이것은 자장율사의 불자오계와는 다릅니다. 생명을 죽이지 말라, 주지않는 것을 가지지 말라,  사음하지 말라, 진실되지 않은 거짓말을 하지 말라, 술을 마시지 말라. 그외에 자장율사를 중심으로 하지만, 그와 연관된 인물들의 흔적들이 펼쳐져서 역사 여행을 하는 기분도 듭니다.


 아쉬운 게 있다면 그런 각각의 경험들이 더 깊이 들어가면,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리라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면 화랑세기와 미실, 김유신, 김춘추, 원효대사의 이야기 등등) 이 책은 '자장율사'에 촛점을 맞춘 책이다보니 그들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를 맛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떤 책이든, 모든 것을 담을 수 없기 때문일텐데 그래서 앞으로 '삼국유사 시리즈'로 나오는 '삼국유사, 원효와 춤추다'에서 더 풀어낼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원효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 하고 드라마틱하지요. 우리 대중들에게도 더 와 닿는 분이고. 그리고 '화랑세기와 미실', 김유신, 김춘추 이야기도...저자의 깊은 내공이 앞으로 계속되는 책들에서 더 활짝 드러나기를 기대합니다.


리고 책을 참 신경써서 잘 만들었네요.  이런 학술적인 이야기들은 좀 딱딱해보일 수도 있는데 책 디자인도 그렇고, 중간중간 시원스런 사진들이 꽤 많이 들어가서 사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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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이야기 -여행이 말할 수 있다면 | 기본 카테고리 2019-09-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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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행이 말할 수 있다면

문상건 저
슬기북스 | 201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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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사랑하고 고민이 있는 분들이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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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소소하게 여행중독'이란 책을 읽었었는데, 그 '문상건 작가'가 새로운 책을 냈습니다.'여행이 말할 수 있다면'이책은 형식이 독특한 책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끌고 가되 여섯 여행작가의 글들을 섞어가면서 풀어가는 형식입니다.
저도 그 여섯 명 중의 한 명인데, 문상건 작가는 일단 글을 써도 되는가의 허락을 받기 위해 여섯명의 작가들을 다 만났던 것 같습니다.그렇게 허락을 받은 후, 이제 자신의 원고를 쓰고, 그 다음에는 또 출판사 허락을 받아야 했습니다.저작권은 분명히 저자에게 있지만, 사용권은 출판사에 있기에 출판사에도 허락을 받아야 하거든요. 아주 성가신 작업이었을텐데 그걸 다 해내고 드디어 책이 나왔습니다.
원고를 쓰는 과정에서 어떤 형식으로 풀어낼지 궁금했습니다. 쉬운 작업은 아닐텐데...왜냐하면 글은 자기 글을 써야 맛인데, '남의 글을 꽤 많이 섞어서' 글을 쓰다 보면 자기 글맛이 사라지거든요. 남의 글도 아니고, 자기 글도 아닌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들었는데 책이 나온 것을 보니 일관된 '문상건의 글'이 되었네요.
여섯 명의 작가들에 대해 많은 책을 읽고, 나름대로의 작가 소개도 하고, 그 작가들의 핵심적인 특성을 뽑아서, 거기에 맞는 글들을 소개하는데, 그글들에 대한 해설, 평, 감상을 적은 것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풀어가는 가운데 적절하게 배치를 한 형식입니다.그런데 이런 글들은 자기 안에 '공명하는 그 무엇'이 없으면 나오기가 힘들어요. 그냥 남들 글 어설프게 모아서 적당히 짜깁기 하는 인상을 주거든요.즉 자기 안에 다양한 체험과 고민과 갈등 그리고 기쁨 희열이 있어야 남의 글을 보면서, 자기 글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또 어우러지게 됩니다.
그런데 '여행이 말할 수 있다면'은 많은 '남의 글'이 섞여 있지만 '짜깁기' 했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습니다. 문상건 작가의 구체적인 체험, 이야기가 충분히 들어가 있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남의 글'이 섞여 있기 때문이지요. 그만큼 문상건 작가가 다양한 체험들을 했다는 증거겠지요. 여행 경험 뿐만 아니라 삶의 체험.
작가는 대기업을 다니다 그만 두고 여행했습니다. 저와 비슷하지요. 그러나 작가 소개에는 '잘 나가는 대기업을 다니다 그만 두고'...이런 것이 빠져 있습니다. 사실 그런 이야기는 이제 너무 식상하니까요.내용 순서대로 보면 제 글, 즉 이지상의 책들 중에서는 '방랑'에 대한 글들입니다. 저의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그런 '코드'를 뽑아 놓은 거지요.   그리고 최갑수 작가의 책에서는 '사랑'을 코드로 뽑았고, 박준 작가의 책에서는 '행복'을, 변종모 작가의 책에서는 '외로움'을, 박민우 작가의 책에서는 '리얼리티', 이용한 작가의 책에서는 '공존' 이란 코드를 뽑았네요.여섯 작가들 중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작가들도 있는데 수많은 책들을 읽으며 그것을 뽑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출판사의 책소개를 보니까, 문상건 작가의 이런 말들이  보이네요.
"오래된 여행자이자 전업 작가 여섯 명의 마흔세 권의 책.  그 속에서 찾은 여행의 전언."이란 표현이 있네요.
"작가는 여행의 화려한 겉이 아니라, 소소하고 따뜻하고 애잔한 속으로 집중했다. 여행은 뽐내기 위한 일탈이나 신기루가 아니라, 어쩌면 가장 냉엄한 현실일지도 모른다.  여행의 본질은 우리의 본능이나 본성과 연결되어 있다. 사실 처음에는 여행이 최고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원고를 쓰면 쓸수록, 여행은 내게 세상에 등수는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내가 거기에 완전히 설득되었을 때, 비로소 탈고를 하게 됐다. (p.312)"
"한 인간이 삶에 치이며 겪는 외로움과 불안, 
하지만 그 속에서 발견한 희망과 사랑.  맛집이나 명소를 강박적으로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행, 여행에서 얻은 감동과 성찰로 일상을 더 힘차게 살 수 있는 이야기. 이 책은 당신에게 여행의 목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출판사 리뷰에는 이런 소리도 있습니다.

번거롭게 만들어진 책, 여섯 명 작가는 물론 수십 군데의 출판사에게 저작권과 사용권 허락을 받아야 했다. 이렇게까지 해가며 책을 만들어야 했던 절박함, 그것은 오로지 여행자와 독자를 위한 마음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어떤 것으로도 설명할 길이 없다. 힘들게 만들어진 책이 좋은 책이라는 건 아니지만, 오로지 ‘흥행’만을 위해서 기획된 책은 아니라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독자분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출판사의 책소개에서 나온 것처럼

"오래된 여행자이자 전업 작가 여섯 명의 마흔세 권의 책. 그 속에서 찾은 여행의 전언."을 접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문상건 작가의 여행 이야기를 즐기며 동시에 자연스럽게 오래된 전업작가 여섯명이 쓴 마흔 세권의 책을 읽는 효과를 맛보기 바랍니다.
이 책이 많이 팔려서 또 다른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꿈을 펼쳐나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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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15세기로 여행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 기본 카테고리 2019-08-1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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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

정진원 저
조계종출판사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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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중한 '월인석보'를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니. 감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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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석보를 읽었다비록 1권이지만, 내가 월인석보를 읽다니...감개무량했다

세종대왕이 만든 '월인천강지곡', 수양대군이 만든 '석보상절'. 그리고 수양대군이 세조가 된 후, 월인천강지곡과 석보상절을 합하여 만든 '월인석보이것이 훈민정음으로 풀어쓴 불경이란 것은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알았지만 그 내용과 만든 과정이 어떤지 전혀 몰랐었다그런데 이번에 나온 정진원 박사의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의 첫장 서문을 읽으면서부터 짜릿한 감동을 느꼈다.

 

저자 정진원 박사는 홍익대학교에서 '석보상절''월인석보'를 주제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이후 동국대학교에서 삼국유사를 주제로 철학박사 학위를 또 받은 후,  동국대 세계 불교학 연구소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미 '중세국어의 텍스트 언어학적 접근 방법', '삼국유사 여인과 걷다', '삼국유사, 자장과 선덕의 신라불국토 프로젝트'등의 저서를 냈다.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20대 후반 불교에 대해 까막눈이었던 시절, '석보상절'을 배우기 위해 절에 가면 스님들은 그런 책은 '국문학자'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했고고전문학 교수에게 가서 물어보면 그건 '불교학자'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했단다.

읽다 보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 참 공부하기가 힘들었겠구나,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홀로 외롭게 개척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가운데 중세 국어로 박사학위를 받고또 동국대에서 불교와 삼국유사를 공부하면서 불교에 대해 깊이있게 공부한 후 두 세계를 결합시켜 나온 책이 바로 이 책이니 매우 의미깊은 책이다 더군다나 대중들을 위해서 깊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갔다.월인석보에 대한 책은 많았지만  이렇게 대중들에게 읽히도록 에세이식으로 쉽게 풀어간 책이 있었을까?  최초의 유일한 책인 것 같다.

 

단지 월인석보에 대한 고문 해설이 아니라 깊은 불교에 대한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잘 읽히도록부드러운 해설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과하지 않게 섞었기에 술술 잘 읽힌다.이 책은 '여는 글', '맺는 글'과 함께 스물 세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여섯번 째 이야기까지는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역사 이야기가 많이 섞여 있다세종 왕비 '소헌왕후'가 죽고 나서 그 죽음을 슬퍼한 세종은 아들 수양대군에게 '석보상절'을 짓게 한다.석보상절이 만들어지자  세종대왕은 왕비 소헌왕후를 생각하며 월인천강지곡을 짓는다그 과정에서 역사 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진다저자의 깊은 내공이 유감없이 발휘되는데 그렇다고 역사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중세 고어'가 원문으로 써져 있고, 그것을 해석한 후,  거기에 관련된 역사, 불교 이야기를 현대어로 쉽게 풀이해준다나는 이책을 천천히 읽었다.  만약 내용만 알고자, 현대어로 쓰인 것만 읽었다면 몇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나는 일부러 천천히 읽었다. 하루에 조금씩, 조금씩...그렇게 1주일 걸렸다알든, 모르든 '중세 고어'를 소리내어 읽었다아주 어려운 한자는 그냥 넘어갔지만 대충, 어설프게나마 소리내어 읽었다그러면서 중세 시절, 수양대군, 세종대왕이 말했던 것을 흉내내며 1400 년대로 돌아갔다. 그런데 읽으면서 나는 내 목소리를 들으며 깜짝 놀랐다왜 그랬을까정확한 표기는 아니지만 아래 글을 소리내어 읽어보시라.  고어를 표현하기 힘들어서 대충 비슷한 현대어로 고어 발음을 적어 보았다. 아래 아는 ''로 표현했다. (정확치는 않지만 비전문가니 양해 바란다)

 

화락안 지저 즐길씨니 즐겨보말 제 멩가라 제 즐기나니 

누네 고반 것 보고져 하면 제 머군 뜨드로 고반 거시 다와야 뵈며 

귀예 됴한 소리 듣고져 하며, 고해됴한 내 맏고져 하며, 이베 됴한 차반 먹고져 하며 

모메 됴한 옷 닙고저 호매 다 제 먹논 뜨드로 다와야 나나니라

 

뜻은 둘째치고 소리만 읽으며 음미해보시라.  이것이 한국어인가? 이건 인도나 네팔 어디 여행할 때 듣던 음 비슷하다산스크리트어? 힌디어? 티베트어 ? 고대로 올라갈수록 우리는 소통하기 힘들어지고 우리 한국말은 정말 온갖 것이 합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인도 타밀 지방 여행할 때도 엄마, 아빠, 잉게 와(이리 와), 잉게 봐(이것 봐) 등 비슷한 말을 수없이 발견했고 그외의 다른 지역을 여행하면서도 느꼈는데 먼 옛날로 올라가면 인도, 몽골, 중국 등등의 흔적이 많이 발견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이것을 그 사람들 흉내내서 장단고저를 주어서 읽어 보니 옆에서 듣던 아내가 인도 혹은 티베트 사람들 불경 읊는 소리같다고 했다.이 이야기를 현대어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화락은 지어서 즐긴다는 뜻이니 즐거움을 스스로 만들어 즐기는 것이다.

눈에 고운 것을 보고자 하면 자기가 마음먹은 뜻대로 고운 것이 되어서 보이며 

귀에 좋은 소리 듣고자 하고, 코에 좋은 냄새 맡고자 하고, 입에 좋은 음식 먹고자 하고

몸에 좋은 옷 입고자 함에 모두 자기가 마음먹은 뜻대로 되어서 생기는 것이다.

 

즉 세상만물이 마음 먹기에 따라 달리 다가오니 좋은 마음을 가지면 다 좋게 보이고, 좋게 느껴진다는 것.

이렇게 뜻만이 아니라, 읽는 재미를 느끼며 조금씩 천천히 읽었다일곱번 째부터 본격적으로 '월인석보' 풀이로 들어가는데 점점 불교의 세계로 들어간다불교의 세계는 상식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싯다르타 왕자가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고행을 거듭하다가  깨달음을 얻고 중생을 가르친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하다그런데 월인석보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부처님이 현세에 출현하기 전까지의 이야기인데나로서는 생소한 세계였다

특히 전생에 왕이었던 석가모니 부처님은 수행을 하고자 왕위를 동생에게 물려주고 출가하여 구담(고타마)을 찾아가 수행을 한다(처음에 읽다가 석가모니 부처님이 출가하기 전의 이름인  '고타마 싯다르타'를 생각하며 잠시 혼동했었다.)

사람들은 스승인 구담(고타마)을 대구담이라 불렀고제자인 자기들의 왕(전생의 석가모니 부처님)을 소구담이라 불렀다그런데 아무도 소구담이 자기들의 왕인지 몰랐다그러다 도둑들 500 명이 관청의 물건을 훔친 후,  하필 소구담(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이 머물고 있던 정사를 지나쳤는데 후에 소구담이 도둑의 오명을 쓰고 (소구담의 동생)은 명령을 내려 죽이게 한다즉 왕위를 물려받은 동생이 형인, 소구담(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을 죽이는 것이다이때 도둑들은 소구담의 전생의 원수였고또 소구담이 지은 죄가 있어서 이런 괴로움을 받았다고 한다 

이글을 읽으면서 , 석가모니 부처님도 이런 억울한 전생이 있었고 또 죄를 지은 업보를 이렇게 받았구나...하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지금, 현재의 부족하고 죄많은 내가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이 책에는 더욱 자세한 과정과 저자의 감회가 진솔하게 적혀 있다이런 에피소드를 소개해드리는 것은 이 책이 학문서적이면서도 결코 딱딱하지 않음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다

 

또 다른 석가모니 부처님의 이야기다.(전생이 여럿 나온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그 생 이전에 '선혜 보살'로 나온다.전생의 다른 부처님 보광불에게 꽃을 바치기 위해 꽃을 사는데 꽃을 팔던 여인은 '구이'라는 인물이었다꽃을 파는 과정에서 '구이'는 감히 '선혜보살'에게 다음 생에 부부의 연을 맺어달라고 간청한다.

 

스케일이 정말 크다. 다음 생의 부부연을 지금 생에 프로포즈 하다니나는 이렇게 시공을 초월하는 스케일에 감탄한다지금 우리가 부부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전생에 수많은 인연이 있었겠다고 생각하면 문득 늘 살을 부딪히고 살아 익숙한 배우자도 범상치 않게 보인다.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라는 책에는  옛시절의 맛을 볼 수 있는 고어가 소개되어 있고 이런 불교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가르침들과 저자의 적절한 설명과 삶에 대한 저자의 소회가 곁들여져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다차원적인 책이다학문적인 이야기라 조금 지루할 수도 있지만 자세하고 적절한 해설이 잘 다가오고 동시에 '에피소드' 자체가 재미있다그래서 배우는 재미도 있고 읽는 재미도 있다.


다만 이책은 요즘 소설책, 에세이 읽듯이 훌쩍 읽는 책은 아니다수양대군이 어머니를 그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썼고, 세종대왕이 아내를 그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썼으며, 수많은 전생을 거쳐 출현한 석가모니 부처님의 간절한 삶과 중생을 위한 가르침이 가득한 책이다그리고 이 책을 해설한 저자도 30, 40년의 삶을 바쳐  간절한 마음으로 쓴 책이다그러므로 이런 책은 간절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꼭꼭 씹어 먹듯이, 읽고, 음미하고, 생각하면서 읽어야 그맛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이책에는 그외에 불교의 방대한 세계관, 시간관이 펼쳐진다사천왕상에 대한 자세한 해설,  우주의 중심인 수미산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세계,  욕계, 색계, 무색계 등 거대한 불교의 세계도 펼쳐진다.

 

이번에 나온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라는 책은 단지 '월인석보 1'에 대한 해설인데 월인석보는 모두 25권이라고 한다이제 첫발을 내딛은 셈이다'월인석보' 2권에는 석가모니의 성씨의 유래와 족보에 대한 이야기가 상세하게 펼쳐진다고 한다부처님의 족보...나는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단지 왕자였다는 것밖에 모른다벌써부터 2권이 궁금하다그리고 3, 4....25권까지 이어지는 책에 담겨진 수많은 부처님의 가르침의 세계는 어떨까?

그동안 우리 불교의 많은 책은 대개 한문 번역인 것으로 안다요즘 와서 팔리어를 직접 번역한 책들도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리 말, 1400년대의 우리말로 표현된 불경은 정말 귀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그렇지 않은가? 한문이나 팔리어나 산스크리트어가 아닌 우리말로 표현된 이야기로 들어본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 조선은 불교를 억압한 유교 국가지만 그 이전부터 쌓아온 불교의 내공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얼마 전에 영화로도 나왔다는 '신미대사'에 대한 이야기도 생각나고...

다 아는 것 같지만, 하나도 모르는 우리 것들이다이런 소중한 세계를 대중들이 알기 쉽게 풀어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감사한다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무궁무진한 불교의 세계와 우리 언어의 세계와 조상들의 숨결을 생생하게 재현하기를 기원한다.


우리 말과 불교 세계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꼭 소장해 놓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중세 세계의 언어와 우리 전통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추천한다. 이책을 읽으며 15세기로 여행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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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인생에는 실패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감동적인 어행기 | 기본 카테고리 2017-04-0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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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

강은경 저
어떤책 | 2017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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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세상에 쉽게 볼 수 없는 멋진 여행기입니다. 달콤한 여행도 좋지만 쓰고, 고통스런 여행, 경험이 우리를 변화시킨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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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를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알려진 이미지는 장엄하고, 헐벗은 대자연이다. 그리고 에릭와이너의 '행복의 지도'란 책에도 나오지만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 죽기 전에 두번은 가봐야할 나라라는 아이슬란드, 예술가가 많은 나라, 세계에서 범죄율이 가장 낮은 나라, 인구대비 출판율 세계1...국민 열 명 중 한 명은 작가...꽤 매력적인 나라다.

 

이책은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한 저자가, 

 -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에서, 71일 히치하이킹 여행 - 을 한 기록이다.

저자는 왜 자신의 인생이 실패했다고 생각했을까? 저자를 소개한 출판사 서평을 보면 이렇다.

식당, 공사판, 과수원에서 일하며
신춘문예에 매달려 온 지 30년,
그는 결국 소설가가 되지 못했고 그래서 좌절했지만,덕분에 이 에세이를 썼다. 아이슬란드 여행 전문가들마저 혀를 내두른, 아주 지독한 여행기
 

저자 강은경씨는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고,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해서 미국에 가서 애들을 낳고 살았으나, 10년만에 이혼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결혼생활에 실패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소설가의 꿈' 학습동화 각색, 자서전 대필, 희곡 집필, 영화나 드라마 보조 출연, 요리사 보조, 건설 현장 ‘노가다’로, 딱 입에 풀칠할 만큼 돈을 벌며  신춘문예에 매달렸다. 그러나 학창 시절부터 약 30년간 꿈꾼 소설가의 꿈은 실패했다. 50대가 다가오는 순간에 그것을 느낀 저자는 어느 날, 꿈을 이룰 가능성은 눈곱만큼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절망한다. 인생에서 실패하고, 소설에서도 실패하고,노안이 오면서, 이제 내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50대 초반의 그녀에게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 아이슬란드'는 여행의 꿈을 키우게 한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돈이 너무 없었다. 정상적이라면 1주일 정도의 여비인 370 만원으로 두달 반, 즉 71일간의 여행을 해냈다. 햄버거 하나아 2만원이라는 나라에서...주변에서는 '미친 사람'이란 얘기도 했고, 텐트 장비까지 포함해 약 25킬로그램의 배낭을 메고 걸어야 하는 그녀의 여행, 또한 여자 혼자 몸으로 히치하이킹을 하는 것을 무모하게 보았다.

 

책에는 그 과정이 매우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캠핑장에서 남이 남긴 음식도 먹고, 식빵 쪼가리로 허기를 달래고, 비와 바람이 몰아치는 캠핑장에서 추위에 떨고, 아무도 안가는 안개낀 코스를 가다가 길을 잃어 엉엉 울고, 절벽에서 떨어져 정신을 잃어가며 죽음의 공포를 겪고...읽으면서 그 고통이 절절하게 느껴져 소름이 끼쳤다.

 그녀는 아이슬란드인들의 따스한 마음씨,히치 하이킹을 하며 만나는 친절한 현지인, 여행자들의 마음에 감동하지만 그보다도 그녀를 변하게 한 것은 극한 체험을 하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불사른 행위같았다.

 사람이 좌절했을 때는 어설픈 위로, 감상보다는 스스로 고통, 고난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가운데 오히려 몸과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달관되는데 저자는 이런 과정을 겪어내고 11킬로그램이 빠진 상태로 한국에 귀국한다.

 그리고 여행기를 썼다. 그러나 출판사로부터 32번의 거절을 당한다. 소설도 실패하더니, 여행기도 결국 실패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만도 하지만, 이제 그녀는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 생각대로 이루지 못하고, 꿈이 없고, 계획이 없어도 자신이 살고 있는 지리산 자락에서 토마토 농장 일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막노동도 하면서 돈을 벌고, 다시 소박한 여행 떠나는 꿈을 꾸었다. 아이슬란드 여행이 준 선물이었다. 물론, 아이슬란드는 공기도 맑고, 풍광이 아름답고, 멋진 곳이어서 힐링할 수 있는 곳임에는 틀림없었지만, 좌절한 사람, 실패한 사람이 갔다 오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치유받고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나라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런 나라가 어디 있을까? 다 자신의 체험, 생각만큼 얻는 것이지. 그러나...만약, 저자가 유럽의 도시를 하루 종일 걷거나, 동남아를 하루 종일 걸었다면 그런 체험을 했을까?

 아무래도, 다른 행성같은 아이슬란드의 자연이 그녀를 품어 주어서 그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슬란드는 도시 문명에 찌들고, 늘 계획, 생존, 꿈...이런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우리들에게 위로를 주는 나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이런 메시지가 남을 가르키거나, 관념적이지 않고 정말 모험스러운 여행을 통해 터득한 것이기에 나를 감동시켰다. 그녀는 그 여행을 통해 소설가가 되겠다는 강박관념, 인생 실패자라는 우울감, 좌절감을 다 불살라 버리고, 지금, 현재에 충실한 삶, 소박한 꿈을 다시 일으킨다.
그러나 여행기를 써보고 싶다는 소박한 꿈도 다시 실패를 하게 된다. 계속 거절 당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체념하고 달관한다. 다시 '인생 실패자'라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고, 막노동을 하며 살아도 하루하루가 뿌듯했다.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이 사라지자(내가 볼 때는 강박관념이 사라지자) 오히려 다시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늘그막에 사랑도 다시 찾아올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제 무엇을 꿈꾸거나 미래를 계획하지 않아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 속에서 여행과 인생을 불살라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경지를 엿볼 수 있다. 

집에서 키우던 아이슬란드에서 가져온 루핀 꽃씨가 싹이 트다가 여름을 못 넘기고 그만 죽던 날, 드디어 출간이 결정 되었다는 소식이 아닌, 서른 두번 째 출판사에서 원고를 퇴짜 맞은 소식이 날아온다. 저자는 그걸 듣고는 절망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외치고 웃는다.

"나는 하늘을 향해 손가락으로 '퍽큐!'를 날리며 키득키득 웃었다. 그러다가 마치 날아가는 참새 똥구멍이라도 본 사람마냥 몸을 흔들며 웃어졎혔다. 푸하하핫!"

이런 글 읽으면 통쾌하다. 우리가 세상을 그렇게 대할 줄 알아야 한다. 신춘문예서도 그렇게 낙방하더니, 여행기도 이렇게 실패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어겠지만, 그걸 우습게 볼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그까짓, 글, 책...우리의 절절한 삶이 이렇게 강물처럼 출렁거리고 있는데...
안 나와도 좋다는 체념, 달관이 읽는 이를 통쾌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33 번 째 출판사를 만나 책이 나오게 되었다.

 

책이 무려 474 페이지. 그러나 편집을 잘해서 결코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글도 짧은 글, 긴 글이 적절하게 섞여서 지루하지 않고, 가볍고, 우선 잘 읽히는 글솜씨, 세세한 묘사들 때문에 현장 속에 들어온 느낌이 들고, 저자가 고통받거나, 죽을 뻔한 순간에는 읽는 이의 호흡이 가빠질 정도다.

 시원한 아이슬란드 사진이 앞에 많이 실려서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고, 풍성한 글을 통해서는 저자를 통해 아이슬란드 여행 속으로 푹 빠져드는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의 주관적인 여행기지만, 아이슬란드의 여행 준비 과정, 준비물

캠핑장 사정, 히치 하이킹 하는 방법, 아이슬란드의 트레킹 코스 거의 전부, 그 과정에 대한 세밀한 묘사...이런 게 듬뿍 들어 있어서 우선 아이슬란드 여행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슬란드 여행하면 이런 과정이 펼쳐지는구나, 캠핑장에서는 이렇게 식비를 절약할 수 있구나, 히치 하이킹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돈은 어떻게 절약하 수 있구나 등을 잘 알 수가 있게 된다. 또한 히치 하이킹, 캠핑장, 트레킹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아이슬란드인들의 생각, 인심, 문화를 엿볼 수 있고, 다양한 인생 스토리를 들으며 아이슬란드 속살과 여행자들의 세계를 맛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 아이슬란드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가기 전에 꼭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이드북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깊은 생생한 체험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책의 가장 큰 매력은 실패를 한 여인이 그 좌절감을 딛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부분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젊은이는 물론, 중년들에게도 주는 감동이 있다. 세상 변한 게 없어도 우리 스스로 변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그걸 말이 아니라, 모험과 행동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더 큰 감동과 믿음이 간다. 정말 좋은 책이다. 그래서일까? 출판사에서는 이렇게 저자를 평하고 있다.

 

이 책을 두고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나

셰릴 스트레이드의 『와일드』를 떠올리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책을 떠올리든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은

새로운 작가의 발견’이라는 기분 좋은 독후감을 안길 것이다.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에서

71일 히치하이킹 여행기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의 '강’은

아무것도 되지 못한 사람이지만,

독자들에게‘강은경’이라는 이름은

'꼭 기억해 두어야 할 작가’로 새겨지길 기대해 본다.
현재 지리산에 살고 있으며 팟캐스트 [강누나의 깡여행]을 진행 중이다.
팟캐스트 podbbang.com/ch/12606
블로그 kkan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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