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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함께 떠나는 다크투어 | 기본 카테고리 2020-09-24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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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설과 함께 떠나는 다크투어

이다빈 저
아트로드 | 2020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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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함께 떠나는 다크투어: 21편의 한국 근현대소설 속 배경지를 거닐며 어두운 역사의 흔적을 만나다 (20.09.18~2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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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66 역사는 객관적 정보를 나열하지만,

문학은 역사 속 사람들의 내면세계까지 들여다본다.

- 뒤표지 中

책을 읽는 시간이 굉장히 소중해졌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문장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읽었다. 여행 에세이를 이렇게 읽어보기는 또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담담하게 반짝여서 좋았다. 다른 한편으론 애써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던 시대였다. 수업시간에 교과서로 먼저 접했던 가까운 과거, 도저히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았기에 똑바로 쳐다보기는 무서웠던 암흑기였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요즘, 다시 일어날 힘을 얻기 위해 저자는 사람들이 기억 너머에 묻어놓은 도시들을 찾았다. 더 이상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곳이었다. 나도 저자가 가져온 사진과 이야기들로 떨리는 한 발을 들여놓았다. 어떤 어려움에도 최선을 다해 살아보려고 살아보려고 꿈틀대던 움직임과 마주했다. 불쑥 코끝이 찡했다.


1장 개항의 물결따라 인천

1. 가난에 맺힌 땀방울

허기진 삶의 골목 화평동 | 희망의 불씨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 | 낙조의 시간 북성포구 | 여성노동운동의 뿌리 동일방직 | 괭이부리말 만석동

이렇게 괭이부리말은 어디선가 떠밀려 온 사람들의 마을이 되었다. 오게 된 까닭은 모두 달랐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서로 형제처럼 지냈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 보금자리를 만들어갔다. 세월이 가고, 남보다 열심히 일하거나 운이 좋은 사람들은 돈을 모아 괭이부리말을 떠났다. 괭이부리말에 남은 이들은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 김중미 『괭이부리말 아이들』

첫 번째 목적지부터 순탄치 않았다. 요새도 열악한 공장 환경에서 일하다가 죽거나 다치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은데, 이때는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람 취급조차 받지 못했으니까.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의 편엔 아무도 남지 않았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누명을 쓰고 굴욕을 당해도 결국 그걸 당사자들이 감당해내야 했다. 저자가 끌어온 소설 『인간문제』는 이번을 계기로 처음 알게 된 작품이었는데, 무겁고 막막했다. 몇 천만 년을 두고 싸워왔으나,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 큰 충격이었기에 일부러 선택하지 않았지만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나는 마무리에 와서는, 인천이 제법 살만 한 도시였다고 생각했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70년대의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에 담긴 주인장의 따뜻한 마음이 있었고, 쪽방촌에서 모여살면서도 서로 의지하며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있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의 억울함을 몰랐다. 그러나 기댈 곳이 있었기에 마음의 문만큼은 언제나 열린 채였다.


2. 항구에 드리운 낯선 그림자

이방인의 삶 차이나타운 | 자유를 잃은 거리 일본 조계지

[ 그들은 우리에게 밀수업자, 아편쟁이, 누더기의 바늘땀마다 금을 넣는 쿠리, 그리고 말발굽을 울리며 언 땅을 휘몰아치는 마적단, 원수의 생간을 내어 형님도 한 점, 아우도 한 점 씹어 먹는 오랑캐, 사람고기로 만두를 빚는 백정, 뒤를 보면 바지고 올리기 전 꼿꼿이 언 채 서 있다는 북만주 벌판의 똥덩어리였다.

- 오정희 「중국인거리」

화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숨가쁘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느라 그들에게도 말 못할 아픔이 있었음을 잠깐 잊고 있었다. 요즘에도 많이 사용되는 중국인 비하 단어들과 차별 사이에서 고군분투했을 그들의 고통을 잠깐 떠올려봤다.

그리고 다시 장소를 옮겨 이번엔 사뭇 다른 분위기로 넘어갔다. 이 시기에 쓰인 소설들을 「중국인 거리」 외에도 몇 편 읽었었다. 모두들 자기네들의 이익만 생각했다. 가난에서 벗어나 새 출발을 하고 싶었던 여자들과, 그들을 마구잡이로 학대하고 살해하던 주한미군. 달러를 벌어준다는 이유로 보고도 못 본체하던 정부까지. 결국 가장 낮은 곳에 있던 사람이 먼저 밀려나게 되었다. 그 끔찍한 결말이 여과 없이 담겨 있었고 처음엔 화가 났다가, 나는 무력함을 느꼈다. 소설에서는 '지독한 성장통을 겪고', '마침내 어른이 되었다' 했지만 나는 이걸 극복하고 어른이 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았다.


2장 고립된 섬의 운명 제주

1. 여성의 바다

제주의 여신들 영등할망신화공원 | 바다의 합창 해녀박물관 | 유토피아의 섬 마라도

[ 물가에서 물장구치며 헤엄을 배우던 계집아이들이 열두어 살쯤 되면 아기 잠녀가 되어 조그만 태왁을 안고 얕은 바다에서 물질을 시작하는데, 해마다 조금씩 조금씩 깊은 물로 옮아가 열댓 살 넘으면 '중군' 소리를 듣고 스무 살쯤부터는 까마득히 먼 바다, 심지어 육지 바다까지 진출하는 상군이 되었다. 상군 잠녀는 20여 년 동안 전성기를 누리고 마흔 살 넘어서부터 기력이 떨어짐에 따라 다시 차츰차츰 얕은 물로 돌아오고 마는 것, 그것이 잠녀의 일생이었다.

- 현기영 『바람 타는 섬』

신화와 함께 전개되는 이번 지역에서는 유난히 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다녀왔었다. 그런데 막상 기억에 남는 건 유난히 예뻤던 파란 바다와, 제주감귤 초콜릿과, 생전 처음 타봤던 비행기에서 들었던 노래가 전부였다. 젊은 커플이 숨겨진 뜻도 모르고 한 석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는 말에 나는 문득 부끄러워졌다. 책을 고쳐들고 마저 읽었다. 해녀들의 고달픈 삶이 절절하게 적혀 있었다. 언젠가 라디오에서였나 해녀의 생애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어 조금 반갑기도 했다. 나이가 올라감에 따라 조금씩 더 깊은 바다, 그리고 일정 시기를 넘기면 다시 조금씩 얕은 바다로 돌아오는 것. 물질이 생각보다 고된 일이라는 걸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뭘 더 욕심내지도 않고 그냥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살았던 소박하고 아름다운 얼굴들이 선했다.


2. 미군정의 비극

피로 물든 관덕정 | 끝나지 않은 세월 제주4·3유적지 | 역사의 동굴 제주4·3평화공원

[ 그 죽음은 한 달 전의 죽음이 아니라 이미 삼십 년 전의 해묵은 죽음이었다. 당신은 그때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다만 삼십 년 전 그 옴팡밭에서 구구식 총구에서 나간 총알이 삼십 년의 우여곡절한 유예를 보내고 오늘에야 당신의 가슴 한복판을 꿰뚫었을 뿐이다.

- 현기영 「순이 삼촌」

상상 이상으로 참혹하고, 끔찍했다. 몇 번씩이나 끊어가며 읽어야 할 정도였다. 유난히 길었던 이 구간에서 구석구석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4·3에 대해서 아예 몰랐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매년 사람들은 이날을 기억하고 있었고, 내가 알기로는 이날을 기념해서 무슨 행사도 했었으니까. 문제는, '제주도에서 어느 해 4월 3일에 일어났던 비인간적이고 끔찍한 일'. 그게 학교에서 알려준 전부였다는 점이다.

대체 제주도에서 태어났다는 게 얼마나 큰 잘못이기에 유독 여기 사람들만 이렇게 심한 핍박을 받아야 했던 것일까. 발췌된 소설의 내용은 더 아팠다. 그들의 일상을 더 가까이에서, 더 사실적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겪은 일에는 아무런 원인도 연관도 없었다. 그렇게 너무 쉽고 허무하게 수많은 목숨들이 쓰러져갔다. 이해할 수 없었고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시간이었다. 책을 무겁게 덮었다.


3장 거친 삶의 파도 부산

1. 눈물 젖은 낙동강

사찰의 수탈 범어사 | 사람답게 살아가라 요산 김정한 생가 | 갈대밭의 울음 을숙도

사람답게 살아가라!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불의에 타협한다든가 굴복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이 갈 길은 아니다.

- 김정한 「산거족」

앞서 나온 제주도의 작가 현기영도 그랬지만, 여기 나온 부산의 김정한 또한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안위를 저버린 대단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김정한은 증조부가 승려였다는데도 그렇게 노골적으로 불교의 타락을 적었다니 더 놀라웠다. 저자가 김정한 생가를 다녀왔기 때문에 그가 쓴 작품뿐만 아니라 평소의 생활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는데 뭐랄까 큰 위안과 존경심이 들었다. 사람답게. 사람답게 살아가라. 사람으로 태어났음에도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웠다. 온갖 위협과 직접적인 해코지에도 불구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밀고나갈 수 있었던 건 아마 그가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이었기 때문 아닐까. 그의 소설 「모래톱 이야기」에 나오는 갈밭새 영감처럼 조금은 무모하지만 마지막까지 떳떳한 삶이었다.


2. 피란수도에 솟아난 생명력

1023일간의 소용돌이 임시수도기념거리 | 공동묘지 위의 판잣집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 피란의 장터 부산의 시장들

[ 저녁 잘 먹고 집을 나간 멀쩡한 소년이, 눈에 최루탄 살이 박힌 채 시체로서 바다 위에 떠올랐다. 아침 햇살이 보아란 듯이 그것을 시민 앞에 드러냈다.

어머니는 울었다. 세상 어머니들이 울기 시작했다. 소년들도 울고, 청년들도 울고, 노인들까지 울고…… 울다가 그만 화를 벌컥 냈다. 제 새끼를 빼앗긴 코끼리가 호랑이를 보고 내닫듯이 시민들은 떼관음보살처럼 거리로 달려 나왔다.

- 김정한 「지옥변」

4·19혁명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창작물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고 나도 잘 알고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는 부마항쟁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보기로 했다. 이름만 몇 번 들어봤지 제대로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책에도 별 자세한 설명은 없어 따로 검색해보니 부산 공식 블로그에 관련된 글이 올라와 있어 읽어 보았다. 우리나라의 민주화에 있어서 꼭 필요한 사건이었는데 5·18에 묻혔다는 게 안타까웠다.

덧붙여 꼭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한 가지가 아지매와의 대화였다. 전혀 화나지 않았는데도 화난 사람 같다는 게 부산과 경상도 사투리였던가.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 때가 있었는데 이 아주머니의 말이 왜 그렇게 반갑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어처구니없는 그 많은 일들을 다 겪어내고도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그 강인한 에너지에 나도 동화되었던 것 같다.


4장 격변의 도시 서울

1. 도심 속 사람들

지식인의 고독 종로 사거리 | 서민들의 삶터 청계천

그러나 오히려 고독은 그곳에 있었다. 구보가 한옆에 끼여 앉을 수도 없게끔 사람들은 그곳에 빽빽하게 모여 있어도, 그들의 누구에게서도 인간 본래의 온정을 찾을 수는 없었다.

-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마침내 서울로 왔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도 여기저기서 말을 많이 들었던 작품이다. 그가 보는 세상은 내가 숱하게 겪었던 세상과 다를 바가 없었기에. 더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어릴 때 나는 시골에 비해서 도시를 선호했는데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라도 도시에 사람이 많아서였다. 고독을 즐길 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걸 못 견뎌했고, 어떻게든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 있어야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바뀌었다.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아도, 줄어들 줄 모르는 인파 사이에 끼어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공백이 생겼다. 그게 아마 구보씨가 느낀 허무함 아니었을까. 서울은 언제나 좁아터지고 있는데도 나는 외로움을 느낀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그리고 좌절된, 한국판 '아메리칸 드림'이라고나 할까. 그것도 마찬가지로, 내가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유난히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2. 빌딩의 그늘

무너진 주먹 옛 평화극장 | 종삼의 흔적 종로3가 | 불꽃이 된 청년 전태일다리

[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 전태일의 마지막 편지

감정이 격해진 채로 읽었다. 두 명의 '전태일'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자신을 버렸다. 관성을 거스르는 데는 휩쓸려 가는 것보다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한 법이다. 살아 있는 동안에도 어린 여공들을 위해 시간과 돈을 쓰느라 정작 스스로는 거리를 전전했던 전태일은 끝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것처럼 분신자살을 했다. 불길만큼이나 선명하게 또 거침없이 진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또 한 명의 전태일로 살았던 조영래가 있었기에 빛은 사그라들지 않을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했던 것처럼 모른 척 방관할 수도 있었다. 쉽게 바뀌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고 순응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걸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태일이 남겼다는 마지막 편지의 한 토막을 몇 번이고 읽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5장 어둠 속의 빛 광주

1. 유랑민의 애환

독립운동가의 후손 광주 고려인마을

나의 대한민국이여, 우리를 이해해주오

우리가 멀리서 산 것이 우리 잘못이 아니었음을

우리는 한국말을 배우고 이해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믿어주오


나의 조국이여! 그대에게 감사한다

우리는 밝은 날을 정말 오래도록 기다렸다

80년이 흘러 드디어 우리에게 기쁨이 왔다

우리 모두에게, 우리 자식과 손자들에게

- 김 블라디미르 「80년이 흘러」

우선은 고려인이라는 말 자체가 약간 낯설었다. 아마 몇 번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 모양이다. 찬찬히 그들의 뿌리를 읽어보게 되자 애달파졌다. 이 시기를 공부하면서 수차례 이름을 들었던 그 홍범도 장군이 얽혀 있었다. 홍범도 장군은 고려인들의 지도자로 독립운동에 힘썼고 역사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조차도 올해에 들어서 겨우 고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은, 명확히 소속되어 있는 곳이 없다는 사실은 너무 외롭고 황망한 것이라서 더 딱하게 느껴졌다. 고려인 시인 김 블라디미르의 시를 읽으니 그 감정이 더욱 증폭되는 것 같았다. 다름과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오기를 기도한다.


2. 민초들의 저항정신

광주의 어머니 소심당 조아라기념관 |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발상지 광주제일고 | 열흘간의 항쟁 광주 5·18유적지

[ "제단에 올려질 희생양. 제단 아래 엎드린 군중들에게 그것의 피는 공포심과 함께 저항 의지를 포기하게 만드는 아주 놀라운 신통력을 가지고 있지. 바로 그 제물이 될 양 한 마리가 필요했어. 김대중의 정치적 고향이자 최대의 저항 예상 지역…… 결국 그들에게 선택된 것이야, 광주가."

- 임철우 『봄날』

광주의 이야기는 굉장히 고통스럽게 읽혔다. 짧은 문장 하나를 읽어내는 것도 힘들었다. 단지 읽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질식할 것 같았다. 『봄날』은 허구가 어느 정도 섞여 있기는 하지만 그 본질은 기록문학에 가까운지라 더 잔인하게 사실적이었다. 저자는 이 작품을 유독 많이 실었다. 숨죽여 지내야 했던 그날의 참사가 눈앞에 떠오르는 듯했다.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과, 그 숨을 죽이려는 비인간적인 진압. 피라미드의 최하층이 최상층과 어려운 싸움을 이겨나가는 동안 중간에 끼인 사람들은 눈도, 귀도 닫고 있어야 했다. 총에 칼을 꽂아 썼다는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아려온다.

따로 맺는말이 없었으므로 마지막 페이지에 짤막하게 적혀 있는 문단으로 함께 정리하기로 했다. 저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된 자세로 여행을 감행해나갔다. 단 한 번도 그들의 눈물을 과장하지 않았고 가볍게 넘기지도 않았다. 사건을 실제 겪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숨쉬고 있는 소설들과 직접 찍은 사진들과 번갈아가며 있었던 사실 그대로를 보여줬을 따름이었다. 그래서 읽으면서 더 아팠다. 하지만 그랬기에 사람들의 끈질긴 생명력, 더불어 일어서려는 고운 성품이 더 돋보였던 게 아닐까. 참 많이 배울 수 있었고 반성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타지에서 머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나도 무겁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현실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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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원문: https://blog.naver.com/rosebluez/222098670289)

#인문교양, #소설과함께떠나는다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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