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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인에게 필요한 책 | ▣▣ 역사야 놀자 2020-12-2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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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정학의 힘

김동기 저
아카넷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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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를 처음 배우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한국인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한반도는 대륙세력이 바다로 나가기 위한, 해양세력이 대륙으로 진입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라고. 그래서 숱한 침략과 전쟁을 겪어왔노라고. 당장 동아시아 지도를 펴놓고 보면 지리와 역사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금방 수긍이 가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역사적 사실을 너무나 당연시해서인지 수동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한반도의 위치와 모양이 그러해서 어쩔수 없었다는 식이다. 역사를 아주 조금만 확장해 보아도 이런 인식은 너무 소극적이다. 삼국시대부터 현대까지 만주와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은 하나같이 거대한 국제전이었고, 당시의 규모로는 세계대전에 가까웠다. 당연히 국지적인 전투뿐만 아니라 치열한 외교전과 권모와 술수와 편가르기가 있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한반도와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다각적이고 다층적인 시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론이 길었던 이유는 이번에 완독한 '지정학의 힘'이 바로 이런 인식전환을 일깨우는 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계사적으로 큰 전쟁들의 원인을 영토 분쟁 혹은 영토 확장, 종교와 이념의 갈등, 무역과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생각해왔다. 특히 냉전시대에 발생한 주요한 사건과 전쟁은 모두 이념의 문제로 귀결되곤 했다. 하지만 저자는 국가간의 갈등과 전쟁은 대부분 지정학적인 요인에 의해 촉발되었으며, 이런 경향은 근현대로 올수록 더 강력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냉전이 종결된 20세기 후반부터 지정학은 국제관계의 거의 유일한 원인이자 해결책이다. 그중 세계 최강대국으로 둘러쌓인 한반도에서 지정학은 압도적으로 중요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지정학을 권위적인 학문의 반열에 올려놓은 학자와 정치가들을 탐색하면서 책은 시작한다. 18~19세기 대영제국의 성쇄를 연구한 알프레드 마한부터 냉전이 끝난 후 국제질서를 다극체제로 인식한 즈비그뉴 브레진스크까지 6명의 전략가들이 등장한다. 이들 모두 뛰어난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었지만 단연코 눈에 띄는 사람이 있으니 예일대학교 교수였던 니콜라스 스파이크먼이다. 잠깐 그를 소개하자면, 스파이크먼은 2차 대전 종전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주장을 한다. 독일과 일본을 완전히 패퇴시키지 말고 적당한 군사력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을 이용하여 소련을 견제하고, 일본을 이용하여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논지이다. 그는 전후 급부상할 강대국으로 소련과 중국을 꼽았는데 특히 중국이 대륙중심 랜드파워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의 예측은 지금 관점으로도 놀라운 것이지만 당시엔 충격적인 주장이었다. 강대국 내에 국제정세에 통달한 전략가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약소국들은 빌붙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6명의 전략가 소개가 끝나면 한반도 주변의 4강대국, 즉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입장과 비전을 살펴본다. 아직도 일본 극우세력들 사이에 이념으로 뿌리밖혀 있는 대동아공영권이라는 허상, 일대일로라는 슬로건으로 유라시아 맹주를 꿈꾸는 중국몽, 세력균형과 경제적 실속을 노리는 러시아의 동아시아 전략을 들여다볼 수 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은 말할 것도 없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동아시아의 정치, 경제적 중요성이 어느 시기보다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전략과 자산도 동아시아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 대만,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을 우군으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억제하고자 한다. 인도와 러시아도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사상과 이념이 사라진 전장에는 적군과 아군이 분명하지 않다. 특히 한반도 주변의 각국은 매일 편이 바뀔 수도 있다.    

 

동아시아 주변으로 여러 기류가 있지만 변치 않는 사실은, 한국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한반도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싶지 않은 중국, 통일된 한국의 국력이 두려운 일본, 중국과 러시아를 경제할 방어벽이 필요한 미국 등 모든 국가들이 현재와 같은 아슬아슬한 긴장관계를 희망한다. 아니, 그렇게 이끌어 가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난지 70년이 되도록 아직 종전이 되지 못한 원인이 거기에 있다. 미국은 전쟁으로 맞붙었던 베트남, 중국과 이미 오래전 수교를 맺었으나 북한과는 아직도 전쟁중이다. 미국이 원하는 건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대한 강력한 통제력이지 평화가 아니다.

 

분단과 대립을 희망하는 강대국들에게 둘러쌓은 한반도는 억울하고 고단하다. 이런 상황이 언제쯤 변곡점을 찍을지도 미지수다. 그렇다고 낙담하고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냉정하고 다각적인 전략이다. 상호 선린에 기댄 순수한 외교전략은 먹잇감이 될 뿐이다. 우린 이미 외교전략 실패로 벌어진 병자호란과 일제침략의 아픈 경험이 있다. 참담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 더 많은 지혜를 모아야할 시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정학의 힘'은 한반도인에게 깊은 각성을 일으켜주는 좋은 책이다. 미국인, 일본인, 중국인보다 우리가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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